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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28화 (227/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28화

김중호와 마주한 수호는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다.

‘날 따로 불러낼 정도면 무슨 이야기일까…….’

[대회 열심히 하라는 거 아님?]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

[저 말밖에 없긴 하지.]

레전드들의 생각과 수호는 비슷했다.

하지만 김중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소 의외였다.

“한수호 군. 자네에게 궁금한 게 있어서 이렇게 따로 자리를 마련했네.”

“궁금한 거요?”

“나는 이번 대회에서 자네와 다른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서 왜 이렇게 많은 차이가 벌어졌는지 궁금했네.”

그의 말을 들은 수호는 그가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이야기의 흐름이 예측한 대로 흘러갔다.

“기본적으로 재능의 차이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든 걸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네. 간단히 일본만 하더라도 우리와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크게 벌어졌지.”

과거 한국과 일본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비등한 실력을 유지했다.

물론 인프라가 다르고 고교야구의 수준을 본다면 한국이 뒤떨어졌다.

하지만 최상위권 선수들의 경우 실력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한국야구는 점점 일본에 뒤처지더니 이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차이가 발생했다.

“그런 순간에 등장한 게 자네였지. 마치 영웅처럼 등장해서 한국야구를 구원하고 있어. 이제는 다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 됐네.”

수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등장으로 한국야구가 우승전력이 됐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이걸 굳이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이전의 삶에서는 내 공로를 애써 부정하고 그랬지.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오랜 회사생활을 하고 느낀 거지만, 굳이 자신의 공을 부정할 필요는 없단 점이다.

한국에서는 겸손이라 표현했지만, 미국에서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자네에게 궁금한 건 한국야구가 어떻게 변화하면 자네 같은 선수를 배출할 수 있을지 의견이 있는지 궁금하네.”

김중호의 나이는 70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정정하지만, 자신의 고집이 있을 나이였다.

그리고 한국의 문화에선 연장자가 나이 어린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김대웅이 처음 조언을 구할 때 얼마나 놀랐던가?

그런데 이번에는 김중호라니.

한 단체의 총재인 그의 말에 수호는 어리둥절했다.

[놀라워할 필요 없다.]

[지금 네 입지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지금의 너라면 한국의 총재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와서 의견을 물어야 하는 입장이야.]

[한국을 무시한 건 아니지만 KBO의 총재가 물어보는 게 놀라울 일은 아니지.]

레전드들의 설명에 수호는 아직 자신이 완전히 겸손을 버리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긴 선수의 나이는 크게 의미가 없다.

이미 업적을 달성했고 그가 남긴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총재가 의견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수호는 쓸데없는 생각을 접어두고 총재의 말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작년에 저는 친구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떠났습니다.”

“음, 알고 있네. 분명 지금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임광호 그 친구도 자네와 함께 훈련했지?”

“예.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는 한국야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질적인 문제점?”

“훈련이 너무 주먹구구식입니다. 선수들마다 개성이 있고 성향이 다릅니다. 그리고 체형 역시 모두 다르기에 각자의 개성을 살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야구는 모든 걸 통일하고 싶어 합니다. 마치 군대처럼요.”

“음…….”

김중호는 물론 이두성과 김민재 모두 얼굴이 굳어졌다.

수호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사실을 직면한 그들로서는 가슴이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스포츠부는 기본적으로 군대식이 많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시키면 선수는 따라야 하죠. 본인이 개성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선수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시스템이 필요한 법이야.”

“맞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과거의 시스템에 목을 매달고 있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시스템이라고?”

“메이저리그는 2010년대부터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본격적으로 훈련에 정착하면서 선수들의 구속이 크게 상승했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구속은 2000년대에서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평균 3마일가량이 증가했다.

그리고 2020년대에는 다시 2마일이 증가하면서 평균 구속이 95.3마일이 되었다.

반면 한국야구는 평균 구속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미 한계라 불릴 정도로 수준이 높았던 메이저리그의 평균 구속은 크게 증가한 반면 한국야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요.”

“그게 시스템의 문제다?”

“맞습니다. 현장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정착하지 못한다면 한국야구는 계속 과거에 머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일본은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역시 현장에서 시스템이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타니의 등장으로 강속구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면서 시스템이 발전했죠.”

오타니라는 슈퍼스타는 일본의 시스템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 오타니의 등장 이후 일본에서는 160㎞를 넘기는 투수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정말 재능 넘치는 투수들이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할 구속이었다.

“현장의 시스템을 바꾸어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한국야구의 발전은 어려울 겁니다.”

“음…… 하지만 시스템을 발전시킨다는 게 어려운 일이군.”

“제 생각에는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에게 먼저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지도자들에게?”

“예. 지도자들은 기본적으로 계약직입니다. 심지어 감독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죠. 언제 잘릴지 모르기에 변화보다는 현재에 머물러 있고 싶을 겁니다.”

수호의 말에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덧 세 사람은 수호의 언변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이 친구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진중함과 생각을 가지고 있어.’

김중호는 그런 수호를 보며 감탄했다.

저 나이에 가질 수 없는 생각들을 말하는 그를 보며 김중호는 많은 걸 떠올리고 있었다.

“현장이 안정되면 그들 역시 변화를 꿈꿀 수 있을 겁니다. 그전에 먼저 진행되어야 할 문제는 역시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하는 거겠죠.”

“확실히 그 문제는 어려운 문제지.”

“학연 지연에 계속 목을 매달고 있으면 한국야구는 발전하기 어려울 겁니다. 협회가 나서서 근절해야 합니다. 한 번 어기면 두 번 다신 야구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막으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음…….”

“물론 저는 의견을 말하는 입장이라 현장의 어려움을 모릅니다. 여러 장애물도 있겠죠. 하지만 한국야구가 발전하려면 이런 부분들은 감수하셔야 할 겁니다.”

수호의 말에 김중호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맞는 말이지. 맞는 말이야.”

마치 자책하듯 혼잣말을 하는 김중호를 보며 수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그가 해야 할 일이다.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지만, 이번 일을 해결할 문제는 한국야구를 이끄는 이들이 해야 했다.

그걸 세 사람도 알기에 수호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 *

8강이 확정되었다.

[한국대표팀의 다음 상대는 예상대로 캐나다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대표팀을 잡아낸 캐나다와 상대하게 될 한국대표팀!]

[사실상 한수호와 게레로 주니어의 대결로 좁혀지는 이번 8강!]

[과연 두 괴수의 승부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과 캐나다의 대진이 결정되면서 두 국가의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의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괴물 대 괴물이네.

-이 대결이 올림픽에서 나오는구나.

-두 사람의 홈런으로 승부가 결정될 듯.

-누가 더 많은 홈런을 때릴지가 관건이네.

-투수들이 벌써 불쌍하다.

두 타자의 대결은 홈런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실제 게레로 주니어는 5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수호는 6개를 때려내면서 홈런왕의 자리를 두고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이런 두 사람을 상대하게 될 투수들이 불쌍하다고 말하는 이유였다.

[한국대표팀 캐나다를 누르면 4강에서는 미국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팀을 꾸린 미국은 애런 저지를 앞세우면서 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미국을 상대하게 될 팀은 푸에르토리코였다.

다수의 메이저리그가 포진되어 있었지만, 아무래도 미국대표팀에 비해서는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미국 역시 승리를 확신할 순 없었다.

[호주대표팀을 만나게 된 일본대표팀! 한국이 일본과 만나려면 결승밖에 없다!]

운명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두 팀의 대진은 결승에서 만나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숙명의 한일전이라 불릴 정도로 특별한 이벤트로 불리는 두 팀의 대결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의 개최국인 미국은 반드시 결승으로 올라가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의 8강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는 푸에르토리코와의 경기에서 폭발했다.

딱!!

-때렸습니다!! 애런 저지가 배트를 던지고 타구는 우측 펜스를 넘어갑니다!! 1회부터 쓰리런을 작렬시키는 애런 저지!!

-미국대표팀의 화려한 올스타 멤버들이 1회부터 타격을 폭발시키고 있습니다!

1회부터 푸에르토리코를 압박하기 시작한 미국대표팀은 삽시간에 경기의 흐름을 잡아갔다.

타석에서는 애런 저지를 필두로 메이저리그 올스타급에 해당하는 선수들의 타격이 폭발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미국대표팀의 에이스이자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가드너가 호투를 이어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0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맥 가드너!! 완벽한 투구를 선보입니다!!

-아직까지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은 투타에서 모두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푸에르토리코를 완벽하게 누르고 있었다.

6회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미 경기의 흐름이 결정된 경기였다.

그리고 이런 경기를 보면서 한국야구 팬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거 캐나다 이겨도 문제네.

-이런 애들을 어떻게 4강에서 이기고 결승에 올라가냐?

-결국 한국은 4강에서 멈추는 거 아니냐?

-이길 수 있는 레벨이 아닌데……?

-미국 애들 진짜 이를 악물었네.

-개최국이란 점 때문에 진짜 이 악물고 경기에 임하는 듯.

미국의 엄청난 실력을 보면서 한국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4강을 말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한국과 캐나다의 올림픽 8강!! 오늘 경기에서 이기는 팀이 메달획득을 위한 4강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4강 진출을 위한 장애물인 캐나다를 넘기 위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에 잡히는 수호의 모습을 본 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꾸었다.

-미국이 무서워도 우리에겐 수호가 있다!!

-수호 가즈아-!!

-수호가 다 해결해 줄 거야!!

-캐나다부터 일단 작살내자!!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장에 들어선 수호가 유격수의 자리에 섰다.

-올림픽 8강! 지금 시작합니다!!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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