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17화
[대한민국 대표팀, 도미니카 대표팀을 2 대 1로 누르고 조별예선 1승을 거두다!]
[메이저리그의 레코드 브레이커! 첫 경기부터 홈런포 작렬!]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대단한 활약을 보여준 한수호!]
강적 도미니카 대표팀을 누르고 1승을 거두었다.
당연히 언론에선 대서특필을 이어나갔다.
특히 수호의 활약은 집중조명 되었다.
메이저리그에서만이 아니라 태극마크를 단 수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수호 쩔긴 하더라.
-1회 바로 투런포 작렬!
-그런데 홈런이 너무 적지 않음?
-어쩔 수 없지.
-도미니카가 이후 승부를 다 피했는데.
-고의사구 3개 실화냐?!
-그래도 수비에서 개쩔었음.
-도루하는 주자 잡아내는 앉아쏴 지리더라.
-마지막 아웃 카운트 잡을 때 상대 더그아웃까지 달려가는 거 봤음?
-이게 바로 허슬플레이지!
몇몇 팬들은 수호의 홈런이 적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수호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아서 홈런으로 만들어냈다.
나머지 세 번의 타석에서는 도미니카 대표팀이 모두 승부를 피했다.
덕분에 그의 결정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그러나 1차전의 주인공은 수호가 아니었다.
[일본 대표팀의 스즈키 슌타로 2홈런 포함 7타점 기록!]
[오타니 쇼헤이를 피했지만, 스즈키 슌타로가 있었다! 예고 홈런을 작렬시킨 스즈키 슌타로!]
[한수호에 이어 두 번째 예고 홈런을 기록한 스즈키 슌타로는 누구인가?]
[일본의 차세대 스타인 스즈키 슌타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기록하다!]
예고 홈런을 기록한 스즈키 슌타로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서 어그로를 끝내지 않았다.
[스즈키 슌타로, 인터뷰에서 “한수호의 예고 홈런? 그건 나도 할 수 있다! 오늘 경기는 그걸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경기였습니다!”라고 말하며 한수호 선수를 도발했다.]
스즈키 슌타로는 수호를 도발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강도를 높였다.
마치 철천지원수를 만난 것처럼 그를 대했다.
그런 스즈키의 태도에 일본 내부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잘한다 우리의 4번 타자!!
-그렇지! 조선의 3번 타자 정도는 우리한테 안 되지!
-너도 메이저리그에 가자!!
-스즈키도 일본에 간다면 70홈런은 그냥 하는 거지!!
스즈키를 응원하는 이들이나 극우세력들은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그들 입장에서는 수호는 눈엣가시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였던 오타니를 누르고 화제성이나 성적 면에서 모든 걸 가졌으니 말이다.
그런 수호를 겨냥한 스즈키 슌타로의 퍼포먼스는 십 년 묵은 체증을 내려주는 것과 같았다.
물론 여기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왜 자꾸 수호를 걸고 넘어지냐?
-잘 하는 건 인정인데. 너무 과한 듯.
-이러다가 결국 지면 어떻게 하려 그러지?
-과하면 독인데.
반대쪽은 스즈키의 행동이 너무 과하다는 것에 대해 반감을 샀다.
특히 수호를 사사건건 걸고 넘어지는 부분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경기에서 이긴만큼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런 소식은 자연스레 수호의 귀에도 들어왔다.
“이 자식 봐라.”
기사를 본 수호의 눈이 번뜩였다.
* * *
예고 홈런은 수호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것이었다.
베이브 루스라는 레전드 플레이어와 동기화를 이루면서 그의 성격을 닮아갔다.
예고 홈런은 그 과정에서 나온 자연스런 행동이었다.
일종의 쇼맨십.
하지만 두 번째 그걸 했을 때는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였다.
그리고 그걸 성공했을 때 수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양키스가 날 고의사구로 내보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생각해 낸 고육지책이었지.’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그걸로 수호는 21세기의 베이브 루스가 될 수 있었다.
[그때 지렸지.]
무엇보다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베이브루스의 칭찬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네 성격상 그걸 해낼지는 몰랐음.]
[그때 경기 끝나고 베이브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름 ㅋㅋ]
[진짜 맥주 마시면서 하루종일 그 이야기 했었지.]
[아~ 시끄럽다!]
쑥스러운 듯 다른 레전드들의 채팅을 막으려는 베이브 루스의 채팅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기에 더욱 스즈키 슌타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어그로도 적당히 끌어야지.”
[ㅇㅈ]
[이건 선을 넘었지.]
[뭐, 퍼포먼스를 하는 건 자유지만 끝까지 널 걸고넘어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네.]
레전드들 역시 분노했다.
그들에게 수호는 단순 제자 이상의 존재였다.
일상을 함께 했고 그가 성장하는 걸 항상 지켜봐왔으니 당연했다.
재능이 있다고는 하나 노력을 통해 그것을 끌어올린 수호가 내놓은 결과를 스즈키 슌타로는 거저 가져가려 하고 있었다.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 둘 거냐?]
‘처리할 거면 제대로 처리해야죠.’
베이브 루스의 질문에 수호가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다.
* * *
양대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복귀가 가능한 건 일주일은 지나야 한다고?”
“예. 단순 염좌지만, 당장 경기에 나서는 건 무리입니다.”
김규성의 검진결과가 나왔다.
부상은 심하지 않았다.
일주일이면 경기를 뛰는 데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일주일이면 예선은 이미 끝난다는 점이다.
“그때까지 유격수에 구멍을 만들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는 건가.”
김규성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특히 수비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도미니카 대표팀의 경기에서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째선지 타구가 우익 방면으로 주로 향해서 구멍이 자주 노출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번의 에러가 발생했다.
보이지 않는 거까지 합치면 4번이었다.
만약 박빙의 상황에서 이만큼의 에러가 또 발생한다면 그때는 실점으로 이어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유격수에서 뛸 수 있는 자원이 누가 있지?”
“수비적인 측면을 보강한다면 김건우를 올리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으음…….”
유격수는 내야의 꽃이라 할 수 있었다.
가장 수비 능력이 좋아야 하는 그 포지션에 누구를 올려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후 일정이 비었지?”
“예.”
“그럼 유격수 애들을 불러서 수비를 한번 점검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가닥은 잡힌 상황이었다.
최종 결정 전에 마지막 점검을 위한 일종의 시험이었다.
홀로 남은 양대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인재가 없을 줄이야…….’
한국야구의 위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주전 한 명이 빠졌다고 해서 이런 고민을 해야 할 지경이라니 말이다.
* * *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하루의 휴식이 주어졌다.
그사이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을 취하거나 훈련하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수호 역시 가볍게 러닝으로 몸을 풀고 클럽하우스로 이동했다.
퍽!!
그런 수호의 귀로 포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거기에 도착하자 박경민이 훈련하고 있는 게 보였다.
딱!!
맞은편에는 최영석이 가볍게 배팅볼을 때렸다.
원바운드 된 공을 따라 이동한 박경민이 어렵게 공을 잡아 2루에 있는 표적을 향해 던졌다.
퍽!!
공을 잡는 박경민의 모습에 채팅이 올라갔다.
[저기에서는 백핸드로 잡아야지.]
채팅을 친 인물은 다름 아닌 최초의 5인 중 한 명, 호너스 와그너였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는 아메리칸리그에 타이 콥이 있다면 내셔널리그에는 호너스 와그너가 있다는 말로 표현이 가능했다.
최초의 야구황제로 불리는 타이 콥과 비견될 정도였으니 그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였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백핸드로 잡았어야 하나요?’
[그렇지. 백핸드로 잡고 물 흐르듯이 움직이면서 2루로 송구를 해야 시간의 손실이 없지.]
호너스 와그너의 조언에 수호가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따라했다.
‘이렇게요?’
[조금 더 무게중심을 낮춰. 그래야 공의 바운드를 맞추기 좋으니까.]
‘이렇게 말이죠?’
[그렇지. 그렇게 해서 공을 잡고 곧장 오른손으로 던질 준비를 해야지.]
그의 말을 듣고 직접 실행에 옮기니 확실히 이 방법이 더 군더더기가 없었다.
‘이 방법을 알려주면 박경민 선배가 따라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할걸?]
[ㅇㅇ 불가능.]
호너스 와그너의 말에 끼어든 인물은 로저스 혼스비였다.
그 역시 메이저리그의 전설 중 한 명으로 2루수 올타임 레전드로 꼽히는 선수였다.
‘왜죠?’
[너는 근육 자체가 부드러워서 내가 말하는 걸 한 번에 따라할 수 있지만, 쟤는 무리임.]
[근육이 너무 굳어 있어.]
[저런 움직임으로는 네가 조언을 하더라도 바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도 뭔가 시도라도 해봐야겠죠.’
수호는 대표팀의 구멍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아 있으면 박경민의 근육이 경직되고 그의 시선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만약 그가 이 상태로 계속 수비에 나선다면 결국 문제가 될 거다.
[하긴, 수호가 계속 오른쪽으로 타구를 유도해 줘도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지.]
[하지만 안 된다니까?]
[와그너 선배의 말이 맞아. 쟤 움직임으로는 우리 조언을 받아들일 수 없음.]
와그너와 혼스비가 연달아 만류했지만, 수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박경민에게 다가갔다.
“선배님.”
“어? 훈련 끝났냐?”
그가 나타나자 최영석이 먼저 아는 척을 했다.
반면 박경민은 그를 힐끔 보더니 이내 다시 수비 자세를 잡았다.
“계속 때려주세요!”
“어! 그래!”
딱!!
최영석이 타구를 날렸다.
이번에는 정면으로 날아가는 타구에 박경민이 자세를 낮추었다.
[발놀림이 잘못됐어.]
[저러면 갑작스럽게 변하는 타구를 잡는 게 어렵지.]
레전드들의 훈수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건 곧 현실이 되었다.
박경민의 바로 앞에서 떨어진 타구가 급격하게 왼쪽으로 휘었다.
무게중심을 아래로 낮추고 발끝이 정면으로 향해 있던 박경민은 미처 거기에 대응하지 못했다.
“윽!”
타구가 글러브를 스치고 지나가는 모습에 레전드들의 훈수가 이어졌다.
[저기에서는 발 끝이 좌우로 벌어졌어야지.]
[발 끝이 앞으로 향하고 무게중심이 너무 낮으니까, 불규칙 바운드에 반응이 느린 거임.]
수호는 그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하게도 반박이었다.
“그렇게 잘 알면 네가 해보든가!”
그의 말에 수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해봐.]
[우리와 동기화 하면 경험은 충분할 거임.]
두 사람의 조언에 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과의 동기화를 시도했다.
[빙의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Y/N]
오랜만에 보는 창의 Y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 그의 인식이 과거로 이동했다.
내셔널리그에서 활약하는 호너스 와그너의 과거를 지켜본 그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호너스 와그너 : 0.4퍼센트]
호너스 와그너와의 동기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그가 곧장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였다.
[왜 와그너 선배의 과거만 보냐?]
‘유격수는 와그너 선배님의 것만 있으면…….’
[야수의 수비란 그런 게 아님. 그리고 노잣돈 가지고 진짜 저승 갈래?]
로저스 혼스비의 말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빙의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Y/N]
다시 뜬 창을 보고 Y를 눌렀다.
과거로 들어가 그의 과거를 지켜본 수호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
[로저스 혼스비 : 0.4퍼센트]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강의 2루수와 유격수의 경험이 그에게 녹아 들었다.
“해보라니까!”
박경민이 내미는 글러브를 보며 수호가 손을 뻗어 글러브를 잡았다.
“잘 보십시오.”
도발적인 말과 함께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실내연습장으로 들어서던 이두성이 보고는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쟤네들 뭐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