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97화
기사의 내용은 간단했다.
-한국 국가대표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선수들이 너무 이기적이란 점이다.
돌아오는 보상이 없다면 그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실제 국가대표 성적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병역 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WBC나 프리미어12 같은 대회에서는 죽을 쑤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병역 혜택이 걸렸냐 아니냐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아니고를 결정한다는 소리였다.
이런 기사에 네티즌의 반응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한국야구가 그렇지 뭐.
-병역 혜택에만 움직이는 놈들.
-태극마크 그냥 다 반납해라.
-병역 혜택만 없애자.
-이번에는 나가서 또 열 올리면서 뛰겠지.
-이런 상황에서만 금메달 따는 놈들이잖아.
병역은 워낙 민감한 문제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모두 해당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선 자신은 가는데 남은 가지 않는다는 게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한국야구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반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네요.”
[그러네.]
[너희 나라 야구가 정말 개판이구나.]
“하하…… 변명의 여지가 없네요.”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웠다.
레전드들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온다는 게 말이다.
그래도 저게 사실이었다.
한국야구의 상황은 개판이었다.
“쩝, 뭐 제가 욕먹는 건 아니니까요.”
수호는 기사를 닫았다.
자신이 그러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을 청할 준비에 들어갔다.
휴식이야말로 성적에 직결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 * *
5월에도 필리스의 지구학살은 이어지고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브라이스 하퍼가 안타를 때려내며 주자 만루 상황이 됩니다!
-최근 성적이 좋은 브라이스 하퍼의 방망이가 무섭습니다!
해설위원의 말대로였다.
이번 시즌 브라이스 하퍼는 3할 중반대의 타율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홈런 역시 10개를 기록하면서 팀 내 2위를 달렸다.
이런 그의 활약에 회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의 이런 활약 덕분에 수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왔다.
-타석에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 벌써 세 번째 타석입니다. 안타 하나를 기록하고 있지만, 원하는 장타는 터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아직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수호의 홈런을 기대하고 있었다.
최근 페이스라면 홈런을 때리는 경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퍽!
“볼.”
-초구 변화구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한수호 선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급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공을 인내하며 기다리고 그것이 들어왔을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퍽!
“볼, 투!”
두 개의 볼이 들어왔다.
수호는 배트를 가볍게 휘두르며 투수가 던졌던 공들을 떠올렸다.
‘초구는 슬라이더, 다음 공은 커브. 두 개 모두 존을 벗어났지만, 1구에 비해 2구가 더 보더라인에 가까웠어.’
[아무래도 너의 히팅존을 확인하는 거 같은데?]
[어디쯤 던지면 위험한지 확인하는 거 같네.]
레전드들의 조언과 같은 생각이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올~]
[이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네.]
[확실히 실력이 늘었어.]
예전에는 레전드들의 훈수를 들으면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들이 이야기하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수호의 실력이 늘었다는 소리다.
실력이 늘었기에 같은 눈높이에서 볼 수 있었고 그들의 훈수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제 반응을 보기 위해 확인이 들어오겠죠.’
[그렇겠지.]
수호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최근 상대 투수들이 던지는 공은 열 개 중에 1, 2개 정도가 때리면 홈런을 만들 수 있는 공들이었다.
그 외의 공들은 모두 범타 혹은 안타에 그칠 뿐이었다.
즉, 그가 홈런을 때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수호의 홈런이 작년과 비교해서 늘어났다는 건 그 적은 기회조차 놓치지 않는단 소리였다.
‘몸쪽으로 하나 붙이자.’
‘오케이.’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하고 뒤이어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콰직!
디딤발이 마운드에 박히는 순간, 그의 몸이 빠르게 회전했다.
휘릭!!
뒤이어 몸의 회전에 의한 반동으로 그의 팔이 채찍처럼 머리 위를 지나 날아들었다.
파앗-!!
그리고 자신의 포인트에서 공을 놓았다.
“흡!!”
쐐애애애액-!!
단말마의 기합과 함께 날려 보낸 공이 몸쪽을 강하게 파고들었다.
포수의 미트를 향해 정확히 날아들어 오는 공에 수호가 움직였다.
타닥!!
그는 오픈 스탠스를 내디디며 몸쪽의 히팅존을 더욱 넓혔다.
그리고 넓어진 히팅존을 향해 날아드는 공의 궤적에 따라 배트를 돌렸다.
후웅!!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돌아가는 배트는 그대로 자신의 존에 들어온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반원을 그리며 돌아간 배트가 등을 때리고 돌아오자 수호가 배트를 쥔 손을 놓았다.
휘릭!!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고!!
그리고 천천히 1루로 걸음을 옮기며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봤다.
중앙을 향해 날아간 타구는 그대로 펜스를 넘어 관중석 2층에 떨어졌다.
-타구는 중앙펜스를 넘겼습니다! 홈런입니다! 시즌 20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타구가 넘어간 걸 확인한 수호가 주먹을 불끈 들어 올렸다.
-대단합니다! 시즌 시작 30경기 만에 20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역대 가장 빠른 페이스로 홈런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시즌 20번째 홈런은 그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를 우려했던 전문가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 * *
경기 후.
필리스의 클럽하우스에 많은 기자가 몰려들었다.
“한수호 선수! 작년보다 빠르게 20번째 홈런을 달성했는데! 비결이 무엇입니까?”
“상대 팀들의 집중견제를 받는 와중에도 작년보다 빠른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가 있었나요?”
“소포모어 징크스를 우려했던 전문가들이 말을 바꾸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빅마우스인 수호가 최근에는 조용했다.
아무래도 시즌 초반이다 보니 기록이 진행 중인 것도 없어서 더욱 그런 듯했다.
수호도 형식적인 대답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으로 참여가 확정적인 상황이신데요. 국내에서 한수호 선수의 참가가 병역 때문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기자가 떡밥을 던졌다.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수호도 알고 있었다.
‘역시 저걸로 기사를 쓰고 싶은가 보네.’
[ㅋㅋ 대형떡밥 아니냐?]
[최근 그런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맞지.]
국내에서 올림픽 국가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계속 나오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예전이었다면 WBC와 어느 정도 텀을 두고 국제전이 새로 열리기에 기대감이 더욱 컸을 거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WBC가 끝나고 6개월 만에 또 열리는 국제전이었다.
당연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또 국제전이 열리니 의견이 좋을 수 없었다.
거기에 병역 혜택은 언제나 뜨거운 화제였다.
수호 역시 거기에 혜택을 받을 수 있단 점이 팬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부정적이란 게 무슨 소립니까?”
“한국에서 수호의 국가대표 합류에 부정적이란 겁니까?”
“그게 무슨 소리죠?”
미국 기자들은 한국 기자의 질문에 의아한 듯 되물었다.
갑자기 수호의 인터뷰가 아닌 기자의 인터뷰가 된 셈이다.
한국 기자도 당황한 게 눈에 보였다.
‘이거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저 양반이 주인공이 되었네.’
[오히려 잘된 거 아니냐.]
[그나저나 한국에서는 병역이 정말 민감하네.]
[그냥 국대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논란의 중심에 서냐?]
수호도 이 정도의 반응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회귀 전에는 선수들의 병역 혜택에 대해서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뜨겁네요.’
[그건 대상이 너라서 그런 거 아닐까?]
[ㅇㅇ. 다른 선수였다면 이 정도 반응은 아니었을 듯.]
[슈퍼스타의 흠을 잡을 수 있는 기회니까. 놓치지 않으려는 거지.]
[너 안티도 은근 많잖아.]
대부분 겉으로는 수호를 응원하지만, 그게 본심이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저 남을 질투하지 않으려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가면을 쓰는 케이스도 있을 테니까.
중요한 건 인터넷은 그들이 가면을 벗고 본 모습으로 움직여도 익명성에 가려 누군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이 공격하기에는 저라는 사람이 좋은 표적이라는 거군요.’
[그렇지.]
[너라는 표적은 어디서나 가장 크게 보이는 상대니까.]
[무엇보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대상이고 말이야.]
역겨운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수호 역시 그런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그 역시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했으니까.
그들은 같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마치 그게 훈장이라도 되는 듯 말하는 걸 즐겼다.
‘역겹네요.’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 * *
5월의 중반이 지나갈 무렵.
한국에서 2차 선발명단이 발표됐다.
[기술위원회에서 발표한 국가대표 2차 선발명단에 포함된 한수호 선수.]
[사실상 태극마크는 확정! 과연 한수호 선수는 올림픽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가?]
수호의 태극마크는 당연한 분위기였다.
실력은 이미 천상계였고 사실상 그의 허락이 중요한 상황에서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기술위원회에서 발표하는 모든 선발명단에 포함되는 건 당연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다른 선수들의 면면을 궁금해했다.
[한수호의 아이들, 김태수와 김용태는 탈락! 임광호는 2차 선발명단에도 포함!]
[최고구속 155㎞를 던지는 임광호만 살아남았다!]
[대한 스피어스의 4선발로 올라선 임광호, 올 시즌 3승 1패 평균자책점 2.88이라는 호성적을 기록 중!]
서울 3대 구단들 중 하나인 대한 스피어스의 4선발까지 올라선 광호가 아이들 중 유일하게 2차 선발명단에 포함됐다.
“역시 용태나 태수는 탈락했네요.”
[어쩔 수 없지.]
[분명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너희 한국에서는 좋은 타자들이 많으니까.]
[반면에 투수는 별로 없고.]
광호의 활약은 분명 뛰어났다.
150㎞ 초반의 공을 던지고 최고구속은 중반까지 나왔다.
거기에 제구까지 잡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특히 한국야구는 마운드가 부실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온 새로운 얼굴이었으니, 기술위원회에서도 좋게 본 듯싶었다.
“광호의 재능이 제 생각보다 더 뛰어났네요.”
[회귀 전에도 마흔 살이 넘어서까지 현역이었다면서?]
“예. 제가 회귀하는 날이 딱 은퇴하는 날이었습니다.”
[그 정도면 웬만큼 재능이 없어서는 버티기 힘들지.]
[거기다 널 만나기 전이면 재능이 다 꽃피기 전이었을 테니까.]
수호를 만나면서 광호의 재능이 만개했다.
그리고 그 재능으로 한국에서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었다.
친구가 잘되고 있는 모습에 수호가 기뻐하고 있을 때였다.
「광호 : 자냐?」
그에게 하나의 톡이 도착했다.
[얘는 뭐 친구한테 헤어진 애인한테 보내는 듯 톡하냐?]
그 말에 동의하며 수호가 답장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