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95화
필리스가 개막전에서 승리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개막전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를 만나 7 대 3으로 승리했습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새로운 에이스 알바레즈의 7이닝 무실점 11탈삼진이란 쾌투를 시작으로 타석에서는 한수호 선수가 시즌 1호 홈런과 함께 3안타 5타점 경기를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 4번의 타석 중 3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2027시즌에 이어 또 한 번의 돌풍을 예고했습니다.]
개막전을 승리로 이끈 필리스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오늘 내셔널스 애들 얼굴 봤어?”
“아주 똥 씹은 표정이더라.”
“알바레즈 네 강속구에 아주 선풍기가 되어서 배트를 헛돌리던데?”
선수들은 알바레즈의 쾌투를 칭찬하기 바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여준 그의 투구는 분명 에이스다운 모습이었다.
덕분에 그의 팀 내 입지가 올라간 게 눈에 보였다.
당연히 수호 역시 동료들의 찬사를 받았다.
“수호, 너는 어떻게 홈런을 그렇게 쉽게 때리냐?”
“홈런도 홈런이지만, 안타를 정말 쉽게 만들어내는 거 같아.”
“분명 투수들도 쉬운 승부를 하지 않는데.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공을 놓치지 않는다니까.”
맞는 말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1호 홈런을 터트린 이후 투수들은 다소 피하는 투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의사구가 아닌 이상 한 번씩은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했다.
그리고 수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배트를 돌려 안타를 만들어냈다.
“쉽게 때리는 건 모르겠고 다 집중력의 차이지.”
“어휴…… 그게 말이 쉽지.”
“이게 바로 천재들이 흔히 하는 말 아니냐? 집중해서 때리면 된다. 뭐 이런 거.”
“너 나중에 코치는 하지 말아라. 괜히 너한테 배우는 애들만 혼나겠다.”
“하하!”
동료들의 이야기에 수호는 웃음으로 넘겼다.
그들의 말대로 코치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은 야구를 정석대로 배운 것이 아니라 레전드들의 과거를 보고 거기에 자신의 재능을 더했으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레전드들의 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당장은 먼 미래의 일이라 깊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었다.
“오늘 우리 수호가 한 방 날렸으니! 내가 한턱 쏜다!!”
그때 브라이스 하퍼가 외쳤다.
“응? 그런데 이런 날에는 원래 수호가 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쟤 아직 최저연봉 받잖아. 그러니 캡틴인 내가 쏴야지.”
“누가 쏘든 뭐 어때! 우리야 포식하면 최고지!”
분위기를 어떻게 끌어올려야 하는지 하퍼는 잘 알고 있었다.
* * *
2028시즌을 앞두고 수호를 향한 견제가 시작됐다.
“한수호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도록 해!”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공략법을 만들어야 한다!”
“한수호를 막지 못한다면 우리가 우승하는 건 무리다!”
필리스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이 수호를 분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1년 차에는 그러지 못했다.
워낙 데이터가 적었고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차는 다르다.
162경기 중 수호는 대부분의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면서 충분한 데이터가 쌓였다.
그를 분석하는 데 충분한 자료가 쌓였다는 소리다.
거기에 리그 1위 선수가 된 수호를 견제하는 건 당연히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구단이 분석력을 동원해 그에 대한 분석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나온 결과를 선수들에게 전달해서 수호를 공략할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딱!!
-때렸습니다!! 이번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리고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그대로 떨어지는 타구!! 2호 홈런이 작렬합니다!!
각 구단이 내놓은 수호의 대표적인 약점은 풀히터 배터 라는 점이었다.
극단적인 당겨치기를 하는 타자로 이런 유형의 타자들은 대부분 변화구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수호가 작년에 기록한 77개의 홈런들 중 57개가 패스트볼을 상대로 기록했다.
일단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선 패스트볼을 자제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야기가 달랐다.
[한수호 변화구에 더 강해졌다?]
[이번 시즌 두 경기에서 때려낸 5개의 안타들 중 4개가 변화구를 상대로 만들어냈다!]
[타구의 방향 역시 전방향으로 넓어지면서 그가 작년과 달라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수호는 작년에서 머물지 않았다.
애초에 레전드들이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전지훈련에서의 훈련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당연하지.]
[우리들과 함께한 훈련이 괜한 게 아님.]
[상대팀이 널 공략하려고 변화구라는 카드를 가지고 나오는 건 뻔한 거지.]
레전드들은 의기양양했다.
수호는 그들이 그런 태도를 보여도 된다고 생각했다.
딱!!
-때렸습니다!! 중앙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 한수호 선수가 배트를 던지고 천천히 1루로 달립니다! 그리고 타구는 그대로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레전드들의 훈련 덕분인지 수호는 개막 4연전에서 3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당연히 그의 홈런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렸다.
* * *
수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한수호 시즌 시작 10경기 만에 9개의 홈런 달성!]
[작년을 뛰어넘는 홈런페이스를 보여주는 한수호!]
[시즌 개막 이래 1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한수호!]
[그를 막을 순 없었다! 메이저리그, 전 구단의 경계 대상 1호 한수호!]
개막 이래 10경기에서 수호는 9개의 홈런과 24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초반 타율이긴 하나 0.571의 타율은 그의 이번 시즌이 얼마나 괴물 같은지 보여주고 있었다.
-수호 이번 시즌에도 4할 타율 가는 거냐?!
-2년 연속 4할이면 진짜 지리겠다.
-홈런페이스도 작년보다 더 쩔던데.
-다른 팀들이 수호를 견제하는게 눈에 보이는데도 막질 못하네.
-조심하다가 스트라이크 하나 잡으러 들어가는 순간을 안 놓침.
-얘 집중력 하나는 타고난 듯.
-거기에 스프레이형 타자가 된 게 제일 무섭다.
-타구 방향이 진짜 일정함.
수호가 날리는 타구 방향은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한수호 선수의 타구 방향은 어느 한 곳에 치중되어 있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작년과 가장 큰 변화죠.]
[작년에는 풀히터로서 당겨치는 타구가 많았지만, 올해에는 전방향을 향해 타구를 날려보내고 있습니다.]
[그를 상대해야 하는 팀들은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전략은 모두 바꿔야 할 지경이에요.]
전문가들의 말대로였다.
수호를 상대해야 할 팀들은 전략을 수정하느라 바빴다.
“한수호가 변화구에 약할 거라고 말했던 놈들이 누구야?!”
“전략을 모두 수정하도록 해!”
“녀석의 타구가 모두 일정하게 날아가잖아!”
“이대로 붙으면 필패가 분명해. 어떻게든 녀석의 약점을 찾아내도록!”
하지만 그게 가능할리가 없었다.
비시즌 기간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내놓은 답조차 어긋나서 머리가 아픈 지경이었다.
그런데 고작 며칠 안에 새로운 답을 찾아내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해야 했다.
“수호의 제물이 될 순 없어!”
그를 보유하지 못한 팀의 숙명과 같았다.
* * *
미국에서 수호가 메이저리그를 난타하고 있는 사이.
한국에서는 본격적인 대표팀 구성에 들어갔다.
“다들 아시겠지만, 작년 경기장을 찾은 관객이 400만 명대로 떨어졌습니다.”
총장 김중호의 말과 함께 회의가 시작됐다.
“이는 코로나 사태 이후 관중들이 다시 찾은 뒤로 역대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각 구단의 사장단이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이대로는 구단의 수입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거라는 내용입니다.”
“웃기시는군. 어차피 모구단의 도움을 받아서 운영하는 주제에 무슨 수입이야.”
“어쨌든 리그가 생긴 이래 최악의 상황인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모여서 이렇게 회의를 하고 있는 거잖아.”
강대성의 신경질적인 말에 이두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선배이기에 그 이상의 불만을 이야기할 수 없었지만, 그에 대한 반감이 쌓이는 게 사실이었다.
“중요한 건 이번 올림픽에서 우승을 목표로 뛰어야 한다는 겁니다.”
김중호가 나서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맞습니다. 국제전에서의 우승을 발판삼아 국내 리그 역시 다시 활성화를 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겠나?”
김중호의 질문에 이두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리그 최고의 선수들로 선수단을 구성해야 합니다. 선수의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만 선수단을 꾸려서 올림픽에 나가야 합니다.”
“흥! 무슨 원론적인 이야기야? 그리고 이름값을 무시하는 게 말이 돼? 이름값이란 건 결국 실력을 말하는 거라고!”
“강 위원님의 말씀도 맞습니다. 하지만 스타성만 있고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도 있습니다. 그들을 제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당연한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고, 이번 올림픽에도 병역 혜택이 있을 테니.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뛸 겁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하…… 그런 속 편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뭐라고?”
“올해 관중 수가 400만 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올림픽에서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300만 명도 간당간당합니다!”
이두성의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 작년 대비 같은 시기 관중수가 30퍼센트나 줄었다.
인터넷에서 KBO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의 숫자도 극도로 줄어들었다.
다들 수호와 메이저리그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만큼 KBO의 인기는 지금 나락을 걷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군대 면제가 문제가 아니라 리그의 존속을 생각해서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야 합니다!”
“그래, 그러니까. 선수들에게도 돌아가는 게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내 말이 틀려?”
강두성의 말은 애초에 잘못됐다.
리그가 사라지면 선수들은 지금과 같은 인기, 연봉 심지어 야구를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저런 속 편한 소리를 하다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두성, 너 언제부터 선배에게 그딴 식으로 말했냐? 앙?!”
이곳은 공적인 자리였다.
그런데도 저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이게 한국야구계의 현실이었다.
같은 직위에 있는 동료에 대한 존중보다도 선후배라는 직위가 우선시되는 곳이었다.
이두성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그만들 하세요.”
그때 김중호가 나서서 두 사람을 중재했다.
본래라면 총재는 기술위원회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국대를 선발하는 건 총재가 아닌 위원회에서 해야 할 일이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만에 하나를 대비해 참석을 한 건데…….’
예상은 적중했다.
이두성과 강대성.
두 사람은 현역 시절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니, 그들의 악연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어진다.
두 사람은 고교 최고의 라이벌이었고 현역 시절에도 그 악연은 이어졌으니 말이다.
‘후우……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국대를 결성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답답함이 커졌다.
첫 번째 회의는 위원회의 중심이 된 두 사람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끝났다.
총재실로 돌아온 김중호는 고심을 거듭했다.
‘이두성의 말대로 이번 국대마저 무너진다면 리그는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호가 합류한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수호 한 명으로 올림픽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었다.
“후우…… 이런 상황에서도 결국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수호밖에 없는 건가……?”
당장 떠오르는 묘안이 없었다.
어느덧 그는 한국야구의 수호신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