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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30화 (229/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30화

타석에 들어선 수호의 집중력이 올라갔다.

‘차우식 선배는 분명 내 조언에 따라 안타를 때려냈다. 대단한 사람이야. 그걸 말해줬다고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니.’

조언을 해주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이가 어린 후배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차우식은 달랐다.

자신의 말을 귀담아들었고 그걸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자신도 상급자의 자리에 있었기에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고마웠다.

‘선배도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회를 그냥 놓칠 순 없지.’

선배들이 만들어준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조나단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기회였다.

[흔들릴 때 최대한 흔들어야 한다.]

[선발투수를 빨리 내리게 하는 것도 팀이 이길 수 있는 지름길이야.]

[여기에서 한 방 날리자.]

레전드들의 말에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 결과 그는 서서히 영역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후우…….”

호흡을 내뱉은 그의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이 어둠에 물들고 홀로 영역 안에 서 있었다.

그때 사인을 교환한 조나단이 세트포지션에 이어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콰직!!

스트라이드로 내디딘 발이 마운드 위에 단단히 고정되고 몸이 빠르게 회전했다.

휘릭!!

하체부터 시작된 회전력이 상반신을 지나 팔로 이어졌다.

조나단은 평균보다 더 긴 리치를 이용해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 그대로 공을 던졌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이성훈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제구력도 제대로 잡혀 있었다.

아마도 감독의 이야기에 스스로 냉정을 찾은 거 같았다.

몸쪽을 강하게 찔러오는 공을 확인한 수호가 다리를 내디뎠다.

‘아무리 빠르더라도…….’

콰직!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킨 그의 시선이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주시하고 있었다.

‘결국 포심이다.’

휘릭!!

그의 몸이 빠르게 회전하며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포심 패스트볼은 야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공이었다.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구종을 통틀어 가장 빠르고 강하다.

하지만 단조로운 움직임으로 인해 그걸 노리고 때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투수들은 구속을 높여 공을 때리는 걸 어렵게 만들었다.

백 마일이 넘는다면 인간의 동체 시력으로는 제대로 보는 것조차 어렵다.

거기에 백 마일이 넘는 공이 미트에 도달하기까지 그걸 보고 반응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예측한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수없이 반복훈련을 통해 가능하게 만들었다.

후웅!!

수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백 마일의 공을 가장 잘 때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예측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의 통찰력은 일반인을 가볍게 넘어서고 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가상의 세계에서 공의 궤적을 그려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순간 공이 테일링 된다.’

몸쪽을 파고드는 공이 흔들리는 걸 확인한 수호는 배트의 궤적을 미세하게 조절했다.

그리고 그의 예측대로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흔들리며 스윗스팟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이미 스윙의 궤적을 미세수정한 그의 배트는 공을 놓치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공이 맞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백 마일이 넘는 공을 때렸음에도 손에서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대로 때렸다는 소리였다.

그걸 느낀 수호는 마지막까지 팔로스로를 돌린 배트를 그대로 던졌다.

휘릭!!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고!!

배트를 던진 수호가 고개를 들어 타구를 바라봤다.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타구를 보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타구는 넘어갔습니다!! 쓰리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손을 번쩍 들어 자신의 홈런을 자축합니다!!

한국이 선취점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 * *

시원한 한 방이 나왔다.

-역시 한수호!

-이번에도 홈런으로 시작하는구나.

-크으-! 이걸로 전 경기 홈런 행진이네.

-7호 홈런 작렬!!

-국제대회에서 이런 기록이 가능하구나…….

-한수호는 한수호였다.

-이번 올림픽 우승각 섰다!

-이걸로 4강 진출이네.

경기를 보는 네티즌들이 승리를 장담했다.

1회부터 터진 3점 홈런은 그들의 묵은 체증을 내려가게 만들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마운드는 불안했고 타석에서는 결정력을 발휘해 주는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수호의 합류로 타석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는 매 순간 결정력을 발휘해 주면서 점수를 해결해 주었다.

그 결과 한국대표팀은 언제나 선취점을 올리면서 경기를 시작하는 일이 많았다.

이게 마운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오늘도 점수가 올라가 있군.’

캐나다와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임민태는 점수가 올라가 있는 전광판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던지는 데 마음이 편하지.’

선발투수로서 마운드에 올랐을 때 점수가 올라가 있으면 편안해진다.

이게 투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 결과 임민태는 첫 타자를 가볍게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4구 만에 첫 타자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는 임민태 선수!

-오늘도 상당히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 베테랑 임민태 선수입니다. 아주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설진이 보기에도 임민태의 투구는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상대는 메이저리그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캐나다 대표팀이었다.

딱!!

-때렸습니다! 2루수 옆을 지나가는 안타! 안타를 만들어내는 캐나다 대표팀!

-아~좋은 공이었는데. 타자가 기술적으로 때려내면서 안타를 만들어냈어요.

-게레로 주니어 앞에 주자가 나가게 되네요.

그리고 타석으로 거구의 사내가 들어섰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메이저리그의 전설이었던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은 선수다.

물론 차이는 있었다.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타격, 주루, 수비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발휘했던 선수였다.

특히 그는 거구이면서도 날렵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게레로 주니어는 딱 보기에도 근육질에 파워형 타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제 도루의 숫자는 아버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파워만큼은 달랐다.

-게레로 주니어의 파워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선수죠.

-맞습니다. 스치면 그냥 넘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파워는 상식을 넘어선 선수입니다.

우람한 몸통이나 팔뚝에서 나오는 파워가 인상적인 게레로 주니어였다.

특히 한 시즌 6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지구력까지 생기면서 괴물이란 표현이 잘 어울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파워만큼은 아버지를 넘어섰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임민태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저 녀석 앞에서 주자를 내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일어난 일이었고 자신이 해야 할 건은 어떻게든 주니어를 잡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김대웅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 녀석에게 한 방을 얻어맞는 순간 수호가 가져와 준 분위기가 다시 넘어가게 된다.’

3점의 리드는 그리 큰 점수가 아니었다.

상대가 따라오는 점수를 빠르게 낸다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가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사인을 교환한 임민태 선수, 1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게레로 주니어의 벼락 같은 스윙!! 그리고 주니어가 배트를 던졌습니다!!

-아…… 넘어갔습니다.

-중앙 펜스를 그대로 넘어가는 홈런입니다! 투런포를 작렬시키는 게레로 주니어! 임민태 선수가 게레로 주니어를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게레로 주니어의 괴력이 폭발했다.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비거리의 타구가 만들어졌다.

이런 홈런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파워에 질릴 정도였다.

투런포를 작렬시킨 주니어가 1루를 돌아 2루에 도달해 수호의 옆을 지나가면서 말했다.

“경기는 이제 막 시작됐어.”

그의 선전포고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또 달아나 줄게.”

“기대하지.”

잠깐 지나가는 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전의를 불태웠다.

* * *

스코어 3 대 2.

1회부터 2개의 홈런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수호가 때리니까 주니어도 바로 홈런을 때려 버리네.

-얘네들은 무슨 홈런이 이렇게 쉽냐.

-지금은 홈런의 시대입니다.

-아무리 임민태라지만, 주니어를 막을 순 없구나.

-쟤는 진짜 괴물이라니까.

-장외홈런 나오는 줄.

게레로 주니어의 엄청난 홈런은 분위기를 원래대로 돌리는 데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홈런 덕분에 조나단이 다시 안정을 찾았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조나단 선수 오늘 경기 4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2회를 무실점으로 마감합니다!

-조나단 선수의 피칭이 다시 안정을 찾았습니다.

-주니어의 홈런이 그를 안정시키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나 싶네요.

조나단이 연달아 강속구를 던지면서 한국대표팀의 타선을 잠재웠다.

-조나단 개쩐다…….

-백 마일 공을 뭐 이리 쉽게 뿌리냐.

-우리나라 타자들은 무슨 선풍기냐?

-공을 건들지도 못하네.

-솔직히 저런 공을 건드는 건 쉽지 않을 듯.

-1회에 어떻게 점수 올렸냐?

-수호가 있었잖아.

-결국 수호가 나와야 한다는 거네.

오늘 경기의 핵심은 역시나 수호였다.

그리고 그는 공격에서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빛을 내고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

잘 맞은 타구가 수호의 머리 위를 막 지나가려는 순간.

수호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퍽!!

“아웃!!”

-자…… 잡았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점프 캐치로 안타성 타구를 잡아냅니다!!

-아~엄청난 호수비가 또 나왔습니다! 저런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정확한 타이밍에 점프해서 잡아내다니! 엄청납니다!

-한수호 선수가 정말 대단한 건 저건 정말 어려운 수비거든요. 그런데 마치 숨쉬듯이 편안하게 해낸다는 점입니다.

-유격수로 나서기 시작한 한수호 선수! 이번 대회 하이라이트로 몇 번의 호수비를 만들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수호의 호수비로 임민태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퍽!!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임민태 선수가 오늘 경기 두 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며 2회를 마감합니다!

-한수호 선수가 안타성 타구를 지워내면서 안정을 찾은 임민태 선수가 환상적인 투구로 캐나다의 타선을 침묵시킵니다!

두 팀의 선발투수들은 1회 점수를 내준 뒤로는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나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사람들은 결국 두 선수가 다시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3회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3회가 분수령이 되겠네.

-수호나 주니어 둘 중 한 명이 또 사고를 쳐야 된다는 소린데.

-어쩔 수 없겠네.

-두 선수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음.

-둘 모두 어나더 클래스임.

메이저리거들이 다수 포진해 있지만, 두 선수는 메이저리거 중에서도 특별한 선수들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두 사람의 타석을 기다렸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의  감독 머시가 포수인 라이언을 불렀다.

“예, 감독님.”

“수호의 다음 타석에서 그를 고의사구로 내보낸다.”

“예? 하지만…….”

라이언의 시선이 조나단에게 향했다.

머시도 그의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팀의 승리가 우선이야.”

그의 한마디에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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