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40화
1루에 서 있는 스즈키 슌타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망할 자식이. 처음부터 예고 홈런을 선언한다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공이란 걸 들었을 때, 이러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현실로 펼쳐지니 짜증이 일었다.
‘하지만 오타니 선배를 상대로 예고 홈런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오타니 쇼헤이가 얼마나 괴물인가?
일본은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도류를 성공시킨 선수였다.
거기에다 이제는 투수로서 사이영상 후보에까지 오르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와 함께 경기를 뛰면서 경험한바 오타니의 공은 맞히기도 어려웠다.
특히 그가 던지는 슬리퍼는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걸 홈런으로 만드는 건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치는 거 자체도 힘들었다.
‘절대 성공시킬 수 없어.’
스즈키 슌타로는 오타니가 수호를 돌려세울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일본대표팀의 선수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오타니의 공은 때릴 수 없다.’
‘아무리 한수호라 하더라도 오타니를 상대로는 예고 홈런을 성공시킬 수 없어.’
‘오타니가 더 위다!’
오타니 쇼헤이는 일본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다.
그리고 그는 현대야구의 흐름을 바꾼 선수였다.
그런 오타니이기에 대표팀 선수단의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정신적인 기둥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오타니조차 수호를 경계하고 있었다.
‘녀석을 조심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도중에 수호와 몇 차례나 붙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번번이 녀석에게 한 방을 허용했다.
방심하진 않았다.
어떻게든 녀석을 잡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었다.
하지만 녀석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미국전에서는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오타니에게 있어 수호의 이미지는 괴물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전력을 다해 그를 잡아야 했다.
“후우…….”
심호흡을 뱉은 오타니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촤앗-!!
킥킹에 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수호의 눈이 빛났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영역에 들어간 수호는 오타니의 투구동작에서 군더더기가 없다는 걸 간파했다.
말인즉슨 그의 컨디션이 최상이란 소리였다.
완벽한 컨디션에 있는 오타니의 공을 제대로 때려내기 위해서는 어디로 올지 예측을 해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정확히 간파할 필요성이 있었다.
‘아웃코스.’
영역에 들어간 수호는 오타니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정확히 캐치할 수 있었다.
‘낮은 곳.’
그곳을 확인한 순간,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오타니가 초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기합과 함께 던진 1구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분명 그의 시선은 아웃코스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의 손을 떠난 공은 인코스로 붙어왔다.
그걸 확인한 순간, 수호의 뇌리로 여러 공이 떠올랐다.
‘오타니가 던질 수 있는 공들 중 이런 궤적을 그릴 수 있는 건…….’
머릿속에 떠오른 구종들이 빠르게 지워졌다.
그리고 곧 두 개의 공이 남았다.
‘슬라이더와 스위퍼 두 가지다.’
스위퍼는 슬라이더와 같은 궤적을 그리지만 종적인 변화가 더 큰 구종을 말한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스위퍼는 2023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오타니 쇼헤이 역시 그 시점부터 스위퍼를 던지면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위퍼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이 각도라면…….’
두 개의 공들 중 이 각도에 더 어울리는 공을 떠올린 수호는 하나로 확정 지었다.
‘스위퍼다.’
물론 틀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맞고 아니고가 아니었다.
자신이 확신을 가지고 스윙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그리고 수호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배트를 돌릴 수 있는 타자 중 한 명이었다.
타닥!
다리를 내디딘 그가 빠르게 하체를 회전시켰다.
휘릭!!
하체부터 시작된 회전이 골반, 상체를 이어 팔로 전달되었다.
모든 회전력을 담은 팔이 돌아가면서 그의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통과했다.
동시에 몸쪽으로 붙어오던 공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갔다.
수호의 배트는 애초에 바깥쪽을 노리고 있었기에 마치 공이 자석에 이끌리듯 배트로 빨려 들어가는 거 같았다.
그 결과.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수호는 등을 때리고 나오는 배트를 그대로 던졌다.
휘릭!!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카메라가 타석에 있는 수호와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동시에 비추었다.
-우측 펜스를 향해 날아가는 타구가 그대로…… 넘어갑니다!! 첫 타석부터 예고 홈런을 성공시키는 한수호 선수!!
수호의 예고 홈런이 첫 타석부터 터졌다.
* * *
수호의 홈런으로 한국대표팀이 선취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런 리드는 오래 가지 않았다.
스윽-
-타석에 들어선 스즈키 슌타로가 예고 홈런을 선언합니다!
-마치 경쟁하듯 서로 예고 홈런을 선언하는 한수호 선수와 스즈키 슌타로!
2사 주자 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스즈키 슌타로가 예고 홈런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의 배트는 초구부터 매섭게 돌아갔다.
딱!!
-때렸습니다!! 배트를 던진 스즈키 슌타로! 그리고 타구는 중앙 펜스를 넘어갑니다!!
-두 선수가 모두 예고 홈런에 성공하면서 결승전 초반부터 경기가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두 선수가 모두 예고 홈런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경기 외적으로 벌였던 설전이 왜 나왔는지를 알렸다.
-수호도 수호지만, 슌타로도 대단하네.
-와…… 여기에서 예고 홈런을 바로 성공시키네.
-솔직히 슌타로 녀석 한 번 실패하면서 조또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좀 치네.
-얘 이번 대회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눈도장 제대로 찍었을 듯.
네티즌들의 말은 정답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스즈키 슌타로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광역 도발을 잘 활용하면서 그의 존재감을 널리 알린 덕분이었다.
단순히 도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도 뒷받침되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영입 0순위에 올려둔 상태였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확실한 몸값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대결에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집중됐다.
-이번 대회는 한수호 vs 오타니, 슌타로네.
일본을 대표하는 두 선수와 수호의 맞대결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타니 쇼헤이가 6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3회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합니다!
-1회 한수호 선수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지만, 역시 오타니는 오타니입니다!
오타니 쇼헤이는 완벽한 모습으로 한국타선을 압박했다.
그리고 그건 한국 역시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유격수 김규성이 공을 잡아내며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김규성의 호수비로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면서 3회 역시 무실점으로 마감하는 한성태 선수!
-1회 오타니와 스즈키 슌타로에게 연이어 맞으면서 2실점을 내주었지만, 한성태 선수의 안정감 넘치는 피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팀의 선발투수들은 1회 이후 안정감을 찾아갔다.
덕분에 1회의 뜨거웠던 타격전은 잠시 식은 상태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소강상태가 길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4회가 분수령이 되겠네.
-수호랑 오타니, 슌타로가 동시에 나오네.
-어우……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네.
-일단 기저귀부터 차고 봐야 할 듯.
-2연타석은 누가 성공할까?
수호와 슌타로.
두 선수는 일찌감치 대결구도를 보였다.
그동안에는 슌타로의 일방적인 도발이었다면 이번에는 수호도 적극적으로 승부에 나섰다.
덕분에 두 번째 타석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의문은 곧 풀렸다.
딱!!
-때렸습니다!! 이성훈 선수가 때린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면서 출루에 성공합니다!
-아~이성훈 선수! 오타니의 스위퍼를 제대로 노려서 때려 안타를 만들어냈어요!
메이저리거인 이성훈이 오타니의 공략에 성공하며 수호의 앞에 주자가 쌓였다.
덕분에 사람들의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하고 시작한다.’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루틴대로 타격자세를 잡더니 배트를 들어 외야를 가리켰다.
“와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한수호 선수가 두 타석 연속 예고 홈런을 선언합니다!!
수호가 다시 예고 홈런을 선언했다.
연타석 예고 홈런은 지금까지 수호가 한 적이 없었다.
스즈키 슌타로가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실패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이건 좀 선을 넘었어.’
무엇보다 수호의 상대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인 오타니 쇼헤이였다.
그 역시 메이저리거로서 그리고 최고의 선수로서의 프라이드가 있었다.
그렇기에 수호가 연타석으로 예고 홈런을 선언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잡는다.’
그의 집중력이 올라갔다.
수호는 오타니의 집중력이 크게 오른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너를 도발할 생각은 딱히 없었지만, 스즈키 슌타로가 먼저 선을 넘었거든.’
스즈키 슌타로는 그동안 끊임없이 수호를 도발해 왔다.
하지만 일본대표팀의 누구도 그걸 제지하지 않았다.
그동안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수호는 그것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신의 레벨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마이크웍으로 계속 도발하는데 신경이 안 쓰일 리 없었다.
그렇기에 맞상대하는 날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녀석이 날 도발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내가 우습게 보였다는 소리겠지.’
스즈키 슌타로는 단순한 녀석이 아니다.
자신을 도발한 것에는 여러 계산이 깔려 있었을 거다.
[정답.]
[널 도발하면 자연스레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거라 생각했겠지.]
[그리고 그건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레전드들의 말이 맞았다.
올림픽 전, 스즈키 슌타로의 몸값은 현재와 같지 않았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가는 현시점에서 스즈키 슌타로의 몸값은 이전에 비해 두 배나 올랐다.
그만큼 스타성이 증가했다는 소리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수호를 도발하고 그와 비등한 대결을 펼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절 이용하는 녀석에게 제대로 보여주겠습니다.’
수호는 그게 짜증 났다.
그래서 분명하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제가 어떤 선수인지 말이죠.’
각오를 다진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영역에 들어가는 수호를 보며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수호 제대로 빡쳤네.]
[이런 모습 간만인데.]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던 거 같은데.]
[그때 어떤 멍청이가 수호를 도발할 때 아니었음?]
[ㅇㅇ 그랬던 거 같음.]
평소 수호는 얌전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도발을 해오면 참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공격적으로 변해 상대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즈키 슌타로가 그 대상이 되었다.
[정확히는 일본 애들이지.]
[ㅇㅈ]
[슌타로 하나 때문에 일본 애들 불쌍하게 됐네.]
스즈키 슌타로의 어그로는 제대로 먹혔다.
수호가 백 퍼센트 실력을 발휘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일본 대표팀 전체가 받게 되었다.
“흡!!”
쐐애애액-!!
-초구 던졌습니다!!
오타니가 던진 공이 몸쪽으로 파고드는 순간.
수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
초구부터 돌아간 배트가 타구를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타구는 좌측펜스를 넘어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사라졌다.
-장외홈런!! 2연타석 연속 홈런을 투런포로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1루 베이스를 향해 뛰는 수호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세상 사람들에게 알렸다.
-두 번째 예고 홈런에 성공시켰다는 걸 알리는 한수호 선수!! 스코어는 3 대 2로 다시 역전에 성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