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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14화 (21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14화

스코어 2 대 0.

수호의 홈런으로 점수를 벌린 한국대표팀이었다.

본래라면 여기에서 더욱 점수를 벌려야 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투런포를 허용한 알베르토!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아웃카운트를 잡아냅니다!!

-멘탈이 정말 대단하네요. 홈런을 허용한 직후에 바로 삼진을 잡아내면서 자신의 피칭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괜히 리카르도 감독이 알베르토 선수에게 승부를 명려한 게 아니었네요.

리카르도의 선택은 결코 잘못된 게 아니었다.

단지 상대가 너무 나빴다는 점이다.

그걸 중계진도 아는지 카메라가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수호를 잡았다.

음료수를 마시며 숨을 고르고 있는 수호는 일찌감치 보호장구를 차고 있었다.

‘알베르토의 피칭이 상당히 좋네요.’

[홈런 친 놈이 그런 말을 하냐 ㅋㅋ]

[그런데 맞는 말이긴 함.]

[구속 구위 거기에 제구력까지 모두 훌륭하지.]

[저 정도면 빅리그에 바로 올려도 될 듯.]

[트리플A에 있는 게 아까울 정도네.]

텍사스가 알베르토를 잘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대표팀이 알베르토를 상대로 점수를 내는 건 쉽지 않을 듯했다.

‘녀석에게 안타를 뺏어낼 수 있는 건 저나 이성훈 선배 정도겠네요.’

[ㅇㅇ 그럴 듯.]

[전반적으로 수준 차이가 난다.]

대표팀의 공격력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이런 평가는 대표팀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자주 들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한국대표팀의 공격력은 평가보다 더 나빴다.

‘하위타선으로 갈수록 공격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해.’

자신이 없었다면 대표팀에서 볼만한 타격능력을 보유한 선수는 4-5명에 불과했다.

즉, 라인업을 구성하기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들이 한 국가를 대표해서 나온다는 게 아이러니할 정도였다.

[그만큼 최근 한국의 수준이 낮아졌다는 소리지.]

[그래도 예전에는 국가대항전에서는 볼만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됐구나.]

레전드들도 이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그만큼 한국대표팀의 수준은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건 하루 이틀 사이에 괜찮아질 일이 아니었다.

차근차근 잘못 꿰어진 단추를 풀고 다시 착용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가 중요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제대로 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면 한국야구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겠어요.’

[그렇겠지.]

[자국 리그로는 더 이상 새로운 피를 유입하기 힘든 상황이니까.]

[결국 너나 이성훈 같은 메이저리거들을 보고 클 수밖에 없다.]

[네 어깨가 무겁겠네.]

괜한 소리가 아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대회이니만큼 제대로 활약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거기에서 더 발전하면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ㅇㅇ 생각은 그쯤 하는 게 낫다.]

‘예.’

레전드들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생각이 더 깊어졌을 거다.

각오를 다지는 걸로 마무리한 수호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가 잡으며 한국대표팀의 첫 번째 공격이 마무리됩니다.

-비록 후속타가 터지진 않았지만, 한수호 선수의 벼락같은 투런포로 2 대 0으로 앞서나갑니다!

스코어는 2 대 0.

도미니카 대표팀과의 경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 * *

기회 뒤에 위기가 찾아온다.

야구에서 흔히 사용되는 진리와도 같은 말이었다.

그리고 이 말은 국제전에서 더욱 자주 입증되어 왔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한성태 선수입니다.

-결정구로 던진 패스트볼이 빠지면서 볼넷을 내주게 되었네요.

보호장구를 벗는 타자를 보며 수호는 아쉬워했다.

‘이 녀석은 잡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몸쪽 공에 명백한 약점을 가지고 있던 타자였다.

그렇기에 풀카운트 승부에서 몸쪽 패스트볼을 요구했는데, 한성태가 던진 공이 더욱 깊게 들어왔다.

타자가 상체를 뒤로 젖혀야 할 정도로 깊게 들어올 정도의 실투였다.

‘잡아야 될 녀석을 잡지 못한 건 아쉬운데.’

약점이 명확했던 타자를 잡지 못한 건 상당히 아쉬웠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거기에 목 매달고 있을 순 없었다.

경기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성태의 상태였다.

‘고작 볼넷 하나로 흔들리진 않겠지.’

그래도 한국에서 최고로 불리는 투수다.

경험도 풍부했다.

고작 볼넷 하나로 흔들릴 가능성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타자의 몸쪽을 강하게 찌르는 153㎞의 포심 패스트볼이 절묘하게 들어옵니다!

-볼넷을 내준 이후로 다시 몸쪽을 공략하면서 타자의 허를 찔렀어요!

아주 좋은 공이었다.

한성태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테스트를 할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번 공으로 한성태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평소대로 리드하면 되겠어.’

결론을 내린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슬라이더.’

아웃코스에서 더욱 밖으로 도망치는 슬라이더였다.

고개를 끄덕인 한성태가 1루 주자를 눈으로 견제하고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2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을 강하게 찔러왔다.

후웅!!

그리고 타자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공에 변화가 생기면서 보더라인 밖으로 도망쳤다.

“큭……!”

타자는 그런 변화를 예상하지 못한 듯 신음을 토하며 상체를 앞으로 숙여 배트를 내밀었다.

원래 이런 공은 그냥 흘려보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다.

굳이 무리해서 때려 봤자 제대로 된 타격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었다.

무엇보다 애매하게 맞은 타구가 야수에게 잡히면 더블플레이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해서까지 배트를 돌리는 건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도미니카의 다섯 번째 타자는 경험이 풍부하지 못했다.

비록 덩치는 컸지만 척 보더라도 수호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이런 선택을 하는 게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끝끝내 도망치는 타구를 배트로 건드렸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가 원바운드 되어 3루로 굴러갑니다.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타구를 향해 반사적으로 뛰었다.

그의 맞은편에 이미 3루수 최영석이 달려오고 있었기에 백업플레이를 위한 동작으로 변경했다.

“마이!”

최영석은 정석대로 자신이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굴러가는 공을 잡았다.

“2루는 늦었어요! 1루로!”

그런 최영석을 향해 수호가 오더를 내렸다.

공을 잡느라 신경이 팔린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싶어 정확한 오더를 한 것이다.

하지만 최영석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타닥!

달려오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땅을 박차더니 몸을 비틀면서 2루를 겨냥했다.

‘왜 저런……!’

속으로 경악하는 수호의 눈에 2루로 공을 던지는 최영석이 보였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다소 높게 날아갔다.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가 공을 잡기 위해 점프를 해야 했다.

하지만 워낙 공이 높게 날아갔기에 공을 캐치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2루수가 그 뒤에 백업을 가 있었기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악!!”

점프했다가 다시 낙하하던 김규성이 갑자기 비명과 함께 나뒹굴었다.

그가 착지하던 지점에는 베이스 위에 발을 올리고 있는 주자가 있었다.

-아-! 갑자기 비명과 함께 쓰러진 김규성 선수!

-낙하하는 순간에 베이스에 발을 올리고 있던 도미니카 대표팀의 마르코스 안토니오 선수의 발을 밟은 듯 합니다.

-마르코스 선수도 꽤 고통스러워하네요.

두 선수 모두 고통을 호소하자 2루심이 다급히 경기를 중단시켰다.

뒤이어 양팀에서 의료진이 뛰쳐나와 두 선수를 살피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냐?]

[워…… 무슨 일이 이렇게 풀리지?]

[괜찮으려나?]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한순간의 잘못된 상황 판단이 스노우볼처럼 굴러서 김규성이 쓰러지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그러나 최악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르코스 선수는 금방 일어났지만, 김규성 선수는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슬로우화면이 나오네요. 공을 잡기 위해 점프했던 김규성 선수가 착지를 하면서 마르코스 선수의 발을 밟았는데…… 아-!

-이런…….

슬로우화면을 통해 착지 장면이 여실히 드러났다.

마르코스의 발을 밟는 순간 김규성의 발목이 접질려졌다.

큰 부상이 아니길 빌어야 할 판국이었다.

그때 김규성을 체크하던 의료진이 더그아웃을 향해 양팔을 교체했다.

-결국 의료진이 더 이상 경기를 뛸 수 없다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김규성 선수가 이렇게 교체가 되네요.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선수가 이탈했다.

* * *

김규성은 결국 들것에 실려나갔다.

그리고 후보로 있던 박경민이 대신 들어왔다.

하지만 무게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박경민 선수가 새로운 유격수로 들어왔습니다만, 김규성 선수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군요.

-그렇습니다. 박경민 선수는 이번 올림픽이 첫 대표팀 출전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네요.

박경민은 분명 미래가 창창한 선수였다.

현재 한국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3할 초반의 타율에 홈런은 5개를 기록 중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두 자릿수 홈런도 노려볼 수 있었다.

문제는 수비였다.

-올 시즌 KBO에서 뛰고 있는 유격수 중 가장 많은 4개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죠.

시즌이 중반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대표팀이 될 수 있었던 건 김규성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보유한 유격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규성은 잔부상이 없는 철인의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가 유격수의 자리를 맡아줄 거라고 모든 사람이 기대했다.

그렇기에 수비력보다는 조커로 사용하기 위한 공격력에 더 중점을 맞췄다.

그래도 만에 하나를 위해 수비도 가능한 유격수 포지션을 정했고 말이다.

‘그게 실수였어. 설마 대회 초반에 규성이가 부상으로 빠지다니.’

정확한 상태를 진단을 받아야 알겠지만, 최소한 한 두 개 경기는 건너 뛰어야 할 상태였다.

양대호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일단 오늘 경기가 문제다. 이 뒤숭숭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만회해야 해.’

선취점을 얻으면서 스타트는 완벽하게 끊었던 한국대표팀이다.

하지만 볼넷에 이어 실책에 가까운 플레이로 인해 주자가 쌓였다.

거기에 그 플레이로 주전선수까지 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의도한 플레이는 아니지만, 자신의 실수로 인해 동료가 부상으로 빠졌다는 사실에 최영석이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마운드에있는 한성태가 가장 걱정이었다.

‘경험이 충분하지만, 이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믿고 있어야 했다.

어떻게든 선수들이 이 위기를 만회하길 말이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재개됩니다! 무사에 주자 1, 2루의 찬스를 맞이한 도미니카! 그리고 한국대표팀은 그들을 막아야 합니다!

-비록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여기에서 실점만큼은 내줘선 안 됩니다!

그 사실을 수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놔야 한다.’

수호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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