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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90화 (189/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90화

    2028년 메이저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가 수호의 손에 의해 터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열리는 곳마다 여기저기서 홈런포가 작렬했다.

    딱-!!

    -오타니 쇼헤이의 이번 타구, 중앙담장을 넘어갑니다!! 투런 홈런을 작렬시키는 오타니 쇼헤이!!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 타구는 볼 필요도 없습니다! 게레로 주니어가 배트를 던지며 자신의 시범경기 첫 홈런을 자축합니다!!

    블루제이스의 괴물 게레로 주니어의 솔로 홈런.

    딱!

    -피트 알론소의 이번 타구 오른쪽 담장을 넘어갑니다!! 북극곰이 깨어났습니다!!

    뉴욕의 북극곰 피트 알론소까지.

    다수의 선수들이 첫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려 대며 올 시즌 역시 메이저리그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갈 것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다시 홈런의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속보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이제 막 시작된 시범경기에서 벌써 17개의 홈런이 나왔다는 소식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 시즌 역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수난시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건 필리스라 해서 다를 건 없었다.

    -한수호 선수의 선제 3점 홈런으로 기분 좋게 시작한 필라델피아 필리스! 그리고 그 마운드에는 새롭게 필리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에이스 라파엘 알바레즈가 올라왔습니다!

    -2027시즌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하며 나름 선전한 라파엘 알바레즈 선수를 원했던 구단은 많은데요. 필리스의 구애에 결국 손을 잡고 필라델피아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과연 그가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저는 한수호 선수와의 호흡이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올 시즌부터 필리스의 안방마님은 한수호 선수로 결정되었으니 말이죠.

    -리얼무토의 전격 은퇴와 함께 한수호 선수는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과연 그가 포수로서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알바레즈의 연습투구를 받아준 수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연습경기에서 하던 대로만 던지면 돼.”

    “물론이지. 너 역시 내가 원하는 코스로 정확히 사인을 주길 바란다.”

    “최대한 노력해 볼게.”

    알바레즈는 자존심이 강한 남자였다.

    그는 포수에게 이끌려 가는 타입이 아니다.

    ‘그동안 같이 했던 투수들과는 다른 유형이라서 적응하는 게 좀 힘드네요.’

    [원래 에이스들은 이런 유형들이 많음.]

    [필리스 투수 애들은 아예 신인급 애들이거나 베테랑이다 보니 포수와 신경전을 굳이 할 이유가 없었지.]

    [특히 너 이전의 포수가 리얼무토인 점도 크게 작용했고.]

    신인에게 리얼무토는 까마득한 선배였다.

    선후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미국의 스포츠계에서 선후배 관계는 오히려 한국보다 철저했다.

    이는 메이저리그만이 아니라 NBA나 NFL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 NBA에선 신인선수가 베테랑선수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카메라에 잡혔다.

    그러니 신인들이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리얼무토에게 이렇다 할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무엇보다 리얼무토의 리드가 정답인 경우도 많았고 말이다.

    베테랑 투수들의 경우 그러한 기 싸움 자체를 자제하는 일이 많았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선수마다 다르지만, 어쨌든 수호가 만났던 투수들 대다수는 불필요한 트러블을 피했다.

    그러니 알바레즈 같은 유형은 처음이었다.

    ‘일단 시범경기이니만큼 녀석의 자존심을 살려주도록 하죠.’

    [그게 정답이지.]

    [괜히 네가 기 싸움을 할 이유는 없음.]

    [일단 녀석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정답이다.]

    조시 깁슨과 요기 베라의 조언이 이어졌다.

    일단은 알바레즈가 원하는 대로 해줄 생각이었다.

    비록 그 결과가 참담할지라도 말이다.

    * * *

    롭 만프레드는 영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비인기 국가 중 한 곳인 영국으로 그가 가는 이유는 최근 영국 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높아지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인기에 부채질 좀 할 생각이었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필리스와 양키스의 경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수호와 저지의 홈런대결이 일품이군.”

    “2연타석 홈런을 포함해서 한수호 선수는 5타점을, 애런 저지는 4타점을 기록하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작년의 활약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야.”

    “아직 리그가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소포모어 증후군에 대한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범경기밖에 진행되지 않았으니 아직 단정하긴 이르지.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론 한수호 선수에게 그런 이상한 증후군이 없었으면 좋겠어.”

    “본인도 그것을 많이 예상했는지. 생각보다 이르게 전지훈련을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부하직원의 말에 롭 만프레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최고의 위치에 올라섰으나, 방심하지 않고 다음 스텝을 준비하다니. 정말 대단한 선수야.”

    “그것보다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하직원이 하나의 보고서를 내밀었다.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롭 만프레드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홈런의 개수가 증가한 것이 리그의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예.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투수의 능력이 떨어지면 전반적으로 리그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홈런만으로 이루어진 경기는 재미를 떨어뜨리고 결국 리그의 흥행을 저하시킨다고 적혀 있습니다.”

    “헛소리군.”

    홈런의 갯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투수들의 의욕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적힌 보고서였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에서 보는 이들의 시선일 뿐이었다.

    “그 정도로 의욕이 떨어진다면 애초에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도 못했을 거다.”

    메이저리거는 특별하다.

    세계 최고의 리그였고 그곳의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 그들이 고작 홈런을 많이 맞는다고 의욕이 저하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의욕이 오르겠지. 홈런이 증가하면 그 타자들을 잡기 위해 투수들 역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결국 이런 시너지로 리그는 한 단계 더 진화한다.”

    보고서에서는 커미셔너가 나서서 공의 반발계수를 떨어뜨려야 한다 말하고 있었다.

    과거 몇 차례나 있었던 일이다.

    홈런이 많아지면 공인구를 건드려서 일부러 투고타저로 만들거나 적어지면 다시 타고투저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건 정답이 아니었다.

    “결국 선수들이 리그를 만들어가는 거다. 우리가 해야 할 건 그걸 지켜보는 거지.”

    롭 만프레드는 과거에 있었던 오판을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선수들이 해나가는 걸 지켜볼 것이다.

    “올림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 구단의 사장들에게도 이번 올림픽에는 선수의 차출에 적극 동의하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래. 이번 올림픽이 가장 중요해. 올림픽에서 확실하게 베이스볼의 재미를 세계에 알리고 상승세에 오른다.”

    올림픽은 롭 만프레드가 계획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흥행 계획의 중심에 있었다.

    “그럼 올 시즌이 끝나면 발표가 나겠군요.”

    “그래. 30개 구단으로 진행되는 메이저리그 경기는 2030년 이전에 끝낸다.”

    염원했던 32개 구단 체재.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세계화를 향한 계획의 시작이었다.

    * * *

    수호의 첫 시범경기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한수호 선수가 2028시즌 첫 시범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2027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홈런왕을 향한 시동을 걸었습니다.]

    [애런 저지와 각각 2개의 홈런을 기록한 한수호 선수는 많은 전문가가 우려했던 소포모어 증후군과는 전혀 상관없는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한편 필리스의 새로운 에이스로 낙점 받은 라파엘 알바레즈는 3이닝동안 2개의 홈런을 포함, 4실점을 허용하며 다소 실망스러운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수호는 역시나 수호답다는 말이 나오는 경기를 펼쳤다.

    반면 에이스로 낙점받은 알바레즈의 경우 자신의 명성에 맞지 않는 활약을 펼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수호는 수호였다.

    -2년 연속 홈런왕 가즈아-!!

    -올해 메이저리그 홈런 벌써부터 장난 아니네.

    -시범경기부터 뜨겁다.

    -알바레즈 좀 별로지 않음?

    -승부를 공격적으로 하는 건 좋은데. 난타당하면 스타일 좀 바꾸지.

    -수호와 호흡이 안 맞는 건 아닐까?

    └그래도 수호 덕분에 패전투수는 면했죠?

    -결국 올해도 수호에게 기대해야겠네.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수호의 질주가 시작됐다.

    딱!!

    -때렸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이번 타구, 중앙 펜스를 넘어갑니다! 2경기 연속 홈런을 작렬합니다!

    -상대 투수가 타이밍을 뺏기 위해 던진 체인지업을 제대로 받아치면서 단숨에 펜스를 넘겼어요!

    상대하는 투수가 누구건 수호의 배트는 쉬지 않았다.

    [한수호,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시범경기에서만 벌써 4개의 홈런을 기록!]

    [2028시즌도 뜨거운 방망이를 예고한 한수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포 한수호의 배트가 뜨겁다!]

    수호의 활약에 한국의 언론은 신났다.

    그의 기사는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저녁뉴스에서도 앵커가 나와 그의 소식을 전했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시범경기부터 심상치 않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김종찬 특파원이 전합니다.]

    [여기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플로리다입니다. 오늘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4번째 시범경기에서 한수호 선수가 4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투수의 2구 97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겼습니다. 비거리는 144m, 타구 속도는 190㎞가 기록됐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이번 홈런으로 4경기 연속 홈런이자 시범경기 5호 홈런을 기록하며 단독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수호의 배트가 심상치 않았다.

    2027시즌에도 시범경기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었지만, 데뷔시즌이었기에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달랐다.

    -수호 작년보다 타격감이 더 뜨거운 거 아니냐?

    -아무래도 작년에는 데뷔시즌이었고 메이저리그 콜업도 확정되지 않았으니까. 심리적으로 완벽하진 않았을 듯.

    -완벽하지 않은 심리 상태로 77홈런을 기록했다?

    -뭐가 됐건 수호의 이번 시즌은 정말 어메이징 할 듯.

    -이대로 올림픽 열려서 국대 합류하면 진짜 상대팀 마운드 다 작살낼 듯.

    -무서워서 상대하겠냐?

    수호가 좋은 활약을 이어나가자 한국의 야구팬들은 그의 국대 합류를 기대했다.

    특히 WBC에서 국대가 죽을 쑤었기에 더더욱 그의 합류를 기원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호가 메이저리그를 씹어 먹고 있으니 그가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엉망인 국대가 정비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수호의 머릿속에는 지금 국대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오늘도 이 녀석이 문제로군.’

    지금의 수호는 필리스의 안방마님으로서 캐처박스에서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마운드에 있는 알바레즈에게 향했다.

    ‘몸쪽, 패스트볼.’

    자신이 보내는 사인에.

    ‘바깥쪽으로 가겠어.’

    고개를 젓는 알바레즈를 보며 수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어디 네 마음대로 해봐.’

    수호는 이내 포기하고 미트를 내밀었다.

    괜히 투수와 자존심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딱!!

    -때렸습니다! 이번 타구 중앙펜스를 넘어갑니다! 알바레즈가 2사 1, 2루의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역전 쓰리런을 허용하고 맙니다!

    에이스로 기대했던 알바레즈의 처참한 성적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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