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22화
일본대표팀은 네덜란드를 상대로 세 번째 경기를 펼쳤다.
딱!!
-때렸습니다! 오타니 쇼헤이의 이번 타구! 좌중간 펜스를 그대로 넘어 홈런으로 이어집니다!!
-오타니 쇼헤이의 이번 대회 두 번째 홈런이 작렬했습니다!
오타니가 홈런을 때려내며 네덜란드를 상대로 기세를 잡아갔다.
그리고 결정타를 날린 건 5회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스즈키 슌타로였다.
스윽-!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스즈키 슌타로! 배트를 들어 외야를 가리킵니다! 예고 홈런을 선언하는 일본의 4번 타자!!
슌타로는 다시 한번 여론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 예고 홈런을 시전했다.
-과연 스즈키 슌타로가 예고 홈런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투수가 공을 던집니다!
슌타로의 예고 홈런은 큰 화제를 모았다.
수호에 이어 두 번째 예고 홈런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그걸 성공했다는 게 더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단번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걸 이번에도 성공한다면 그의 가치가 더욱 상승할 건 불 보듯 뻔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게 당연했다.
-일본 슌타로 두 번째 예고 홈런 선언!
-저번에 성공한 애지?
-이번에도 성공 가냐?
-과연!
사람들은 슌타로가 예고 홈런에 성공하기를 바랐다.
예고 홈런은 그거야말로 가치를 가지고 있는 퍼포먼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시키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
홈런이란 것이 쉽게 나오는 기록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슌타로는 3구까지 차분하게 공을 지켜보면서 타이밍을 기다렸다.
‘원볼 원스트라이크. 여기에서 승부를 들어올 거다.’
오늘 네덜란드의 선발투수인 앤더슨은 공격적인 투수였다.
그렇기에 이런 볼카운트에서는 승부를 들어올 게 분명했다.
“후우……!”
깊게 호흡을 뱉은 그가 타격 자세를 잡았다.
뒤이어 앤더슨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코스는 몸쪽.
슌타로는 그걸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하게 돌아간 그의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방향으로 날아갑니다!!
-아-! 이건 큽니다!!
누가 보더라도 큰 타구에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슌타로 역시 손맛을 느꼈는지 제 자리에 서서 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펜스를 그냥 넘을 거 같던 타구에 변화가 생긴 건 우익수의 머리 위를 지날 때였다.
-아-! 서서히 떨어지는 타구!
타구가 힘을 잃더니 그대로 떨어져 워닝트랙에 서 있는 우익수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홈런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스즈키 슌타로! 하지만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타점을 기록합니다!
슌타로의 예고 홈런은 실패했다.
평소라면 이런 실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홈런이란 기록은 애초에 기록하는 것이 힘든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슌타로가 홈런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예고 홈런에 실패한 스즈키 슌타로가 굳은 얼굴로 더그아웃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예고 홈런이란 것이 이게 무서운 점입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에요.
-성공한다면 엄청난 찬스를 받겠지만, 실패한다면 그만큼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슌타로의 예고 홈런 실패는 곧장 대중들에게 전해졌다.
-일본의 4번 타자 예고 홈런 실패-!
-와…… 듣기만 해도 쪽팔린다.
-진짜 ㅋㅋ 이게 이 정도의 쪽팔릴 일이구나.
-당사자도 아닌데 얼굴이 후끈거리네.
-거기다 홈런인 줄 알고 타석에서 타구 지켜봄 ㅋㅋ
-수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슌타로의 실패는 오히려 수호의 가치를 올려주게 되었다.
수호는 아직까지 예고 홈런을 선언하고 실패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수호도 예고 홈런 가즈아-!
슌타로의 실패는 자연스레 수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이어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슌타로 역시 거기에서 포기할 선수는 아니었다.
-오늘 경기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스즈키 슌타로 선수입니다.
타석에 들어선 슌타로는 심호흡을 크게 뱉더니 배트를 앞으로 내밀었다.
-아-! 다시 한번 예고 홈런을 선언하는 스즈키 슌타로!
-대단한 배짱입니다. 이미 앞 전 타석에서 실패했기에 다시 도전하는 건 웬만한 배짱으로는 하기 어려울 텐데요.
실패했다는 부담감에 의해 두 번 시도하기는 어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슌타로는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한 번 더 예고 홈런에 도전했다.
-이 배짱만큼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습니다. 과연 슌타로 선수가 여기에서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투수가 공을 던집니다!
여기에서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흡!!”
쐐애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미트로 향하지 않고 그대로 슌타로의 상체를 향해 날아갔다.
“윽!!”
홈런에 도전하기 위해 자세를 잡고 있던 슌타로가 다급히 몸을 비틀며 등을 내주었다.
뻐억!!
“아악!!”
-아-! 몸에 맞는 공이 나왔습니다! 슌타로 선수의 등을 때리는 94마일의 빠른 공!
-두 번이나 자신에게 예고 홈런을 선언하는 슌타로 선수를 용서하지 못하고 응징을 가하는 투수입니다!
예고 홈런은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퍼포먼스는 종류를 막론하고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 수 있었다.
하나 몸에 맞는 공이 나올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리그전도 아니고 국제대회이다 보니 어지간해서는 데드볼이 아닌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컸다.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나 보네.
-솔까 나라도 마음에 안 들 듯 ㅋ
-실패해놓고 다시 시도하는 게 꼴불견임.
-제대로 맞춘 거 시원하네.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은 슌타로를 욕하기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슌타로는 이미 예고 홈런을 실패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예고 홈런을 시도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잘못은 투수에게 있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몸에 맞는 공을 던지는 건 잘못된 행동이었다.
결국 구심이 움직였다.
“퇴장!”
-아-! 퇴장입니다! 설마 몸에 맞는 공 하나로 퇴장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명백하게 고의로 던진 공이니만큼 퇴장 사유가 되긴 합니다.
-격렬한 항의를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글러브를 내동댕이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네덜란드의 앤더슨 투수!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점수 차이를 극복하긴 어려울 거 같네요.
어수선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잘못은 네덜란드의 앤더슨이 했지만, 오히려 후폭풍은 슌타로가 감당해야 했다.
-이걸로 퇴장은 오버 아니냐?
-ㄹㅇㅋㅋ
-먼저 도발한 건 슌타로 아님?
-슌타로도 경고 줘야지.
-그래도 몸에 던지는 건 잘못된 거지.
-저건 흉기를 던진 거나 마찬가지임.
-그럼 투수를 무시하면 안 되지.
인터넷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 * *
일본대표팀이 네덜란드를 잡아냈다.
투수가 퇴장 당한 네덜란드는 일본의 강타선을 잡아내는 건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대표팀을 향한 취재진의 관심은 16강 진출이 아니었다.
“스즈키 슌타로 선수, 오늘 경기에서 예고 홈런에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다가 빈볼을 허용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까?”
“물론입니다! 한 번 실패했다고 멈출 생각이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빈볼을 던진 투수가 옹졸한 겁니다!”
슌타로는 투수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번 사태는 올림픽 야구를 도맡고 있는 위원회도 움직이게 만들었다.
[올림픽 위원회의 벅 호거 위원은 이번 빈볼 사태에 대해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고의적인 빈볼은 바로 퇴장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스즈키 슌타로의 예고 홈런에 대해서는 “선수의 퍼포먼스는 경기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선 허용할 계획이다. 지금은 20세기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사실상 허용할 것이란 의지를 밝혔습니다.]
사실상 운영 주체 쪽에서 허가를 내렸기에 퍼포먼스가 용인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한국대표팀의 마지막 경기에 집중되었다.
[호주 대표팀과의 일전을 벌이는 한국대표팀! 승리한다면 16강 진출을 결정짓는다!]
[조별예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한국대표팀! 이번에는 본선 진출에 성공할 것인가?!]
한국대표팀은 도쿄올림픽을 제외한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조별예선 탈락이란 고배를 마셨다.
한때 세계우승을 밥 먹듯이 했던 한국대표팀의 위상은 이미 과거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찾아온 이번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오늘 경기에서 이긴다면 우리는 도쿄올림픽 이후 오랜만에 국제대회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이성훈의 연설에 클럽하우스에 모인 선수들이 그를 주시했다.
“하지만 우리 목표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노메달로 지낸 지 어느덧 10년, 올해야말로 이 악순환을 끊고 금메달을 손에 넣자.”
“예!”
“가자!”
“예!!”
이성훈의 외침과 함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 * *
-한국대표팀이 본선 진출의 문턱에서 호주 대표팀과 만납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한국대표팀은 3전 전승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습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생각한다면 일찌감치 본선에 진출하는 게 가장 좋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과 미국이 일찌감치 3승을 거두면서 본선에 진출한 상황이니만큼, 한국도 여기에서 본선을 확정 짓고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게 가장 베스트입니다.
-아무래도 시즌 도중에 왔기에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해 줄 필요가 있겠죠?
-맞습니다. 아직까진 체력에 문제를 보이는 선수는 없지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할 필요는 있습니다.
해설진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자리를 잡았다.
-호주대표팀의 선공으로 시작되는 경기, 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한국대표팀은 최고의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섭니다.
화면이 바뀌고 포지션을 잡은 선수들의 면면이 나타났다.
-선발투수로는 대표팀의 베테랑 투수 임민태 투수가 나섭니다. 함께 호흡을 맞출 선수는 김대웅 포수가 마스크를 썼네요.
이후 1루와 2루를 차례대로 소개하고 유격수 포지션에 있는 수호를 카메라가 비추었다.
-오늘 경기에서 한수호 선수가 다시 한번 유격수로 출격합니다. 양대호 감독이 한수호 선수를 유격수로 확정을 지은 거로 보이네요.
-그렇습니다. 이전 경기에서 보여준 수준 높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그이기에 이런 선택도 이해됩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수비를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이후 다른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의 소개가 끝나고 경기가 시작됐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 시작됩니다. 사인을 교환한 임민태 투수가 1구를 던집니다.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흡!!”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던 수호가 내야를 벗어나기 직전에 땅을 박찼다.
공중으로 떠오른 그는 머리 위로 지나가는 타구를 향해 팔을 뻗었다.
뻑-!!
-아-! 잡았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내야를 벗어나는 타구를 점프 캐치로 잡아냅니다!!
-완벽한 타이밍으로 잘 맞은 타구를 그대로 잡아내는 한수호 선수!!
-오늘 경기에서도 시작부터 환상적인 수비로 스타트를 알립니다!!
조별예선 3차전이 수호의 호수비와 함께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