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07화
올림픽을 눈앞에 두면서 참가국들의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개최국인 미국, 역대 가장 화려한 대표팀 명단을 발표!]
[베테랑 잭 휠러를 시작으로 한 시즌 몸값만 무려 5억 달러를 넘어서는 메이저리그 올스타급의 미국대표팀!!]
가장 화려한 것은 역시 종주국 미국대표팀이었다.
애런 저지를 필두로 골드슈미트, 바비 위트 주니어 브라이스 하퍼 등.
올스타급의 전력이 포함되었다.
특히 불발될 거 같던 마이크 트라웃이 전격 합류하면서 대표팀의 중심을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 뒤로 기대를 모은 건 일본 대표팀이었다.
[아시아의 패자,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를 필두로 대표팀을 꾸렸다.]
일본의 상징과 같은 선수가 된 오타니 쇼헤이는 올림픽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불과 반년 전 WBC에서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며 디펜딩챔피언으로서 다시 우승을 차지한 그였다.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일본 대표팀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이번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무서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스즈키 슌타로는 시즌 종료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특히 스즈키 슌타로는 전반기 30홈런을 때려내며 커리어하이를 돌파할 게 유력해 보였다.
이런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참가국 중 가장 전력이 상향 평준화된 팀으로 알려져 있었다.
2020년대는 확실히 세계야구의 패자는 사무라이 재팬을 보유한 일본이었다.
그 외에도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공화국 등.
다수의 국가들에 메이저리거들이 포함된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올림픽은 역대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것도 메이저리거들의 참가 의욕을 불태웠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손잡은 IOC! 이번 올림픽에 가장 많은 상과 상금을 걸었다!]
[총 상금 규모만 3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최초의 올림픽!]
3천만 달러.
한화 330억에 달하는 거금이 걸린 올림픽은 역대 최초의 일이었다.
이런 상금 규모가 걸릴 수 있었던 건 사무국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상금은 메이저리거들에게는 푼돈이었다.
그런데도 메이저리거들이 열의를 보이는 건 개최국이 미국이란 점이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32년 만에 열리는 미국에서의 올림픽 우승에 집중된 세계인의 주목!]
이번 올림픽은 역대 그 어떤 올림픽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의욕을 불태우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시 역대 가장 강력한 전력이라 평가받는 대표팀 명단을 세계에 공개했다.
[레코드 브레이커 한수호를 포함한 대한민국 대표팀 명단 발표!]
명단의 면면들이 모두 화려하진 않았다.
하지만 가장 위에 이름을 올린 수호의 이름은 대표팀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실제 각국의 감독들은 한국의 대표팀을 보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미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게 된 스티븐 로빈슨은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이 가장 위험한 팀이다”라고 밝힌 뒤,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한수호가 있으니까.”]
[사무라이 재팬을 이끄는 스즈키 아키히로는 “한국 대표팀은 원래 위험했지만, 한수호 선수가 포함된 것으로 가장 위험한 팀이 되었다”라고 밝혔다.]
각국 대표팀 수장들의 인터뷰가 알려지면서 국내의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크으-! 역시 한수호!
-수호가 들어오는 것만으로 달라지는구나!
-더 이상 약팀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수호가 있다!!
-이번 올림픽이야말로 기대된다.
-진짜 미치도록 기대되네.
-금메달 가즈아-!!
-베이징의 기적을 다시 쓰자!!
-이번에는 LA의 기적이다!!
대중들은 하루라도 빨리 올림픽이 열리길 기대하며 야구에 대한 갈증을 KBO의 경기를 보는 걸로 풀었다.
덕분에 국내구단들은 반사 이익을 얻으며 초반의 부진했던 수입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호는 여전히 미국에서 날아다니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딱!!
-때렸습니다! 중앙 펜스를 넘어가는 홈런!! 한수호 선수가 시즌 36번째 홈런을 기록합니다!!
전반기 40홈런도 가능한 페이스로 달리는 그의 활약에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 * *
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왔다.
6월 15일을 기점으로 메이저리그는 시즌 도중 브레이크에 들어간다.
이는 초유의 결단으로 2년 전, 처음 언급될 때부터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하지만 롭 만프레드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이 결정은 성사되었고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올림픽 때문에 리그가 중단되는 건 처음이네.]
[그만큼 이번 올림픽에 사활을 걸었다는 뜻이겠지.]
[세계화를 꿈꾼다면 이게 맞기는 한 듯.]
레전드들 역시 롭 만프레드의 결단에 동의했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은 베이스볼을 세계화할 수 있냐 없냐를 결정할 중요한 이벤트였다.
[롭 만프레드가 커미셔너 역할 잘하는 듯.]
[ㅇㅇ 32개 구단 확장하는 것도 그렇고 확실히 일을 잘함.]
‘팀을 정말 늘릴까요?’
[아마 이번 올림픽 이후 결정을 내리겠지.]
[밑에서는 사전 작업에 들어갔을 거다.]
‘사전 작업이라면 이미 연고지와 창단할 사람들을 구하고 있겠군요.’
[그렇지.]
수호 역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단순한 야구팀이 아니었다.
수십조에 달하는 산업을 구성하는 회사 중 하나였다.
그런 회사가 느닷없이 생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차곡차곡 준비하고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그걸 발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롭 만프레드가 화면을 바라봤다.
모니터에는 여러 개로 쪼개진 화면 속에 다수의 남녀가 들어가 있었다.
그들의 면면이 공개된다면 세상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한 회사의 CEO이자 세계적인 투자가들, 그리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과 주지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바라보던 롭 만프레드가 입을 열었다.
“그럼 31번째, 32번째 구단을 창단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전드들과 수호가 예상하고 있듯, 롭 만프레드는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 속에 있는 저들은 구단 창단에 관심이 있는 재벌들이었다.
그때 어둠으로 물들어 있던 화면 중 하나에 불이 들어왔다.
뒤이어 히잡을 쓴 한 남자가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늦어서 미안하군. 회의가 있어서 말이야.]
“아닙니다, 폐하. 그럼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지각했지만, 롭 만프레드는 남자에게 예의를 다했다.
남자의 직위를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부다비의 알나흐안 왕가의 훌라크 푸두 알나흐안이었다.
알나흐안 왕가 서열 10위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상 권력다툼에선 멀어진 인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가 움직일 수 있는 자금은 1조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웬만한 국가의 1년 예산을 상회할 정도의 금액을 개인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놀랍지만, UAE는 그런 곳이었다.
상식을 넘어서는 돈이 움직이는 나라 말이다.
‘그런 알나흐안 왕가의 남자가 드디어 메이저리그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명 오일머니로 불리는 중동국가들의 각 산업의 투자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돈이 유입되면 산업 자체가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 EPL만 하더라도 만수르의 엄청난 투자를 시작으로 얼마나 성장했던가?
물론 어둠도 있었지만, 일단 산업 자체가 성장하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과연 저 남자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까?’
그 오일머니가 들어올지 말지는 자신의 어깨에 달려 있었다.
롭 만프레드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말씀하시죠.”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면 한수호라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건가?]
훌라크 푸두 알나흐안.
그 남자의 신경은 이미 수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 * *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호는 여전히 필라델피아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나갔다.
딱!!
-때렸습니다!! 중앙 펜스를 향해 날아가는 이번 타구는……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시즌 39번째 홈런을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
-이거 정말 올림픽 브레이크 이전에 40홈런을 넘을 거 같군요.
-이 정도 속도라면 이번 시즌에도 70개의 홈런을 넘는 건 무난할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거기에 다른 지표들도 오히려 작년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걱정했던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홈플레이트를 밟습니다!
수호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메이저리그 팬들은 야구의 신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아직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그것 역시 결코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호는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선배님들이 있는데. 야구의 신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수호에게는 항상 레전드들이란 장벽이 눈앞에 서 있었다.
그곳을 오르고 있지만, 넘어서기 위해서는 아직 까마득히 높은 상태였다.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처음에는 이 장벽을 넘어서는 거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었지.’
하지만 지금은 장벽을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생겼다.
덕분에 그들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할 수 있었다.
‘언젠가 선배님들을 놀라게 만들고 싶다.’
야구를 하면서 한 가지 꿈이 생겼다.
그건 레전드들조차 경악하게 만드는 시즌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도 분명 대단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레전드들이 기존에 걸었던 길이었다.
테드 윌리엄스가 마지막 4할 타자로 불렸지만, 저승튜브에는 그를 뛰어넘는 타율을 기록한 선수들이 있었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을 때려냈지만, 행크 애런이나 베이브 루스의 통산홈런에는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을 놀라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을 뛰어넘는 성적을 올려야 했다.
‘반드시…….’
수호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 * *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마지막 경기.
사람들은 수호가 과연 이 경기에서 40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전반기 40홈런 가즈아-!!
-2년 연속 70홈런 가즈아!!
-유종의 미를 거두자!!
이번 시즌 전반기는 통상적인 전반기보다 보름이나 일찍 끝난다.
대표팀에 합류해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실제 한국과 일본, 대만은 이미 프로리그를 중단한 상태였다.
그리고 어제를 기점으로 각국에서 대표팀들이 미국으로 출발했다.
수호 역시 오늘 경기가 끝나고 내일 대표팀 캠프가 열리는 플로리다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대표팀에 합류하면 베스트겠네요.’
[그렇지.]
[깔끔하게 40홈런 달성하고 이동하자.]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타석으로 걸어갔다.
-1회 세 번째 타자로 한수호 선수가 타석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이번 시즌 전반기에 39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과연 화룡점정을 찍고 대표팀에 합류할 것인지 기대됩니다.
타석에 들어선 수호는 크게 호흡을 뱉었다.
“후우……!”
새로운 능력을 얻은 뒤, 생긴 루틴 중 하나였다.
이 루틴으로 수호는 외부와의 단절과 함께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고도의 집중력을 넘어선 장소에 들어선 수호가 타격 자세를 취했다.
‘와라.’
수호의 눈에 투수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던지는 게 보였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은 바깥쪽 높은 코스.
보더라인에 살짝 걸치는 아슬아슬한 공을 던질 생각이었다.
아마 상대가 다른 타자였다면 충분히 통했을 거다.
하지만 그가 상대해야 하는 건 수호였다.
“흡!!”
쐐애애액-!!
투수가 던진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수호는 클로즈드 스탠스를 밟으며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그의 스윙에는 망설임이라곤 전혀 없었다.
하체부터 시작된 회전력은 허리, 몸통을 지나 이내 두 팔로 잡고 있는 배트로 이동했다.
부앙!!
배트가 돌아가며 바람을 가르더니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습니다!!
이제는 경지에 올랐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배트 플립과 함께 수호가 1루로 걸어갔다.
-타구는 우측 펜스를 넘어갑니다!! 40번째 홈런을 터뜨리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폭발시키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전반기 40번째 홈런이 기록됐다.
이제 수호의 시선이 다음 스텝으로 향했다.
‘올림픽으로 간다.’
목표는 금메달.
단 하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