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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92화 (191/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92화

    수호의 시범경기 연속 홈런이 7경기에서 막을 내렸다.

    [한수호 선수 시범경기 시작 이후 7경기 동안 연속홈런을 기록하다.]

    [2028시즌도 기대하게 만든 시범경기 7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한 한수호!]

    [7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는 동안 그는 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이번 시즌 시범경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연속경기 홈런은 마무리됐지만, 그의 타격감은 식질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타구 중앙 펜스를 넘어갑니다!!

    -아-! 한수호 선수, 작년에는 잡아당기는 타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번 시즌에는 스프레이 타구가 많습니다!

    스프레이 타구란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날려보내는 걸 말한다.

    작년 전반기만 하더라도 수호는 극단적인 풀히터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대팀에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자 후반기부터는 밀어서 때리는 유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전반기 풀히터로서 8 대 2의 비율을 보이던 타구의 방향이 최종적으로 6 대 4까지 맞춰지는 균형 잡힌 타자로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수호는 중앙 펜스도 자주 넘기면서 타구가 골고루 뻗어 나가는 스프레이형 타구를 만들어냈다.

    이런 변화는 그의 파워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었다.

    -한수호 선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국의 친구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진행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그 훈련에서 한수호 선수는 스트렝스의 증가를 목적으로 훈련했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그의 몸을 보면 작년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거대해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체중이 무려 8킬로그램이나 증량했다 하더군요.

    -본인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 근육으로 증량하면서 벌크업에 성공했다 하더군요.

    이번 전지훈련에서 수호는 근육의 증량에 신경을 썼다.

    작년에는 기술적인 타격과 본래 가지고 있는 파워로 홈런을 만들어냈다면 올 시즌에는 거기에 추가적인 근육의 증량으로 파워를 더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근육을 증가시키면서도 순발력과 스피드를 감소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확실히 비싼 돈을 들여서 박사를 고용한 효과가 있었어.’

    수호는 경기를 치를수록 라이언 박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끼고 있었다.

    ‘근육이 늘어나면서 파워가 올라갔다. 그 반대로 자연스레 스피드나 순발력이 줄어야 하지만,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아.’

    힘과 스피드는 반비례한다.

    근육이 증가하면 몸의 전체적인 무게가 오르기에 속도가 떨어지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라이언 박사의 훈련 스케줄을 소화한 수호의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

    그 결과.

    퍽!!

    -원바운드 된 공을 날렵한 몸놀림으로 블로킹하는 한수호 선수! 재빠르게 떨어지는 공을 잡아 2루로 던집니다!

    퍼퍽!!

    “아웃!!”

    -아웃입니다! 공이 빠지는 걸로 판단한 1루 주자가 2루로 달렸지만, 재빠른 움직임으로 주자를 잡아내는 한수호 선수의 멋진 블로킹이었습니다!

    -아~ 정말 한수호 선수의 능력이 대단합니다! 저 거구의 몸으로도 저런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다니. 믿을 수 없네요!

    파워가 늘었음에도 여전한 스피드를 자랑하는 그의 모습에 알바레즈의 생각이 점점 굳어졌다.

    ‘너를 믿으라고 했지?’

    최근 성적에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있는 알바레즈였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에 들어간다면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FA로 거액의 연봉을 받게 된 첫 시즌부터 먹튀 소리를 들을 순 없었다.

    ‘새롭게 생겨난 내 약점을 찾아준 너의 그 능력을 믿어보겠어.’

    비록 한참이나 어리고 경력이 적은 수호였지만, 그가 이룬 커리어는 이미 연차 같은 건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으로 보는 수호의 실력에서 확신이 들었다.

    ‘녀석이라면 믿을 수 있다.’

    * * *

    필리스는 시범경기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어 수호의 활약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분명히 있었다.

    [막강한 타선, 하지만 불안한 마운드.]

    [새로운 에이스 알바레즈는 과연 괜찮은 것인가?]

    [아직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라파엘 알바레즈.]

    [타선에는 수호가 지키고 있지만, 마운드의 주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앤드류 페인터를 다시 1선발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필리스의 마운드 상황, 개선책이 나올 것인가?]

    알바레즈의 부진은 기존에 에이스로 활약했던 앤드류 페인터가 다시 1선발로 올라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끄집어내고 있었다.

    이는 3천만 달러의 몸값을 자랑하는 알바레즈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의견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내 페이스가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해결될 일이다. 성적을 내면 지금의 비난 여론도 돌아설 거야.’

    FA가 되는 동안 그는 많은 경험을 했었다.

    그 결과 언론과 여론의 습성을 알게 되었다.

    결국 자신이 잘해낸다면 다시 자신을 향한 박수를 보낼 것임을 말이다.

    ‘그때까지 참아야 한다. 인내하고 내 공을 던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실력 없는 자존심은 고집에 불과하다. 지금은 수호를 믿고 던져야 한다.’

    한참이나 어리고 경력이 적은 수호를 믿기로 결정을 내린 이유였다.

    그리고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요소가 있었다.

    [아빠!]

    알바레즈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카밀라. 오늘은 어떻게 지냈니?”

    [오늘 친구들하고 쇼핑을 다녀왔어요! 이거 어때요?]

    “오~ 아주 예쁜 원피스구나. 오늘 산 거니?”

    [네! 아빠가 준 카드로 원피스를 샀어요! 정말 고마워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물이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은 모든 인내를 감수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걸 해주고 싶었기에 알바레즈는 그깟 자존심 따위는 그냥 내려놓았다.

    [그런데 아빠, 요즘 괜찮아요? 혹시 아픈 곳이 있는 건 아니죠?]

    “아빠는 언제나 건강하단다. 그런데 왜 그러니?”

    [……사실 요즘 친구들이 아빠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무슨 일이 있냐고 자꾸 물어보거든요.]

    “음, 그랬구나. 걱정하지 말렴. 시범경기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있어서 그런 거야.”

    [그런 거죠? 아빠는 언제나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잖아요!]

    “그럼! 그러니 구단에서도 아빠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 거지. 그런 소리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빠의 경기를 지켜보렴.”

    [네! 아빠 파이팅이에요!!]

    딸의 응원을 듣고 전화를 끊은 알바레즈의 얼굴에 굳은 의지가 묻어나왔다.

    ‘딸이 걱정하도록 만들 순 없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아빠 알바레즈가 가진 하나의 소망이었다.

    * * *

    수호는 자신의 앞에 온 알바레즈를 바라봤다.

    “너의 제안대로 오늘 경기에선 너의 리드를 온전히 믿겠어.”

    “드디어 결정했나 보네요. 그럼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제가 투수를 맞추라고 한다면 고민하지 말고 투수를 맞추세요.”

    “뭐?”

    “그 정도의 각오는 필요합니다. 그 정도로 온전히 저를 믿어야지만, 당신의 본래 실력을 끌어낼 수 있어요.”

    각오라는 말에 알바레즈는 수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진짜 던지게는 하지 않겠다는 거군.’

    그렇게 생각한 알바레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네가 던지라고 한다면 그 코스가 설령 타자에게 맞는 코스라고 하더라도 던지도록 하지.”

    “좋습니다. 만에 하나 당신이 사인을 거부한다면 그때는 끝이에요. 그때부터는 당신이 직접 사인을 보내거나 더그아웃에 말해서 다른 포수를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래.”

    자신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는 알바레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오늘 경기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잘 부탁하마.”

    * * *

    알바레즈의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 많은 이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중에는 새롭게 사장이 된 마크 레이어도 포함되어 있었다.

    “거금을 들여 처음으로 영입한 투수였는데.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에 난감하군.”

    그의 말에 후임으로 온 단장, 해멀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컨디션이 난조를 겪는 거 같습니다만, 페넌트레이스에 접어들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는 건 애매하군. 물론 연봉이 많이 받기에 계속 기회는 주겠지만, 개막전에서는 웬만해선 승리를 하고 싶으니까 말이야.”

    “개막전 선발의 교체를 생각하시는 겁니까?”

    “음, 필요하다면 그래야겠지. 페인터는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상당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으니까 말이야.”

    만약 개막전 선발에서 알바레즈가 빠진다면 이는 선수 개인에게는 오명이었다.

    3천만 달러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투수였다.

    그런 그가 개막전 선발로 나오지 못한다는 건 불명예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필리스 구단 입장에서는 개막전에선 승리해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고 싶었다.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인한 흥행을 이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를 보고 최종 결정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알바레즈의 마지막 시험무대인 셈이었다.

    그가 과연 오늘 경기에서 어떤 성적을 올리지 해멀슨과 마크의 시선이 경기장으로 향했다.

    -어느덧 시범경기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가 종료되고 앞으로 4경기를 더 치르면 모든 시범경기 일정이 마무리됩니다.

    -필리스는 사실상 시범경기 1위 자리를 확정 지은 분위기네요.

    -맞습니다. 오늘 경기로 벌써 20경기를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15승 5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월드시리즈 우승팀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한수호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습니까?

    -작년 괴물 같은 성적을 올린 그는 이번 시즌 역시 20경기 동안 선발로 출전해서 70타수 동안 벌써 17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홈런은 메이저리그 역대 시범경기 최다 홈런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수호의 시범경기 성적은 한마디로 괴물 같다는 표현이 절로 어울렸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수호가 두 번째 시즌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필리스 입장에서는 팀의 에이스로 낙점한 알바레즈 선수의 부진으로 머리가 아픈 상황입니다.

    -맞습니다. 작년 전반기 사이영 레이스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던 알바레즈 선수이기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 상황입니다.

    -일정상 오늘 경기가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이 될 예정인데, 과연 그가 마지막 등판에서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한수호 선수와 호흡을 맞추게 될 그가 이전의 강력했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카메라가 마운드에 오른 알바레즈를 잡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매디슨 감독을 포함해서 필리스 팬들은 그가 반전을 보여주길 바랐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알바레즈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 경기에서 내 진가를 보여주겠어.’

    각오를 다지고 마운드에 오른 그는 로진을 손에 묻히고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고 알바레즈가 상체를 숙이고 수호의 사인을 확인했다.

    ‘포심.’

    구종을 결정한 수호가 코스를 지정하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몸쪽 깊숙하게.’

    처음부터 몸쪽을 요구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맞춰버려.’

    몸쪽을 넘어 타자를 맞추라는 사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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