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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43화 (242/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43화

    수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마운드로 일본의 감독인 아키히로가 올라왔다.

    “여기까지 던져도 된다.”

    아키히로는 직접적으로 교체를 지시하지 않았다.

    그럴 수 없는 선수가 오타니 쇼헤이였다.

    대표팀 전체의 가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선수가 오타니 쇼헤이였다.

    그는 특별했고 함부로 교체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여기에서 계속 던진다면 더 던지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두 개의 홈런을 허용했어.’

    더 이상 던지게 하는 건 그의 명성에 흠집을 남기게 된다.

    그렇기에 여기에서 교체하는 게 가장 베스트였다.

    고민하던 오타니가 고개를 끄덕이고 아키히로에게 공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지금까지 충분히 자네의 역할을 해주었네. 고생했어.”

    고개를 숙인 오타니가 마운드를 내려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비추었다.

    -오타니 쇼헤이가 여기에서 교체됩니다! 5.2이닝을 던지면서 비록 3실점을 했지만, 모두 한수호 선수에게만 허용한 실점이었죠.

    -사실상 이번 대회에서 그에게 피홈런을 뺏은 선수가 한수호 선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위대한 선수라는 건 변함이 없는 거 같네요.

    -그나저나 일본에서 오타니 선수를 교체한 걸 보면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할 생각이 없는 거 같습니다.

    해설위원의 말은 정확했다.

    뻐어억-!!

    “나이스 볼!”

    “아주 좋아. 이렇게만 던져서 수호를 삼진으로 잡아내자. 알았지?”

    “예.”

    아키히로는 수호를 거를 생각이 없었다.

    한국과 일본.

    언론은 숙명의 라이벌이라 말하지만, 아키히로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은 일본을 따라올 수 없다. 아무리 한수호가 대단한 선수라지만, 선수 한 명이 팀 전체를 바꿀 수 없어.’

    한국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일본은 끊임없이 발전했다.

    그 결과 지금은 미국과 함께 세계야구를 이끌어가는 국가가 되었다.

    세계대회에서도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고 자국 내에서도 수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그런 우리가 한수호와의 승부를 피할 이유는 없다.’

    그 세월 동안 굳어진 프라이드는 아키히로에게 하여금 승부하게 만들었다.

    결과가 잘못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후지타라면 충분히 한수호를 돌려세울 수 있다.’

    오타니 쇼헤이가 일본을 떠난 뒤, 탄생한 슈퍼 에이스.

    최고구속 101마일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4가지의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일본의 사이영상인 사와무라상을 3년 연속 타낼 정도로 대단한 재능을 가진 타카시 후지타는 이미 일본 레벨을 넘어섰다.

    그 역시 이번 시즌이 끝나면 미국진출을 노릴 거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준결승전에서 후지타를 아낀 것도 다 이런 이유였다.’

    푸에르토리코와의 준결승전에서 아키히로는 후지타를 등판시키지 않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기에 그가 올라올 거라 생각했던 언론은 당황했다.

    하지만 아키히로의 생각은 달랐다.

    준결승전이긴 했지만, 푸에르토리코는 분명 일본보다 한 수 아래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았던 미국의 경우 대등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프너 전략을 준비한 이유였다.

    ‘설마 한국을 상대로 이 전략을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한수호라는 카드를 막는 수단은 될 거다.’

    아키히로는 당연히 미국이 올라올 거라 생각했다.

    한수호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지만, 메이저리그 올스타를 혼자 누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올라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이 오프너 전략을 한수호를 상대로 쓰게 됐다.

    ‘반드시 막아줄 거다.’

    결과적으로는 이 전략을 준비한 게 정답이었다.

    2사 만루라는 위기지만, 한수호를 반드시 막아줄 거란 기대를 후지타에게 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가 더그아웃에 들어왔을 때였다.

    “저 자식이…….”

    타석에 서 있던 수호가 배트를 들어 올리는 게 보였다.

    3연타석 연속 예고 홈런을 선언하는 한수호였다.

    * * *

    -한수호 선수가 이번에도 예고 홈런을 선언합니다!

    -3연타석 연속 예고 홈런이라니! 정말 이 선수의 배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사에 상대는 일본의 에이스 타카시 후지타이지만, 한수호 선수는 개의치 않고 예고 홈런을 선언합니다!

    수호의 예고 홈런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ㅁㅊ 또 하네.

    -이게 가능함?

    -5연타석 홈런도 날렸었으니 되긴 할 텐데.

    -왜 이렇게 상대를 도발하는 거냐?

    몇몇 대중은 수호의 이런 모습이 낯선 듯 그가 왜 이러는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여러 가설이 떠올랐다.

    그중에 가장 무게가 실리는 가설은 역시 스즈키 슌타로의 존재였다.

    -슌타로가 먼저 선도발 했잖아.

    -ㅇㅈ

    -선도발에는 참교육이 정답이지.

    -수호가 그동안 오래 참았지.

    -정면 대결을 기다렸던 거 같음.

    -ㅋㅋㅋ 그럼 진짜 한수호도 성깔 장난 아닌 듯.

    스즈키 슌타로는 이번 대회 내내 수호를 걸고넘어졌다.

    심지어 그의 예고 홈런까지 재현하면서 도발의 강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수호는 직접적으로 그의 도발에 반응하진 않았다.

    그저 예고 홈런을 보여주면서 간접적으로 대응할 뿐이었다.

    그러나 맞상대하는 결승전에서는 달랐다.

    ‘두 번 다신 나한테 도발을 할 수 없도록 격의 차이를 보여준다.’

    3연타석 연속 예고 홈런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자세를 잡은 그를 보며 후지타의 얼굴이 굳어졌다.

    ‘감히 내가 마운드에 올랐는데. 예고 홈런을 선언했다고? 그것도 3연타석으로? 얼마나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

    슌타로가 예고 홈런 할 때는 몰랐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당하니 화가 났다.

    그리고 그 화를 참지 않고 전력을 다해 공에 실었다.

    ‘칠 수 있으면……!’

    타닥!!

    ‘쳐봐!!’

    쐐애애액-!!

    공이 손을 떠났다.

    코스는 아웃코스 로우.

    타자가 홈런을 만들기 가장 어려운 코스다.

    구위, 구속, 제구.

    삼박자가 모두 완벽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닥!!

    간결하게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수호의 배트는 무자비하게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스윙을 끝까지 이어간 수호가 그대로 배트를 던졌다.

    휘릭!!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그리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넘어갑니다!!

    -그랜드슬램!! 역전 만루홈런이 작렬합니다!!

    1루 베이스를 향해 뛰는 수호의 눈이 스즈키 슌타로와 마주쳤다.

    수호는 화려한 세리머니 대신 검지를 입으로 가져가며 천천히 1루 베이스를 돌았다.

    -이게 바로 오리지널 예고 홈런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한수호 선수의 세리머니입니다!!

    -스즈키 슌타로 선수가 고개를 숙이네요!

    -이게 바로 역관광이에요!!

    일본 관중들은 침묵했다.

    반면 한국 관중들은 환호하며 수호의 만루홈런에 박수를 보냈다.

    * * *

    스코어 7 대 5.

    2점으로 뒤졌던 점수가 다시 2점 차로 벌어졌다.

    수호의 그랜드슬램이 터지면서 역전한 한국대표팀의 이번 점수는 의미가 남달랐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수호 혼자서 야구를 하는 게 아니야!’

    이번 그랜드슬램은 단순히 수호 혼자서 터뜨린 기록이 아니었다.

    앞서 선수들이 출루에 성공했기에 나올 수 있는 기록이었다.

    그렇기에 한국 선수들 역시 기세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는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뻐억-!!

    -유격수 김규성 선수의 다이빙 캐치! 곧장 일어나서 1루로 송구!!

    쐐애애액-!!

    뻐억!

    “아웃!!”

    -아웃입니다!! 화려한 수비로 첫 번째 타자를 돌려세우는 김규성 선수!

    -아주 멋진 수비가 나왔습니다!

    야수들의 수비는 집중력이 높아짐에 따라 철벽이 되었다.

    이런 수비는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처리하는 한성태 투수!!

    한성태는 삼진을 추가하면서 일본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분위기가 점점 한국으로 기울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일본 역시 포기한 건 아니었다.

    “아직 2점 차다! 경기를 포기하는 건 일러!!”

    더그아웃에서 오타니가 선수들을 향해 포효하듯 말했다.

    그의 한마디는 일본 선수들을 각성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딱!!

    -때렸습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일본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두 팀의 대결은 점점 클라이막스가 올라갔다.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으면서 수준 높은 경기가 이어졌다.

    이런 경기내용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이 나게 했다.

    -이번 올림픽 결승전 지리네.

    -홈런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도, 승부가 결정 나지 않을 수 있냐?

    -분위기가 넘어가지 않음.

    -양 팀 모두 빡집중해서 경기력 장난 아니네.

    -결승이라서 이런 걸까?

    -그것도 있지만, 한일전이라서 더 그런 듯.

    -크으! 이런 한일전을 원했다구!

    대중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이는 한국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일본 역시 한국과의 결승전에 대한 반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두 팀의 경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때, 일본의 스즈키 슌타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뻐어억!!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오타니 쇼헤이 선수에게 볼넷을 내주는 한성태 선수!

    -투구수가 50개를 넘어서면서 이제 한계에 도달한 거 같습니다.

    -양대호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인 듯, 여기에서 투수를 교체합니다.

    한국의 마운드가 바뀌었다.

    에이스 한성태가 내려가고 올라온 투수는 임광호였다.

    -여기에서 신예 임광호를 등판시키는 양대호 감독입니다!

    -분명 신예이지만, 임광호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맞습니다. 현재까지 평균자책점 1점대를 유지하면서 중간에서 아주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일본은 1사 주자 1, 2루의 찬스를 반드시 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찬스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스즈키 슌타로의 부담감은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을 오히려 반기고 있었다.

    ‘여기에서 내가 홈런을 때려내면 다시 나한테 스포트라이트가 올 거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스즈키 슌타로의 생각을 읽은 듯, 수호가 광호를 리드해 나갔다.

    ‘아웃코스 로우.’

    ‘응.’

    수호의 사인에 임광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광호가 가지고 있는 수호에 대한 신뢰는 압도적이었다.

    그가 타자를 맞추라고 한다면 광호는 그럴 것이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 정도로 신뢰가 깊은 상태였기에 광호는 모든 힘을 실어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154㎞의 강속구를 뿌리는 임광호 선수!

    -오늘 컨디션이 좋은 거 같네요!

    임광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2구와 3구를 연달아 던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딱!!

    “파울!”

    스즈키 슌타로는 자신의 배트가 밀리는 걸 확인하고는 인상을 구겼다.

    ‘공의 구위가 생각보다 좋아. 한국에 이런 실력의 루키가 있었던 건가?’

    예상하지 못했던 뉴페이스였다.

    이전 WBC에서도 보지 못했으니 루키인 게 확실했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공을 던지다니.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내가 해결해야 한다.’

    다른 이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스즈키 슌타로는 다시 한번 배수의 진을 펼쳤다.

    -아-! 여기에서 예고 홈런을 선언하는 스즈키 슌타로!

    -슌타로 선수의 고집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맞습니다. 설마 투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몰렸는데도 예고 홈런을 선언할 줄은 몰랐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예고 홈런이었다.

    ‘이 녀석도 참 쇼맨십을 좋아하네.’

    수호는 그런 슌타로를 바라보며 손으로 흙을 쓸어 담았다.

    손에 흙을 묻힌 그가 외곽으로 이동했다.

    ‘확실히 기세를 끊어낼 필요가 있다.’

    수호가 사인을 보내자 고개를 끄덕인 임광호가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그의 시선은 오직 수호의 미트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집중한 상태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아웃코스 높은 곳으로 날아들었다.

    슌타로는 날아드는 공을 확인하고 배트를 뒤로 뺐다.

    ‘빠졌다.’

    공이 빠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때 수호의 마법이 펼쳐졌다.

    스윽-

    상체를 들어 올려 구심의 눈을 가리고.

    촤르륵!

    미트의 웹으로 공을 캐치했다.

    동시에 손목을 비틀어 존안으로 집어넣었고 뒤이어 상체를 원래의 자리로 이동시켜 구심의 시야를 회복시켰다.

    미트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한 구심의 손이 이내 올라갔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임광호 선수가 난적 스즈키 슌타로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슌타로 선수는 3연타석 연속으로 예고 홈런에 실패하네요.

    항의하는 슌타로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모두 알 수 있었다.

    -과한 도발은 결국 화살이 되어 돌아오는 법이지.

    -수호의 완승임.

    수호가 이겼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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