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231화 (230/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31화

    한국과 캐나다의 경기가 이어지고 있는 사이.

    이번 대회의 우승 후보들인 미국과 일본 역시 경기를 시작했다.

    딱!!

    -때렸습니다! 트라웃의 이번 타구, 좌중간을 가릅니다!! 2타점 2루타를 작렬하는 마이크 트라웃!

    -선수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마이크 트라웃! 하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전설이 된 선수, 마이크 트라웃이 이끄는 미국 대표팀은 초반부터 점수를 내면서 4강을 위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본대표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타니 쇼헤이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슈퍼스타 오타니의 등장은 경기장을 들끓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화려한 실력으로 그런 환호에 보답했다.

    딱!!

    -때렸습니다!! 우익수 키를 넘어 날아간 타구가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홈런을 기록하는 오타니 쇼헤이!!

    오타니의 홈런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한 일본대표팀, 거기에 후속 타자로 나온 스즈키 슌타로가 열기를 더했다.

    스윽-

    -아아-! 스즈키 슌타로가 예고 홈런을 선언합니다!!

    -한 차례 실패했고 거기에 빈볼까지 맞았던 스즈키 슌타로 선수지만, 자신의 기조를 꺾지 않는군요.

    일본대표팀의 문제아 슌타로는 예고 홈런을 선언하면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렇게 집중력을 높인 그가 결정을 내린 건 3구였다.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타구, 왼쪽 펜스를 넘어갑니다!! 예고 홈런을 성공시키는 스즈키 슌타로!!

    -백투백 홈런으로 일본이 기선 제압에 성공하는군요.

    문제아지만, 실력은 확실한 스즈키 슌타로였다.

    * * *

    수호의 쓰리런으로 선취점을 잡아낸 한국이지만, 게레로 주니어의 투런포로 인해 아슬아슬한 1점 차 리드로 경기를 이어나갔다.

    초반 강렬했던 두 팀의 공격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다시 불을 지필 선수가 타석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성훈 선수의 안타로 1사 1루의 찬스에서 한수호 선수가 타석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의 등장에 경기장이 들썩였다.

    “수호야!! 한 방 날려라!”

    “너만 믿는다!”

    “2연타석 홈런 가즈아!!”

    팬들이 환호를 질렀다.

    잠잠했던 경기장에 다시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 달리 캐나다 더그아웃은 조용했다.

    그리고 포수가 고개를 돌려 더그아웃에 있는 머시 감독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머시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게 뭔가요? 갑자기 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설마……!

    해설진이 놀라고 있을 때.

    머시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와 구심에게 수신호로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자 구심이 심판존을 벗어나 1루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 고의사구입니다!

    -캐나다 대표팀이 결국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합니다!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나오네요.

    올림픽 본선 경기다.

    그런 곳에서 고의사구를 택한다는 건 자존심을 버렸다는 소리다.

    머시 감독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자존심보다는 승리를 택하겠다.’

    비난이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감내할 자신이 있었다.

    팀이 승리한다면 말이다.

    ‘조나단이 흔들릴 수 있겠지만…….’

    투수인 조나단은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거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지금도 마운드 위에서 당황하는 게 눈에 보였다.

    멘탈이 약한 그가 투수로 있는데도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멘탈이 흔들린다 하더라도 한국의 타자들은 조나단을 공략할 수 없다.’

    한국 타자들이 조나단을 공략하지 못할 거라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머시 감독의 생각은 정확히 적중했다.

    딱!!

    -4번 최영석 선수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가 거의 제 자리에서 잡아냅니다!

    -한가운데로 공이 들어왔지만, 최영석 선수가 제대로 된 타이밍을 잡지 못했습니다.

    -제구가 흔들리는 걸 봐서는 분명 고의사구 작전이 영향을 끼친 거 같지만, 공의 구속은 떨어지지 않아서 공략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방금 던진 공의 구속도 98마일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조나단은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제구에 영향을 끼칠 뿐, 구속에는 큰 영향이 가지 않았다.

    여전히 백 마일에 가까운 공을 던졌고 그 공들을 한국의 타자들은 공략하지 못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1사 1, 2루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한국대표팀! 한수호 선수의 두 번째 타석이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단순히 점수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캐나다가 수호를 봉쇄하는 작전으로 고의사구를 꺼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경기 전체에 먹구름을 끼게 만들었다.

    -수호 고의사구로 내보내니까, 아무것도 못 하네.

    -1사 1, 2루 찬스를 허무하게 날리네.

    -한국에 수호밖에 없냐?

    -공이 가운데로 오는데 왜 때리질 못하냐?

    -국가대표 명함 반납해라!

    -오늘 경기 이러다가 지는 거 아니냐?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호가 봉쇄되었다는 사실에 팬들의 걱정이 높아져만 갔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가중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딱!!

    -때렸습니다!! 주니어는 배트를 던졌습니다!!

    게레로 주니어의 두 번째 타석.

    그와의 승부를 택한 임민태였지만, 주니어에게 던진 4구가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그의 먹잇감이 되었다.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홈런!! 동점포를 터뜨리는 게레로 주니어입니다!!

    게레로 주니어의 두 번째 홈런이 나오면서 경기가 리셋됐다.

    * * *

    대한민국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호에게 너무 의지한다는 점이었다.

    -사실상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의 전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음.

    -이전과 달라진 거라곤 수호 한 명의 합류밖에 없긴 하지.

    -한 마디로 수호만 봉쇄하면 끝이긴 함.

    -다른 나라가 그걸 하지 않은 건 자존심 문제였지.

    -자존심을 버린 캐나다가 그걸 해버리네.

    대한민국 대표팀이 8강까지 올라오면서 올린 점수는 총 31점이다.

    이중 수호가 올린 타점이 무려 25점이란 걸 감안하면 그의 공격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즉, 그를 봉쇄하면 경기를 잡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걸 하지 않은 이유는 명백했다.

    국제대회에서 고의사구로 내보낸다는 건 자존심을 버린다는 의미였다.

    자신들이 최고라 생각하고 뛰는 경기이니만큼 그런 선택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는 그걸 감수하고 수호를 내보내는 선택을 내렸다.

    -이게 야구냐!!

    -진짜 치사하다.

    -고의사구라는 게 왜 필요하냐?

    -이건 말도 안 됨.

    라이트한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전술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드팬들의 경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의사구가 뭐 어때서?

    -이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쓸 수 있는 작전이지.

    -당연한 걸 가지고 이상한 소리들 하네.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건 캐나다도 리스크를 감수하는 거임.

    -뭐라 할 이유가 없지.

    이러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경기는 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수호를 계속 고의사구로 내보낸다면 우리 역시 게레로 주니어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면 될 일이긴 하다.’

    양대호 감독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수호라는 타자를 봉쇄시킨 캐나다의 작전은 훌륭하다.

    자신 역시 캐나다의 감독이었다면 이런 작전으로 나갔을 것이다.

    물론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유는 간단했다.

    ‘머시 감독은 이후의 비난도 감수하고 이번 작전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의 이런 결단력은 존경해야 해.’

    외부는 물론이거니와 자국 내에서의 비난 역시 클 게 분명했다.

    정당한 승부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니 말이다.

    머시 감독은 그러한 리스크를 짊어지고 작전을 내린 것이다.

    ‘주니어를 고의사구로 내보낼 순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가장 큰 차이점은 여기에 있었다.

    한국 타선의 가장 큰 힘은 수호에게서 나온다.

    그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70퍼센트 이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캐나다는 다르다.

    주니어가 분명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우리가 수호에게 기대고 있는 반면 캐나다는 주니어가 없더라도 충분히 강하다.’

    게레로 주니어는 분명 훌륭한 선수다.

    캐나다 역시 그에게 많은 걸 기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없더라도 캐나다는 충분히 점수를 낼 수 있고 우승전력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주니어의 차출에 부정적이었다.

    물론 엄청난 여론과 함께 본인의 강한 의지로 출전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말이다.

    ‘우리가 주니어를 내보낸다 하더라도 후속 타자들을 효율적으로 잠재울 수 있을 거란 장담을 할 수 없다. 오히려 사기가 크게 꺾이면서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기는 야구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었다.

    사기가 오른 팀은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경기를 이기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게 한 번 꺾이면 역전의 찬스를 살리지 못한다.

    오히려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 어렵게 흘러갈 수 있었다.

    ‘전략 전술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선수들이 스스로 이 상황을 이겨내길 기다려야 해.’

    양대호 감독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이 이겨내길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선수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냈다는 건 결국 녀석만 막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젠장…… 우리를 이런 식으로 취급한다 이거지?’

    ‘반드시 이겨주겠어!’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의욕을 불태웠다.

    그들 역시 바보가 아니었기에 캐나다 대표팀의 생각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한 방을 먹여주고 싶었다.

    그건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를 졸로 보지 말라고.’

    ‘다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수호 한 명에게 기대는 팀이 아니야.’

    ‘죽을힘을 다해 막아주겠어.’

    타자들이 점수를 내주길 기다리면서 투수들 역시 어떻게든 버틸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선수가 있었다.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건 바로 수호였다.

    자신을 봉쇄시킨 캐나다의 작전은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생각보다 늦게 나온 거지.]

    [1회부터 나왔어도 이상할 게 없었지.]

    [오히려 이전 경기들에서 안 나온 게 신기한 거임.]

    레전드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만약 그들이 지도자였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냈을 것이다.

    [그만큼 너라는 존재가 한국 대표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단 사실이지.]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한국은 8강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거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절 고의사구로 내보낸다면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 캐나다를 괴롭혀야겠네요.’

    [정답.]

    [야구에는 홈런이 전부가 아니지.]

    [네가 제대로 달리기 시작하면 쟤들 머리 아플 거다.]

    수호가 메이저리그를 평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홈런을 많이 때리기 때문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수호의 홈런을 염려해서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수호의 발야구에 있었다.

    [달리고 와라.]

    빌리 해밀턴의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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