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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13화 (212/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13화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우익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이성훈이 가볍게 잡아내며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냅니다!

    -이성훈 선수의 수비는 정말 안정적입니다. 방금 타구도 쉽게 잡아냈지만, 첫 스텝이 제대로 나가지 않았으면 상당히 까다로운 코스였습니다.

    -역시 메이저리거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이성훈은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며 1회부터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마운드에 있는 한성태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고구속은 154㎞가 넘지 않지만, 제구력이 인상적이야.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겠는데.’

    구속이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구위와 제구력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뭐, 꼭 도전하는 게 정답은 아니지.]

    [유부남이면 고국을 떠나는 것도 쉽지 않긴 하지.]

    [여러 문제가 있으니까.]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자신도 가족이 있었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애초에 너는 애인도 없잖아.]

    [흑흑…… 우리 수호는 언제 솔로에서 벗어나나요?]

    레전드들의 채팅을 애써 무시하며 수호의 시선이 타석으로 들어서는 타자에게 향했다.

    “여기에서 보니까, 뭔가 반갑네.”

    타석에 들어선 거구의 선수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 수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설마 너와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그는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였다.

    -메이저리거 하비에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에서 15개의 홈런과 22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선수, 한 방을 가진 아주 위험한 선수입니다.

    -사실상 도미니카 대표팀에서 가장 위험한 타자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맞으면 바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해설진의 우려는 곧 사실로 드러났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타구는 큽니다!!

    초구 몸쪽에 붙인 공을 하비에르가 그대로 잡아 당겼다.

    우측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는 하비에르가 배트를 들고 1루로 천천히 뛰었다.

    하지만 수호는 구심에게 공을 요구했다.

    그 순간, 타구가 급격하게 휘면서 폴대 밖으로 흘러나갔다.

    “파울!!”

    -파울입니다! 홈런성 파울을 만들어내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선수!

    -비록 파울이 되긴 했지만, 하비에르 선수의 파워는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입니다.

    구심에게서 공을 받은 수호가 한성태에게 던져주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 수호를 향해 하비에르가 물었다.

    “파울이 될 거라고 생각했냐?”

    “타이밍이 너무 빨랐어. 그래서 생각보다 더 휘어서 나갔고. 오늘 컨디션이 별론가 봐?”

    “웃기는 소리! 내 컨디션은 최상이거든?”

    “그럼 그대로 때리면 되겠네.”

    수호의 말에 하비에르가 인상을 쓰며 가볍게 배트를 돌려봤다.

    ‘정말 빨랐나?’

    머릿속에 약간의 의문을 들게 만들었다.

    사실 하비에르의 스윙에서 문제될 건 없었다.

    평소대로의 스윙이었다.

    그런데도 파울이 나온 건 단순히 한성태의 공이 그가 상대했던 것들보다 느렸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평균구속은 94마일이다. 하지만 한성태 선배가 방금 던진 공은 91마일에 불과했지. 거기에 따른 차이일 뿐이야.’

    메이저리그는 나날이 구속이 상승하고 있었다.

    최근 선발투수의 포심 평균구속이 94마일에 달할 정도였다.

    당연히 타자들 역시 거기에 적응을 완료했다.

    그러다 보니 한성태의 구속에 하비에르의 스윙이 더 빠른 건 당연한 일이었다.

    ‘금방 알아차리겠지만, 이렇게 떡밥을 던져두는 게 중요하지.’

    약간의 의심을 하게 만들면 타자는 경기 내내 영향갈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수호는 아주 작은 떡밥을 던졌다.

    그리고 이런 수호의 떡밥은 정확히 먹혀 들어갔다.

    딱!!

    -슬라이더를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유격수가 잡아 그대로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한성태 선수! 역시 한국의 에이스 답습니다!

    -결정구로 던진 슬라이더에 하비에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올린 한성태가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수호에게 글러브를 내밀었다.

    툭!

    “나이스 피칭입니다, 선배님.”

    “어, 고마워. 그런데 아까 하비에르랑 무슨 대화를 그렇게 한 거야?”

    “별건 아니고 그냥 미끼 좀 던졌습니다. 덕분에 대어가 물렸네요.”

    수호가 뭘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던진 미끼 덕분에 하비에르라는 대어를 쉽게 잡아냈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는 한성태였다.

    * * *

    사람들의 시선이 1회 말 한국대표팀의 공격으로 쏠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이 가장 기대하는 선수가 타석에 설 테니 말이다.

    -한국대표팀의 타순은 리드오프에 김규성 선수, 2번에 이성훈 선수. 그리고 3번에 레코드 브레이커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역대 대표팀에서 가장 강한 1-3번 타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작년 WBC에서도 김규성 선수와 이성훈 선수가 1, 2번을 맡았는데. 그때보다 열 배는 더 강해진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느낌이 아니라 정말 그럴 겁니다. 한수호 선수가 합류한 것만으로도 타선이 이전과는 다를 테니까요.

    메이저리그에서 7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수호의 합류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무게감을 주었다.

    덕분에 도미니카 공화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다.

    “한수호의 앞에 주자를 내보내면 안 돼. 앞에 녀석들과 최대한 승부를 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도미니카 대표팀의 감독인 리카르도가 전략을 결정했다.

    수호의 앞에 주자를 내보냈다가는 초반부터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이 컸다.

    ‘수호가 타석에 설 때 주자가 있다면 점수를 내준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선취점을 내주면 경기에 끌려갈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주자를 내보내면 안 돼.’

    도미니카 공화국의 전략은 수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사실상 도미니카만의 것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다른 대표팀의 전력분석원들이 보이네요.”

    “뭐, 얻어 먹을 게 있다고 다 여기에 몰린 거야? 오늘 다들 경기를 할 텐데.”

    대표팀의 전력분석팀은 관중석에 앉아 있는 외국인들을 보고 혀를 찼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저들 입장에서 한수호의 실전을 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역시 한수호가 대단하긴 해. 모든 팀이 그를 가장 경계하다니.”

    “사실 우리도 우리 선수니까 마음 편하게 보고 있는 거지. 적으로 만났다면 머리 아팠을 겁니다.”

    “머리 아플 게 뭐가 있어?”

    전력분석팀장 김명운의 말에 부하직원이 그를 바라봤다.

    “쟤는 경계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야. 그냥 하늘에 빌 수밖에 없지.”

    “하늘에요?”

    “제발 오늘 한수호의 컨디션이 평소보다 조금이나마 떨어지는 날이길!! 이라면서 말이야.”

    농담이었지만, 반쯤은 진담이었다.

    만약 수호를 상대해야 하는 게 자신들이었다면 정말 이렇게 백일기도를 올렸을 거다.

    그리고 그런 김명운의 생각이 왜 나왔는지 곧 알 수 있게 되었다.

    딱!!

    -이성훈 선수 2구를 강타!!

    김규성이 삼진으로 돌아서고 두 번째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성훈이 2구를 때렸다.

    그가 때린 타구는 삼유간을 가르고 그대로 외야로 굴러나갔다.

    -빠졌습니다! 안타를 기록하고 1루 베이스를 밟는 이성훈 선수!!

    -역시 이성훈 선수의 정확한 타격이 1회부터 빛을 발하네요!

    감각적인 타격으로 출루에 성공한 이성훈의 뒤로 수호가 타석으로 걸어갔다.

    “와아아아아!!”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렸다는 듯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 타석으로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그의 등장에 실시간 중계를 보고 있는 이용자들의 댓글이 폭발했다.

    - 한수호 등장!!

    - 두둥 이 몸 등장!

    - 수호야!! 시작부터 깔끔하게 점수 가자!!

    - 군면제포 가즈아-!!

    - 수호가 들어서니까 든든하네!

    대부분의 댓글은 수호의 등장을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 비리팀에서 뛰는 한수호네.

    - 군면제 아니면 나오지도 않았을 거임.

    - 꺼져라!!

    - 팬 우습게 보는 녀석은 필요없다!!

    이번 박세준 스캔들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게 아니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반감도 여전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댓글이 평소보다는 많이 지저분했다.

    하지만 수호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가지 않았다.

    “후우……!”

    경기 도중에 인터넷 여론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런 여론들에 흔들릴 그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1회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그의 목표는 주자로 나간 이성훈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를 어떻게 불러들이냐에 따라 오늘 경기의 흐름이 결정될 가능성이 컸다.

    ‘도미니카 대표팀은 언제든지 대량득점을 할 수 있는 팀이다. 냉정하게 말해 공격력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앞서 있어.’

    [슬프지만 그게 사실이지.]

    [하지만 네가 포함되면서 균형이 맞춰졌음.]

    [저기는 너를 여럿으로 쪼개서 타선 전체에 있다면 한국은 너 하나에게 몰빵한 상태지만.]

    [어쨌든 네가 중요한 건 변함없지.]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기회를 잡았을 때 수호가 어떤 공격력을 보여주냐에 따라 오늘 경기의 흐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전력을 다해서…….’

    수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1회부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가겠습니다.’

    그의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이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 * *

    고도의 집중력을 넘어선 영역에 들어선 수호가 타석에 섰다.

    쏟아지던 응원은 사라졌고 적막만이 흘렀다.

    츠즉!

    그가 발을 움직일 때마다 그 적막을 깨고 소음이 일어났다.

    그렇게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킨 수호가 타격자세를 취했다.

    ‘컨디션은 좋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힘이 흘러가는 게 느껴진다.’

    스스로가 컨디션이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번 올림픽에서 수호의 집중력은 잘 유지되었다.

    덕분에 언제든지 원한다면 이 영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와라.’

    그의 시선이 마운드에 있는 도미니카 대표팀의 선발투수 알베르토 부에노에게 향했다.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트리플A 구단인 라운드 락 익스프레스에서 뛰고 있었다.

    올 시즌 성적은 7승 2패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 중이었다.

    아마 시즌 막판에 빅리그 콜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고 공을 뿌렸다.

    초구는 아웃코스에서 더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슬라이더였다.

    퍽!

    “볼.”

    당연히 수호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알베르토의 시선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고정되어 있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쉬운 승부는 걸어오지 않는다.’

    수호의 예상대로 알베르토는 2구와 3구를 모두 변화구로 던져왔다.

    하지만 수호가 배트를 돌리지 않으면서 그에게 유리한 볼카운트가 형성됐다.

    퍽!

    “볼, 쓰리!”

    -알베르토 부에노가 모두 변화구를 던지면서 한수호 선수가 쓰리볼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냅니다!

    -이대로 승부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수호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것도 염두에 둬야 했다.

    하지만 리카르도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1회부터 녀석을 피한다면 오늘 경기에서 녀석과의 승부는 계속 피해야 한다.’

    그가 두렵기는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우리 애들을 믿는다.’

    리카르도는 대표팀 선수들을 믿었다.

    ‘승부해.’

    그의 사인이 나오자 알베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처음으로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향했다.

    그걸 확인한 수호가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흡!!”

    -4구 던졌습니다!!

    쐐애애액-!!

    알베르토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정확히 찔러왔다.

    그리고 수호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후웅!!

    묵직하게 돌아간 그의 배트가 그대로 존을 통과하려던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영역이 깨지고 수호는 자신의 등까지 돌아갔던 배트를 던졌다.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한수호 선수의 대표팀 첫 홈런이 투런포로 기록됩니다!!

    수호의 홈런이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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