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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11화 (210/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11화

로진을 손에 묻힌 브랜든 밀러의 시선이 수호에게 고정되었다.

‘내년에 내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으면 상대하게 될 괴물.’

브랜든 밀러는 오늘 경기에서 선발을 자처했다.

이유는 한수호 때문이었다.

‘꼭 한번 싸워보고 싶었다.’

수호는 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를 작년에 처음 봤을 때 전율 그 자체였지.’

작년 시즌 밀러는 수호의 경기를 직관했다.

그 경기에서 수호는 4연타석 홈런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특히 투수들을 난타하는 그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과연 이 선수를 내가 잡을 수 있을까?’

당시 그를 보고 느꼈던 감상이었다.

그리고 그걸 실험해 볼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를 잡지 않는 건 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감독에게 부탁했다.

자신이 선발로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다.

다른 선수들을 선발로 내보내고 자신은 쉬어도 되었다.

하지만 수호와 승부를 해보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선발을 자처했다.

‘반드시 잡는다.’

수호를 잡아낼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후우……!”

승부욕을 불태우는 브랜든 밀러를 보며 수호가 호흡을 내뱉었다.

‘어수선한 팀을 재정비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역시 성적이다.’

대표팀은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져 있었다.

그로 인한 어긋남이 결국 여기까지 이어졌다.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 다시 새로 채워야 할 시간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성급함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었다.

차근차근 단추를 하나씩 꿰어야 했다.

‘그 첫 단추가 바로 이번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그것도 가벼운 승리면 안 돼.’

서서히 짙어지는 검은 배경을 보면서 수호가 타격자세를 취했다.

[정답.]

[네가 해야 할 건 언제나 야구를 잘하는 거지.]

[그럼 결국 대표팀 선수들도 널 믿고 따라올 거다.]

레전드들의 채팅이 어둠으로 물들면서 수호는 온전히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섰다.

‘와라.’

밀러가 공을 던지길 기다렸다.

뒤이어 밀러의 근육이 앞으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코스는 아웃코스 낮은 곳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흡!!”

쐐애애액-!!

그런데 밀러의 손을 떠난 공은 바깥쪽이 아닌 몸쪽으로 붙어왔다.

그걸 본 수호는 알 수 있었다.

‘슬라이더.’

그의 슬라이더라면 몸쪽으로 들어오다가 바깥쪽에 꽂힐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휘릭!!

몸쪽을 파고들어 오던 공이 급격하게 휘어져 바깥쪽으로 뻗어 나갔다.

보통의 선수였다면 그 변화를 따라가질 못했을 거다.

하지만 수호는 달랐다.

타닥!!

‘왜 스탭을 저렇게……?’

그걸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포수였다.

수호가 발을 내딛는 위치가 홈플레이트 가까이라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뒤이어 그의 몸이 강하게 회전하면서 배트가 아웃코스를 노리고 돌아갔다.

그리고 공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배트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안 돼……!’

거기로 가면 안 된다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수호의 배트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싶었다.

‘돼!’

딱!

뒤이어 배트가 공을 때렸다.

순식간에 날아간 타구에 수호가 배트를 던지며 천천히 1루로 뛰었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첫 타석부터 시원하게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홈런을 때린 수호가 베이스를 도는 모습에 대표팀 선수들은 생각했다.

‘빠던을 보니 한국인이네.’

‘빠던이 딱 한국이다.’

‘영락없는 빠던이네.’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더 한국식 빠던이다.’

홈런보다 빠던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강한 공감대를 얻는 그들이었다.

* * *

첫 연습경기부터 수호의 활약은 엄청났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한수호 선수의 프레이밍으로 세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갑니다!

-타자가 구심에게 항의하는데. 저 반응이 이해가 됩니다. 만약 제가 타자였어도 저랬을 거예요!

-정말 한수호 선수의 프레이밍은 예술, 그 자체입니다!

타격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마스크를 쓴 수호는 적절한 타이밍에 프레이밍을 하면서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단순히 프레이밍만이 아니었다.

퍽!!

-원바운드 된 공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는 한수호 선수!!

-한수호 선수의 블로킹 능력은 철벽이란 말이 잘 어울립니다!

수호의 블로킹은 투수들이 어떤 공을 던지더라도 빠지지 않게 만들었다.

이 사실은 투수들의 멘탈에 매우 큰 도움을 주었다.

‘완전 반대 투구가 되었는데 저걸 잡아내네.’

반대 투구란 배터리가 합의하에 던진 코스와 정반대로 공이 가는 걸 의미한다.

당연히 포수는 이런 공에 빠르게 반응해야 했다.

하지만 원바운드가 된다면 이런 공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실제 경기에서는 이러한 반대 투구의 원바운드 공을 잡지 못해 폭투로 기록되는 일도 많았다.

문제는 누상에 주자가 있을 경우다.

이런 공이 나온다며 원베이스는 물론이거니와 투베이스까지 주는 일도 많았다.

특히 3루에 주자가 있다면 홈을 내줄 수도 있는 일.

그렇기에 포수의 역할이 중요했다.

‘저 거구의 몸으로도 저런 잽싼 몸놀림을 보여주다니.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수호는 동양인은 물론이거니와 메이저리그에서도 덩치가 큰 포수에 속했다.

키는 2m에 근접했고 평균 체중은 100㎏을 넘었다.

덩치가 크니 당연히 둔할 거라 생각한 선수가 많았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그는 무척이나 재빠른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이었다.

“수호 개쩔지 않냐?”

“응. 내가 포수나 투수는 아니지만, 저렇게 움직임이 별로 없으면서도 정확하게 잡아내는 포수는 처음 보는 거 같아.”

“그러게 말이야. 마치 공이 어디로 올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움직이잖아.”

“심지어 반대 투구가 되는 공들도 말이지.”

더그아웃에서 수호의 수비를 보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주전으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있었다.

소속팀에서는 당연히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란 소리였다.

그렇기에 수호의 움직임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알고 있었다.

“김대웅 선배랑은 전혀 다른 타입인 거 같지 않아?”

“야야, 들린다.”

한 선수의 말에 옆에 있던 선수가 옆구리를 푹 찔렀다.

그러면서 더그아웃 한켠에 앉아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대웅이란 이름에 걸맞게 큰 덩치를 가진 그는 국가대표 포수로서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비록 나이를 먹어서 다소 위상이 내려오긴 했지만, 전성기 시절에는 항상 타격의 중심을 맡았으며 안방마님은 그의 것이었다.

지난 WBC에서도 안방마님으로서 활약했지만, 이번 올림픽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래도 감독님도 대단하네. 설마 한수호가 들어왔다고 바로 김대웅 선배를 밀어내고 마스크를 내주다니 말이야.”

“경력이야 대웅 선배가 더 위지만, 뛴 무대와 임팩트가 다르잖아.”

“그건 그렇지. 메이저리그와 크보는 레벨이 다르긴 하지.”

한국야구는 메이저리그와 비교할 수 없는 리그였다.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 프로야구는 트리플A 혹은 그보다 아래로 보기도 했다.

당연히 메이저리그에서 톱클래스 실력을 보여준 수호가 마스크를 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김대웅의 자존심이었다.

‘역시 나와는 레벨이 다르다.’

경기를 바라보는 김대웅은 수호의 움직임에 감명받았다.

‘키는 나보다 크고 체중은 나와 비슷한데. 저런 움직임을 보이다니.’

자신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몸놀림이었다.

‘저건 미리 공이 어디로 올지 알고 움직이는 거다. 도대체 반대 투구가 오는 걸 어떻게 알고 움직이는 거지?’

수호의 움직임은 신기할 정도였다.

투수의 폭투나 반대 투구를 미리 알고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가장 감탄스러운 건 저 프레이밍이었다.

촤아아앗-!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아니, 이게 스트라이크라고요?”

“어. 정확히 들어왔다.”

또다시 논쟁을 벌이는 타자와 구심을 보며 김대웅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상체를 들어 올려서 구심의 눈을 속이고 거기에다가 웹으로 공을 잡으면서 미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프레이밍을 성공시켰어.’

저런 움직임은 자신조차 생각한 적이 없는 움직임이다.

프레이밍은 경험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던 그였기에 더욱 놀라웠다.

‘나도 할 수 있을까?’

김대웅은 단순히 놀라는 것이 아닌 수호의 움직임을 보고 그걸 배우려고 했다.

이는 놀라운 일이었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고집이란 게 생긴다.

자신은 이렇게 해왔으니 남들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그런 고집 말이다.

특히 이런 고집은 그 분야에서 높은 곳에 도달한 이들이 가지기 쉬웠다.

김대웅은 국내 최고의 포수였다.

그런 그가 수호의 움직임을 보고 새로운 걸 배우려는 건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수호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이렇게 했던가?’

남들이 어떻게 보든 김대웅은 수호의 움직임을 따라 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30대의 나이가 되었지만, 그는 고집보다는 자신의 발전을 택한 것이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마지막 탈삼진을 잡아내며 첫 번째 연습경기에서 승리를 올리는 대한민국 대표팀입니다!!

수호의 안정적인 수비는 투수들의 능력을 끌어내고 있었다.

* * *

한국대표팀의 시작은 불안했다.

-어차피 WBC와 비슷하지 않겠음?

-결국 비리로 만들어진 팀이잖아.

-실력보다 인맥이 최고지.

박세준 사건이 터지면서 대표팀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

자연스레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 첫 번째 연습경기였다.

여기에서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대표팀에 대한 야유는 더욱 커질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수호를 내세운 대한민국 대표팀은 막강했다.

[첫 번째 연습경기에서 1홈런 포함 3타수 3안타를 기록한 한수호!]

[대한민국 대표팀, 플로리다 게이터스를 상대로 11 대 1 완승!]

[메이저리그를 점령한 한수호의 위력은 대단했다. 압도적인 파워로 게이터스를 침몰시키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불안했던 마운드가 평온하다.]

[정승우 3이닝 무실점, 임광호 2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선보이면서 세대교체의 싹이 보이기 시작한 대표팀의 마운드!]

대표팀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수호였다.

그는 100퍼센트 안타를 기록하면서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정승우와 임광호가 주목을 받았다.

두 선수는 각각 21살과 22살로 미래의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어갈 선수로 주목받았다.

특히 임광호는 박세준 스캔들의 중심에 선 선수였다.

당연히 이번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래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임광호는 그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활약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히 한 경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임광호 선수의 몸쪽 꽉 찬 포심 패스트볼에 더블A 소속의 존 헤르난데스가 힘없이 물러납니다!

-이번 공의 구속이 155㎞가 찍히면서 타자가 배트를 돌릴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임광호는 수준급의 피칭을 보여주며 더블A 선수들을 돌려세웠다.

“나이스 피칭.”

“리드 좋았다.”

수호는 친구인 광호와 가볍게 글러브를 터치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도 수호는 홈런을 이어가며 연습경기 2경기 연속 홈런이란 기록을 써나갔다.

그리고 이런 수호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타구는 중앙 펜스를 넘어갑니다!! 오늘 경기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는 스즈키 슌타로!!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줍니다!!

그 중심에는 스즈키 슌타로가 있었다.

그는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더니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수호를 소환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세상 사람들은 똑똑히 알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타자는 한수호가 아니라 바로 나! 스즈키 슌타로라는 것을!!”

선전포고를 날리는 그를 보며 오타니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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