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191화 (190/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91화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경기였다.

선수들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막바지 테스트를 위해 경기에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시범경기 자체의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에 한해서였다.

“알바레즈의 상태가 상당히 나쁩니다.”

“마운드에서 적극적인 건 좋지만, 작년 대비 공의 회전수가 떨어지면서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타자들의 수준이 확실하게 올라갔기에 더욱 고전하는 거 같습니다.”

경기 후.

필리스 코칭 스태프의 회의에 참석한 매디슨 감독은 스태프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타자들이 확실히 잘 때리고 있더군.”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홈런의 숫자가 22퍼센트 상승했습니다. 아마도 수호의 영향이 컸던 거 같습니다.”

“선수 한 명이 이 정도로 리그를 변화시킬 줄이야.”

수호 때문에 리그가 변했다.

이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수호가 등장한 2027시즌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역대 가장 많은 홈런이 기록됐다.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70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2명이나 나왔고 60홈런 달성자는 무려 8명에 달했다.

거기에 50홈런 달성자는 역대 가장 많은 33명이 나오면서 홈런의 시대를 알렸다.

이는 단순히 공인구의 변화나 타격 메커니즘의 변화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전문가들조차 이번 상황을 두고 한수호 효과라는 이름까지 붙였더군요.”

“선수 한 명의 괴물 같은 활약이 리그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현상 말이군.”

“예. 거기다 이번 시즌에는 수호의 메커니즘을 연구한 선수들이 본인들의 타격에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는 거군.”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자신들의 타격이 확립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이론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이론이 나온다면 가장 먼저 실험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라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수호라는 괴물의 등장은 새로운 연구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올 시즌 시범경기부터 빠르게 홈런이 증가하고 있었다.

“타격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문제는 역시 알바레즈인가.”

“예. 아무래도 타자들의 실력이 상향평균화가 된 것도 있지만, 알바레즈 본인의 문제도 큰 것으로 보입니다.”

“수호와의 호흡은 어떤가? 경기 도중에 상당히 고개를 젓는 일이 많던데.”

“수호의 사인에서는 큰 문제는 없는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알바레즈의 성향과는 조금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알바레즈의 선택으로 던진 공들이 정타를 얻어맞으면서 실점을 하는 일도 많고요.”

결국 수호의 선택이 옳았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걸 알바레즈에게 그대로 말할 순 없었다.

“일단 알바레즈의 투구에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해 주도록 해. 본인에게 이야기하면 알아서 고치겠지.”

“알겠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선수의 자율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선수끼리의 관계나 지도를 요청해 오지 않으면 코칭 스태프가 먼저 나서는 일은 없었다.

그건 에이스 투수인 알바레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마운드의 안정화를 최대한으로 이끌어야 해. 페넌트레이스 시작 전까지 확실히 마운드의 안정화에 힘을 쏟도록.”

“예!”

페넌트레이스를 향한 마지막 담금질이 시작됐다.

* * *

경기를 위해 클럽하우스에 도착한 수호는 옷을 갈아입고 있는 알바레즈를 발견했다.

‘영 친해지기 힘드네요.’

알바레즈 역시 수호를 발견했지만, 고개를 돌려 자신의 짐을 챙겼다.

그 모습을 보고는 수호 역시 심드렁한 표정으로 자신의 짐을 내려놓았다.

[뭐, 아직 같은 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쟤가 요즘 성적이 나쁘니까, 가까워지는 게 쉽지 않지.]

[일단 내버려 둬. 여기가 무슨 학교도 아니고 꼭 친해져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수호 역시 레전드들의 말대로 억지로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나저나 알바레즈의 문제점은 확실한데. 본인이 그걸 언제 눈치챌지 궁금하네요.’

[그러게 말이야.]

[결정적인 순간마다 도망가는 버릇이 있어.]

[작년 시즌의 트라우마겠지.]

알바레즈는 데뷔 이래 좋은 활약을 펼쳐왔다.

FA로이드를 얻은 작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그는 사이영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7연승을 하는 동안 평균자책점이 0.5점이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이 기록된 시즌에 올린 성적이었기에 그의 성적은 더욱 빛을 냈다.

하지만 그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가 없었다면…….’

“수호.”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알바레즈가 서 있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차였기에 그가 접근하는 걸 몰랐었다.

“오늘은 가볍게 쿨다운을 위해서 나온 겁니까?”

“맞아. 오늘 훈련은 끝냈어. 그것보다 수호 네가 보기에 요즘 내 상태가 어떻지?”

“상태라면?”

“오늘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 그들은 내 회전수에 문제가 있다 하더군.”

에이스 자리를 맡기기 위해 데려온 알바레즈였기에 코치들이 빠르게 움직인 듯싶었다.

“그들이 제시한 데이터에서 내 회전수는 분명 평균보다 다소 낮은 수치야.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론 최근의 난타가 이해가 되지 않아.”

알바레즈 본인도 고민을 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FA를 통해 거액의 돈을 받으면서 선수 본인도 큰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성적이 나온다면 책임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중압감이 되어 어깨를 짓누르게 된다.

“나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좀처럼 찾을 수 없었어. 내 공을 받아주는 너라면 혹시 답을 알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 중압감을 이겨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달랐다.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었고 다른 이에게 조언을 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알바레즈처럼 두 가지 모두 시도하는 선수도 있었다.

원래 그를 내버려 둘 생각이었지만, 먼저 고민을 상담해 온 이상 방치할 수도 없었다.

“작년에 사고 있었죠?”

“아아…… 타자가 때린 타구가 내 쪽으로 날아온 사고 말하는 건가? 하지만 당시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어.”

알바레즈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후반기 첫 경기에서 타구에 맞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다행인 점은 반사적으로 내민 글러브에 맞으면서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시 쉬지 않고 바로 경기에 뛰었죠.”

“맞아. FA를 앞둔 시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이영급 성적을 올리고 있었으니까. 그 페이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후반기 성적은 전반기에 비해 많이 떨어졌잖아요.”

“음, 변명의 여지가 없지.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아니면 타자들이 갑자기 미쳐서인지. 제대로 얻어맞기 시작했어.”

알바레즈는 전반기에만 10승 1패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5승을 거두는 데 그치면서 상당히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당연하게도 사이영 후보에선 멀어졌다.

그래도 그동안 적립했던 성적으로 FA에서 나쁘지 않은 규모의 계약을 제시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걸 묻는 거지?”

“내 생각에는 작년 시즌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 같아서 말이죠.”

“그게 무슨 소리야?”

“타구가 너에게 날아오면서 그 이미지가 남아 있는 거 같습니다. 특히 결정구를 던질 때 당신은 반사적으로 몸쪽 공을 기피하고 있어요.”

“내가?”

“응. 혹시 경기 뒤에 시간 돼요?”

“아, 물론이지.”

“그럼 경기 끝나고 같이 맥주나 한잔하죠.”

수호의 제안에 알바레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클럽하우스를 나가는 그를 바라보다 수호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작년의 영향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답변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 * *

수호는 오늘 경기에서도 홈런을 추가하면서 6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시범경기가 아니라 페넌트레이스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의 아쉬움이었지, 수호 본인의 아쉬움은 아니었다.

“크하! 역시 일이 끝난 뒤에 마시는 생맥주는 예술이네!”

생맥주를 단숨에 절반이나 비워낸 수호가 잔을 내려놓았다.

시즌 도중에 술을 마시지 않는 선수도 있었지만, 그건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그것들이 나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금욕 생활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 정도의 단점이 선수의 커리어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헤이! 수호!! 경기 끝나고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있어도 되는 거야?”

“오늘 경기에서도 홈런 때렸으니 봐주세요!”

“크하하! 좋아! 좋아! 네가 활약하는 동안에는 봐주도록 하지!”

2년 동안 플로리다를 방문하는 것이었기에 단골인 식당도 생겼다.

이곳도 작년에 잭 휠러와 함께 왔던 곳으로 스테이크나 윙이 무척이나 맛있는 곳이었다.

벽면에는 수호가 해준 사인 배트가 걸려 있어서 그를 상당히 자랑스러워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알바레즈, 당신은 안 마시는 거예요?”

“응? 아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고 이틀 동안은 금주야. 아무래도 염증 반응 때문에 영향이 갈 수도 있으니까.”

“역시 프로페셔널하군요. 그럼 여기 스테이크라도 드세요. 아주 일품입니다.”

“그래. 그것보다 네가 경기 전에 했던 이야기는 뭐야?”

꽤 급했는지 알바레즈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수호는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말했다시피 이미지가 머리에 각인된 겁니다. 결정구로 던진 몸쪽 패스트볼이 정면으로 날아왔으니, 그게 머릿속에 남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거죠.”

“하지만 나는 그걸 신경 쓰지 않는데?”

“의식 쪽으로 신경 쓰지 않는 거겠죠. 너의 무의식은 분명하게 그걸 거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건 데이터로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호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하나의 서류가 찍혀 있었다.

“이게 뭐야?”

“전력분석팀에게 받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네가 던진 공들이에요. 그리고 슬라이드 하면 다음 이미지에 너의 지난 시즌 성적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 전반기와 후반기가 나뉘어 있으니 참고하도록 해요.”

수호의 말에 알바레즈는 이미지에 적힌 데이터를 확인했다.

그 결과 하나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작년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는 몸쪽으로 던지는 공이 왜 이렇게 줄어들었지?”

“정확히는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몸쪽 공을 던지는 빈도가 줄어들었어요. 10개의 공을 던지면 1개 혹은 2개밖에 되지 않죠.”

“어째서…….”

이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설마 이 정도로 몸쪽을 향해 결정구를 던지는 빈도가 줄었을 줄이야?

“왜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던 거지?”

“전력분석팀이요? 아마 알려줬을걸요?”

“뭐?”

“왜, 경기 전에 분석팀에서 항상 보고서를 주잖아요. 하지만 그걸 자세하게 보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죠.”

분석의 중요함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분석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우선시했다.

무엇보다 본인에 대한 건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분석팀이 건네는 분석자료를 자세히 보는 선수는 적었다.

“이걸 자세히 보는 건 우리들 포수들 중에서도 일부뿐입니다.”

“아…….”

하지만 포수들은 이런 자료를 자세히 본다.

그래야지만, 자신과 호흡을 맞출 투수에 대해 자세히 알 테니까 말이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당신이 몸쪽 공에 자주 고개를 젓는 걸 보고 이상하다 생각했죠. 만약 이런 버릇이 예전부터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위치에는 있지 못했을 테니까요.”

에이스급 투수는 언제나 균형이 맞아야 한다.

바깥쪽은 당연하고 몸쪽 역시 균등하게 잘 던져야 했다.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면 이번 시범경기처럼 난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게 정답입니다. 당신의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이미지로 남은 기억으로 인해 타자들이 당신을 바깥쪽밖에 던지지 못하는 투수로 생각하게 된 거죠.”

알바레즈가 비로소 자신의 약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거지?”

“절 한번 믿어보겠습니까?”

그런 알바레즈에게 수호가 제안했다.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수호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고 알바레즈는 본인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