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210화 (209/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210화

수호의 발언은 곧장 기사화되어 국내에 알려졌다.

[한수호, 친구의 일탈에 자신이 왜 책임지냐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의 질문에 자신이 옷을 벗을까요? 라고 되물은 한수호 선수!]

[국가대표로서 책임감 없는 발언을 한 한수호!]

몇몇 언론이 수호를 공격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기사를 보는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수호는 지금까지 아무런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었다.

기껏해야 약물 이슈 정도가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너튜버의 억지주장에 불과했다.

그런 수호가 이번에는 워딩 자체를 강하게 나왔다.

무엇보다 성적이 아닌 개인사에 가까운 이슈에 강한 워딩을 했다는 점이 이전과 달랐다.

그래서 기자들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생각은 일부 대중에 의해 맞아 떨어졌다.

-한수호 반응 저게 맞냐?

-자기 친구가 이런 일에 연루됐으면 조용히 있어야지.

-옷을 벗을까요 묻는 것도 기자 입 다물게 하려는 거 아니냐?

-책임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웃기네.

-한수호의 아이들이라 부를 때는 가만히 있더니. 이제와서는 모른 척 오지네.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을 펼치는 네티즌들이 있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야구팬은 그들의 억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호가 이번 일에 왜 책임짐?

-너는 친구가 진 빚도 책임지냐?

-억지도 적당히 써야지.

-이건 기자가 잘못했지.

-워딩이 센 것도 아니구만.

-기사 내용 좀 제대로 읽고 수호 욕 해라.

-기자가 먼저 책임질 거냐고 자꾸 물어보니까, 옷이라도 벗을까요? 라고 물어본 거구만.

-하여간 억까들 능지 수준…….

여기까지만 보면 이전과 같은 분위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수호에게는 언제나 억까들이 존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역대급 실력을 지닌 한수호, 과연 그의 태도는 옳은가?]

[친구의 일탈에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는 한수호.]

언론이 억까들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면서 수호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물론 메이저 언론들은 수호와 관련된 부정적인 기사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에는 메이저 언론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한국에도 수많은 언론이 존재했고 그중 일부는 단순히 흥미 위주의 기사만 내놓기도 했다.

그런 그들에게 이번 사건은 조회 수를 올리기에 아주 좋은 수단이었다.

억까들에게는 그런 기사들이 아주 좋은 공격 수단이 되었다.

-언론에서도 이렇게 말하는데. 수호빠들은 눈 가리고 어화두둥 해주고 있네.

-현실을 봐라.

-언론에서 말하는 게 진실 아니냐?

-기자들의 말에는 무조건 귀를 막는 게 능사는 아님.

사람들은 원래 그랬다.

본인에게 유리한 말을 하는 사람은 아군이었고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적이었다.

그렇게 수호에 대한 여론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보고 있는 광호는 괴로웠다.

‘괜히 나 때문에 수호가 공격을 받고 있어…….’

지금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보다 수호의 이야기가 더 많았다.

박세준조차 이미 뒷전으로 밀려 있는 상태였다.

그만큼 수호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어떤 소식이라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말이다.

“하아…….”

그렇기에 더욱 답답했다.

그저 자신이 빠지면 되는 일인데,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게 말이다.

그때 광호의 곁으로 수호가 다가왔다.

“무슨 한숨을 그렇게 내쉬냐?”

“……왔냐.”

“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

“…….”

“대답 못 하는 거 보니 맞나 보네. 어제도 말했지만, 언론에서 뭐라 떠들든 무시해. 걔네들은 어차피 사실보다 흥미를 원하는 거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서 네가 피해를 보잖아.”

“피해라고 생각하지 마. 난 애초에 그런건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다. 그걸 신경 쓰는 건 너 한 명뿐이야.”

광호가 수호를 바라봤다.

그는 정말 멀쩡해 보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뭐가? 대중이 나에 대해서 욕하는 거?”

“어…… 내가 봐도 정말 멘탈이 갈릴 정도인데. 어떻게 그렇게 멀쩡할 수 있는 거야?”

“나만 손해니까.”

“어?”

“날 욕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결국 내가 잘못되는 거야. 그런데 내가 그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 멘탈이 갈리고 성적이 떨어지면 결국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되는 거잖아.”

한 번의 인생을 살면서 수호는 남들의 시선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때로는 그 허황된 것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은 불필요한 것들이었다.

중요한 건 결국 자신이었다.

그것을 잊어버리고 살 이유는 없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거다. 그리되면 지금 우리를 욕하는 팬들도 결국 박수를 보낼 거야.”

“……그러겠지?”

“그래. 그러니, 괜히 기사나 커뮤니티 글을 보지 말고 최대한 몸 상태를 끌어올려. 널 믿어준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을 위해서. 그리고 너 스스로를 위해서 말이야.”

수호의 조언에 광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전지훈련을 했기에 수호의 말이 괜한 위로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말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었다.

“고맙다.”

“친구끼리 고맙긴.”

그의 어깨를 두드린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여러 논란을 겪은 대표팀이지만,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일단 이성훈과 정승우가 광호를 변호하고 나선 게 가장 컸다.

“이번 일은 박세준이 궁지에 몰리니 어떻게든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일어난 일이야.”

이성훈은 메이저리거이자 KBO에서 고참에 속하는 포지션을 잘 이용했다.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이들을 설득하며 사건의 화살을 원래대로 돌렸다.

“선배님들도 아시겠지만, 광호가 그럴 녀석입니까? 한 팀에서 뛰지 않았습니까?”

정승우 역시 그동안 쌓인 인맥을 잘 활용했다.

특히 광호와 같은 팀 소속인 선배들을 중점적으로 설득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세준이 말이 사실이면 어떻게 할 건데?”

“녀석하고 통화해 봤는데. 거짓말이 아니라고 하더라. 정말 자신은 희생당했다고 하던데?”

바로 박세준과 광호가 같은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박세준이 프로 생활을 더 오래 했기에 그와 친한 선수들이 더 많았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받은 듯 스피어스 소속 선수들은 광호에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정승우는 타깃은 바꾸었다.

자신과 같은 팀 소속인 트리온 파이어스의 선배들에게 광호를 변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워낙 평판이 좋은 승우였기에 스피어스 선수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양대호의 시선이 광호에게 향했다.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인데도 묵묵하게 자신의 훈련을 해나가고 있군.’

루머 첫날에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광호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충실하게 훈련을 이행해 나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두성 코치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어.’

이두성은 광호에게서 가능성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스스로 준비해 나가는 광호의 모습에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녀석은 아예 흔들리지 않는군.’

그런 광호의 곁에서 함께 훈련하고 있는 수호도 자연스레 양대호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다른 선수보다 한 번이라도 더 움직여서 훈련량을 늘려가는 그의 모습은 왜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되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대회가 시작되면 국민은 이들의 진정성을 알게 될 거다.’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있는 자신처럼 말이다.

* * *

조별 예선을 앞두고 한국대표팀은 미국의 대학야구팀인 플로리다 게이터스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오늘 이렇게 연습 경기를 승낙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 애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그럼 오늘 경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감독들 간의 간단한 인사와 함께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 잡았다.

한국대표팀의 선공으로 시작하는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드디어 국가대표 한수호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겠네.”

“하지만 상대가 대학야구팀인데.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겠어?”

“대학야구팀이긴 하지만, 저쪽에는 브랜든 밀러가 있잖아.”

“아, 그 101마일을 던진다는 녀석 말이군.”

브랜든 밀러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선수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드래프트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단연 1순위 후보로 뽑혔다.

최고 구속 101마일에 고속슬라이더를 던지는 그는 대학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정도의 실력자였다.

이미 메이저리그급 실력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의 선수였기에 수호와의 대결이 기대되었다.

‘브랜든 밀러를 상대한다면 우리 쪽 타자의 수준도 정확히 알 수 있겠지.’

사실 WBC를 통해서 어느 정도 파악은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시즌 도중에 열리는 대회였다.

당연히 그때와 컨디션이 다를게 분명했다.

‘거기에 상대 팀에는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반면 한국에는 100마일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없지.’

기껏해야 158㎞ 정도의 공을 던지는 게 전부였다.

그것도 한두 명밖에 없었다.

당연히 강속구에 적응을 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런 선수들을 위해 미리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한 것이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타석에는 선두타자 김규성이 섰다.

“트리온에서는 2번으로 주로 서는 김규성이지만, 역시 대표팀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오게 되는군.”

“아무래도 비슷한 유형의 선수가 제법 있으니까. 무엇보다 작전 수행 능력만 놓고 보면 김규성만 한 선수도 없지.”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한수호를 1번에 써야 하는 거 아니야?”

“걔는…… 만능이고.”

기자들의 대화에 주위에 있던 다른 기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는 어떤 타순에 두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야구에서 그의 타점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건 역시 3번이었다.

1번에 김규성, 2번에 이성훈을 배치하면서 출루율을 극대화시킨다면 수호의 능력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양대호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을 테스트하기에 고른 상대가 너무 강했다.

뻐어어억-!!

부웅!!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타자인 김규성이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단순히 삼진을 당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밀러 저 녀석 공 도대체 뭐야?”

“아무리 빠르다지만, 프로야구에서 3할을 때리는 김규성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운다고?”

“메이저리그급이란 소리가 괜한 게 아니었네.”

브랜든 밀러의 투구는 압도적이었다.

1회부터 100마일의 공을 자유자재로 던졌다.

특히 결정구로 던진 슬라이더가 예술이었다.

“저 녀석 슬라이더가 마치 뱀처럼 휘어서 들어오더라.”

“거의 오타니급이네요.”

자신을 지나치며 정보를 주는 김규성에게 소감을 말한 이성훈이 타석에 섰다.

‘슬라이더가 커터처럼 변화한다. 그러면서 각도는 더 크고. 오타니급으로 보는 게 맞겠어.’

브랜든 밀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워낙 유명한 선수였으니 말이다.

너튜브나 별스타그램에서 그의 영상이 한 번씩 올라오기도 했다.

‘슬라이더를 노리는 것보단 차라리 패스트볼을 노리자.’

100마일의 강속구는 다른 선수들에겐 너무 빠른 공이다.

하지만 이성훈에게는 아니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100마일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구속은 점점 늘어났다.

그런 곳에서 뛰는 그였기에 밀러의 공에 적응할 수 있었다.

딱!!

“오오!”

“때렸다!!”

“빠졌어!!”

이성훈은 밀러의 3구를 받아쳐 우익수 앞에 떨어뜨렸다.

대표팀 첫 안타를 만들어낸 이성훈이 1루 베이스를 밟고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들어올리는 모습에 관중들이 환호를 질렀다.

“이성훈 최고다!”

“역시 이성훈!!”

“잘한다!!”

그리고 관중들의 시선이 타석으로 들어서는 수호에게로 향했다.

-타석으로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카메라가 수호를 잡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