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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208화 (207/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08화

    메이저리그가 멈췄다.

    시즌 도중 리그가 중단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과거 90년대 노사와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리그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심각한 일은 아니었다.

    [올림픽을 위해 멈춘 메이저리그!]

    올림픽이란 국제적인 이벤트를 위해 리그가 중단됐다.

    [메이저리거들은 자국의 대표팀으로 합류해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역시나 단체 훈련에 있었다.

    각국의 프로리그가 진행되고 있는 7월에 열리는 하계 올림픽이었기에 대표팀의 단체 훈련을 진행하는 건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각 프로리그들이 협약을 통해 올림픽 보름 전에 리그를 중단하는 걸로 결정하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미국에 도착한 각국의 대표팀에 합류하기 시작한 메이저리거들.]

    [일본 대표팀에 합류한 오타니 쇼헤이를 취재하기 위해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에 합류한 후안 소토, 그는 오랜만에 만난 자국 동료들과 환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메이저리거들이 자국의 대표팀과 합류하는 장면은 기자들에 의해 사진으로 대중에게 전달됐다.

    -이런 올림픽이 열리긴 하는구나.

    -세계화를 꿈꾸니까, 이런 일도 생기네.

    -리그를 중단하고 올림픽에 협조할 줄이야.

    -메이저리그 콧대가 드디어 낮아졌네.

    그동안 메이저리그는 미국에서의 성장에만 집중했다.

    미국에서의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리그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메이저리그가 가진 강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세대가 교체되면서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사무국은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2010년대에는 위기라는 말까지 찾아왔다.

    새롭게 커미셔너가 된 롭 만프레드는 이런 위기론을 타파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그중에는 과감한 시도도 있었고 올림픽이 대표적이었다.

    -이번 올림픽은 볼만하겠네.

    -우리나라 국대는 어쩌냐?

    -국대 전체 전력으로 보면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탈락할 듯?

    -하지만 우리에게는 수호가 있지!

    -그렇지. 수호가 있지.

    -수호가 있으니까, 전력은 비등비등함.

    한국의 야구팬들이 기대하는 건 역시나 수호였다.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전반기에 조 디마지오의 기록을 깨면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애런 저지의 미국이냐, 오타니의 일본이냐. 그것도 아니면 수호의 한국이냐겠네.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대한민국 대표팀에 합류한 한수호.]

    그리고 커리어 첫 태극마크를 단 수호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모든 선수가 대표팀 합류를 마무리했다.

    * * *

    대표팀에는 각국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들어온다.

    그건 한국대표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극마크를 주로 착용했던 선수들이 많네요.’

    [다들 한국에서는 한 끗발 날리는 사람들이냐?]

    ‘예. 저쪽에 있는 김규성 선수는 5툴 플레이어로 불리면서 작년 3관왕을 차지했습니다.’

    김규성은 KBO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이었다.

    정확한 타격과 한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파워를 겸비하고 있었다.

    거기에 발도 빠르고 수비 범위 역시 넓었다.

    ‘그리고 저기 사람들과 함께 있는 중년 남자가 국대 마운드의 베테랑인 임민태 선수입니다.’

    임민태는 커리어 통산 101승을 올린 투수다.

    특히 국제전에는 5번이나 참가했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했다.

    이번 태극마크는 6번째로 스스로 마지막 국대라고 선언한 상태였다.

    “안 들어가고 뭐 해?”

    수호가 클럽하우스에 있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그 주인이 수호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성훈이 형.”

    그는 이성훈이었다.

    두 메이저리거의 등장에 클럽하우스가 술렁였다.

    “한수호다.”

    “정말 왔군.”

    “와…… 가까이에서 보니 피지컬이 진짜 장난 아니네.”

    “성훈 선배보다도 머리 하나가 더 크다니.”

    “저 팔에 있는 근육 봐. 장난 없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인 그들에게도 수호는 미지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고교 졸업 이후 곧장 메이저리그로 직행했기에 그와 접점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작년 시상식에 잠깐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수호는 선수들에게 있어 스타 중의 스타였다.

    등장과 함께 메이저리그 역사에 획을 그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저 근육으로 홈런을 그렇게 만들어내는 건가?”

    “와…… 저 몸으로 어떻게 50도루를 한 거지?”

    “올 시즌에는 조금 줄었던데.”

    “그래도 20도루는 넘겼잖아.”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20-20이라니. 그것만 해도 대단하긴 하네.”

    “저 녀석이 내 공을 잡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지 않을까? 당연히 우리 주전은…….”

    말을 이어나가던 선수의 옆구리를 한 선수가 쿡 찔렀다.

    그러면서 한쪽을 바라보자 말하던 선수가 입을 다물었다.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를 전환시킨 건 정승우였다.

    “수호야!”

    “형! 오랜만이에요.”

    “하하! 그러게. 반년만이네. 이성훈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잘 지냈지? 올 시즌 활약이 아주 좋더라.”

    “감사합니다! 선배님의 활약도 잘 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너도 마찬가지고.”

    U-18 국가대표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승우의 등장에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야.”

    고개를 돌리자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는 광호가 보였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그래. 이렇게 같은 팀에서 뛰게 되는구나.”

    광호와 만나면서 대표팀에 합류했다는 게 실감되기 시작했다.

    * * *

    이번 올림픽의 야구대표팀에 대중이 거는 기대는 매우 높았다.

    -수호까지 합류했으니 우승 각이냐?

    -수호 한 사람이 합류하면서 이 정도까지 기대감이 높아질 줄이야.

    -수호가 어나더레벨이긴 하지.

    -수호 데리고도 우승 못 하면 진짜 한국야구는 답이 없는 거다.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히 수호의 합류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도 평가받는 그의 합류는 단숨에 한국야구대표팀의 레벨을 3단계는 높였단 평가를 받았다.

    실제 우승 후보국으로 평가받는 미국,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등.

    다양한 국가의 지도자와 선수들이 수호가 합류한 한국을 가장 위험한 경쟁자로 꼽기도 했다.

    이런 대중의 기대 덕분에 부담감이 늘어난 곳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한국대표팀의 수뇌진이었다.

    “대중의 여론이 한순간에 바뀌었군.”

    한국대표팀을 이끄는 양대호는 기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작년 WBC를 지휘하면서 2개 대회 연속 대표팀의 수장으로 자리했다.

    “지난번 WBC와는 기대감이 아예 다른 느낌이야.”

    “그럴 수밖에 없지요. 수호가 합류했지 않습니까?”

    수석코치인 박창준의 말에 양대호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수호를 데리고 우승 못 하면 지도자 자격이 없다는 말까지 도는군.”

    “그런 기사에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기사나 댓글은 자기네들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당연히 알지.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어.”

    “형님은 참, 그게 문제입니다. 왜 그렇게 남들이 하는 말을 다 받아들이려고 하십니까?”

    “인마! 너도 사회생활 해봤으니까 잘 알잖아. 결국 이 바닥도 사회생활의 연장이나 다를바 없어.”

    “그건 저도 압니다만, 형님은 조금 더 심해서 문제예요.”

    박창준은 양대호와 현역 시절부터 친한 형 동생 사이였다.

    그런 인연이 지도자 생활까지 이어졌고 지금의 두 사람은 단짝처럼 같이 붙어다녔다.

    실제 프로팀에서도 감독과 수석코치로 같이 활동할 정도로 우애가 두터웠다.

    “아으…… 잔소리 좀 그만하고 우유 좀 갖다 주라.”

    “어휴…… 그 버릇도 좀 고치십쇼. 무슨 애도 아니고 속 쓰리다고 우유를 마시는 버릇이 있습니까?”

    “우유는 최고의 식품이야.”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논문도 발표되고 했는데.”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토를 많이 달아?”

    “그냥 형님이 걱정되서 그렇…….”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감독님, 저 이두성입니다.”

    “아, 들어오게.”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 잡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양대호를 보며 박창준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곧 문이 열리면서 이두성이 들어오자 웃음을 지웠다.

    “그래, 무슨 일인가?”

    “선수들이 모두 합류했습니다. 어떻게 선수단 미팅을 저녁 식사 전에 진행할까요?”

    “그래. 일단 선수들하고 얼굴 좀 익혀야지. 한수호도 합류했나?”

    “예. 합류했습니다.”

    “좋아. 그럼 식사 전에 얼굴을…….”

    그때였다.

    지잉-!!

    지잉-!!

    지잉!!

    세 사람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울렸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는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다 다급히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니X럴…….”

    양대호의 욕설과 함께 사건이 터졌다.

    * * *

    수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회포를 풀고 있었다.

    “올 시즌 활약 괜찮던데?”

    “어휴…… 말도 마라. 시즌 초반에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중간에 그 일 때문에 밸런스 완전히 깨져가지고 다시 페이스 찾는 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어.”

    “그래도 최근에는 활약 괜찮잖아?”

    그때 정승우가 옆으로 다가오며 광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녀석이 다시 불펜으로 가면서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팀 상대로 세이브를 올리더라니까?”

    “흐흐, 운이 좋았죠. 그때 안타성 타구가 저희 팀 임훈영 선배님의 글러브에 들어갔으니까요.”

    “맞아. 그거 빠졌으면 역전도 가능했는데…… 크으!”

    아무래도 같은 팀에서 뛰는 두 사람이었기에 상당히 친해진 듯했다.

    수호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부러웠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그였기에 국대에서 친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물론 메이저리그에는 친한 이들이 많았지만, 국제전을 앞두고 싸우는 올림픽에선 모두 적이었다.

    [네가 다른 메이저리거하고 같은 팀에서 뛰는 방법이 있지.]

    [이민 가면 됨.]

    [너 시민권 딴다 그러면 필라델피아 의회가 나설걸?ㅋㅋ]

    [대통령이 나서서 시민권 줄 수도 있겠다.]

    레전드들은 반쯤 농담으로 이야기했지만, 정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수호가 미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마이클 조던 이후 최고의 스포츠 스타라고 칭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수호가 미국으로 이민을 한다면 미 정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게 분명했다.

    ‘그럴 일이 없는 거 잘 아시잖아요.’

    [까비~]

    [실제로 이민할까도 생각했으면서.]

    ‘그거야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했던 거죠.’

    병역 문제는 수호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국대 합류를 한 이상 그럴 생각은 없었다.

    정말 엄청난 사건이 국대를 휩쓸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때였다.

    “야야, 이거 봐.”

    “뭔데?”

    주변의 분위기가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선수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공유하더니 하나둘, 이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의 눈빛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적대감이라고나 할까?

    그런 분위기에 수호가 상황을 알아볼려고 할 때였다.

    “임광호 선수.”

    클럽하우스로 들어온 협회 직원이 광호를 불렀다.

    “잠시 면담입니다.”

    “저요?”

    “예. 지금 당장이요.”

    “아, 예. 알겠습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일어난 광호가 직원과 함께 사라지자 이성훈이 수호에게 다가왔다.

    “수호야, 너 임광호랑 친하지?”

    “예? 아, 예. 고등학교부터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래.”

    대답과 함께 이성훈이 내민 스마트폰에는 하나의 기사가 떠 있었다.

    【전 프로야구 박세준, 대표팀의 비리를 폭로하다!】

    한국에서 비리기사가 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건.

    “아무래도 임광호 선수가 연루된 거 같다.”

    임광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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