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21화
양대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게 처음 나가는 선수의 유격수 수비라고?’
믿기지 않았다.
유격수의 수비는 원래 어렵다.
야구 전체로 놓고 보더라도 유격수보다 수비의 난이도가 가장 높았다.
당연히 경험이 중요했고 센스는 그다음 문제였다.
그런데 수호의 수비에선 센스와 경험 모두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퍽!
지금도 그렇다.
3루수가 처리해야 할 공을 본인이 가볍게 잡아냈다.
쐐애애액-!
뻐억!!
“아웃!!”
그러고는 1루에 공을 던져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원래 저 타구를 처리하는 게 저리 쉬운 거였냐?”
자신의 상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기에 양대호가 옆에 있던 이두성에게 물었다.
“아뇨. 어렵죠. 일단 저 타구를 쫓으려면 퍼스트 스텝이 정확해야 합니다. 타구를 치는 순간, 거의 판단을 내려야 해요.”
“그걸 수호가 할 수 있는 레벨의 문제야?”
“야구 센스가 좋다면…… 무엇보다 눈앞에서 직접 해냈잖아요.”
“그렇지.”
“어깨야 원래 좋았던 선수니까요. 무엇보다 제구력은 역대 포수들 중 가장 좋았고요.”
“그래서 너는 지금 저게 이해되는 거야?”
“사실……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저리 잘하는 거죠?”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던 이두성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모습에 양대호가 어이없단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양대호는 다시 수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쩌면 우리가 수호의 잠재력을 너무 낮게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잠재력이라기 보다는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거 같네요.”
메이저리그에서 역대급 활약을 펼쳤던 수호다.
역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선수를 과소평가했다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싶었지만,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수호의 활약을 보니 이해됐다.
‘상식을 파괴하는 괴물이다.’
수호를 보며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 * *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수호 프로 데뷔 이후 첫 유격수 출전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다!]
[말도 안 되는 수비들을 보여준 한수호! 본래 포지션이 어디인가?]
[전 메이저리그 유격수인 데릭 지터 해설자는 인터뷰에서 “한수호의 수비는 어썸 그 자체였다. 당장 유격수로 전향해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준이다.” 라고 밝히며 한수호 선수를 향한 극찬을 쏟아냈습니다.]
데릭 지터는 메이저리그 올타임 유격수 중 한 명으로 뽑히는 선수였다.
양키스 유격수 포지션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수호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한국 대표팀 한수호의 활약에 힘입어 대만대표팀을 7 대 1로 완승을 거두었다!]
[4타수 4안타 2홈런 7타점을 기록한 한수호! 과연 그의 한계는 어디인가?]
[퍼펙트 플레이어 한수호! 수비도 퍼펙트, 공격도 퍼펙트! 완벽한 경기였다!]
언론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수호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
선수 한 명에게 이런 관심이 쏟아져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당연히 이런 현상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한수호의 유격수 출전이 뭐가 그리 신기하다고!”
그중 대표적인 선수는 스즈키 슌타로였다.
얼마 전까지 자신에게 집중되었던 스포트라이트가 일순간에 수호에게 넘어가자 불만을 토로했다.
“홈런은 내가 더 많은데!”
세부스텟에서 슌타로가 수호를 이기는 건 역시 홈런과 타점이었다.
슌타로는 4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11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반면 수호는 3개의 홈런과 9타점을 기록하면서 그 뒤를 쫓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젠장!”
수호의 활약에 자극을 받는 슌타로였다.
* * *
한국에서 뉴스를 확인한 박세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망할…… 왜 내 기사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건데?”
그는 두 번 다시 야구계에서 활동하지 않을 각오를 다지고 폭로를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한국야구에 실망한 대중들이 박세준을 지지했고 자연스레 그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렇게 추가 폭로를 위해 언론과 인터뷰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을 때에 대회가 시작됐다.
그리고 수호가 활약을 시작하자 마치 자신의 폭로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관심이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죄송하지만, 인터뷰 스케줄을 좀 미루고 싶은데요.]
독점 인터뷰를 요청했던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미룬 것이다.
무려 올림픽 이후로 말이다.
한국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모습이 보이자 단번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젠장! 이대로 대표팀이 우승이라도 차지하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자신을 엿 먹인 녀석들에게 한 방을 날리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임광호 이 새끼는 또 왜 이렇게 잘하는 건데?”
자신의 대리로 써먹으려 했던 임광호는 이번 경기 두 번의 출장에서 단 1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용이 훌륭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등판을 하면서 본인의 강점인 강속구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런 모습에 언론에서는 연일 칭찬이 이어지고 있었다.
“젠장……!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되면 내부에서 압력을 가하겠어.”
박세준은 프로 세계에서 나름 인맥이 넓은 편이었다.
워낙 인싸였고 돈이 많은 집안이었기에 그 자금력을 고교 시절부터 잘 활용했었다.
그렇기에 지금 대표팀에도 다양한 지인들이 활약하고 있었다.
“두고 봐! 날 프로 세계에서 밀어낸 너희들도 어떻게든 엿 되게 만들어주겠어.”
자신의 인생을 망쳤으니 너희도 당해야 한다.
박세준은 그런 심정으로 복수를 꿈꿨다.
* * *
수호를 유격수로 활용한 것은 그대로 적중했다.
덕분에 한국 대표팀은 조별예선에서 2승을 거두어 16강 진출이 확실시되고 있었다.
“오늘 경기도 이겨서 확실하게 16강 진출을 확정 짓자고!”
“예!”
당연히 선수단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이성훈은 이런 분위기를 느껴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수호 네가 합류하니까, 확실히 팀의 분위기가 달라지네.”
“제가 좀 잘하긴 하죠.”
“하하! 맞는 말이다. 그런데 네 입으로 그런 말하니까, 좀 재수 없는 건 알지?”
“흐흐.”
이성훈이 수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그런데 유격수 수비는 언제부터 그렇게 잘한 거야?”
“형님도 아시잖아요. 메이저리그에 있으면 다양한 포지션에서 훈련하는 거.”
“알긴 하지만, 포수에게 유격수 훈련까지는 안 시키잖아?”
“재미 삼아서 했다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간간이 연습했어요.”
“조금씩 연습해서 그 정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거야? 이거 완전 재능충이었네.”
어느새 다가온 정승우의 말에 이성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재능충에 그런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정말 할 말이 없다.”
“흐흐, 운이 좋았죠. 사실 저도 이렇게까지 잘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네가 앞에 있다가 뒤로 이동한다고 해서 엄청 긴장했는데. 불펜에서 공 잡는 거 보고는 확신했다. 이 자식에게 맡기면 공이 뒤로 빠지지 않을 거라고.”
정승우는 팀의 마무리를 도맡고 있었다.
대만과의 경기는 점수 차가 워낙 컸기에 쉬었지만, 수호의 수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그렇지 않았냐? 광호야.”
“예? 예. 맞습니다. 수호가 뒤에 있으니까, 편하게 던질 수 있었습니다.”
8회에 나와 3개의 아웃 카운트를 책임진 광호의 말에 승우가 씩 미소를 지을 때였다.
“그 말은 뭐야? 내가 뒤에 있을 때는 그러지 못했다는 거야?”
라커룸 한켠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던 박경민이 인상 쓰며 임광호에게 말했다.
“예?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런 의미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 네 말은 수호가 아닌 다른 유격수가 뒤에 있으면 불안하다는 거 아니야?”
박경민이 몰아붙이자 광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멘탈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는 하나, 선배의 호통은 견디기 힘든 문제였다.
그렇기에 수호가 나서려는 찰나.
정승우가 먼저 말했다.
“거, 말도 안 되는 걸로 시비 좀 걸지 마시죠.”
“뭐? 야 인마! 너 말하는 싸가지 좀 챙기지 못해?!”
정승우의 말투는 명백하게 시비조였다.
비록 그가 한 팀의 에이스급 활약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박경민과는 연차가 제법 있었다.
박경민은 5년 차였고 정승우는 이제 3년 차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런 행동은 한국의 스포츠 세계에서 용납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정승우는 당당했다.
“선배님이 먼저 별것도 아닌 걸로 후배를 윽박지르지 않았습니까?”
“별거 아닌 거? 저 새끼가 먼저 나에게 시비 걸 듯 말했잖아!”
“어떻게 선배님한테 시비를 건 겁니까? 그냥 자기 소감을 이야기한 건데. 그런 걸로 일일이 시비를 걸어서 잘하고 있는 애 기 죽이면 됩니까?”
정승우의 당돌한 태도에 박경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 이 새끼가……!”
“거기까지들 해라.”
그때 이성훈이 나서서 두 사람을 만류했다.
“승우, 너 선배한테 말하는 게 그게 뭐야? 아무리 네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죄송합니다.”
“나한테 사과할 게 아니라 경민이한테 사과해야지.”
“죄송합니다, 선배님.”
“그리고 경민이 너도 괜히 잘하고 있는 애한테 시비 걸지 마. 승우의 말에 잘못된 건 없어. 애들도 아니고 지금 뭐 하자는 거냐?”
“…….”
박경민은 대답도 하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부르르 떨리는 주먹에서 그의 분노가 느껴졌다.
이성훈이 자제를 시키고 있었지만, 사실상 정승우의 말이 옳다고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따지자니 방금 전에 자신이 뱉었던 말이 있었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자신이 잘못이라 했던 행동을 그대로 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어서 화해하고 이쯤에서 마무리해.”
“……미안하다…….”
어쩔 수 없이 사과하는 박경민의 모습을 보던 이성훈이 선수단을 보며 이야기했다.
“이번 올림픽만큼은 반드시 우승해야 합니다.”
그는 팀을 이끄는 리더 격인 선수였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도 있었기에 존대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가 뛰고 있는 이 야구판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섭시다. 괜한 친목질에 빠져 대의를 잊어버리지 말고요.”
이성훈은 선수들에게 경고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선수는 없었다.
수호는 그런 이성훈의 일갈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성훈 선배네요.’
[카리스마가 있네.]
[팀을 잘 이끌어갈 선수임.]
[실력도 좋고 인성도 좋네.]
[저런 선수가 있으면 지도자 입장에서는 편하지.]
[수호 너도 경력이 쌓이면 충분히 저럴 수 있다.]
수호의 약점은 단 하나였다.
경력.
이제 고작 2년 차인 그였기에 클럽하우스를 휘어잡을 순 없었다.
아니, 휘어잡을 방법은 딱 하나 있었다.
‘실력으로 보여주죠 뭐.’
[ㅋㅋ 그게 정답이지.]
[투톱으로 가즈아-!]
실력으로 보여주면 모든 게 해결된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수호는 3번째 경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