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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29화 (228/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29화

    8강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 수호와 게레로 주니어의 홈런 대결이었다.

    -둘 중에 누가 더 많은 홈런을 때릴까?

    -한 경기니까. 누가 먼저 홈런을 때리냐로 갈리지 않겠음?

    -게레로 주니어도 요즘 폼 미쳤던데.

    -얘는 진짜 타고난 괴력이라 언제 넘겨도 이상할 게 없지.

    -괴력이라면 수호가 사실상 더 쩔지 않냐?

    -진짜 동양인이 이런 파워를 내는 건 하늘이 내린 재능이지.

    두 나라의 대결이었지만, 사실상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홈런을 날리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1회부터 경기에 집중했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언제 홈런이 터지면서 상대에 대한 기선제압에 성공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먼저 기선제압에 성공해야 한다.’

    ‘점수를 내는 쪽이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다.’

    많은 이들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지만, 두 선수는 긴장하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면 서로를 향해 집중하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의 기대를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결국 너와 내가 결정하게 된다.’

    ‘작년 홈런 더비에서 너한테 진 복수를 해주겠어.’

    게레로 주니어는 수호와의 홈런 더비에서 패배했다.

    특히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그에게 내준 것이 뼈아팠다.

    그 기록만큼은 깨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그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화끈하게 복수해 주겠어.’

    괴물이란 타이틀을 다시 가져올 생각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견제를 하고 있는 동안 경기가 진행됐다.

    -한국대표팀의 공격으로 시작됩니다! 1번 타자 차우식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번 대회 0.314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차우식 선수!

    -컨디션이 상당히 좋습니다. 한수호 선수와 호흡도 잘 맞아서 내야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차우식이 타석에 섰다.

    ‘상대는 메이저리거다.’

    그의 시선이 마운드에 있는 캐나다의 선발투수 조나단에게 향했다.

    조나단은 블루제이스 소속의 선발투수였다.

    3선발을 맡고 있으면 최고구속 103마일을 뿌리는 강속구 투수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2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1실점을 기록하는 동안 탈삼진을 무려 20개를 잡아냈다.

    -조나단 선수가 기록한 탈삼진 20개 중 포심 패스트볼로 잡아낸 것이 무려 14개에 달하네요.

    -본인 역시 강속구에 대한 강점이 있다는 걸 알고 그걸 결정구로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운드에 있는 조나단을 바라보며 차우식이 집중력을 높였다.

    그런 차우식을 바라보던 조나단이 사인을 교환하고 초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1구부터 구속이 99마일이 찍힙니다! 차우식 선수는 꼼짝도 못 합니다!

    -와…… 99마일이라니. 정말 엄청납니다. 차우식 선수 입장에서는 공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차우식이 느낀 감정은 달랐다.

    ‘공이 마치 멈춰있는 거 같았는데…….’

    분명 공이 눈에 보였다.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다음 순간에 공이 미트에 꽂혀 있었다.

    ‘이런 공을 어떻게 때리라는 거지?’

    눈에 보이지 않는단 의미보다는 공이 다가오는 걸 느끼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멈춰있다가 보니 미트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가장 기초가 되는 포심 패스트볼이 이렇게 보니 마구처럼 느껴졌다.

    그때 불현듯 수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미리 예측을 하라고 했지.’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가 이 타이밍에 이런 공을 던질 것이다.

    그런 예측이면 충분하다는 말이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으면…….’

    “빨리 타석에 들어와.”

    그때 구심이 차우식을 불렀다.

    최근 경기의 템포가 빨라지면서 선수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짧아졌다.

    어쩔 수 없이 차우식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라는 거야?’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기에 차우식은 타석에 서서 생각을 계속 이어나갔다.

    ‘지금은 변화구를 던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두 번째 공 역시 포심 패스트볼입니다! 이번에는 100마일이 찍힙니다!

    -이 선수에게 100마일은 평균구속처럼 느껴집니다.

    100마일을 원할 때마다 던질 수 있는 투수.

    그게 조나단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로켓맨이란 별명을 얻었다.

    과거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였던 로저 클레멘스의 별명을 그에게 붙인 것이다.

    로저 클레멘스는 미첼 리포트를 통해 약물복용 의혹을 받았다.

    비록 무죄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꼬리표가 붙어 있는 상태였다.

    팬들은 그러한 로저 클레멘스의 로켓맨이란 별명을 조나단에게 주었다.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단 이유였다.

    그리고 조나단은 그 별명대로 로켓처럼 공을 뿌려댔다.

    ‘공격적인 투수라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어.’

    차우식은 조나단의 성향이 공격적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기에 3구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어쩌면 이번에도 바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하지 않을까?’

    정석대로라면 여기에서 변화구를 던져 완급조절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조나단이 왜인지 허를 찌를 거 같았다.

    데이터가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그동안 야구를 해오면서 생긴 일종의 감이었다.

    ‘2구는 바깥쪽으로 들어왔다. 그럼 몸쪽으로 던져서 체감구속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커.’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조나단이 던질 공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물론 정답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상관없다고 했었다.

    ‘실패한다면 데이터가 쌓이는 거에 만족하라고 했었지.’

    수호의 말을 곱씹은 차우식이 타격자세를 취했다.

    ‘예전에 우리 코치님이 이야기해 줬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아직 2군에서 머물던 시절에 차우식은 포텐셜이 높은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포텐셜이 터지지 않으면서 팀 내에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그런 차우식의 포텐셜이 터지기 시작한 건 당시 타격코치였던 이두성의 한 마디 덕분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 말을 떠올린 차우식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투 스트라이크로 궁지에 몰린 차우식 선수! 조나단 선수는 그런 차우식 선수를 상대로 어떤 공을 던질지! 사인을 교환한 그가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다리를 차올린 조나단이 스트라이드에 이어 공을 뿌렸다.

    -3구 던졌습니다!!

    쐐애애애액-!!

    공은 몸쪽으로 강하게 붙어 들어왔다.

    차우식의 눈에는 그런 공이 순간 멈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는 스트라이드에 이어 간결하게 배트를 돌렸다.

    몸쪽에 붙어 돌아간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막 지나가는 순간, 공이 배트의 궤적으로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배트가 이미 그곳을 가로막고 있었기에 통과하진 못했다.

    딱!!

    -때렸습니다!!

    손에 맞는 순간 손바닥이 찢어질 거 같았다.

    하지만 차우식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배트를 돌렸다.

    그렇게 날려 보낸 타구가 1루수 키를 넘어 날아갔다.

    -내야를 벗어난 타구!! 우익수 앞에 떨어집니다!! 조나단 선수의 101마일 광속구를 때려낸 차우식 선수!

    -이 선수가 바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리드오프입니다!!

    -이야~101마일의 공을 때려내다니! 차우식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1루에 도착한 차우식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 모습에 대한민국 대표팀의 더그아웃이 들썩였다.

    “멋지다! 차우식!!”

    “잘 생겼다!!”

    “와~! 그걸 어떻게 때렸냐?!”

    박수를 보내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수호가 대기 타석으로 들어섰다.

    ‘1회부터 주자가 쌓인다면 땡큐지.’

    [ㅇㅈ]

    [주자 쌓이면 결국 캐나다도 너와 승부를 할 테고.]

    [애초에 본선에 진출한 애들이라 중요한 순간 아니면 너랑 승부를 피하려고 하지 않을걸.]

    [자존심 문제지.]

    이번 대회에는 메이저리거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메이저리그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답게 그들의 프라이드는 대단했다.

    아무리 수호가 괴물 같은 선수라 하더라도 피하고 싶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벤치에서 사인이 나온다면 어쩔 수 없이 따르겠지만, 선수 본인을 생각한다면 승부를 하려 할 것이다.

    [벤치도 함부로 고의사구를 내보내긴 힘들지.]

    [박빙의 상황에서 그러면 전략의 하나로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승부를 피한다고 현지에서도 욕먹을 듯.]

    [무엇보다 선수단의 사기도 생각해야 하고 말이야.]

    고의사구는 저 선수를 우리가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나오는 작전이었다.

    당연히 선수단의 사기가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지도자들 역시 수호를 무작정 고의사구로 내보낼 수 없었다.

    [여기에서 이성훈이 출루만 성공시켜주면 베스트겠네.]

    타석에 들어선 이성훈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우식이 녀석, 공을 정확히 노려서 때렸다. 수호의 조언을 제대로 이해했나 본데.’

    강속구를 노리고 때리는 건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결과가 잘 나왔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되리란 보장은 없었다.

    어쨌건 지금은 결과가 좋았기에 이성훈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떠올렸다.

    ‘나도 그냥 있을 순 없지. 반드시 출루에 성공하겠어.’

    1회부터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 연결고리를 끝내줄 선수는 자신이 아니라 수호였다.

    ‘조나단은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았기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조나단은 차우식을 그리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을 거다.

    가볍게 돌려세우고 수호와의 승부를 생각했을 터였다.

    하지만 불의의 일격을 맞았고 그 사실은 아직 젊은 조나단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을 거다.

    ‘스트라이크존을 좁힌다.’

    그리고 이런 이성훈의 생각은 정확히 현실로 나타났다.

    뻐어억-!

    “볼, 쓰리.”

    -세 개의 공이 연달아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납니다! 아주 미세하게 벗어나는 공들에 이성훈 선수는 배트를 돌릴 생각이 없네요!

    -아마도 차우식 선수에게 안타를 허용한 것이 조나단 선수의 멘탈에 충격을 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조나단이 아직 3선발에 머물고 있는 이유였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홈런이나 안타를 허용하면 급격하게 흔들리는 멘탈이 문제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같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이성훈은 잘 알고 있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스트레이트 볼넷입니다!! 이성훈 선수까지 연속출루에 성공하면서 무사에 주자 1, 2루의 찬스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대표팀!

    완벽한 찬스가 찾아왔다.

    -그리고 타석으로 괴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대기 타석에서 걸어오고 있는 한수호를 비추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에 오른 한수호 선수가 무사 1, 2루의 찬스를 해결하기 위해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캐나다 대표팀은 1회부터 바빠졌습니다.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와 조나단 선수를 안정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조나단과 대화를 나누고 내려가는 캐나다의 감독 머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필 수호의 앞에 이렇게 주자가 나가다니…….’

    그렇다고 1회부터 수호를 그냥 내보낼 순 없었다.

    무사 만루의 찬스를 내준다면 기세가 올라간 한국 대표팀이 대량득점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나단이 수호를 잡아주길 바라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조나단을 믿는 방법밖에 없었다.

    준비가 끝난 두 선수가 각각 마운드와 배터박스에 섰다.

    -한수호 선수의 첫 번째 타석이 시작됩니다!!

    사인을 교환한 조나단이 고개를 끄덕이고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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