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204화 (203/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204화

    박세준의 사건은 큰 화제가 되었다.

    -전 여자친구 폭행했다네.

    -이래서 공놀이하는 새끼들은 안 된다니까.

    -좀 조용하다 싶더니 또 폭행 사건이냐?

    -얘네들은 뭐 틈만 나면 범죄야.

    -범죄스,  또 쿨 돌았냐?

    -하…… 요즘 야구 좀 재밌나 싶더니 또 지랄이네.

    팬들의 반응은 당연하게도 좋지 않았다.

    1년에 한 번씩 범죄와 연루된 선수가 등장하니 거기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한 탓이었다.

    그러나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스스로 자백했네.

    -기사보니 협회 측에서 먼저 조사해서 알아냈다는데?

    -어쨌든 클린베이스볼은 적용된 듯?

    -경찰 쪽에서 먼저 조사에 나서기 전에 협회 쪽에서 움직였으니 이번에는 잘한 듯.

    협회 쪽에서 먼저 박세준의 범죄사실을 인지하고 움직였다는 점이 기존과는 다른 점이었다.

    팬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국가대표급 유망주 한 명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다.

    -이런 애가 태극마크 달았으면 볼만했겠다.

    -나중에 스피어스에서 다시 뛰겠네.

    -한 1년 쉬다가 다시 복귀하겠지.

    -어쨌든 태극마크는 절대 달게 하면 안 됨.

    협회는 박세준에 대한 징계를 위한 회의에 들어갔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대한 스피어스 역시 강력한 처벌을 할 것이라는 걸 공표했다.

    선수만이 아니라 그 사실을 숨기려고 했던 구단에게도 처벌을 내린다는 사실에 다른 팀들 역시 긴장했다.

    상당히 강력한 경고였기에 타 구단들 역시 내부적으로 다른 문제가 없는지 점검에 나섰다.

    [KBO 김중호 총재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야구팬들에게 진중한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거기에 그동안 없었던 최고책임자인 김중호 총재의 사과에 팬들 역시 평소와 달리 이번 사태를 대하기 시작했다.

    하나 여전히 반감도 많은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수호의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 도전이 시작됐다.

    * * *

    -필리스와 카디널스의 3차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나 한수호 선수가 조 디마지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느냐의 여부겠죠?

    -맞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게 된다면 불멸의 기록인 56경기 연속 안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지! 경기 시작됩니다!

    필리스의 수비로 시작된 경기.

    오늘만큼은 필리스와 카디널스의 팬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 야구팬의 시선이 집중됐다.

    -빨리 말 공격 와라!

    -수호가 오늘 기록 달성 가능하겠냐?

    -얘는 끝을 알 수 없는 괴물이라 가능할지도.

    -진짜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루키시즌도 괴물 같았는데. 2년 차 시즌이 어떻게 더 미쳤냐?

    수호의 활약은 모든 상식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루키시즌부터 그랬다.

    그렇기에 루키시즌의 성적이 그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 될 거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그들의 예상을 가볍게 비웃었다.

    -2년 차 시즌이 루키시즌을 넘어설 줄이야.

    넘어선 수준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압도했다.

    -얘는 진정 괴물이다.

    레코드 브레이커로 불리던 수호였다.

    그런데 최근 그를 일컬어 몬스터라고 부르는 이들이 늘어났다.

    앞에 다른 말은 붙지 않았다.

    오로지 괴물이란 한마디로 그를 표현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말에 동의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안정적인 리드로 1회 세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데 기여합니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포수로서 풀타임을 뛰게 된 한수호 선수, 타격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줘서 포수로서의 능력이 다소 가려진 측면이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 시즌 역시 도루 저지율이 무려 82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투수의 폭투에 대한 블로킹 역시 11번 시도해서 모두 성공할 정도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호하면 타격을 먼저 떠올린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내고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를 끌어내린 인물이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포수로서의 능력도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그런 한수호 선수가 포수로서의 능력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라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가 마스크를 쓴 올 시즌 필리스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이 0.3점 내려간 것이 가장 큰 증거 중 하나입니다.

    포수로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는 수호였다.

    그러나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은 조금 달랐다.

    -조니 로버트의 타석으로 필리스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타석에 선 조니 로버트를 잡던 카메라가 대기 타석에 있는 브라이스 하퍼를 잡더니 뒤이어 더그아웃 계단에 서 있는 수호를 잡았다.

    그가 전광판에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이 들썩였다.

    “와아아아아아!!”

    “한! 한! 한! 한!!”

    팬들이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하퍼는 그런 팬들을 보며 수호에게 말했다.

    “다들 기대하나 보다.”

    주어는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잘 알고 있었다.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초반에 기대를 충족시켜 주겠어.’

    * * *

    딱!!

    -때렸습니다! 조니 로버트의 삼유간을 가르는 안타!

    -결대로 밀어치는 기술적인 타격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로버트 선수입니다!

    로버트의 출루.

    뒤이어 하퍼가 타석에 들어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브라이스 하퍼가 무리한 타격을 하지 않고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맞이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카메라가 대기 타석에 서 있는 수호를 비추었다.

    -그리고 타석에는 불멸의 기록에 도전하는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수호의 등장에 관중석이 들썩였다.

    마치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5연타석 홈런을 터뜨릴 때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한! 한! 한! 한!!”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끝내자!!”

    “일단 안타 하나만 달성하고 시작하자!!”

    월드시리즈와 다른 점이 있다면 팬들이 원하는 게 홈런이 아닌 안타라는 점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쉬울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으으…… 도대체 얼마나 떨릴까?

    -진짜 장난 아니게 떨릴 듯.

    -오늘 경기 매 타석 보는 내가 다 떨리겠네.

    -초반에 그냥 끝내주면 좋겠다.

    -그럼 이후 타석은 좀 마음 편하게 보겠는데.

    팬들은 수호가 첫 타석에서부터 안타를 때리길 바랐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아무래도 불멸의 기록에 도전하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틀렸다.

    “후우…….”

    깊게 숨을 내뱉고 타석에 선 수호는 평소와 같았다.

    그의 마음은 평온했고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은 어둠에 물들어 있었다.

    ‘집중…… 집중…….’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주위에 방해되는 모든 걸 지웠다.

    수비들의 움직임, 포수의 수다스러운 목소리. 심지어 팬들의 응원과 레전드들의 채팅까지.

    그 모든 것을 지울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수호의 눈에 보이는 건 오직 투수의 움직임이었다.

    ‘주자들을 견제하고…….’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투수가 고개를 돌리며 1루에 있는 하퍼와 2루에 있는 로버트를 견제했다.

    ‘근육의 움직임으로 보아 던질 생각은 없다.’

    얼마나 집중력이 높아진 걸까?

    기존과 달라진 풍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발견한 차이점은 투수의 근육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단순한 표현이 아니었다.

    근육의 움직임이 보여서 힘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베이스 쪽이 아닌 정면으로 향해 있었다.

    ‘던진다.’

    두 번째 차이점은 투수의 신경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이미지화되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마치 붉은빛이 쇄도하듯 수없이 많은 빛무리가 자신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빛무리와 근육의 움직임이 홈플레이트로 향하는 순간.

    콰직!!

    투수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렸다.

    스트라이드로 발을 내디딘 그의 근육들이 폭발하듯 힘을 토해냈다.

    그리고 모든 신경이 하나의 점으로 모였다.

    ‘인코스.’

    그 점이 모이는 장소를 확인한 수호가 박자에 맞춰 다리를 내디뎠다.

    ‘하이.’

    타닥!!

    오픈 스탠스를 밟아 몸쪽의 히팅 포인트를 강제로 연 수호가 배트를 돌렸다.

    “흡!!”

    쐐애애액-!!

    뒤이어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그 공이 히팅 포인트에 도달할 무렵, 수호의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수호는 알 수 있었다.

    ‘빗맞았어.’

    너무 일찍 배트를 돌렸다.

    새로운 감각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타구는 3루수 키를 넘어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집니다!!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는 말이다.

    -한수호 선수가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조 디마지오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불멸의 기록과 동일 선상에 서게 되었다.

    * * *

    한국에서 일어났던 박세준의 폭행 사건은 대형스캔들이었다.

    하지만 그 대형스캔들은 더 거대한 소식에 묻혔다.

    [(속보) 한수호 56경기 연속 안타 달성!]

    [(속보) 전설 조 디마지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한수호!]

    [(속보) 첫 타석에서부터 안타 작렬! 불멸의 기록과 함께 이름을 올린 한수호!]

    모든 언론의 메인에 수호의 기사가 도배되었다.

    “박세준의 사건으로 시끄러울 거라 생각했는데. 수호 덕분에 단번에 묻혔군.”

    기사를 확인한 이두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수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메이저리그에 역사를 세우고 또 KBO에는 이런 도움을 주다니…….”

    수호가 의도한 것은 아닐 거다.

    하지만 KBO는 그에게 또 한 번의 은혜를 받았다.

    물론 여전히 박세준의 이야기는 거론되고 있었지만, 그 파급력은 수호의 대형뉴스에 잠식되었다.

    ‘박세준의 사건이 이 정도로 마무리된다면 남은 건 대표팀 구성에 달려 있다.’

    2차 선발까지 끝낸 상황에서 남은 건 최종 선발이었다.

    이두성은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선발명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대 최강의 한국 대표팀이다.”

    그렇게 자부할 수 있을 정도의 선수들이 모였다.

    * * *

    56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낸 수호에게 모든 포커싱이 집중되었다.

    메이저리그 팬은 물론이거니와 관심이 없는 팬들도 필리스와 카디널스의 4차전 경기를 보기 위해 TV 앞에 모여 앉았다.

    -오늘 전설이 쓰이나?

    -내 인생에 조 디마지오의 불멸의 기록이 깨지는 걸 볼 기회가 생길 줄이야.

    -얼마 만에 메이저리그 경기를 라이브로 보는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들 다 모임 ㅋㅋ

    -나 지금 필라델피아인데. 펍에 빈자리가 없다.

    역사의 현장을 같이 즐기기 위해 가족들과 그리고 펍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TV를 보는 사람이 많았다.

    덕분에 필리스 VS 카디널스의 4차전은 올 시즌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아니, 올 시즌만이 아니라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경기 시작 전부터 하나의 역사를 썼다.

    그 주인공인 수호는 클럽하우스에 앉아 정신집중을 하고 있었다.

    [어제 네가 말한 감각을 잘 떠올리면 도움이 될 거다.]

    [사실 그런 감각은 우리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라서 조언을 할 수 있는 게 적다.]

    전날 수호는 안타를 때릴 때 이상한 현상을 경험했다.

    그리고 레전드들에게 이야기했지만, 그들 역시 정확한 답을 내려주지 못했다.

    [아마 네가 가지고 있는 고도의 집중력이 더욱 발전한 형태겠지.]

    [진짜 괴물은 괴물이네.]

    [지금 상태에서 더 발전하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냐?]

    레전드들은 수호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걱정도 있었다.

    ‘어제 그것이 발현됐을 때 평소와 스윙 타이밍이 달랐어요.’

    [중요한 순간에 타이밍이 달라지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지.]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 같다.]

    ‘그런가요?’

    [그래. 결국에는 너의 집중력이 발전된 형태로 발현되었던 거야.]

    [온전히 너의 능력이니 그게 너의 타격을 방해하진 않을 거다.]

    [일단 오늘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자.]

    레전드들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꼭 깨라.]

    조 디마지오의 마지막 응원을 받으며 수호가 경기장으로 향했다.

    불멸의 기록을 넘어설 시간이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