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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98화 (197/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98화

    수호는 광호와 통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사안이 심각함을 인지했다.

    “그러니까, 네 말을 정리하면 구단 상층부에서 널 국대에 넣기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거야?”

    -응…… 난 정말 몰랐어.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상층부에서 움직였으면 몰랐던 게 사실일 거다.

    하지만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일단 진정하고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프런트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찮게 들었어. 내가 들은 걸 알고 오히려 자세하게 이야기해 줬고.

    “미친놈들이네.”

    뭐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그걸 또 자세하게 이야기해 줬단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회사생활을 해봤던 수호는 이내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비리를 저지르더라도 그걸 자랑하는 미친놈들이 하나씩 있었지. 커뮤니티에 올리는 건 비일비재했고.’

    꽁꽁 숨겨야 할 비밀이었지만, 그걸 자랑이라고 떠드는 관심종자들이 많았다.

    실제 회사의 비리가 폭로되는 일을 보면 대부분 이상한 루트를 통해 폭로되는 일이 많았다.

    실제 커뮤니티에서 관계자가 자랑이랍시고 떠드는 경우도 흔했다.

    “그래서 그놈들은 뭐라고 하는데?”

    -나만 입 다물고 있으면 된다는데. 솔직히 모르겠다…… 나 너무 무섭다, 수호야…….

    광호는 잘못한 게 없다.

    위에서 모두 시킨 일이다.

    그러면서 관계자로 만들어서 입을 다물게 한 것이다.

    이는 무척이나 질이 나빴다.

    거기에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는 수호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한없이 강했던 녀석이…….’

    광호는 회귀 전에도 별다른 사고를 치지 않았다.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현역시절 아무런 사건 사고에 휘말리지 않았다.

    순탄하게 현역생활을 하다 은퇴한 몇 안 되는 선수였다.

    그런데 이번 삶에서는 벌써부터 사건에 휘말렸다.

    ‘나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컸다.

    만약 자신이 광호와 전지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벌써 눈에 띄지 않았을 거다.

    국가대표 이야기도 나올 이유가 없었다.

    구단에서 젊은 선수를 비리까지 저지르면서 국가대표에 넣는 이유는 두 가지 중에 하나였다.

    하나는 상층부와 커넥션이 있는 경우, 다른 하나는 광호처럼 재능이 있는 경우였다.

    후자의 경우 본인도 모르게 비리의 중심에 있을 수도 있었다.

    “일단 진정하고 오늘 경기 잘 준비해서 던지도록 해. 이 일에 관련해서는 나도 따로 알아볼게.”

    -고맙다…… 그리고 미안해…….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걱정하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해라.”

    한 번 더 광호를 다독이고 수호는 전화를 끊었다.

    “이런 망할새끼들이…….”

    [진짜 망할놈들이네.]

    [와~ 진짜 더럽다.]

    [어떻게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비리가 끼어드냐?]

    [이게 한국야구임?]

    레전드들의 반응 역시 좋지 않았다.

    특히 조국을 위해 스스로 군대에 자원했던 레전드들은 F가 실린 욕설까지 뱉어댔다.

    그리고 수호 역시 그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채, 전화를 들었다.

    “제 책임도 있으니 이번 일은 철저하게 파헤쳐야겠습니다.”

    [어떻게 하게?]

    “인맥을 사용하는 방법은 회귀 전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회귀 전에 했던 경험들을 이번 삶에서는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깨달으며 수호가 전화를 걸었다.

    “예, 지부장님. 저 한수호입니다.”

    그는 이전의 삶에서 했던 것처럼 인맥을 총동원했다.

    * * *

    다음 날.

    수호는 광호의 성적을 확인했다.

    [대한 스피어스의 임광호,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다.]

    [0.2이닝 6실점을 허용한 임광호, 시즌 최악투!]

    [신인의 벽을 만난 것일까? 고개를 떨군 채 마운드를 내려오는 임광호!]

    [이날 경기에서 최고구속이 147㎞밖에 나오지 않은 임광호에 대한 부상을 경고하는 전문가들.]

    [네티즌들, 임광호가 국가대표에 어울리는지 의문이다. 라며 실망감을 드러내!]

    한 경기의 결과로 국가대표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광호가 2차 선발명단에 들어간 건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어쨌든 수호는 광호의 부진이 어떤 이유에서 나온건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을 저지른 구단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지잉-!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번호를 확인한 수호가 전화를 받았다.

    “예, 지부장님.”

    -지금 통화 가능하십니까?

    “예, 말씀하세요.”

    -말씀해 주신 정보를 토대로 개인적으로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비리가 있었다는 겁니가?”

    -예. 그리고 이런 일은 사실 비일비재합니다.

    “비일비재하다고요?”

    김명훈 지부장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간단히 말해 학연, 지연이 얽힌 한국사회에서 누군가의 뒤를 봐달라는 청탁은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언제나 있어 왔다는 것이다.

    -거기에 프로구단 입장에서 선수를 공식적으로 병역면제 시킬 수 있는 방법인 국제대회 출전은 유용한 수단이었습니다.

    “유망주를 병역면제 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말이죠.”

    -맞습니다. 선수 본인이 모르게끔 진행되는 건 의외이긴 하지만, 알아보니 임광호 선수는 곁다리라 하더군요.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이번 2차 선발명단에 강대성의 입김이 작용한 대한 스피어스 소속 유망주는 두 명입니다. 한 명은 임광호 선수이고 다른 한 명이…… 박세준 선수입니다.

    “박세준이라면 대한 스피어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는 선수 아닙니까?”

    -예. 사실 실력대로라면 원래 붙었어야 하지만, 내부적으로 상황이 좀 복잡합니다.

    박세준은 실력이라면 국대에 뽑혀도 이상할 게 없는 선수다.

    그런데 뒷거래까지 하면서 국대에 넣는다는 것이 이상했다.

    김명훈의 말대로 무언가 더 있다는 소리였다.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후우…… 박세준 선수가 전 여자친구 문제가 좀 있습니다. 여러 안건이 얽혀 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폭행 사건입니다. 이걸 구단에서 막고 있는 중이고요.

    “폭행이요?”

    -예. 사귀는 도중에 박세준 선수가 바람을 피웠고 그걸 공론화하겠다고 하니 전 여자친구를 폭행했다 하더군요. 현재 헤어진 상태인데, 어쨌든 그로 인해서 구단은 어떻게든 사건을 무마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이 사건이 공개되면 한마디로 말해 박세준의 선수생활은 끝난다.

    클린 베이스볼을 자처하는 KBO의 기조로 인해 국대 발탁은 물 건너가고 팬들의 민심도 떠나게 되는 셈이다.

    “원래라면 협회에 보고하게끔 되어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형사사건이 정상적으로 접수된 게 아니기에 보고를 하지 않고 있는 거 같습니다. 세상에 알려진다면 타격이 있겠지만, 구단 자체적으로 징계를 최소화한다면 현역연장은 가능하겠죠.

    “즉, 그 전에 확실하게 병역면제를 시키겠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구단은 선수의 범법행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어떻게든 현역을 연장시킬 방법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광호는 왜 거기에 끼어넣은 겁니까?”

    -일종의 버리는 카드입니다.

    “버리는 카드요?”

    -예. 만약 국대에 뽑히기 전에 이번 일이 발각되면 임광호 선수를 비리로 터뜨릴 생각인 거죠.

    “하…… 그리되면 박세준도 걸리는 거 아닙니까?”

    -실력으로 보자면 박세준 선수는 비리를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 말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아직 검증이 필요한 임광호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겠다 이거군요.”

    -맞습니다.

    더러워도 이렇게 철저하게 더러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한국야구가 썩었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설마 국가대표라는 신성한 자리에이런 식으로 자기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일 줄이야.

    욕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번 일이 폭로되면 대한 스피어스 구단도 쉽게 넘어가진 못할 텐데요.”

    -밑에 직원 몇 명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해고하면 끝입니다. 그들에게 약간의 보상을 해주면 의외로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회사는 직원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저 도구로 볼 뿐이고 그것이 당연시 되는 게 현대사회였다.

    수호 역시 그런 과정에서 자진퇴사라는 명목의 해고를 당했다.

    그것이 실력 위주의 프로세계에서 다시 일어나려 한다는 게 역겨웠다.

    “이번 일, 터뜨릴 수 있겠습니까?”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한수호 선수에게 이득이 되는 게…….

    “친구의 일입니다. 그리고…….”

    수호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몰랐다면 넘어갈 수 있겠지만, 알게 됐습니다. 이미 알게 된 일은 그냥 넘어갈 순 없습니다.”

    누군가는 얄팍한 정의감이라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번 일을 그냥 넘기는 건 그 얄팍한 정의감이 용납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 선에서 증거를 모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두성 위원님에게 연락해 보세요. 그분이라면 도움을 주실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두성이라면 가능하다.

    자신이 본 그 사람은 협회에서도 깨어 있는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 * *

    큰 사건을 알게 되었지만, 수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를 다잡으며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이런 일을 알게 되었다고 내가 흔들린다면 나중에 이 일을 터뜨린다고 했을 때 내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정답.]

    [이런 일에 흔들린다면 본말전도가 되는 셈이지.]

    [이럴 때일수록 집중해야 함.]

    레전드들의 조언을 들으며 수호는 경기에 집중했다.

    20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수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렸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역시나 이번 시즌 홈런 신기록이었다.

    -한수호 선수는 작년 시즌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새로 작성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77개를 기록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죠.

    -그런 한수호 선수가 새로운 시즌에 접어들면서 작년 시즌 세웠던 기록보다 빠른 페이스로 홈런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5월이 끝나갈 무렵 20개의 홈런을 때려냈는데. 이번에는 중순이 되기 전에 이미 20개의 홈런을 때려냈어요.

    -무엇보다 작년에는 시즌 초반에 경기에 제대로 나오지 못했죠.

    -맞습니다. 그것도 영향을 끼치면서 한수호 선수가 이번 시즌 80개의 벽을 넘을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메이저리그의 미지의 벽을 넘어선 수호였다.

    하지만 80개는 또 의미 있는 수치였다.

    한 시즌에 0.5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야 가능한 수치였기 때문이다.

    이런 기록이 가능한가에 대해서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많은 의견이 교환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호는 분명 이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수호 선수는 이번 시즌 40경기에 선발로 모두 출전해서 20개의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정확히 경기당 0.5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한 시즌 전체로 보면 80개의 홈런도 가능한 시즌을 치르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한 시즌은 162경기로 치러진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가능한 수치였지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수호이기에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한수호 선수가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 아직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한수호 선수가 여기에서 하나 때려주면 좋겠네요.

    그러나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홈런이란 기록이 주목받고 있는 사이, 수호는 조용히 하나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흡!!”

    쐐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코스! 한수호 선수 1루를 돌아 2루까지 내달립니다!

    2루에 도달한 수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해설위원이 입을 열었다.

    -한수호 선수가 어느덧 3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러다가 조 디마지오가 세웠던 56경기 연속 안타를 갱신하는 거 아닙니까?

    연속경기 안타.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거라 생각되던 조 디마지오의 기록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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