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36화
수호의 집중력이 높아진 걸 러치맨은 본능적으로 캐치했다.
‘이 녀석 또 집중력이 높아졌어. 이런 집중력를 발휘하면 꼭 홈런으로 이어졌지.’
러치맨은 수호를 무척이나 경계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수호는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괴물 중에 괴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대표팀이다.’
그를 경계하는만큼이나 러치맨은 고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수호가 대단하긴 하지만, 우리라면 충분히 누를 수 있을 거야.’
이러한 자신감이 있기에 작전회의 때 러치맨은 수호와 승부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선수들 역시 그러한 러치맨의 말에 동의하며 그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아웃코스, 슬라이더.’
물론 괜한 자존심으로 수호와의 승부를 쉽게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
“흡!!”
쐐애애액-!!
라이언이 던진 1구가 바깥쪽을 찔러왔다.
수호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른 배트가 공을 노리고 정확히 돌아갔다.
그 순간, 공이 더욱 바깥으로 휘어져 나갔다.
하지만 수호는 그것까지 예측하고배트를 돌렸다.
휘릭!!
그때 공이 한 번 더 휘어져 나가면서 배트의 궤적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듯 배트의 헤드 부분에 충돌했다.
빠각!!
-때렸습니다! 하지만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
“파울!”
-투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몰리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볼카운트가 몰린 수호가 배트를 바라보다 구심에게 이야기했다.
“부러졌어요. 배트 좀 바꾸고 올게요.”
“응? 멀쩡해 보이는데?”
구심의 말에 수호가 배트의 헤드를 잡고는 가볍게 힘을 주었다.
빠각!
그러자 둘로 쪼개지는 배트를 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와.”
-아~배트가 부러진 듯, 교체하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슬라이더가 그의 예상보다 더 변화한 거 같습니다. 보통 이런 변화구를 잘 때려내는 한수호 선수였지만, 역시 라이언의 슬라이더는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거 같습니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 중 한 명인 라이언이다.
그가 던진 슬라이더는 분명 다른 투수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리그에서 붙을 때보다 더 위력적이었어. 마지막 순간에 한 번 더 변화하면서 내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를 일으켰다.’
라이언의 공은 분명 수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덕분에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평소와 다르다는 소리겠지.’
라이언 본인도 이번 대회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공략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을 결승에 보낼 수 있었다.
새로운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선 수호가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반드시 때린다.’
집중력을 끌어올린 그가 타격자세를 잡자 러치맨이 사인을 교환했다.
‘여기에서 하나 떨어뜨리자.’
러치맨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라이언이 세트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콰직!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수호의 눈에 공의 궤적이 들어왔다.
‘마지막에 떨어진다.’
가상의 궤적을 확인하고 다리를 내딛는 순간이었다.
파직-!
불협화음과 함께 영역에 들어갔던 집중력이 깨졌다.
느리게 날아오는 공이 본래의 속도로 변했다.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지만, 수호는 이미 시작된 스윙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그대로 삼진이다!’
떨어지는 공이었지만, 분명한 건 존안에 들어왔다.
이걸 놓친다면 허무하게 삼진으로 돌아서게 된다.
무엇보다 이미 시동을 건 스윙을 멈춰선 안 됐다.
휘릭!!
영역이 깨졌지만, 수호는 본래 가지고 있는 감각으로 그대로 스윙을 가져갔다.
후웅!
수호가 휘두른 배트가 공을 때리려는 순간.
휘릭!
공이 변화를 일으키며 밑으로 뚝 떨어졌다.
물론 수호 역시 공의 변화까지 생각해서 스윙의 궤적을 가져갔다.
하지만 공의 변화는 그런 수호의 예상을 넘어서고 있었다.
딱!!
밑으로 빠지는 공의 윗부분을 때리는 바람에 공이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원바운드 되어 튕겨 나갔다.
앞으로 대시하며 공을 잡아낸 3루수가 2루를 눈으로 확인했다.
‘늦었어.’
스타트가 빨랐던 이성훈은 어느덧 2루 베이스에 도착해 있었다.
늦었다는 걸 확인한 3루수는 곧장 1루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뻐억!!
“아웃!!”
-아웃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내야땅볼로 이성훈 선수를 진루시키는 데 그칩니다!
-아~이거 의외의 결과네요.
-한수호 선수라고 해서 매번 홈런을 때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범타로 물러나는 게 아쉽습니다.
이런 결과는 해설진은 물론 보는 이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
-와…… 수호가 여기에서 타점을 못 올리네.
-주자 나가면 타점 올리는 게 공식이었는데.
-라이언이 정면승부했는데 이걸 못 때리네.
-라이언의 공이 그만큼 좋았다는 건가?
-그런 듯.
-미국 대표팀이 괜히 우승후보국이 아니네.
-아무리 수호래도 메이저리그 올스타 상대로 매번 홈런을 때리는 건 무리인 듯.
상대가 만만치 않기에 팬들도 이런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지금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 영역이 갑자기 풀린 거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바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몸에 문제라도 생긴 걸까?
그때 레전드들의 채팅이 눈에 들어왔다.
[체력적인 문제지.]
[ㅇㅇ 큰 문제는 아님.]
‘체력적인 문제요? 하지만 시즌 중반에 왔을 뿐인데요. 특히 작년에는 풀시즌을 치렀어도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잖아요.’
[큰 문제가 없었던 거지.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지 않았던 건 아님.]
[특히 작년에는 네가 수비 쪽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았기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거지.]
[올 시즌에는 전반기 내내 네가 포수마스크를 썼잖아.]
확실히 작년과 달라진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거 하나만으로 벌써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줄이야.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거기에 이번 올림픽에는 네가 그동안 경험하지 않았던 유격수라는 포지션까지 소화했잖아.]
[그로 인해서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 거지.]
[무엇보다 영역의 농도가 짙어진 것도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 이유 중에 하나야.]
그들의 말을 들으니 이해됐다.
확실히 수호는 과거보다 영역에 더욱 깊게 발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말인즉슨 평소보다 더 높은 집중력 상태가 유지된다는 소리였다.
집중력이 높다는 건 그만큼 체력적인 소모가 크다는 소리였다.
[여러 요건이 겹쳤다고 봐야 해.]
[한 가지 조건으로 이렇게 영역이 깨졌다고 보긴 어렵다.]
레전드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해가 됐다.
그러나 답은 찾았지만, 아직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그럼 계속 영역에 들어가지 못하는 걸까요?’
[그건 아닐걸.]
[평소보다 체력적인 소모가 더 크겠지만, 가능은 할 거임.]
[문제는 영역이 유지되다가 갑자기 깨질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러니 중요한 순간에만 집중력을 올려야 한다.]
영역이란 결국 집중력의 유지를 의미했다.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아무래도 체력적인 소비가 계속 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알기에 수호는 레전드들의 조언을 들으며 영역의 사용에 대해 충분한 고민에 들어갔다.
* * *
1회.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수호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경기가 미국 대표팀에게 기울었다.
초반의 분위기를 잡은 미국은 공격적으로 한국대표팀을 공략하러 나섰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2회에도 미국대표팀의 파상공세가 이어집니다!
미국대표팀의 공격은 매서웠다.
한성태가 최선을 다해 피칭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들의 공격력을 온전히 막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는 한성태 혼자 하는게 아니었다.
“흡!!”
쐐애애액-!!
“뛰었어!!”
한성태가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지는 순간, 주자가 스타트를 걸었다.
빠르게 2루 베이스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모습에 공을 포구한 수호가 곧장 2루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낮게 날아간 공은 슬라이딩하는 주자의 머리 위에 도착했다.
퍼퍽!!
“아웃!!”
-아웃입니다!! 주자를 잡아내는 한수호 선수의 환상적인 송구!!
-이게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인 한수호 선수입니다!
수호의 정확한 송구로 주자가 지워지자 한성태는 다시 안정을 찾아갔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한성태 선수,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155㎞의 강속구로 잡아냅니다!
체력적인 문제로 영역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순 없지만, 수호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영원히 쓰지 못하는 게 아니라 결국 제한이 생겼을 뿐이야. 기회가 왔을 때를 위해 아껴두면 된다.’
수호는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수비에 전념했다.
* * *
한국이 미국과의 경기에서 뒤지고 있을 때.
또 하나의 우승후보국인 일본이 우승을 위해 또 한 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1사 2, 3루의 찬스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현재 스코어 5 대 3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승리를 확정 짓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추가 득점을 올려야 하는 일본입니다.
결승진출을 위해 확실한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팀의 3번 타자,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장이 들썩였다.
“오타니! 오타니! 오타니!!”
슈퍼스타인 오타니를 향한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일본인 관중은 물론 미국 관중들 역시 오타니를 응원하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순히 일본의 슈퍼스타가 아닌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였기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환호성에 그가 보답할 일은 없었다.
-아~여기에서 고의사구를 결정하는 푸에르토리코!
-역시 찬스에 강한 오타니와의 승부보다는 뒤의 타자인 스즈키 슌타로와의 승부를 택하는군요.
오타니가 1루 베이스로 걸어나가고 타석에는 스즈키 슌타로가 들어섰다.
-하지만 스즈키 선수 역시 이번 대회에서 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를 선택한 푸에르토리코의 선택이 옳았을까요?
자신의 차례가 오자 스즈키 슌타로가 배트를 외야로 치켜세웠다.
-아-! 여기에서 예고 홈런을 선언하는 스즈키 슌타로!!
-역시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었을 때를 놓치지 않는 선수입니다!
예고 홈런을 선언한 그를 향해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비난이 일고 있었지만, 일반 팬들 입장에서는 볼거리가 늘어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과연 그가 예고 홈런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지! 푸에르토리코의 라모스 선수가 공을 뿌립니다!!
라모스가 세트포지션에서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막 통과하려는 순간이었다.
후웅!!
스즈키 슌타로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가면서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타구를 제 자리에 서서 바라보던 스즈키 슌타로가 배트를 휙 던졌다.
-배트를 던진 스즈키 슌타로!! 그리고 타구는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그랜드슬램!!
-중요한 순간에 그랜드슬램을 작렬시키는 스즈키 슌타로!!
-일본대표팀을 결승으로 이끄는 그의 예고 홈런이 작렬합니다!!
이 홈런으로 일본이 푸에르토리코를 누르고 결승에 선착했다.
* * *
그사이 한국과 미국의 경기는 어느덧 7회에 이르렀다.
-스코어 1 대 0으로 여전히 팽팽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두 팀의 대결입니다.
-이미 결승에는 일본이 올라간 상황에서 과연 그 상대가 어떤 팀이 될지 궁금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결은 박빙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균형을 깨는 한 방이 미국 대표팀의 손에 의해 터졌다.
딱!!
-마이크 트라웃의 호쾌한 스윙!!
트라웃이 때린 타구가 단숨에 외야 펜스를 넘어갔다.
-넘어갔습니다!! 솔로홈런을 작렬시키는 마이크 트라웃!! 한국을 따돌리는 한 방이 다시 터집니다!!
스코어는 2 대 0.
한국대표팀의 결승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