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23화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시작으로 유격수 한수호의 현란한 수비들이 시작됐다.
딱!!
-때렸습니다! 삼유간을 빠르게 통과하는 타구!
타구의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웬만한 유격수라면 이 타구에 반응하는 거 자체가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수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탁-!!
몸을 날린 그의 글러브가 빠져나가는 타구를 정확히 따라가 낚아챘다.
퍽!!
-잡았습니다!! 한수호 선수 다이빙 캐치!!
잡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마치 몸에 용수철이 있는 듯 땅을 박차고 일어난 그가 곧장 몸을 돌려 1루를 향해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뻑-!!
“아웃!!”
-아웃입니다!! 한수호 선수 놀라운 다이빙 캐치로 안타성 타구를 낚아챕니다!!
-이야-! 다이빙 캐치도 놀라웠습니다만, 후속 동작들이 예술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다이빙 캐치하고 곧장 몸을 일으켜 1루를 향해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공을 던지는 모습이 베테랑 유격수를 연상케 했습니다.
-송구 속도 역시 훌륭했습니다. 구속이 무려 90마일이 찍힐 정도로 환상적인 송구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마운드에 올라도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 한수호 선수도 투웨이로 전향하면 되겠군요!
한국의 해설진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수호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그만큼 유격수 한수호의 존재는 갑작스레 생긴 구멍을 메우다 못해 아예 새로운 성벽을 세운 격이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이두성은 수호의 호수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양대호가 물었다.
“왜? 네 예상보다 더 뛰어나서 혀를 내두를 지경이야?”
“솔직한 심정으로 그렇습니다. 잘할 거라고는 예상했는데. 설마 이 정도 수준의 수비를 보여줄지는 몰랐습니다.”
“자부심을 가져. 저런 녀석의 잠재력을 알아본 게 너 하나뿐이라는 소리니까.”
진심이었다.
처음 이두성이 이야기할 때만 하더라도 미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상식을 벗어나는 기용이었기에 상상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습들은 이두성의 혜안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퍽!!
“볼.”
그때 공을 받는 김대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공은 프레이밍으로 스트라이크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대웅이도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수호에 비하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 국제대회 심판들의 눈이 호구도 아니고.”
“그런 심판들의 눈을 속일 정도로 수호의 프레이밍이 대단했단 소리죠.”
“역시 녀석의 자리를 대체하는 건 무리란 소리군.”
“냉정하지만 레벨이 다릅니다.”
김대웅 역시 국가대표 포수다.
한국에서는 최고 수준의 레벨의 선수였지만, 문제는 수호가 세계 수준의 레벨이란 점이었다.
사실상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손에 꼽힐 정도의 포수였는데, 그런 수호와 비교할 선수가 국가대표라 해서 있을 리 없었다.
‘결국 규성이가 돌아오면 수호를 다시 포수로 돌려야 한다는 건데.’
수호가 좋은 활약을 할 때마다 그게 아쉬웠다.
‘이것도 행복한 고민이지.’
그동안 선수가 부족해서 매번 같은 얼굴만 써야 했던 국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수호라는 새로운 얼굴의 등장과 함께 같은 포지션에서도 다른 선수를 쓸 수 있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행복한 고민도 없었다.
퍽!!
“아웃!!”
“와아아아아!!”
“저걸 잡네!!”
“수호 최고다!!”
수호가 2루 베이스 뒤에서 타구를 잡아내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모습을 보며 양대호의 입꼬리가 끝없이 올라갔다.
* * *
수호의 활약은 수비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5회 말, 두 팀의 경기가 여전히 0 대 0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팀이 여전히 점수를 올리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호주 대표팀이 한수호 선수를 연달아 고의사구로 내보내면서 한국도 점수를 올릴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두렵긴 한가 봅니다. 제대로 상대하는 팀이 없어요!
-호주 역시 한수호 선수의 호수비에 번번이 안타성 타구들이 잡히면서 점수 낼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야에 한수호 선수가 있다면 외야에는 이성훈 선수까지 있으면서 두 메이저리거들이 한국대표팀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두 메이저리거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러나 수비를 잘하더라도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경기를 이길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한국대표팀은 이번 이닝이 기대됐다.
-5회 말, 선두타자로 이성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 아직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이성훈 선수, 여기에서는 안타가 절실합니다!
이성훈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나가야 호주도 수호를 무작정 고의사구로 내보낼 수 없을 텐데.’
주자가 없기에 호주가 수호와의 승부를 피할 수 있었다.
만약 주자가 있었다면 승부를 피하는 선택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타석에 들어선 이성훈이 집중력을 높였다.
‘오늘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컨디션이 나빴다면 호수비가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오늘 이성훈은 외야로 빠지는 타구를 몇 개나 잡아낼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다.
‘어떻게든 기회를 연결해 주겠어.’
집중력을 높인 이성훈이 호주의 선발투수 데이비스의 공을 차분하게 지켜봤다.
퍽!
“볼.”
-초구는 떨어지는 커브! 이성훈 선수가 침착하게 공을 잘 지켜봅니다!
딱!
“파울!”
-2구 노리고 때렸습니다만, 배트가 살짝 밀리면서 파울이 됩니다.
파울타구를 만들어낸 이성훈이 아쉽다는 듯 배트의 헤드를 잡았다.
‘조금 더 빨라야겠어. 예상보다 데이비스의 공이 빨라.’
-데이비스 선수가 몸이 풀린 거 같습니다. 1회보다 5회인 지금이 더 구속이 올라갔습니다.
-투수들이 웜업을 하고 마운드에 올라옵니다만, 아무래도 어느 정도 공을 던져야 제대로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구속이 올라갑니다.
-거기다 데이비스 선수도 이번 이닝이 승부처라는 걸 알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해설진의 설명은 정확했다.
‘이번 이닝에서 녀석들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야구를 오래 하다 보면 경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데이비스 역시 베테랑이었기에 그러한 흐름을 정확히 캐치 해냈다.
5회가 오늘 경기의 분수령이란 걸 말이다.
‘이성훈을 내보내면 뒤의 수호와 승부를 해야 하는 선택지가 생긴다.’
결국 이번 이닝 이성훈을 잡아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간다.’
사인을 교환한 데이비스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정확히 찔러 갔다.
이성훈의 입장에서는 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칼 같은 제구가 된 공이었다.
하지만 이성훈은 일찌감치 배트의 시동을 걸고 있었다.
‘오늘 구심의 성향이라면 이 코스를 잡아준다.’
데이비스가 오늘 경기에서 호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에 있었다.
구심은 바깥쪽을 널널하게 잡아주고 있었다.
반면에 몸쪽은 다소 박하게 잡아주면서 처음엔 이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마치 이걸 알고 있었다는 듯 정확하게 존을 공략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인지한 이성훈 역시 이번 공을 노리고 배트를 돌렸다.
‘조금 더 빠르게.’
휘릭!!
2구에서 나왔던 파울 덕분에 데이비스의 구속에 대한 데이터를 수정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스윙의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결대로…… 때린다!’
딱!!
-때렸습니다! 원바운드로 삼유간을 향하는 타구!
3루수가 타구를 잡기 위해 글러브를 내밀었다.
쐐액-!
하지만 타구는 글러브 아래로 통과했다.
그 모습을 본 이성훈이 주루에 더욱 속력을 높였다.
그때 내야를 벗어나려던 타구를 유격수가 건져 올렸다.
퍽!
-유격수 잡았습니다! 그리고 점프하면서 곧장 1루로!!
쐐애애액-!!
유격수가 역동작에서 점프하며 1루로 공을 뿌렸다.
빠르게 날아간 타구가 다소 높게 들어오는 모습에 1루수가 점프하며 공을 낚아챘다.
퍽!!
그리고 떨어지면서 1루 베이스를 향해 발을 뻗는 이성훈을 향해 미트를 내밀었다
퍼퍽!!
-거의 동시에 태그가 이루어졌습니다! 과연 1루심의 판정은?!
타이밍이 아슬아슬했다.
그때 1루심이 팔을 양옆으로 펼쳤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이성훈 선수의 발이 빨랐다는 판정! 선두타자가 출루합니다!
-집념의 출루였습니다! 유격수가 환상적인 수비로 잡아냈지만, 이성훈 선수의 발이 더 빨랐습니다!
-이성훈 선수의 출루로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수호의 등장에 경기장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한! 한! 한! 한!!”
수호를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이 그라운드를 진동하게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에 호주의 더그아웃 역시 바빠졌다.
‘무사 1루 상황에서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수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낼 수 있었던 건 1사나 2사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주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호를 내보내 베이스를 채우더라도 아웃카운트 1개 혹은 2개를 잡으면 됐기에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무사 1, 2루 상황이 된다면 실점할 가능성이 높아져.’
무엇보다 이성훈과 한수호의 발을 생각하면 실점이 1점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
‘한수호의 주루센스를 생각하면 안타성 타구가 나왔을 때 2점을 헌납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또 어떤 변수가 만들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가볍게 배터박스의 스트라이드 지점의 땅을 고르더니 발을 고정했다.
그리고 배트를 들어 외야를 가리켰다.
-아아-! 한수호 선수의 예고 홈런이 나왔습니다!!
수호가 예고 홈런을 선언하면서 경기장의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우와아아아!!”
“예고 홈런이다!!”
“이걸 기다렸다!!”
“한수호 예고 홈런 가즈아-!!”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반대로 마운드에 있는 데이비스는 얼굴이 굳어졌다.
‘감히……!’
호주대표팀의 베테랑인 데이비스였기에 수호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빈볼을 던질 순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바로 퇴장이 가능했기에 함부로 빈볼을 던질 수 없었다.
그때 데이비스의 시선이 더그아웃쪽으로 향했다.
‘승부해.’
감독 제임스 브라운의 사인에 데이비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걸 기다렸습니다.’
어차피 고의사구로 내보내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서 결정을 내리겠다는 게 제임스 브라운의 생각이었다.
‘그냥 내보내서 실점하면 오히려 팀의 사기가 더욱 떨어지게 된다. 차라리 수호와 승부하다 맞는 게 더 낫다.’
제임스 브라운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선수단 전체의 사기를 생각한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 선수가 세트포지션에서 1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하지만 제임스 브라운이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수호는 단순히 퍼포먼스로 예고 홈런을 선언한 게 아니란 점이었다.
‘예고 홈런은 투수가 도망칠 수 없게 만드는 장치다.’
타닥!!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수호가 있는 힘껏 몸을 회전시켰다.
휘릭!!
뒤이어 배트를 돌려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맞는 순간 데이비스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동시에 배트를 던진 수호가 1루로 천천히 뛰었다.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그리고 타구는 우중간을 넘어갑니다!! 예고 홈런에 성공하는 한수호 선수!! 한국대표팀이 선취점을 올립니다!!
이번 대회 3경기 연속 홈런이자 모든 경기 홈런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