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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44화 (243/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44화

    스즈키 슌타로의 광역 도발은 이번 대회 최고의 화제였다.

    그렇기에 그의 실패는 더욱 큰 화제가 되었다.

    -광역 도발을 참교육 하는 법.avi

    -ㅋㅋㅋ 진짜 개쪽팔리겠다.

    -경기고 뭐고 숨고 싶을 듯.

    -3연타석 연속 예고 홈런 개같이 멸망!

    -진짜 수호랑 비교된다.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수호한테 개기냐?

    -솔직히 실력은 있었는데. 수호한테 어그로 끈 게 지 발목을 붙잡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스즈키 슌타로였다.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더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반대로 수호의 가치는 하늘을 찔렀다.

    -수호는 진짜 넘사벽이네.

    -어나더레벨임.

    -GOAT인 이유지.

    -그런데 수호 벌써 3연타석 홈런 아니냐?

    -맞지.

    -지금까지 때린 홈런이 솔로, 투런 그리고 그랜드슬램이지?

    -ㅇㅇ 맞음.

    -이제 쓰리런 나오면 사이클링 홈런 아니냐?

    누군가 말했다.

    -그러네?

    그제야 사람들이 인식했다.

    -아니, 그런데 되겠냐?

    그리고 누군가는 의심했다.

    세계야구 역사상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이었기에.

    하지만 그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게 수호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되지 않을까?

    -수호잖아.

    -가능할 수도……?

    -얘 이런 거 절대 놓치지 않는데.

    대중은 잘 알고 있었다.

    수호가 그동안 어떤 기록들을 세워왔는지 말이다.

    -사실 50-50도 불가능할 거라고 말했었지.

    -70홈런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결국 다 해냄.

    -얘는 원래 이런 애였음.

    -이번에도 가능하지 않을까?

    대중은 이제 수호를 믿었다.

    역사가 허락하지 않았던 전인미답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음에도 그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은 TV와 모니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중계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일상이 멈췄다.

    월드컵을 제외하고 야구에 이렇게 국민들이 열광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동안 수많은 국제대회, 한일전에서 대단한 성적을 올렸을 때도 이 정도의 관심을 모은 적이 없었다.

    이러한 보고를 들은 김중호 총재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수호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넘어선 스타다.’

    간혹 그런 선수들이 존재한다.

    스포츠 종목을 넘어서는 스타들.

    축구에는 메시와 호날두, 농구에는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 등.

    인기종목, 비인기종목을 넘어서서 월드레코드를 갈아 치우는 선수들은 언제나 주목받았다.

    그리고 수호는 작년 메이저리그의 기록들을 갈아 치우며 그런 선수가 됐다.

    하지만 단 1년의 기록이었기에 사람들은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수호가 보여주는 모습은 작년의 임팩트를 넘어서고 있었다.

    ‘더 이상의 임팩트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기록은 독보적이었지. 그런데 수호는 또 한 번 스스로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선수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의문일 정도였다.

    ‘궁금하다. 과연 그가 이번에도 역사에 남을 기록을 남길 수 있을지.’

    사이클링 홈런.

    그 도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찾아오고 있었다.

    * * *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SNS을 통해 수호의 사이클링 홈런에 대해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 소식은 곧 경기장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도 들어갔다.

    “사이클링 홈런이란 것도 있어?”

    “그게 뭔데?”

    “솔로홈런, 투런, 쓰리런, 그랜드슬램까지 한 경기에서 다 달성하는 거라는데?”

    “와…… 그게 가능……? 잠깐, 지금 수호가…….”

    “쓰리런 빼고는 다 달성했지.”

    “미친…….”

    관중들의 시선이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수호에게 향했다.

    “쟤는 진짜 보통 놈이 아니야. 어떻게 이런 기록을 달성 중인데. 평소랑 같은 모습이지?”

    “모르는 거 아닐까?”

    “그게 말이 돼?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 같은 것도 인터뷰에서는 몰랐다고 하지만, 다들 알고 있다잖아.”

    “그건 그렇지. 하물며 세계 최초의 기록인데 말이야.”

    “분명 알고 있을 거야.”

    “알고 있는데. 저렇게 웃으면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아니면 본인 혼자서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라서 마음을 내려놓은 거 아닐까?”

    “하긴, 쓰리런은 수호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쓰리런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 명의 주자가 베이스에 있어야 했다.

    일본은 어떻게든 2점의 점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모든 투수를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명의 주자가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다른 선수들이 힘 좀 써주면 좋겠다.”

    관중들은 수호가 기록에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런 반응은 선수들 역시 하나둘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수호가 사이클링 홈런에 도전 중이구나.’

    ‘앞으로 쓰리런 하나만 달성하면 되는 거잖아?’

    ‘와…… 씨! 세계에서 아직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 아니야?’

    관중석과 더그아웃이 가깝기에 귀가 좋은 선수들은 관중들의 술렁임을 들었다.

    덕분에 수호가 기록 달성 중인 걸 눈치챘다.

    그중에는 이성훈도 있었다.

    ‘수호의 다음 타석은 9회 초가 유력하지. 지금처럼 한 명도 출루하지 못한다면 9번 규성이가 선두타자로 나가게 될 거다.’

    일본의 총력전에 한국대표팀의 타선은 벽을 만난 것처럼 막힌 상태였다.

    이대로 경기가 흘러가더라도 우승할 가능성은 높았다.

    아직 한국대표팀에 승기가 기울어진 상태였고 마운드에 여유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수호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지금 그 수호가 위대한 기록에 도전 중이야.’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대표팀은 작년 WBC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수호의 존재였다.

    그가 없었다면 이번 대회에서도 자신들은 예선에서 탈락했을 거다.

    그만큼 수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그런 수호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성훈은 선배지만, 수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실력은 수호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경험 역시 크게 꿀리지 않았다.

    한 번씩 드러나는 그의 지식은 자신을 앞서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도울 수 있는 게 크게 없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지금 기회가 생겼다.’

    자신이 수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그건 바로 그의 기록을 위해 출루하는 것이다.

    ‘내가 수호를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이성훈 혼자만 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녀석이 포지션까지 바꿔서 내 자리를 메워주었어.’

    김규성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여기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은 분명하지.’

    차우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반드시.’

    ‘녀석을 위해 출루한다.’

    세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 * *

    9회 초.

    한국대표팀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다.

    -선두타자 김규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일본 대표팀은 지바의 수호신 사사키 선수를 등판시켰습니다.

    -이번 대회 평균자책점 제로를 달리면서 일본대표팀의 뒷문을 확실히 걸어 잠근 선수입니다.

    -아직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사키 쿄지.

    최고구속 102마일을 던지는 강속구형 타자다.

    수호신이라는 말이 걸맞게 그는 일본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꾸어놓았다.

    강적이란 소리였다.

    하지만 김규성은 평소와 달랐다.

    ‘투수가 얼마나 강하건 상관없다. 내가 해야 할 건 반드시 출루하는 거다.’

    목표는 안타가 아니었다.

    오직 출루.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는 한국 최고의 리드오프인 김규성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100마일이 찍힙니다! 사사키 쿄지가 전력으로 공을 뿌리고 있습니다!

    -역시 수호신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네요.

    공은 훌륭했다.

    구위, 구속, 제구까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사키의 컨디션은 여전히 좋네요.’

    [그러게.]

    [개쩌는데.]

    [저 정도면 메이저에서도 통할 듯.]

    [김규성이가 해낼 수 있을까?]

    레전드들이 말했다.

    수호 역시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다시 타석에 서는 김규성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정말?]

    [어떻게?]

    ‘집중력이 이전보다 올라갔어요.’

    [그게 느껴짐?]

    [이열…… 이제 거의 초능력 수준이네.]

    ‘초능력이라기보다는…….’

    수호는 알 수 있었다.

    김규성의 집중력이 거의 자신의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걸.

    * * *

    딱!!

    -때렸습니다!!

    수호의 말이 현실이 됐다.

    -4구 떨어지는 커브를 그대로 올려친 김규성 선수!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1루 베이스를 밟은 김규성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한국대표팀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끝나지 않았다.

    김규성의 출루는 많은 걸 의미하고 있었다.

    -야야, 김규성 안타!

    -올~이제 한 명만 더 나가면 되냐?

    -그럼 사이클링 홈런 도전하겠네.

    -이야…… 진짜 보냐?!

    대중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차우식 역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우식 선배까지 집중력이 올라갔다.’

    [너네 애들 왜 이러냐?]

    [갑자기 마지막 경기에 다들 빡집중하네.]

    [아무래도 네 기록에 그만큼 진심인 거 같다.]

    요기 베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 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역사상 최초로 사이클링 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상 이번 기록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지.]

    [동료들의 도움이 필수불가결이지.]

    [그런데 그 동료들이 각성했네.]

    [ㄹㅇㅋㅋ]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그들의 집중력이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차우식까지 결과를 만들어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차우식 선수가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합니다!

    -정말 대단한 끈기를 보여준 차우식 선수입니다!

    10구 승부.

    좀처럼 볼 수 없는 끈질긴 승부였다.

    상대가 사사키였기에 더더욱 빛나는 차우식의 끈질김이었다.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맞이하는 한국대표팀! 그리고 타석에는 대표팀의 주장 이성훈 선수가 들어섭니다!

    이성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의 집중력 역시 대단했다.

    ‘진짜 될 수도?’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상대는 사사키 쿄지였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투!!”

    -아아-! 이번에도 꼼짝도 하지 못하는 이성훈 선수!

    -사사키 선수의 공이 102마일까지 찍혔습니다! 정말 엄청난 강속구를 연달아 뿌리는 일본의 수호신입니다!

    수호신이 분노했다.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는 공이었다.

    ‘미친…… 설마 구속이 더 오를 줄이야…….’

    사사키의 구속이 더 올랐다.

    ‘20구쯤 되니까, 어깨가 제대로 풀린 건가? 어떻게 102마일까지 찍히냐.’

    차우식의 끈질긴 승부가 사사키 쿄지의 굳어 있던 어깨의 봉인을 풀었다.

    덕분에 그의 최고구속까지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봉인이 풀린 어깨를 상대해야 하는 이성훈은 죽을 맛이었다.

    그의 시선이 차우식에게 향했다.

    ‘죄송함다. 선배님!’

    ‘망할 놈.’

    눈빛으로 대화한 이성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는소리를 할 때가 아니지.’

    집중력을 더 올려야 했다.

    그런 이성훈을 보며 차우식은 생각했다.

    ‘수호의 기록을 위해서라면 그냥 삼진 당하셔도 되는데.’

    물론 이성훈이 그럴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차우식이었다.

    ‘기록을 위해 대충 하는 분이 아니지.’

    천재이면서 노력파.

    그게 이성훈이었다.

    무엇보다 야구란 스포츠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기회를 잡았을 때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그걸 잘 알기에 이성훈의 끈질긴 승부를 응원했다.

    그건 수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훈 선배 파이팅!’

    그때 사사키 쿄지가 세트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을 바라보는 수호의 눈이 빛났다.

    ‘빠르다.’

    이전보다 더 빠른 공이었다.

    실제 전광판에 103마일이란 수치가 찍혔다.

    그리고 이성훈이 그 공에 반응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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