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219화 (218/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19화

훈련을 끝낸 수호가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끝내고 나온 그는 자신의 동기화 목록을 확인했다.

[동기화]

[요기 베라 : 20퍼센트]

[테드 윌리엄스 : 20퍼센트]

[빌리 해밀턴 : 15퍼센트]

[루 브록 : 14퍼센트]

[베이브루스 : 14퍼센트]

[루 게릭 : 11퍼센트]

[호너스 와그너 : 4퍼센트]

[로저스 혼스비 : 4퍼센트]

처음 요기 베라를 시작으로 어느덧 동기화를 이룬 레전드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무엇보다 1퍼센트도 되지 않았던 그들과의 동기화율은 어느덧 평균 두 자릿수로 접어들었다.

‘선배님들과의 동기화도 이제 제법 수치가 늘어났네요.’

[ㅇㅇ 이게 다 우리의 후원 덕분이지.]

[ㄹㅇㅋㅋ]

[우리 노잣돈 다 긁어갔네 ㅠ]

[어후…… 요즘 얘한테 후원하느라 맥주도 제대로 못 사 마신다니까.]

[흑흑…… 단골 술집에서 전화 옴. 요즘 안 와서 환생한 줄 알았다고.]

작년 시즌 레전드들의 후원이 이어졌었다.

특히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때 그들의 후원이 줄을 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 수치는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코치님들의 제안이 진심일까요?’

[진심이겠지.]

[나쁘지 않은 선택임.]

[ㅇㅈ]

[솔직히 지금 대표팀 유격수 애들보단 네가 더 잘함.]

[당연하지.]

수호는 감독과 대면을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두성의 제안을 들었다.

‘유격수를 해보라니.’

그럴 생각으로 호너스 와그너와 동기화를 이룬 게 아니었다.

단지 조언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고 이야기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일이네요.’

[그래서 안 할 거임?]

호너스 와그너의 질문에 수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거였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거다.

안전을 택하는 게 그의 라이프스타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회귀를 하고 새로운 삶을 살면서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다.

“재밌을 거 같은데. 그럴 순 없죠.”

이게 가장 큰 이유였다.

재밌을 거 같았다.

국제전에서 슈퍼스타가 본래 포지션이 아닌 처음 뛰는 포지션으로 경기에 나선다?

미친 짓이었다.

당연히 반발도 심할 것이고 거기에 따른 야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관중들의 반응이 벌써 기대되네요.”

수호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건 레전드들이 명백하게 느끼고 있었다.

[점점 베이브 닮아가네.]

[ㅇㅈ]

[그런데 보는 입장에선 이게 더 재밌음.]

[ㅋㅋㅋ 그건 맞지.]

이런 수호의 변화를 반기는 레전드들이었다.

* * *

다음 날.

경기에 앞서 해설진에게 전달된 로스터를 확인한 캐스터의 눈이 커졌다.

“PD님, 이거 로스터가 잘못 나온 거 같은데요?”

“왜? 무슨 문제 있어?”

옆에 있던 해설위원이 로스터를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잘못 나왔네. 왜 수호가 유격수에 있어?”

“그러게요. 아무리 한수호 선수라 해도 이렇게 적어두면 저희가 헷갈립니다.”

“아, 그거 잘못 나온 거 아닙니다.”

PD의 말에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게 왜 잘못 나온 게 아니야?”

“저도 이상해서 협회 측에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한수호 선수가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다고 합니다. 김대웅 선수가 포수로 들어갔잖아요.”

“어? 진짜네?”

“아니, 이게 말이 돼?”

“그러게 말이에요. 연습경기도 아니고 실전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단체로 실성이라도 했나?”

PD의 말에 두 사람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미친 짓이나 다를 바 없었기에 단체로 실성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해설진에게서만 나온 게 아니었다.

-선발명단 봤음?

-왜?

-김규성 돌아옴?

-그게 아니라 수호가 유격수에 갔는데?

-뭔솔임?

-아재요…… 벌써 노안 오셨습니까?

-진짜라니까? (스크린샷)

-헐, 진짜네?

-아니, 수호가 유격수 출전이라고?

수호의 유격수 출전 사실을 알게 된 팬들 역시 혼란스럽기 마찬가지였다.

-이게 말이 돼?

그리고 동일한 반응이 나왔다.

갑작스러운 수호의 유격수 출장은 소식을 접한 이들을 모두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국 대표팀에서 수호를 유격수로 출전시켰다는데?”

“뭐? 그게 말이 돼?”

“진짜야!”

“지금 현장에 있는 친구한테 확인했는데. 정말 유격수로 출전했다는군.”

“지금 TV에 나온대!”

다른 경기장에 있는 취재진도 수호의 유격수 출장 소식을 접했다.

소식을 접한 취재진은 현장에 있는 동료에게 연락해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그리고 사실이라는 답변을 받은 그들은 경악했다.

설마 수호가 유격수로 출전하는 걸 보게 되다니 말이다.

“그래도 영 이상할 건 없잖아? 오타니도 이도류로 나오고 있는데.”

“그렇긴 해도 수호는 아직까지 공식전에서 유격수로 나온 적이 없었잖아.”

“그건 맞는데. 수호니까, 어떻게든 하지 않을까?”

한 기자의 말을 들은 다른 기자들은 반박을 하려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수호니까…….”

“그렇지 수호니까.”

어느덧 수호라는 이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선수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소식은 일본 대표팀의 귀에도 들어갔다.

“한수호가 유격수로 출전했다는군요.”

“뭐? 그게 사실이야?”

“예. 아무래도 김규성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고육지책인 거 같습니다.”

“그럼 포수에는 김대웅을 그대로 올리는 건가?”

“선발명단을 확인한 결과 그렇습니다.”

“허허…… 한수호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만드는군.”

“단순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정말 세상을 놀라게 만들지는 곧 알려지겠죠.”

“어쨌건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당연하겠어.”

감독과 코치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 들은 스즈키 슌타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받게 된 스포트라이트를 이런 식으로 가져간다고?’

예고 홈런을 성공시킴으로 슌타로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수호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서 그 주목을 가져갔다.

‘비열한 자식……!’

슌타로 본인에게는 그러한 행동이 비열하게 보였다.

수호를 향한 질투심이 더욱 커지는 그였다.

* * *

유격수의 위치에 선 수호는 이질적인 기분을 느꼈다.

‘내가 유격수로 경기에 나서게 될 줄이야.’

[크으! 그래, 이 시야지!]

[야수로서 경기장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임.]

[특히 나랑 혼스비와 동기화까지 이루었으니까. 더 도움이 될 건 자명함.]

[그런데 인터넷 반응은 별로네.]

루스의 말에 수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느 정도 예상했던 거니까요.’

자신이 유격수로 나서는 건 파격적인 선택이다.

상식에 벗어난 선택은 대중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반감을 가지는 팬들이 잘못된 건 아니었다.

충분히 그들을 설득시키고 경기에 나서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설득은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예.’

수호는 언제나처럼 실력으로 정면돌파를 할 생각이었다.

그때 2루에 있던 차우식이 수호를 향해 소리쳤다.

“헤이, 파트너! 오늘 잘 부탁해.”

휙!!

차우식이 가볍게 던진 공을 글러브를 들어 잡아냈다.

퍽!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2루와 유격수는 키스톤 콤비라 하여 묶어 부른다.

투수와 포수를 묶어서 배터리라고 부르듯 2루와 유격수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협력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했다.

그런 점에서 차우식은 수호의 존재가 조금은 불안했다.

‘실전에 나서본 적이 없던 선수를 갑자기 실전에 내보내다니. 우리 코치들도 참 대담한 결정을 내렸네.’

그의 시선이 수호에게 향했다.

‘그걸 받아들인 저 녀석도 대단하고.’

자신이 있으니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그의 수비 장면을 본 차우식은 수호의 수비가 범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뛰어나긴 했었지.’

잠깐이지만, 같이 호흡도 맞췄었다.

모두 평균 정도의 수비는 보여주었다.

특히 자신이 공을 받기 편하게 토스를 하거나 송구해 주는 능력이 뛰어났다.

‘포수일 때도 2루에 송구하는 건 범상치 않았지. 아마 그 영향으로 송구를 편하게 하는 거겠지?’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을 전개하려 했다.

이미 결정된 일을 가지고 계속 고민해 봤자 바뀌는 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실수가 나올 수 있으니 나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자.’

파트너가 실수한다면 그걸 메워야 하는 건 다른 쪽에 있는 자신이었다.

평소보다 더 정신을 차려야 하는 이유였다.

“플레이볼!!”

그때 구심의 외침과 함께 수호의 커리어 첫 유격수 출전 경기가 시작됐다.

* * *

-경기 시작됐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한수호 선수의 포지션이겠죠.

-맞습니다. 김규성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누군가를 유격수로 세워야 했는데. 양대호 감독은 그 선수를 한수호 선수로 결정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내렸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모두 포수로서 경기에 나섰습니다. 단 한 번도 유격수로 출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국제대회에서 출전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걸 현장에서는 봤다고 이해해야겠죠.

해설위원은 야구계의 인사였기에 선배들의 결정을 어떻게든 감싸기 위해 포장을 열심히 이어나갔다.

-열심히 포장하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됨.

-그래도 수호잖아.

-수호라고 해도 이게 말이 된다고 봄?

-곧 답이 나오겠지.

누군가가 친 채팅처럼 답은 금방 나올 것이다.

구심의 외침과 함게 경기가 시작됐으니 말이다.

오늘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건 양석원이었다.

2027시즌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4를 올리는 등.

3선발로서 좋은 활약을 펼친 그는 작년 WBC에 이어 두 번째로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었다.

딱!!

“파울!”

-초구 파울입니다. 몸쪽에 강하게 붙인 공을 처음부터 공략에 나선 대만 대표팀의 장지위 선수!

-장지위는 대만 프로야구에서 타격왕을 차지할 정도로 좋은 타격 능력을 보유한 선수입니다. 조심해서 승부를 해야 합니다.

-오늘 오랜만에 마스크를 쓴 김대웅 선수가 양석원 선수를 잘 리드해 줘야 합니다.

선발마스크를 오랜만에 쓴 김대웅이 구심에게서 공을 받아 투수에게 전달하며 심호흡을 뱉었다.

‘오랜만에 나오는 경기라 그런가 묘하게 긴장되네.’

수없이 경기에 나섰던 국제대회지만, 이번만큼 긴장된 적은 없었다.

‘긴장이 실수로 이어져서는 안 되지.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더 이상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밀려나고 싶지는 않았다.

찾아온 기회를 이대로 놓칠 생각은 없었는지라 그는 집중력을 올리며 투수를 리드해 나갔다.

퍽!

“스트라이크!!”

-2구 바깥쪽 낮은 코스에 꽂히는 스트라이크! 아주 좋은 코스였습니다!

수호는 새삼 야수의 시선으로 포수가 공을 받는 걸 보고 있으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야수들이 절 볼 때는 이런 기분이었겠군요.’

[ㅋㅋ 신기함?]

‘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신기하네요. 설마 제가 유격수로서 포수를 보고 있을 줄이야.’

[신기하긴 하겠지.]

[그래도 경기에 집중해라.]

‘예.’

와그너의 채팅을 확인한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그때였다.

딱!!

-3구 때렸습니다!!

타자의 배트를 맞은 타구가 수호의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집중력을 끌어 올린 덕분에 수호는 다이렉트성 타구에 빠르게 반응했다.

퍽!!

-잡았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정면으로 날아오는 타구를 가볍게 잡아내면서 오늘 경기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기록합니다!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가볍게 잡아내며 수호의 첫 유격수 데뷔전이 시작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