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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18화 (217/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18화

수호가 내야수 글러브를 착용하고 유격수 포지션에 서 있었다.

그리고 배터박스에는 최영석이 서있었고 그 앞에는 티볼이 놓여 있었다.

저 상황만 봐서는 내야 훈련 중인 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수호가 유격수의 포지션에 서 있는 거야?’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이두성으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최영석을 반강제로 밀어내고 배트를 쥐는 박경민의 말을 듣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네가 말한 것대로 잘 잡을 수 있나 보자!”

아마 수호가 훈수를 둔 거 같았다.

문제는 박경민이 선배라는 점이다.

선후배 관계가 확실한 한국야구에서 그러한 훈수는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이다.

물론 수호는 조금 특이한 존재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가 하는 조언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문화인 거냐?’

이런 딱딱한 문화를 이두성은 싫어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이 부분을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선수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문화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경민 저 녀석은 박세준과 친했지.’

두 사람은 소속사가 같았다.

그래서 대표팀에서도 같은 방을 쓸 정도로 사이가 돈독했다.

박세준을 이 지경으로 만든 수호에게 악감정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은 지도자들만 아는 이야기였지만, 외부로 흘러나갔어도 이상할게 없었다.

무엇보다 수호는 임광호를 감싸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 수호이니 박경민이 반감을 가져도 이해됐다.

‘그래도 이건 말려야 한다.’

이런 쓸데없는 기 싸움에서 수호가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대표팀에게는 재앙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나서려는 찰나였다.

‘응?’

수비 자세를 잡는 수호의 모습에서 이두성의 눈이 빛났다.

‘어떻게 수호가 내야수의 수비 자세를 알고 있는 거지?’

사실 이상한 건 아니다.

고교 시절에는 많은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을 시험한다.

주 포지션을 결정하기 위해서 말이다.

수호의 재능을 생각해 보면 내야의 다양한 포지션을 뛰어봤을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저 자세는 단순 아마추어 시절의 자세가 아닌 거 같은데?’

그런데도 수호의 자세가 더 빛을 발하는 건 양발의 위치였다.

발끝의 위치가 좌우로 벌어져서 어떤 방향이라도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거기에 무게중심이 너무 낮지도 않았다.

무게중심이 낮다는 건 그만큼 재빠른 움직임이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장점도 있었다.

무게중심이 낮다는 건 공의 바운드를 맞추기 쉽다.

하지만 이건 상하 움직임에 대한 부분이지 좌우 움직임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현역의 유격수를 보는 거 같다.’

이두성이 이렇게 자세히 알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역 시절 그의 포지션이 유격수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외야로 포지션을 옮기긴 했지만, 20대에는 전설적인 유격수로서 엄청난 수비 능력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한국보다 몇 수 위라고 평가받던 90년대 일본에서도 유격수로 뛰었을 정도였다.

그랬던 그였기에 지금 수호의 자세가 얼마나 좋은지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

“간다!”

하지만 박경민은 그런 수호의 자세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배팅볼을 때렸다.

딱!!

일반적인 배팅볼을 때릴 때 타구를 강하게 날려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박경민의 타구는 그러지 않았다.

‘저런 미친!’

누가 보더라도 풀 스윙이었다.

평소라면 위로 날려 보낼 풀 스윙을 하겠지만, 이번에는 다운스윙으로 강한 바운드를 만들어내는 풀 스윙이었다.

그가 때린 타구는 마운드 부근에서 원바운드되어 더욱 속도를 더했다.

방향은 3루 방향이었다.

이두성의 머릿속에 그 공을 캐치해 낼 수비 동선이 떠올랐다.

만약 그라면 이동하는 동시에 몸을 날려 다이빙 캐치를 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베스트한 수비 동선이란 걸 떠올리면서 수호의 위치를 확인했다.

“어?”

수호는 다이빙 캐치를 하지 않았다.

어느덧 공의 위치까지 이동한 수호는 부드럽게 상체를 숙여 글러브로 공을 퍼 올렸다.

퍽!

그리고 곧장 글러브 안으로 손을 넣어 공을 쥐고 2루에 있는 표적을 향해 던졌다.

쐐애애액-!

퍽!!

정확히 표적을 맞힌 공이 바닥을 굴렀다.

‘저 타구를 저렇게 잡는다고?’

자신이 현역 시절이었다면 가능했을까?

현역 시절 움직임을 떠올렸지만, 불가능했을 거다.

‘저 속도의 바운드 된 공을 저렇게 따라잡는 건 현역 시절의 나라 하더라도 무리다.’

단 한 번의 수비였지만, 수호의 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수호는 마치 누워서 떡 먹기라도 된다는 듯 가볍게 말하며 글러브를 벗었다.

그런 수호의 태도는 박경민에게는 도발로 느껴졌다.

“한 번으로 어떻게 알아?! 계속……!”

“아니, 한 번이면 된다.”

분노한 박경민이 선을 넘기 전에 이두성이 개입했다.

“코……코치님.”

“언제부터……?”

최영석과 박경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수호가 유격수 수비를 봤다는 사실을 코치에게 발각된 건 두 사람에게 실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징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국가대표 징계이기에 큰 문제야 없겠지만, 상대가 프로의 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이두성이란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이두성은 그런 두 사람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수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수호야.”

“예.”

“언제부터 유격수 수비를 했던 거냐?”

그의 질문에 수호는 미리 준비했던 대답을 했다.

“고교 시절에 연습을 했었습니다. 오랜만에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감각이 녹슬지는 않았네요.”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이두성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몇 개 더 잡아볼 수 있겠냐?”

“예?”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지금은 수호의 수비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다.

* * *

수호의 수비를 몇 차례 더 확인한 이두성은 확신을 가지고 양대호 감독을 찾아갔다.

“찾았습니다!”

“응? 뭘 찾아?”

“규성이를 대체할 유격수를 찾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전까지는 대체할 자원이 없다고 우는소리를 하더니.”

양대호가 뭔 소리를 하냐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두성이 워낙 확실하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기에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그게 누군데?”

“한수호입니다.”

대답과 함께 찾아온 적막을 깬 것은 양대호의 한숨이었다.

“하아…… 열이라도 나는 거냐?”

워낙 친한 선후배 사이였기에 양대호는 편하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이두성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정말입니다. 방금 전까지 수호의 유격수 수비를 보고 왔습니다.”

“뭐? 걔가 유격수 수비를 왜 해?”

“그게…….”

이두성이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자 양대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좀 괜찮아졌나 싶었더니!”

“형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수호의 유격수 수비가 정말 대단하다는 게 중요합니다!”

“……진짜야?”

“제 전성기를 넘어서는 수비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두성은 야구에 있어 농담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커리어와 비교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두성은 한국야구 올타임 레전드급 활약을 펼쳤던 유격수였다.

타격은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수비능력도 엄청난 운동신경으로 누구보다 뛰어났었다.

그런 이두성과 동시대에 뛰었던 양대호이기에 그가 얼마나 뛰어난 유격수였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제 자신의 안타성 타구를 엄청난 플레이로 잡아냈던 게 누구였던가?

바로 눈앞에 있던 이두성이었다.

그런 그를 플레이를 알기에 자신의 전성기까지 언급하는 그의 말에 쉽사리 동의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말을 바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한수호는 대표팀에서 빠질 수 없는 포수야. 그를 대체할 선수는 없어!”

“동의합니다. 그를 완벽하게 대체할 선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보완해 줄 선수는 있습니다.”

“김대웅…….”

“예. 원래 국가대표 포수였던 자원이 그대로 있습니다. 대웅이를 포수로 쓴다면 수호를 다른 포지션으로 돌려도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이두성의 강력한 주장에 양대호는 머리가 아파왔다.

가장 큰 걱정은 만약 수호를 유격수로 돌렸다가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할 경우였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모든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꽂힐 게 분명했다.

차라리 포수로 쓴다면 그런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이런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국제전에서 갑자기 포수를 유격수로 쓴 사례는 없어.”

“오타니가 있습니다.”

이두성의 말에 양대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투수였다가 외야로 뛰고 이도류로 경기에 나서는 녀석이 있는데. 어째서 포수였다가 야수로는 뛰지 못하는 겁니까?”

“그건 오타니가 이미 프로 무대에서 검증을 해서 그런 거 아닌가?”

“알고 있습니다. 실패한다면 비난이 크겠죠.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구멍이 커져서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이 나올 겁니다. 형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구멍은 평소에 보이지 않다가 중요한 순간에 드러난다.

그 사실을 양대호라고 모를까?

사전에 그걸 알고 미리 방지하는 것이 뛰어난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수호를 거기에 쓰기에는……!”

“만약 실패한다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두성은 단순히 자신의 안위를 위해 결정을 내린 게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한국야구는 정말 종말의 길을 걸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한국야구가 처한 위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매년 줄어드는 관중들과 꺼져가는 관심 속에서 어떻게든 불을 지펴야 합니다. 그 마지막 기회가 이번 올림픽이 될 수 있습니다.”

“수호가 그 불을 지펴줄 존재란 말인가?”

“애초에 수호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 2027시즌 수호의 활약이 없었다면 이번 시즌 역시 야구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의 활약이 있었기에 그나마 작년과 비슷한 수치의 관중이 유지되고 있었다.

특히 이번 국제전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은 수호 때문이라 말해도 틀린 게 없었다.

“으음…….”

이두성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양대호로서도 이번 문제를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일단 수호의 수비를 직접 봐야겠어.”

눈으로 확인하고 결정을 내리겠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양대호가 이두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느닷없이 그라운드에 선수들이 모였다.

처음에는 수호만 테스트할 생각이었지만, 그 테스트 내용이 유격수 수비라는 게 알려지면서 소식을 들은 선수들과 코치들도 모인 것이다.

“도대체 감독님이 무슨 생각이신 거지?”

“수호를 유격수로서 테스트하다니?”

“애초에 이런 건 연습 기간에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선수들 몇몇이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들이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됐다.

하지만 양대호의 성격을 아는 선수들은 그가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

‘수호에게서 뭘 보신 거지?’

잠시 후.

수호가 유격수 포지션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상황설명이 끝난 듯 이두성이 배터박스에 서서 배팅볼을 때릴 준비에 들어갔다.

“무리하지 말고!”

“예.”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자세를 낮추자 이두성이 공을 위로 던졌다.

그리고 가볍게 공을 때렸다.

딱!!

잘 맞은 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코스는 2루쪽에 붙는 공이었다.

웬만큼 숙련된 유격수도 잡기 어려운 코스였다.

기회를 많이 주지 않았기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생각에 일부로 어려운 코스로 때렸다.

분명 웬만한 베테랑도 쉽게 잡을 수 없는 코스였다.

그런데 수호는 첫 스텝을 안정적으로 밟더니 순식간에 타구를 따라잡더니 가볍게 공을 퍼 올렸다.

그리고 1루에 있는 김대웅을 향해 던졌다.

쐐애애액-!

뻐억!!

공이 미트에 꽂히며 굉장한 소리를 뿜어냈다.

정확하고 빠른 송구에 순간적으로 그라운드에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그의 수비를 본 선수들은 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뭐야……? 저 괴물은……?’

말도 안 되는 수비에 경악하는 대표팀 선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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