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05화
1941년, 조 디마지오에 의해 갱신된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만약 오늘 경기에서 한수호 선수가 단 1개의 안타라도 기록하게 된다면 조 디마지오의 기록이 87년 만에 깨지게 됩니다.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깨지지 않던 기록이 고작 2년 차 선수에게 깨질 수도 있다니. 듣고도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해설진은 흥분했다.
그들 역시 불멸의 기록이 깨질수도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도 이번 기록에 대해 엄청난 주목을 하고 있었다.
전국구 생중계는 당연한 일이었고 시청률은 역대 최고가 찍힐 정도였다.
심지어 오늘 경기장에는 귀빈도 방문했다.
-오늘 경기장에는 미국의 대통령인 제임슨 하워드가 방문했다는 소식도 들려오네요.
-미국의 대통령이 페넌트레이스에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는 건 과거 맥과이어와 소사의 대결 이후 처음입니다.
대통령이 야구장을 찾는 건 미국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는 미국의 4대 스포츠 중 하나였고 미국의 국민들이 사랑하는 스포츠였다.
정치인들은 거기에 얼굴을 비쳐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 그랬다.
대통령 역시 개막전이나 월드시리즈 시구와 같은 정말 많은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벤트에 서서 인지도를 높이려 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도중에는 경기장을 방문하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열…… 대통령도 왔네.]
[보안 문제 때문에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정치쇼 하려면 오늘 같은 날이 베스트긴 하지.]
[수호 덕분에 전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으니까.]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오늘 경기는 미국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경기였다.
일각에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더라도 오늘 경기의 화제성을 넘기지 못할 거란 말이 나왔다.
그만큼 오늘 경기의 중요함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었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조 디마지오를 넘어설 수 있을지! 카디널스와의 4차전이 시작됩니다!!
카디널스의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 * *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가 거의 제 자리에서 잡아냅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며 카디널스의 1회 공격이 마무리됩니다!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수호는 옆으로 걸어오는 잭을 향해 미트를 내밀었다.
툭!
“나이스 리드였다.”
“괜찮았어요?”
“네 리드는 언제나 나무랄 곳이 없지. 오늘 내 공은 어땠어?”
“포심은 조금 회전이 부족한 느낌이지만, 슬라이더의 각이 매우 좋았어요. 그리고 체인지업의 변화가 좋아서 큰 문제는 없을 거 같습니다.”
“오케이.”
본인이 생각하고 있던 느낌과 동일했다.
‘역시 이 녀석은 대단해. 이런 중요한 순간에도 포수로서 할 일은 잊지 않고 있었어.’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록이었다.
그런데도 수호는 평소와 같았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힘내라.”
“예.”
잭의 격려를 받으며 벤치에 도착한 수호는 곧장 보호장구를 벗었다.
그리고 헬멧을 가지고 더그아웃의 입구로 걸어갔다.
그런 그를 향해 동료들이 손을 밑으로 내밀었다.
말없이 응원하는 그들의 배려에 수호가 웃으며 헬멧을 머리에 쓰고 양손을 밑으로 뻗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짝!!
필리스의 모든 선수가 그의 기록 달성을 바라고 있었다.
* * *
첫 번째 타석.
“후우……!”
깊게 심호흡을 뱉은 수호가 타석에 섰다.
-역사적인 기록 달성을 위해 한수호 선수가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안타를 기록해 주었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수호가 첫 타석에서부터 안타를 기록해 주길 바랐다.
그리고 그건 수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음 편하게 처음부터 안타를 기록하고 싶다.’
[그게 최고긴 하지.]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좋음.]
[처음 체력이 남아돌 때 후딱 기록 달성 가즈아!!]
레전드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얘 또 들어가는 듯.]
[이제 자유자재네.]
[체력이 널널해서 그런 거 같은데.]
[어차피 우리 글 안 보임.]
[우리끼리 떠드는 거지.]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지만, 수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수호의 시야에는 오직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만이 보였다.
‘또 나타난다.’
그리고 이전과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의 근육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빛무리가 처음부터 한점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자가 없어서인지 모든 집중력이 공을 던질 곳을 향하고 있어.’
두 번째라서 그런지 조금 더 침착할 수 있었다.
‘바깥쪽 낮은 곳을 노릴 생각이군.’
빛무리가 모이는 곳을 확인한 수호가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투수의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와인드업에 이어 킥킹을 한 투수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정확히 바깥쪽 낮은 코스로 향했다.
수호는 기다렸다는 듯 클로즈드 스탠스를 밟으며 히팅 포인트를 바깥쪽으로 고정시켰다.
‘이전에는 타이밍이 빨랐다. 공이 들어올 곳을 알기에 먼저 배트를 휘두른 탓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수호는 스윙의 타이밍을 늦추었다.
부웅!!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딱!!
‘크으……!’
스윙의 타이밍을 과도하게 늦춘 탓에 공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배트가 돌아가는 게 늦었다.
스윙은 충분한 회전이 나온 뒤에 제대로 된 힘이 생기는 법이었다.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90마일 후반의 공에 밀렸다.
-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공은 당연하게도 멀리 뻗지 못했다.
그래도 중견수가 워닝 트랙 앞에까지 간 뒤에야 공이 떨어져 잡을 수 있었다.
퍽!
“아웃!”
-첫 번째 타석, 초구에 아웃이 되는 한수호 선수! 아쉽습니다.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평소 한수호 선수의 타격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장면이 아닌가 싶네요.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수호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충 감 잡았음?]
[처음에는 타이밍이 빠르더니, 이번에는 느렸네.]
[이 정도면 감 잡아야지.]
레전드들 역시 그걸 눈치챈 듯 빠르게 채팅을 올렸다.
그들의 질문에 수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잡았습니다.’
새롭게 진화한 능력.
하지만 그거에 적응하는 것도 이제 끝이었다.
* * *
경기는 박빙으로 흘러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잭 휠러가 오늘 경기 4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며 3이닝 무실점 쾌투를 이어갑니다!
-오늘 잭 휠러의 컨디션이 무척 좋아 보이는군요.
잭의 피칭은 인상적이었고.
딱!!
-때렸습니다! 우익수 정면으로 날아가는 타구! 이성훈 선수가 앞으로 달려 나오며 가볍게 타구를 처리합니다!
-이성훈 선수의 수비는 무척이나 안정적이네요. 카디널스는 야수들이 수준 높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성훈은 안정적인 수비를 이어가면서 박빙의 경기를 이어나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두 팀의 이런 분위기는 결국 4회에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4회가 분수령이 되겠네.
-이성훈이랑 한수호가 각각 초와 말 공격에 들어오네.
-이성훈의 수비는 진짜 일품이다.
-수호도 포수로서 잘하고 있음.
-하지만 수호는 포수보다 타격 쪽에서 빛을 좀 냈으면 좋겠다.
-첫 타석에서 좀 불안하지 않음?
-밀리는 건 오랜만에 봤다.
-오늘 컨디션 별로인가?
대중은 수호의 첫 타석에 대한 불안감을 이야기했다.
본래 수호의 배팅 타이밍은 완벽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특히 올 시즌 시작부터 이전 경기까지 그는 완벽한 타이밍으로 안타를 쏟아냈다.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만들어냈다.
-천하의 한수호도 부담을 느끼는 건가?
누구도 반론하지 못했다.
루키시즌에 4할을 이루고 배리 본즈의 기록을 넘어섰다 하더라도 56경기 연속 안타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일이었다.
-카디널스의 4회 초 공격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약간의 불안감을 가진 채, 경기를 바라봤다.
* * *
4회 역시 잭과 필리스 야수들의 활약으로 카디널스의 공격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퍽!!
“아웃!!”
-안타성 타구였지만, 유격수의 호수비에 잡힙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면서 필리스의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벤치에 도착한 수호가 더그아웃의 입구로 향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새로 생긴 능력 탓에 기록의 달성이 미루어졌다.
하지만 조급함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능력을 앞으로 어떻게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결국 이건 고도의 집중력이 진화한 형태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어디를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있고 견제를 할 것인지 공을 던지려고 하는지 알 수 있어.’
[진짜 치트지.]
[미친 능력인 건 확실한 듯.]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정말 역대급 시즌도 가능하겠다.]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도 수호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능력까지 온전히 자리 잡는다면 어떻게 될까?
전인미답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선배님들조차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헐~]
[도전이냐?]
[그런데 한 번쯤은 보고 싶긴 하다.]
[ㅇㅈ]
반발이 나왔지만, 기대하는 레전드들도 있었다.
그만큼 수호의 생각은 누구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딱!!
“때렸다!!”
“빠졌어!!”
그때 로버트가 안타를 때리고 출루에 성공했다.
[일단 경기에 집중하자.]
‘예.’
고개를 끄덕이며 수호가 대기 타석으로 걸어갔다.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두 번째 타자인 브라이스 하퍼는 삼진으로 돌아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대기 타석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선수에게로 향했다.
-원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석으로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첫 타석에서 아쉽게 플라이볼로 물러선 한수호 선수, 이번 타석에서는 과연 기록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입니다!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심호흡을 크게 뱉었다.
“후우……!”
그 모습을 보는 포수의 눈이 빛났다.
‘여전히 긴장하고 있나 본데?’
타인의 눈으로 보면 수호의 저 행동은 긴장을 푸려는 듯한 걸로 보였다.
‘첫 타석에서 타이밍이 늦은 것도 그렇고 역시 이 녀석도 사람이군.’
이런 정보들로 포수는 초구부터 공격적인 리드를 이어나갔다.
‘몸쪽으로 하나 붙이자.’
‘오케이.’
평소였다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리드를 했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수호가 긴장했다면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나가서 녀석을 돌려세우는 게 최선이다.
그렇게 생각한 리드였다.
‘이번에는 몸쪽.’
수호는 그런 배터리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투수의 시선이 몸쪽으로 집중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타이밍은 이전보다 조금 더 빠르게, 하지만 처음보다는 느리게 가져간다.’
모든 걸 결정한 수호가 자세를 잡자,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콰직!
그의 하체가 단단히 고정되면서 몸이 빠르게 회전했다.
휘릭!!
뒤이어 돌아간 상체에서 팔이 뻗어 나와 그대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예상대로 공은 몸쪽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수호가 오픈스탠스로 발을 내디뎠다.
타닥!!
그리고 몸을 회전시키며 배트를 돌렸다.
후웅!!
이전과 달리 완벽한 타이밍에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며 수호가 배트를 던졌다.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고! 타구는 좌측 담장…… 좌측 담장……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갑니다!!
57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자신의 신기록을 자축하는 수호가 카메라에 잡혔다.
-한수호 선수가 불멸의 기록을 넘어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