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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26화 (225/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26화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1회에만 두 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완벽한 스타트를 보이는 한성태 선수!

    -김대웅 선수의 리드도 훌륭했습니다. 두 선수의 호흡이 정말 잘 맞는 거 같네요.

    -한성태 선수의 컨디션도 매우 좋아 보이죠?

    -맞습니다. 두 선수의 환상적인 호흡이 오늘 경기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1회에는 수호가 활약할 기회가 없었다.

    두 배터리의 호흡이 완벽했기에 날아오는 타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웅 선배가 확실히 변했네.’

    [변화시킨 당사자가 놀라네 ㅋㅋ]

    [너랑 대화하면서 많은 걸 깨달은 거 같다.]

    ‘저 나이에 자신보다 한참 어린 사람의 말을 듣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한 사람이네요.’

    수호 역시 한때는 팀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던 회사원이었다.

    당시 부하직원들에게 평판이 나빴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사이가 돈독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회사원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부하직원들과의 거리는 상당히 있는 편이었다.

    무엇보다 당시의 자신은 고집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게 정답인 줄 알았지.’

    하지만 두 번의 삶을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생각을 고쳤다.

    특히 김대웅이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곤 고집을 부리기만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 그렇게 살면 되지.’

    [정답.]

    [굳이 지금 자아성찰이 필요하진 않지.]

    [이번 삶은 아직 길게 남았으니까.]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대기타석으로 이동했다.

    첫 번째 타자인 차우식이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면서 한국대표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딱!!

    -때렸습니다!!

    이성훈이 3구를 노리고 때렸다.

    잘 맞은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려는 순간, 유격수가 공을 낚아채 몸을 돌리면서 2루로 뿌렸다.

    퍽!!

    “아웃!”

    선행주자였던 차우식이 아웃이 되었고 베네수엘라의 2루수는 곧장 1루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퍽!!

    거의 동시 타이밍에 발과 공이 도착했다.

    순간 적막이 흘렀고 그것을 깨는 1루심의 외침이 뒤이어 들려왔다.

    “아웃!!”

    -아-! 아웃입니다! 잘 때린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더블플레이가 만들어지고 맙니다.

    -역시 베네수엘라의 내야진입니다. 저 타구를 저리 쉽게 더블플레이로 만들다니. 놀랍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내야진은 막강했다.

    이번 대회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3루와 유격수, 두 사람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메인로스터에 오른 선수들이었다.

    그 수비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빈틈이 없었다.

    ‘젠장…… 저렇게 쉽게 잡아내면 마치 내 타구가 더블플레이가 될 공으로 보이잖아.’

    이성훈은 억울했다.

    방금 때린 공은 나쁘지 않았다.

    다른 3루수였다면 빠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 공을 너무 가볍게 잡아내는 건 물론이거니와 물 흐르듯 더블플레이로 만들었으니 보는 입장에선 약한 타구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성훈의 생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여기에서 더블플레이를 만드네.

    -뭐 저런 타구를 날려 보내냐.

    -외야로 보내는 게 그리 힘듬?

    -이성훈 원래 똑딱이라 힘들지.

    -이성훈도 거품이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언제나 등장하는 법이다.

    잠깐이라도 잘못하면 어디에서든 등장해 악플을 달기 바빴다.

    그리고 다시 활약하기 시작하면 금세 사라지고 말이다.

    어쨌든 두 개의 아웃카운트가 올라간 상황에서 타석으로는 수호가 들어섰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베네수엘라가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할 수도 있겠네요.

    무사나 주자가 있는 상황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하지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수호와의 승부를 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벌써 4개의 홈런을 때려낸 한수호 선수, 매 경기 1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현재 모든 팀 통틀어 가장 높은 OPS와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1구에 집중되었다.

    베네수엘라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때, 투수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던졌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을 공격적으로 찔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155㎞의 강속구가 몸쪽을 정확히 찌릅니다!

    -아무래도 베네수엘라는 한수호 선수와 승부를 하기로 결정을 내린 거 같습니다.

    해설위원의 말은 정답이었다.

    ‘수호와 승부를 피할 이유는 없다. 우리 선수들은 최강이다.’

    베네수엘라의 감독 안드레스 아바나는 자신이 이끄는 선수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한수호가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라면 충분히 녀석을 잡아낼 수 있다.’

    수호가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야구를 모른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수호가 세계야구에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바나 감독은 베네수엘라 대표팀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에 베네수엘라의 에이스 마누엘 페레즈는 감동했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수호와의 승부를 피하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감독님은 날 믿어주었다.’

    마누엘 페레즈는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3선발을 맡고 있는 투수였다.

    그렇기에 수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잘 알았다.

    아바나 감독 역시 그러한 정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날 믿어주었다. 그 믿음에 보답하겠어. 그리고 세계에 알려주겠다. 나 마누엘 페레즈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를!’

    수호를 잡아낸다면 그것만으로 엄청난 화제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수호는 아직 삼진을 당한 적이 없었다.

    그런 수호를 삼진으로 잡아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뉴스감이 될 것이다.

    ‘간다.’

    의욕이 넘치는 페레즈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코스는 바깥쪽 낮은 코스.

    보더라인을 살짝 걸치다가 바깥으로 도망치는 무브먼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후웅!!

    그리고 수호는 그런 공을 향해 배트를 돌렸다.

    묵직하게 돌아간 배트는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는 소리가 들렸지만, 수호는 달리지 않았다.

    그저 타석에서 물러나 가볍게 배트를 돌리고 있었다.

    그때 타구가 바깥으로 휘면서 폴대 밖으로 흘러나갔다.

    “파울!!”

    -파울입니다! 한수호 선수 대형타구를 날려 보냈지만, 폴대 밖으로 휘어져 나가면서 파울이 됩니다.

    -한수호 선수는 공이 맞는 순간 그걸 깨달았는지, 1루로 달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공은 포심이 아니라 커터였던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한수호 선수의 배트가 살짝 밀린 듯 보이네요.

    정확한 해설이었다.

    수호는 자신의 배트를 보면서 이맛살을 구겼다.

    ‘분명 정확한 타이밍에 배트를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공의 무브먼트가 더욱 휘어서 나갔다.’

    [상당히 좋은 공을 던지네.]

    [포심하고 거의 차이가 없었지?]

    ‘예. 영역에 들어가더라도 이번에는 공의 궤적이 온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전히 보이지 않았다고?]

    ‘정확히는 마지막 순간에 공의 궤적이 변하는 게 보였어요. 그걸 제가 따라가질 못했습니다.’

    영역은 만능이 아니었다.

    변화구의 변화는 다소 늦게 감지해 낸다.

    특히 메이저리그의 에이스급 투수들의 변화구는 마지막 순간에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경우 영역에 들어갈 정도로 집중력이 높은 상태에서라 하더라도 제대로 감지하기 어려웠다.

    ‘페레즈의 오늘 컨디션이 상당히 좋네요.’

    [메이저리그에서 상대할 때는 이 정돈 아니었던 거 같은데.]

    [국대로 오니까, 힘이 더 나는가 보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국대는 뭔가 특별하다.

    단순히 이벤트전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국가의 명예를 어깨에 짊어지고 뛴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는 선수들도 있었다.

    페레즈는 후자에 속하는 선수인 거 같았다.

    레인저스에 있을 때보다 공이 더 묵직하고 변화가 심한 것이 최고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었다.

    ‘볼카운트가 몰렸다.’

    초구에서 승부가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스트라이크를 그냥 내준 게 상당히 뼈아팠다.

    이제 주도권은 페레즈가 가지게 되었다.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로 몰리게 된 한수호 선수! 이번 대회 첫 위기에 처합니다!

    -배트가 밀리는 거까지 보니 페레즈 선수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거 같습니다.

    사람들은 수호가 첫 삼진을 당하는 게 아닌가 싶어했다.

    그리고 일부는 그걸 기대했다.

    -수호도 이제 삼진당할 때 됐지.

    -삼진 가즈아!

    -아니 ㅋㅋ 너희들은 왜 베네수엘라를 응원하냐?

    -한국인들 아님?

    -수호는 한 번쯤 삼진 당해도 됨.

    -ㄹㅇ ㅋㅋ

    -이런 박빙의 대결도 마음에 드네.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크게 호흡을 내뱉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후우…….”

    영역으로 들어간 수호가 타격자세를 취했다.

    ‘페레즈의 성향상 여기에서 승부가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떴다.

    레인저스에서 뛰던 페레즈의 투구스타일은 공격적이었다.

    어그레시브한 유형의 그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았을 때 빠르게 승부하는 걸 즐겨했다.

    ‘그리고 그가 결정구를 던질 때 항상 선택했던 공은…….’

    페레즈의 주특기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결정구는 달랐다.

    특히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던지던 결정구는 일정했다.

    ‘스플리터다.’

    페레즈의 스플리터는 수준이 높은 공이었다.

    특히 강속구와 조합이 되었을 때 스플리터는 더욱 큰 힘을 발휘했다.

    오늘 경기에서 던졌던 공을 생각해 보면 여기에서 스플리터를 던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과연 페레즈 선수가 3구를 어떤 공으로 선택할지! 사인을 교환한 그가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페레즈를 봄녀서 수호의 집중력은 점점 더 올라갔다.

    타닥!!

    발을 내디딘 페레즈가 몸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가운데 코스로 들어왔다.

    골반보다 조금 밑으로 들어오는 공을 확인한 수호가 스탠스를 넓히며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스플리터라면 여기에서 무릎까지 밑으로 빠진다. 그렇다면…….’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공이 스플리터라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 답을 내렸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믿고 있기에 거기에 맞는 스윙을 가져갔다.

    ‘포심보다 조금 밑을 노려서……!’

    후웅!!

    무게중심을 더욱 낮춘 그가 배트를 강하게 돌렸다.

    그 순간 공에 변화가 일어났다.

    휘릭!!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공이 뚝 떨어졌다.

    만약 평범한 포심을 노리듯이 시선을 두고 있었다면 공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수호는 처음부터 시선을 평소보다 더 아래에 두고 있었다.

    덕분에 공의 변화를 정확히 캐치 해냈다.

    ‘예상이 맞았다!’

    딱!!

    떨어지는 공을 정확히 퍼 올리며 그대로 날려 보냈다.

    손에서 느껴지는 깔끔한 감각에 수호가 배트를 던졌다.

    -잘 맞은 타구!! 한수호 선수가 배트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타구는 중견수를 훌쩍 넘어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오늘 첫 스플리터였지만, 한수호 선수의 스윙을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수호의 이번 올림픽 네 번째 홈런이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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