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96화
메이저리그 개막 이후 4월이 마무리됐다.
[한수호 선수는 4월 한 달간 모든 경기에 출전해 18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개막 이후 첫 달에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한수호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4월 치른 경기에서 20승 2패를 거두며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4월.
수호는 또 한 번, 역사의 페이지에 이름을 장식했다.
개막 이후 최다 홈런이란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런 수호의 활약에 소속팀 필리스는 당연하게도 4월 최다 승리팀이 되었다.
팬들은 필리스가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수호만 보유하고 있으면 우승 각이다.
-진짜 메이저리그는 앞으로 수호를 보유하냐 아니냐의 차이임.
-수호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선수다.
-필리스가 수호 없으면 지금 우승 경쟁이 가능하겠냐?
-FA 되면 진짜 볼만하겠다.
-도대체 수호의 연봉은 얼마를 찍을까?
사람들은 수호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몸값만큼이나 사람의 흥미를 끄는 소재는 없었다.
역대 최고의 몸값은 이미 예약하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오타니의 계약을 넘어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오타니 쇼헤이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였다.
이도류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
거기에 각종 국제전과 팬서비스 인품 등.
어느 부분에서도 흠잡을 수 없는 그의 모습은 역사상 최고의 몸값을 주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수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시즌을 보내고 있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 수호의 국제전 데뷔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KBO 기술위원회에서 올림픽 국가대표 1차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 팬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한수호 선수는 1차 선발 명단에 이름이 당연히 들어가면서 그의 첫 국제전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그 외에 1차 선발 명단에는 작년 WBC 참사의 주역들도 대거 이름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얼굴들 역시 등장했다. 일명 한수호의 아이들로 불리며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태수, 김용태, 임광호 역시 포함되어 화제를 모았다.]
올림픽을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1차 선발 명단이 발표됐다.
올해 올림픽은 시즌이 진행되는 도중에 열리게 되었다.
메이저리그는 유례없는 보름의 리그중단을 결정하면서 올림픽에 열을 올렸다.
미국 대표팀은 당연하게도 역대 가장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그리고 일본 역시 2023년 WBC 우승에 이어 또 한 번의 국제전 우승 타이틀을 위해 사무라이 재팬을 가동했다.
특히 2027년 WBC에서는 미국에 우승을 내주며 준우승을 했기에 칼을 갈고 있었다.
그 외의 국가들 역시 미국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의 야구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
[역대 가장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게 될 이번 올림픽에 사활을 건 각국의 대표팀들!]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 무려 8년 만에 올림픽의 종목으로 채택된 야구의 우승팀은 누가 될 것인가?]
2020년 도쿄올림픽은 코로나로 인해 세계인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점 역시 각국의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오타니 쇼헤이 사무라이 재팬에 합류!]
[애런 저지 미국 대표팀에 합류하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미국 대표팀에 합류!]
[수호의 팀 동료, 라파엘 알바레즈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으로 올림픽에 나온다!]
각 팀의 슈퍼스타들이 국가대표에 선정되면서 벌써부터 전 세계 야구팬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한국의 네티즌들도 알 수 있었다.
-각국 대표팀 명단 지리네.
-작년에 WBC가 좀 맹물이었던 게 올림픽 때문이었네.
-정말 슈퍼스타들 총출동이다.
-올림픽의 힘이 대단하구나.
2027년 WBC는 큰 흥행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슈퍼스타들의 불참에 있었다.
그런데 그 슈퍼스타들이 올림픽에 대거 참전을 선택했다.
그것만으로도 올림픽이 얼마나 중요한 이벤트가 됐는지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한국대표팀은 또 그 밥에 그 나물이네.
-명단 보니까. WBC에 뽑혔던 애들 그대로 나가는 거 아니냐?
-수호와 아이들 정도만 새로운 얼굴들이네.
-김용태는 수호의 아이들이 아니라 가디언즈라 하던데.
└한수호 가디언즈래?
└└그냥 가디언즈래.
└└└네이밍센스 하고는…….
한국의 야구팬들은 국대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나마 화제가 되는 건 수호와 그 친구들이었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인 수호와 그 친구들이란 점에서 화제가 모이는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시선을 끄는 건 역시 병역문제였다.
-결국 한수호도 병역 해결하려고 나오는 거지.
-1차 명단에 뽑힌 애들 중 70퍼센트가 각 구단의 유망주들임 ㅋㅋ
-결국 합법적 면제 받으려는 움직임 아니겠냐?
-ㅅㅂ. 그놈의 면제 좀 그만 주면 안 되냐?
-뭔 놈의 병역 면제를 이렇게 자주 주냐?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군대 가라고!!
병역 문제는 한국에서 무척이나 민감한 문제였다.
그렇기에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야구 국가대표에 유독 병역 면제가 민감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가 있었다.
-(영상) 병역 면제가 걸렸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맨날 입으로는 국대의 중요성, 책임감 이야기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자기네들이 얻는 이득이지.
-입이나 좀 닥치고 있으면 좋을 듯.
-구단들 하는 짓도 정말 웃긴다.
-실력보단 병역 면제를 우선으로 선수 차출하는 KBO도 웃김.
-결국 KBO도 구단들의 입김이 우선이란 거지.
한국야구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각 팀이 하나의 회사로서 수입과 지출이 결정되고 돌아간다.
실제 구단주가 한 명인 구단은 많지 않았다.
여러 집단이나 개인이 모여 컨소시엄을 만들어 구단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구단 자체의 생존능력이 중요했다.
하지만 한국야구는 태생 자체가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모그룹의 영향력이 컸다.
그건 한국야구를 운영하는 주체인 KBO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 위원님만 믿겠습니다.”
“하하! 걱정 마십시오. 이번 국대에 반드시 녀석이 뽑힐 겁니다.”
강남 모처에 위치한 고급 일식집.
강대성은 한 남자와 만나고 있었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대한 스피어스의 사장이었다.
그와 마주한 강대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막말로 그 친구가 아니면 누가 국대에 뽑힌단 말입니까? 사장님이 이렇게 따로 부탁하지 않으셔도 저는 그 친구를 밀어붙이려고 했습니다!”
“으하하! 이거 위원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제가 괜한 짓을 했군요.”
대화를 들어보면 부탁이 아니라고는 했으나 두 사람이 사적으로 만난다는 거 자체가 문제였다.
프로야구 구단의 사장과 기술위원회의 위원이 식사를 한다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특히 국제전을 앞둔 이 시점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래도 선수를 보는 안목이 좋으신 건 여전하십니다. 이번 국제전이 끝나면 이제 현장으로 복귀하셔야죠?”
“하하! 좋은 조건이 들어온다면 저야 언제나 현장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지요.”
“물론이지요! 우리 위원님 정도의 안목과 실력이라면 최고의 조건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확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었지만, 누가 들어도 의심할 수 있는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강대성은 분명하게 저 말뜻을 알아들었다.
‘후후, 선수 한 명 꽂아주고 감독직을 약속받는다라. 이걸 위해서 내가 위원 자리를 맡은 거지!’
기술위원회의 위원직은 명예직이나 다를 바 없었다.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니었고 국가대표가 뛰어난 성적을 내더라도 위원회가 얻는 건 없었다.
‘이렇게라도 내 이득을 챙겨야지!’
강대성은 그게 못마땅했다.
명예는 선수들이 얻고 자신은 얻는 게 없다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몫을 챙기는 걸 정당화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그렇게 비밀리에 거래가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한국국가대표의 현실이었다.
* * *
오늘 경기도 승리로 이끈 수호는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흐아…… 오늘 하루도 보람찼다.”
[벌써 19번째 홈런이네.]
[내일이면 20홈런 기록하겠네.]
[도대체 올해 몇 개나 치려고 벌써 이러냐 ㅋㅋ]
“당연히! 칠 수 있을 만큼 때려야죠.”
[맞는 말이지.]
[우리한테 제대로 배웠네.]
수호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레전드들의 흐뭇한 채팅이 올라왔다.
그런 레전드들의 채팅을 뒤로하고 수호는 인터넷에 접속해 한국야구의 기사를 확인했다.
“어디, 우리 애들은 잘하고 있나?”
[너 요새 한국야구 기사 자주 찾아본다?]
“그래도 친구 녀석들인데. 한 번씩 확인해야죠.”
[네 기사는 확인도 안 하면서]
“제 기사야 뭐. 언제나 잘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맞말이긴 한데. 좀 재수 없네.]
[그러게 말이야.]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흑흑…… 우리 수호가 달라졌어요.]
레전드들의 핀잔을 들으며 기사를 확인한 수호의 눈에 놀라움이 나타났다.
“오호, 용태 녀석도 커리어 첫 10호 홈런을 기록했는데요?”
[올~ 진짜네?]
[얘 파워 하나는 끝장나더니. 제대로 때리고 있네.]
“태수도 팀 내에서 입지가 꽤 단단해진 거 같고요.”
[이열~ 아직 초반인데 3할 타율이라니.]
[이 정도면 꽤가 아니라 이제 2군으로 안 가는 거 아니냐?]
“광호는…… 올! 선발출전 했다는데요?”
[얘 원래 중간계투로만 나오지 않았음?]
“그랬죠.”
[선발로 나왔다는 건 확실히 구속이 증가하고 체력이 좋아졌나 보네.]
[전지훈련의 효과를 제대로 보는 거 같은데?]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세 사람 모두 전지훈련에서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들에게 심혈을 기울인 결과가 좋게 나왔기에 기분이 좋았다.
“잘하면 이번 국대에 세 명 모두 뽑힐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겠네.]
[이 정도 활약이면 이전 데이터가 없어도 뽑는 건 무리가 아니겠지.]
[그나저나 이번 국대에 들어가면 너도 병역 혜택 받겠네.]
“그건 어디까지나 금메달을 따야 합니다.”
국대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병역 혜택을 받는 건 아니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병역 혜택은 받지 못한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는 것이었다.
[병역이란 게 참 민감한 문제지.]
“그러고 보니 선배님들도 군대를 다녀오셨군요.”
[전부는 아니지만.]
[나는 공군으로 참전했었지.]
[2차 세계대전 때는 리그가 아예 멈췄으니까.]
[나도 다녀왔지.]
19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등이 있었다.
당시 미국 역시 전쟁의 중심에 있었기에 메이저리그는 당연히 중단,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도 참전했었다.
특히 테드 윌리엄스는 공군으로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뭐…… 군대를 가는 건 상관없지만. 저는 이번에도 가게 되면 두 번이나 가게 되는 거네요.”
[ㅋㅋㅋ 회귀가 이런 게 별로네.]
[어떻게든 금메달 따야겠네.]
[거의 5년 동안 군대 가는 거 아니냐?]
회귀 전, 수호는 군대를 다녀왔다.
부모님이 돌아가셨기에 그걸로 빠질 수도 있었지만, 고모 부부가 수호와 수빈이를 입양하는 형태로 데려갔기에 빠질 수 없었다.
이번 삶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그는 영락없이 군대를 두 번 가게 되는 셈이었다.
그때 하나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병역 혜택이란 보상이 걸려야만 최선을 다하는 국가대표, 이대로 둬도 괜찮은가?]
기사의 제목을 본 수호의 눈가가 찌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