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234화 (23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34화

다음 날.

4강을 위해 한국대표팀이 경기장에 도착했다.

상대는 세계최강 미국이었다.

베이스볼의 종주국이자 꿈의 리그라 불리는 메이저리그가 열리는 나라.

세계 최고의 리그답게 미국대표팀의 선수들 면면은 화려했다.

[몸값 총액 5억 달러에 육박하는 미국대표팀!]

5억 달러.

한화로는 6,0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웬만한 기업의 1년 매출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이런 몸값을 받는 선수들과 상대하게 되는 한국대표팀의 몸값은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한국대표팀의 몸값은 고작해야 3천만 달러!]

400억 원에 달하는 큰 금액이었지만, 미국대표팀에 비하면 무척이나 초라한 금액이었다.

이 금액들 중 대다수가 이성훈이 받는 돈이라는 걸 감안하면 평균액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몸값에서조차 비교되지 않는 두 팀이지만, 기세에서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차우식 선수, 미국과의 승부에 어떤 각오로 나설 예정입니까?”

“당연히 이긴다는 각오입니다.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차우식은 그 어느 때보다 패기가 넘쳤다.

“한성태 선수, 오늘 경기 선발로 나서게 됐는데. 상대 타자들에 대한 분석은 끝내셨나요?”

“충분히 준비를 끝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될 수호의 리드를 잘 따라갈 계획입니다.”

선발투수인 한성태 역시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기자들은 다음으로 들어오는 수호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한수호 선수, 오랜만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리그에서 동료로 뛰었던 선수들 그리고 적으로 만났던 선수들과 다시 상대하게 됐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투수 한성태 선수를 어떻게 리드할 계획이십니까?”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대해서 저만큼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최대한 제가 아는 정보를 활용해서 투수들이 잘 던질 수 있도록 리드하겠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포수로 나서게 될 수호는 평소와 같이 침착하게 인터뷰에 나섰다.

그가 포수로 나설 수 있게 된 이유는 당연하게도 이 선수가 복귀했기 때문이다.

“김규성 선수, 부상으로 이탈했다가 복귀하게 되었는데. 몸 상태는 괜찮으신가요?”

“물론입니다. 백 퍼센트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호가 한 만큼 저도 내야를 철저하게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김규성의 복귀는 수호가 다시 마스크를 쓰게 해주었다.

즉, 한국대표팀은 최고의 전력으로 미국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였다.

* * *

올림픽 4강에 진출한 한국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전 대회였던 WBC와 별다른 전력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올림픽이 시작되고 나니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이번 올림픽에선 선수들이 하나같이 잘해줘서 다행이야.”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는 대표팀은 정말 오랜만이야.”

“이게 다 수호 덕분이지.”

“맞아. 수호가 합류해 준 덕분에 공수에서 뭔가 안정감을 찾게 되었다니까.”

이러한 변화가 수호의 합류 덕분이라는 걸 팬들은 잘 알고 있었다.

공격에서는 눈에 띄게 변화했다.

수호 한 명의 합류로 한국은 강국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공격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거기에 수비 역시 안정감을 찾았다.

특히 김규성이 이탈하면서 생겼던 구멍을 수호가 메워준 건 예상밖의 활약이었다.

그러한 활약이 있었기에 한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했던 다른 선수도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더라고.”

“맞아. 올해는 뭔가 대표팀이 짜임세 있게 경기를 치르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

다른 선수의 활약도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했다.

투수조에서는 새로운 얼굴인 임광호의 합류가 가장 눈에 띄였다.

그는 4강까지 오면서 5경기에 등판해 6이닝 1실점이라는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타자쪽에서는 차우식의 변화가 눈에 띄였다.

강속구에 약했던 그였지만, 캐나다 전에서 강속구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도 상대할 수 있을지 몰라.”

“그래. 기대해야지.”

하지만 상대는 미국이었다.

한국을 응원하는 팬들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무패로 4강까지 올라온 한국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압도적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같은 무패로 4강까지 왔지만, 내용이 모두 압도적이었다.

도박사들조차 그러한 내용을 토대로 한국과 미국의 대결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배당률이 압도적인 것만 보더라도 그러한 도박사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경기가 열리기 직전.

한 남자가 라스베가스에서 한국에 거액을 배팅했다.

“한국에 10밀리언.”

“예?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한국에 걸어줘.”

30대 초반의 동양인 남자의 말에 직원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 동양인 남자에게 외쳤다.

“미스터 정, 자네의 고향이 한국이라고 애국배팅을 하는 거야?”

“하하! 미스터 정이 지는 확률에 거는 건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미스터 정이라 불린 남자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난 도박사야. 지는 게임에 배팅하지 않아.”

2025년 한국인 최초로 WSP 메인이벤트에서 우승했던 정혜성의 말에 몇몇 도박사들이 다급히 데스크를 찾았다.

“한국에 걸겠어!”

“나도!”

현재 라스베가스 최고의 도박사인 그를 따라 배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경기장에는 선수들이 들어섰다.

-지금부터 한국 대 미국의 올림픽 결승티켓을 위한 4강을 시작하겠습니다!!

경기가 시작됐다.

* * *

선공은 미국의 공격으로 시작됐다.

-바비 위트 주니어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이번 대회 바비는 0.442의 높은 타율을 기록중입니다.

-거기에 도루는 3개를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 최다도루를 기록중입니다.

-출루시키면 상당히 골치 아플 선수입니다.

해설진의 우려를 수호도 잘 알고 있었다.

“바비,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거 같던데?”

“시즌 도중에 와서 그런지 몰라도 몸이 가볍더라고. 그러는 너도 컨디션이 좋아 보이더라. 유격수로 뛰는 건 예상 밖이었지만 말이야.”

“팀의 상황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거든.”

“하하! 상황이 그렇다고 그걸 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 거야.”

리그에서 자주 만났던 바비 위트 주니어였기에 수호는 가볍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도 타석에 서는 그의 자세를 유심히 살폈다.

‘배터박스의 앞에 섰다. 아무래도 한성태 선배의 강속구를 경계하는 거 같군.’

한성태의 장점은 명확하다.

한국선수이면서도 155㎞의 강속구를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구속만 빠른 게 아니라 볼의 회전력이 좋아 구속 대비 구위가 더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기에 한성태 선배의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거란 평가가 지배적이지.’

직접 받아본 감상 역시 비슷했다.

한성태의 공은 분명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다.

문제는 본인이 지출할 의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지만 말이다.

‘이런 선수도 있는 법이지.’

사람이라고 모두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건 아니었다.

환경이 바뀐다는 걸 싫어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한성태는 그런 사람이었다.

가족들과 지금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공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진 알게 되겠지.’

수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인에서 아웃으로.’

코스를 정해주고.

‘슬라이더.’

구종을 결정했다.

고개를 끄덕인 한성태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킥킹에 이어 스트라이드 뒤이어 몸을 회전시켜 그대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배터박스의 앞에 섰다는 건 포심 패스트볼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도였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평소보다 판단을 일찍 내린다는 소리였다.

타닥!!

예상은 적중했다.

후웅!!

바비 위트 주니어의 스윙 타이밍은 평소보다 빨랐다.

짧은 스트라이드와 함께 하체를 고정시키고 뒤이어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한성태가 던진 공을 그대로 날려보내겠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휘릭!!

그 순간 공의 궤적이 변했다.

마치 부메랑처럼 변화한 공이 배트를 피해 도망쳤다.

뻐억!!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원!”

-헛스윙입니다! 바비 위트 주니어의 헛스윙을 유도해내는 한성태 선수의 슬라이더!

-초구를 패스트볼이 아닌 슬라이더로 던져 바비 위트 주니어의 헛스윙을 만들어냈습니다!

-이게 바로 한국의 에이스 한성태 선수의 변화구입니다!

한성태의 패스트볼은 분명히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한 팀이자 한 국가의 에이스를 맡기 위해서는 단순히 하나의 공이 좋아서 맡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한성태 선배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공을 잘 던진다는 점이지.’

대부분의 프로선수가 주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1, 2개의 공을 더 주무기로 삼을 정도로 잘 던졌다.

하지만 한성태는 던질 수 있는 5개의 구종이 모두 A등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무엇보다 언제 어느 때건 그 공들을 자신의 의지대로 던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수호 입장에서는 공을 배합하는데 있어서 매우 편했다.

‘다음에는 몸쪽에 붙는 패스트볼.’

무엇보다 한성태는 수호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보였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수호에게 의구심을 보냈다.

하지만 수호와 한 팀에서 지내며 그의 행동과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 등에 매료되었다.

특히 수호가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모습에서 많은 점수를 땄다.

한성태 본인 역시 그러한 자세로 야구에 임했기 때문이다.

‘그런 네가 요구한 공이라면 그게 정답이겠지.’

절대적인 믿음이 있기에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호가 요구하는 공을 던졌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2구는 155㎞의 강속구가 몸쪽을 강하게 찌릅니다!

-바비 위트 주니어가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아주 좋은 공이었습니다!

-한수호 선수와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는 한성태 선수지만, 아주 찰떡호흡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활약은 무척이나 좋았다.

하지만 바비 위트 주니어 역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였다.

쐐애애액-!!

한성태가 던진 3구를 그대로 노려서 밀어쳤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삼유간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가 내야를 막 벗어나기 직전이었다.

퍽!!

촤아아악-!!

몸을 날린 김규성이 그런 공을 낚아챘다.

그리고 그라운드 위를 미끄러진 그가 몸을 일으켜 곧장 1루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뻐어억!!

“아웃!!”

-아웃입니다!! 복귀한 김규성이 화려한 수비로 첫 타자 바비 위트 주니어를 돌려세웁니다!!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국가대표 유격수 김규성 선수!! 역시 대단합니다!!

부상으로 복귀한 김규성의 활약에 경기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초반 분위기가 확실하게 한국에게 기우는 게 느껴졌다.

그것을 증명하듯 두 번째 타자 역시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한성태는 아주 좋은 감을 이어갔다.

그러나 거구의 사내가 타석으로 들어서자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던 목소리가 일순간에 잠들었다.

“애런 저지다!!”

“심판을 내려!!”

“너만 믿는다!!”

경기장을 찾은 미국 국민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애런 저지에게 쏟아졌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 애런 저지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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