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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27화 (226/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27화

수호의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획득한 한국대표팀이지만, 이후 추가점수는 없었다.

최근 이런 모습이 자주 나오면서 매니악한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호 홈런!

-걔 홈런은 이제 놀랍지 않다.

-그런데 이성훈 앞에서 뻘짓한 거 아쉽네.

-더블플레이 아니었으면 3점인데.

-진짜 대표팀 타선은 수호 없었으면 식물인간이네.

-타격이 왤캐 답답하냐.

-수호 보는 맛에 야구 본다.

-이게 한국야구의 현실.

수호의 등장은 팬들에게 단비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가 활약할수록 대표팀의 민낯이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

실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김중호 총장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야구가 이 정도 수준이란 말인가…….’

상대 팀에 포진한 메이저리거를 만나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상태라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더라도 앞으로의 발전에 문제가 될 것이다.

“김 위원.”

“예, 총재님.”

김중호의 부름에 대답한 것은 KBO의 김민재 위원이었다.

그는 야구계의 전설 중 한 명으로 현역 시절 마무리투수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선수다.

얼마 전까지 해외에서 감독 생활을 하다 최근에 한국으로 입국, KBO에 들어와서 위원직을 맡고 있었다.

김중호가 가장 총애하는 인물이자 KBO의 실세 중 한 명이었다.

“자네가 봤을 때 한수호 선수와 우리 선수들의 차이가 뭐라 생각하는가?”

“재능의 차이입니다. 한수호 군은 규격 외의 선수입니다. 단순히 그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지. 하지만 그 역시 분명 같은 환경에서 야구를 했는데. 이렇게 다르다니. 무언가 다른 부분이 있을 거 같단 말이지.”

“그럼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시는 게 가장 빠르지 않겠습니까?”

“음, 역시 그러한가?”

“경기가 끝나고 잠깐 차나 마시면서 이야기나 하시죠.”

“그래야겠군.”

물론 수호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한국야구의 총재라지만, 국가대표에서 뛰는 선수와 대회가 진행 중일 때 만나서 이런 사담을 나누는 건 별로 좋지 않았다.

수호의 컨디션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에게 듣고 싶었다.

한국야구가 바뀌어야 되는 부분을 말이다.

‘변하지 않으면 결국 한국야구는 이런 도태되고 만다.’

김중호 총재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 * *

베네수엘라의 경기에서 수호의 활약은 계속됐다.

-1사 1루의 상황에서 선발투수 한성태 선수가 2구를 던집니다!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투수 직선타!! 글러브를 피해 뒤로 빠집니……!

2루 베이스 위를 지나는 타구에 모든 이가 안타를 생각했다.

그때 타구를 잡고 있는 카메라의 앵글에 수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퍽!!

수호가 글러브로 공을 잡아냈다.

하지만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계속 앞으로 이동했다.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차우식은 그런 수호가 몸을 돌려 공을 던질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수호는 그러지 않았다.

글러브를 그대로 등 뒤로 돌리면서 공을 토스했다.

차우식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보고 경악했다.

‘이런 식으로 공을 토스한다고?’

퍽!

“아웃!!”

공을 안전하게 잡은 차우식은 곧장 1루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퍽!!

“아웃!!”

-더블플레이입니다!! 한수호 선수의 엄청난 수비가 또 한 번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냈습니다!

-대단합니다! 한수호 선수가 뒤를 보지도 않고 차우식 선수에게 공을 토스했어요!

-또 한 번의 글러브 플립이 나왔네요!

경기를 해설하는 해설진은 물론 관중들도 경악하며 수호의 이름을 연호했다.

“지렸다!!”

“와…… 저걸 저렇게 잡는다고?”

“잡은 것도 미쳤지만, 등 뒤로 글러브 플립은 또 뭐냐?”

“안 보고 했는데. 공이 정확하게 날아가네.”

“등 뒤에도 눈 달렸냐?”

“한! 한! 한! 한!!”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수호에게 차우식이 물었다.

“글러브 플립을 어떻게 그리 잘하는 거야? 평소에 연습이라도 하는 거야?”

“그건 아니고요. 그냥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해봤는데 되네요.”

“와…… 나 야구 하면서 이런 어이없는 대답은 처음이네. 연성이 형, 들었어요? 될 거 같아서 했는데 됐다네요.”

“나도 내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걸 그냥 했다고?”

“이 녀석 진짜 재능충이라니까.”

“잘했다, 잘했어.”

주위를 지나가던 선수들이 수호의 엉덩이와 등을 치면서 한 마디씩 남기고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양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의 호수비가 나오면 팀의 분위기가 올라간다. 녀석은 실력으로도 중요한 선수였지만, 이제는 분위기 메이커로서 확실하게 팀에 자리를 잡았어.’

첫 국가대표 합류였지만, 수호는 실력과 인성 두 가지에서 모두 인정받으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고작 21살의 소년이 팀을 이끌고 있는 모습에 양대호는 수호의 앞날이 두려웠다.

‘앞으로 이 녀석이 야구계에 어떤 발자취를 남길까?’

그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은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수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이스 플레이였다.”

“감사합니다!”

짝!!

두 사람의 손이 마주치면서 청명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본선 첫 경기에서 수호의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모든 대회를 통틀어 가장 화려하면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 결과.

[대한민국 대표팀 강적 베네수엘라를 7 대 2로 잡아내고 8강 진출 확정!]

[대회 MVP로 뽑힌 한수호 4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을 8강으로 이끌다!]

[공격에서 빛났지만,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등장한 그의 호수비는 투수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힌 한수호 선수!]

한국이 베네수엘라를 잡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8강에 먼저 도착한 그들은 다음 상대를 기다렸다.

경기가 일찍 끝났기에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음 상대가 될 수 있는 캐나다와 이탈리아의 경기를 관람했다.

-캐나다가 6회 초, 1사 1, 2루의 찬스를 잡아냅니다. 그리고 타석에는 캐나다 대표팀의 주장이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작년 시즌 게레로 주니어는 메이저리그에서 65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본인의 괴력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4할의 타율과 3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한수호 선수에 이어 2위권에 랭크되어 있죠.

게레로 주니어의 등장에 선수들이 들썩였다.

“와…… 쟤는 진짜 괴물 같네.”

“머리도 레게 스타일이어서 뭔가 더 프레데터 닮았네.”

“그게 뭡니까?”

“응? 넌 프레데터 몰라?”

“얘네는 모를 세대지.”

“와…… 그 명작을 모르네.”

“어? 저는 압니다! 더 프레데터라는 영화 아닙니까?”

“그건 망작이야. 오리지널을 봐야 해! 오리지널!!”

최연성이 침이 튀도록 프레데터를 설파하고 있었지만, 임광호와 젊은 선수들은 그게 무엇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차우식이 수호에게 물었다.

“수호야, 너는 게레로 주니어랑 같이 경기도 뛰었잖아. 쟤 어떠냐?”

“괴물이에요. 파워 하나는 타고나서 스치면 넘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배트스피드가 워낙 빨라서 100마일의 공도 잘 때리고요.”

“으으…… 백 마일은 아직도 적응 안 되던데.”

“그런 공들을 어떻게 그리 잘 때리지?”

한국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강속구였다.

한국에서도 150㎞를 던지는 투수들이 간간이 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160㎞를 던지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선수들은 거기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유독 강속구 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궁금한 걸 참지 못하는 김대웅이 수호에게 물었다.

“수호야, 너는 어떻게 백 마일짜리 공을 그렇게 잘 때리는 거냐?”

“형, 얘 어차피 재능러라서. 그냥 쳤는데요. 이럴 거예요.”

“사실 우식 선배 말이 맞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비결이라도 있는 거야?”

“비결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백 마일의 공을 때리기 위해서는 제가 머리로 끊임없이 생각해야 해요. 이 타이밍에 패스트볼을 던지겠구나. 그리고 이전에 던졌던 공들을 복기하고 이번에 던질 코스를 예측하는 거죠.”

“그게 가능해? 아무리 복기를 한다지만, 시간이 촉박하잖아.”

올림픽은 메이저리그의 룰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제한이 있었는데, 투수와 타자에게 모두 해당되었다.

만약 시간을 끌거나 준비 자세에 들어가지 않으면 경고가 주어지고 누적되면 퇴장까지 당할 수 있었다.

즉, 타석에서 생각할 시간이 더욱 줄어들었다는 소리였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죠. 그리고 매 타임마다 생각하면 그렇게 부족한 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그게 정확한 건 아니잖아.”

“연성 선배의 말이 맞아요. 저도 정확한 답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맞으면 땡큐고 아니면 다음 기회를 노리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볼카운트가 몰리게 되는데? 불안하진 않아?”

“어차피 저 공을 내가 때리지 못하면 볼카운트 몰리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수호의 모습에서 차우식이 고개를 저었다.

“마인드가 아예 다르네.”

“그러게. 나는 불안해서 그런 게 잘 안 되던데.”

“한 번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요. 지금 하는 걸 두려워하면 이도 저도 안 되게 되더라고요.”

회귀를 하면서 수호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장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해보자고 생각한 것이 이번 삶의 모토였다.

“음…….”

“분명 맞는 말이지.”

수호의 말을 들은 대표팀 선수들은 무언가 생각이 깊어지는 모습이었다.

뭐라 더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였다.

“수호야, 잠깐 시간 되냐?”

숙소로 들어오는 이두성의 말에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깐 다녀올게요.”

“그래.”

“다녀와라.”

나가는 수호를 보며 방에 남은 선수들은 그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예측하고 때린다.’

‘간단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분명 맞는 말이야.’

‘난 타석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있었지?’

의외로 타석에서 별생각을 안 가지는 선수들은 많았다.

노림수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그때그때 반응해서 대응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호의 말을 들어보니 분명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수호는 알게 모르게 대표팀에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 * *

함께 걸음을 옮기는 수호에게 이두성이 물었다.

“애들하고 무슨 진지한 이야기 하고 있던 거야?”

“아, 그건 아니고 강속구 공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아주 좋네. 그런 대화를 자주 하다 보면 느끼는 게 많게 되지. 깨닫는 부분도 있고 말이야.”

이두성은 이러한 현상을 좋게 보고 있었다.

선수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말로 팀이 화합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디 가는 겁니까?”

“아, 총재님이 잠깐 너와 만나고 싶어 해서 말이야.”

“총재님이요?”

“응.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고 잠깐 대화 좀 하고 싶으시다네.”

“그렇군요.”

김중호 총재가 왜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문제 될 일은 없을 거다.

두 사람은 곧 호텔의 한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총재였지만, 김중호는 스위트룸이나 특별한 방을 쓰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디럭스룸을 쓰면서 다른 고위직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

리더가 그러다 보니 코치진 역시 디럭스룸을 쓸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똑똑-!

“총재님, 이두성입니다.”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김중호와 김민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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