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202화
조 디마지오의 불멸의 기록에 도전하는 수호의 소식은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배리 본즈의 73홈런을 깨뜨렸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한수호 선수가 이번에는 조 디마지오가 세운 불멸의 기록인 56경기 연속 안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로 53경기 연속 안타에 성공한 한수호 선수는 불멸의 기록까지 단 3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어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기록에 도전하면서 필라델피아에선 새로운 인사법이 등장했습니다.]
화면이 바뀌면서 카페로 들어서는 한 노인의 모습이 잡혔다.
로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에 들어선 노인이 주인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제 수호가 안타를 쳤나?”
“당연히 쳤지요. 평소 마시는 걸로 드리면 되겠습니까?”
“하하! 그래. 부탁하지.”
곧 기자가 나오면서 인사의 기원에 대해 소개했다.
[이런 인사는 조 디마지오가 56경기 연속 안타에 도전할 당시 뉴욕의 팬들이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조 디마지오의 시대가 돌아온 듯, 사람들은 지금의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1941년 메이저리그 팬들은 조 디마지오의 시대를 살았다면, 2028년 현재 메이저리그 팬들은 한수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메이저리그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한수호 선수의 활약으로 메이저리그는 역대 가장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2020년대 메이저리그 4~5월 동 시기에서 가장 놀라운 수입을 보여주고 있는 2028시즌!]
[입장권 매출과 유니폼 판매 역시 모두 역대 가장 높은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수호의 활약이 곧 메이저리그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성적이 좋다가 아니라 불멸의 기록에 도전하면서 메이저리그에 눈을 돌렸던 사람들조차 경기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한수호 선수는 필라델피아로 돌아가 세인트루인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조 디마지오의 기록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수호의 대기록 달성은 필라델피아에서 결정될 예정이었다.
* * *
필라델피아는 최근 미국에서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가장 뜨거운 지역이었다.
“이번 시리즈는 정말 중요하겠어!”
“그렇지. 수호가 조 디마지오를 넘어설 수 있는 시리즈니까!”
“이번 시리즈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내면 57경기로 갱신하는 거지?”
“맞아. 우리 필라델피아의 레전드가 뉴욕의 기록을 넘어서는 거지!”
홈에서 카디널스를 맞이하게 될 필리스는 4연전을 치른다.
만약 수호가 이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조 디마지오의 기록을 넘어선다.
“마스터! 수호가 기록 달성하면 뭐 서비스 없어?”
“당연히 있지! 수호가 기록 달성하는 날에 우리 집 맥주통이 모두 빌 동안 무제한 서비스 간다!”
“오오!!”
“이거 SNS에 올려야겠군!”
필라델피아 곳곳에서 수호의 기록 달성과 관련된 이벤트가 열렸다.
펍에서는 수호가 매 경기 안타를 때릴 때마다 맥주를 서비스한다거나 같은 이벤트였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갔다.
“어? 자네들 한국에서 왔나?”
“아, 예. 어제 도착했습니다.”
“필라델피아에는 처음 온 거야?”
“수호의 경기를 보러 온 건가?”
“예. 미국에 여행을 온 김에 한수호 선수의 경기를 보러 왔습니다.”
“으하하! 잘 왔네. 마스터! 여기 제일 맛있는 감자튀김 좀 내줘! 내가 한턱 쏘도록 하지!”
“이봐! 무슨 감자튀김이 한턱 쏘는 거야? 일단 맥주부터 가져오라고!”
“두 친구 오늘 마음 편히 놀다가 가게! 수호의 나라에서 왔으니 우리가 한턱 쏘도록 하지!”
필라델피아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은 뜻하지 않게 공짜 음식과 술을 얻는 횡재를 누리게 됐다.
이런 현상은 한두 곳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필라델피아 지역 전반적으로 일어나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꼭 찾아야 하는 지역이 되었다.
그만큼 수호의 활약은 필라델피아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이야…… 설마 1년 만에 또 이런 기록에 도전할 줄은 몰랐는데?”
수호는 필라델피아 구장 내부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카디널스의 이성훈을 만나고 있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1년 전에 4할 타율과 77홈런을 때려냈는데. 올 시즌에는 56경기 연속 안타에 도전한다? 이건 운의 영역이 아니야. 실력이지.”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죠.”
“넌 언론에서는 빅마우스로 불릴 정도로 화끈하게 말하면서 나한테는 의외로 예의 차리더라?”
“선배님 앞에서 잘난 척을 할 순 없지 않습니까?”
“뭐야? 그럼 속으로는 실력이라 생각하면서 내 앞이라 얌전 떤다는 거야? 그게 더 나뻐, 인마!”
“하하!”
작년 처음 만난 이성훈과의 사이는 상당히 친해졌다.
이런 농담을 주고받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나저나 선배님은 이번 대표팀에도 나가시는 거죠?”
“그렇지. 아무래도 내가 빠지면 대표팀이 제대로 굴러가질 않을 테니까.”
이성훈의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톱클래스 수준의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그였기에 대표팀에서 빠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손실이었다.
“이번에 너도 들어오니까, 올림픽만큼은 이전과 다를 거야.”
수호의 합류는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들도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단톡방에서 매일 너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단톡방이요?”
“어. 대표팀에 자주 발탁되는 선배들이나 후배들하고 단톡방을 하고 있거든. 평소에는 그냥 간단히 안부 인사만 하는데. 요즘에는 너에 관련된 이야기만 하더라.”
그런 단톡방이 있는 줄은 몰랐다.
“너도 초대해 줄까?”
“저는 아직 대표팀 선배님들하고 안면이 거의 없어서 들어가면 조금 붕 뜰 거 같아요. 차라리 대표팀 소집 이후에 들어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음, 그것도 맞는 말이네.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은 다 좋으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편해지면 언제든지 말해.”
“감사합니다.”
이성훈은 한국야구의 중심과 같은 사내였다.
프로선수 2세로 처음에는 아버지의 후광을 받았지만, 그 재능은 아버지를 능가할 정도였다.
실제 그는 메이저리그 레벨에도 적응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혈통과 실력 모두를 가진 그였으니 한국야구에서 큰 영향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네 친구도 2차 선발에 들어갔지?”
“예. 광호가 들어갔습니다.”
“안 그래도 그걸로 화제더라. 한수호가 어떻게 훈련을 시켰으면 몇 개월 만에 국가대표 레벨로 성장을 시켰냐고.”
“성장을 시켰다기보다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죠.”
“네가 재능이라고 말할 정도야?”
“예. 광호 녀석이 가지고 있는 재능은 분명 뛰어납니다. 멘탈은 아직 약하지만요.”
“하긴, 최근에 좀 부진한 거 같더라. 그나저나 최근에 한국에서 좀 시끄러운 일이 있는 거 같아.”
수호의 눈이 빛났다.
“시끄러운 일이요?”
“어. 아직은 정확한 건 아닌데. 구단 측에서 국가대표 선발에 영향력을 발휘했단 이야기가 돌더라고.”
“그런 이야기도 돌아요?”
“아무래도 시장이 좁으니까. 그리고 옛날부터 국가대표 선발에 구단의 입김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었거든.”
한국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이성훈이기에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가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바꿀 힘이 없단 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시끄러운 이유가 있나요? 이전부터 있어왔다면 조용히 넘어갈 텐데요.”
“시기가 시기이니까.”
그의 대답에서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한국야구는 위기였다.
단순히 말이 그런 게 아니라 실제 수치에서도 한국야구는 역성장하고 있었다.
“거기에 WBC에서 또 한 번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 상황이니까. 팬들의 기대가 낮아지는 게 사실이거든. 그런데도 이번 올림픽에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 바로 네 덕분에 말이야.”
수호란 존재는 한국야구에는 희망이었다.
그의 활약은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야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그가 참여하는 이번 올림픽 국가대표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그런데 만약 국가대표 선발에 비리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대중들은 한국야구에 질려서 더 이상 보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렇군요.”
“어쨌든 그래서 아버지가 조금씩 움직이는 거 같아.”
“이두성 위원님이요?”
“응. 자세한 내막을 알아내고 사전에 방지하려는 거지.”
김명훈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였다.
“별일 없길 바라야겠군요.”
“그렇지. 괜히 큰일로 번지지 말았으면 좋겠어.”
이성훈의 말에 공감했다.
괜히 큰일로 번져서 친구가 피해를 입지 않길 바랐다.
“뭐, 심각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이번 시리즈에서 잘해라. 물론 나는 전력을 다해 널 막을 테지만.”
“선배님이 잡을 수 없도록 펜스 너머로 날려드리겠습니다.”
“짜식.”
도발적인 수호의 대답이었지만, 이성훈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는 듯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라운드에서 보자.”
“예.”
두 한국인의 대결이자 수호의 신기록이 달린 시리즈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VS 카디널스 1차전.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한수호 선수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섭니다.
퍽!
“볼.”
-초구는 볼입니다. 카디널스의 선발투수 말릭 윌리엄스가 조심스럽게 공을 던지고 있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스트라이크존 어디로 공이 들어오더라도 정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투수 입장에서는 공을 던지는 거 자체가 싫을 거예요.
해설위원의 말이 맞았다.
공략법이 보이지 않는 보스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인, 아웃코스 어디로 던지더라도 모두 대응하니. 어디로 공을 던져야 할지 모르겠어.’
이런 망설임이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이어졌다.
원래 그와 승부를 할 의욕이 가득했지만, 막상 직접 상대하니 도무지 던질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두 번째 타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어.’
포수의 사인에 말릭 윌리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을 잡지 못하면 오늘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카디널스도 지구에서 순위싸움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을 진출하기 위해서는 1승, 1승이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수호와의 승부를 피할 순 없었다.
‘인코스 하이로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해 내자.’
‘오케이.’
몸쪽 높은 곳은 어떤 타자라도 정타를 만들어내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이번에 승부가 들어오겠군.’
수호는 투수의 분위기를 감지해내고 그가 와인드업을 하는 템포를 읽어갔다.
스트라이드에 이어 몸을 회전시켜 팔을 릴리스 포인트로 이동시키는 순간.
그의 손에서 공이 쏘아져 나왔다.
‘몸쪽 높은 곳.’
공의 궤적을 예측한 수호가 오픈 스탠스를 밟으며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른 배트는 배팅 포인트로 들어오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타구는 좌익수의 키를 넘어 펜스를 그대로 때립니다!!
-아쉽게 홈런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한수호 선수가 54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합니다!
1루 베이스에 도착한 수호가 전광판에 찍힌 안타를 바라봤다.
‘앞으로 2경기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