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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89화 (188/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89화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필리스, 그리고 필리스와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양키스.

    두 팀이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격돌하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예상대로 두 팀의 대결에 대중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부하직원의 보고에 롭 만프레드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두 팀의 격돌은 바로 그의 아이디어였다.

    “스타트부터 화끈하게 시작해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지.”

    “하지만 구단들의 반발도 생각보다 제법 있습니다. 특정구단에 이슈를 몰아준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고요.”

    “그렇게 말하기 전에 먼저 리그를 흥행시킬 방법부터 생각하라고 해.”

    “음, 하지만 그들의 불만을 계속 무시하는 것도…….”

    “당장은 상관없어. 우리의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흥행이 우선되어야 한다.”

    롭 만프레드는 계획이 있었다.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계획들이다.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그 원대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기회가 생겼다.

    “이번 시즌이 가장 중요해. 리그의 흥행과 올림픽으로 인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어야 할 필요가 있어.”

    두 가지 일이 모두 성공한다면 메이저리그는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스포츠를 넘어 전 세계인을 공략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호와 저지의 활약이 중요하겠군요.”

    “그렇지. 그리고 다른 선수들의 어깨도 무거울 거야.”

    결국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야 했다.

    작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홈런의 풍년이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가장 많은 홈런인 7,122개가 터지면서 2019년 세워진 6,776개를 넘어섰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단일 시즌 전체 7천 개라는 금자탑을 넘어선 것이다.

    이렇게 많은 홈런이 터지면서 투수들의 era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각 팀에 파견한 직원들의 이야기로는 투수들 역시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하더군요.”

    “확실히 작년의 타자들을 잡으려면 발전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겠지. 그리고 결국 리그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거야.”

    좋은 선수가 더 좋은 선수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반복되면 결국 리그는 발전할 것이고 발전한 리그는 팬들을 이끌게 된다.

    그것이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그 발전의 중심에는 한수호가 있는 거군요.”

    “그래. 그의 등장으로 타자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어. 그리고 이제는 투수들 역시 발전하게 됐으니, 결국 리그 전체의 발전으로 이루어진 셈이지.”

    수호의 등장은 메이저리그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최소한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의 일정을 수호를 중심을 짠 이유기도 했다.

    ‘불만은 어쩔 수 없다. 결과가 나온 뒤에는 그들도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인정하겠지.’

    결과로 보여주면 모든 게 해결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롭의 시선이 경기장으로 향했다.

    필리스와 양키스의 시범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전국의 야구팬 여러분,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당연하게도 올해 시범경기는 한국에서도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이는 수호의 인기가 가장 큰 이유였다.

    국내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고 있는 그였기에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엄청난 혈투가 벌어졌다.

    그 결과 공중파 방송국인 MVT가 중계권을 따내면서 승리자가 되었다.

    그리고 승리자가 얻게 된 열매는 달콤했다.

    “시청률이 40퍼센트를 돌파했습니다!”

    “좋았어!”

    “대박입니다, PD님!!”

    “이거 국장님이 아주 좋아하시겠어요!”

    “으하하! 당연히 좋지!!”

    “국장님!”

    “아니, 여기까지 내려오셨습니까?”

    갑작스레 중계실에 찾아온 국장의 등장에 PD가 깜짝 놀라 그를 돌아봤다.

    “당연하지! 이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서 윗선을 얼마나 괴롭혔는데! 만약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면 자네는 물론이고 내 목까지 날아갈 뻔했어!”

    “이제 목은 지키셨죠?”

    “으하하! 그래! 지킬 뿐 아니라. 아주 정년까지 탄탄대로는 확정이야! 그리고 자네들 역시 마찬가지고!”

    시작부터 40퍼센트의 시청률.

    방송국의 기둥이 휘청일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중계권을 따오는 게 정답인 결과였다.

    “본 시즌에 들어가면 50퍼센트를 넘어 60퍼센트도 꿈이 아닐 겁니다!”

    “한수호가 작년과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70퍼센트도 가능하겠지!”

    TV의 시대가 저물면서 시청률 30퍼센트를 넘기는 게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런데 70퍼센트라니?

    그만큼 수호의 인기와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광고들도 모두 완판됐고 이번에는 정말 대박이 났어!”

    “한수호 선수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으하하! 난 새벽기도 갈 때마다 제발 한수호 선수가 부상을 입지 말길 빌고 온다니까.”

    수호의 부상은 단순히 선수 개인의 악재로 끝나지 않는다.

    관련 사업이 모두 타격을 입을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어쨌든 수호가 좋은 활약을 펼치길 기대하면서 방송국 역시 경기를 주시했다.

    -경기 시작됩니다!!

    * * *

    필리스의 공격으로 선공이 시작됐다.

    -필리스의 선두타자는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조니 로버트 선수가 맡게 되었습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를 맞이하게 될 로버트 선수는 이번 시즌 성적이 무척이나 중요할 겁니다.

    -과연 그가 FA로이드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FA로이드.

    FA를 앞둔 선수가 큰 동기부여를 가지면서 이전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는 현상을 의미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올려주는 만큼 이런 현상은 반가웠다.

    그리고 조니 로버트 역시 FA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첫 타석부터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했다.

    퍽!

    “볼, 쓰리!”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잘 골라내면서 풀카운트를 만들어내는 조니 로버트!

    -아주 좋은 선구안이었습니다! 오랜만의 경기여서일까요? 조니 로버트의 선구안이 평소보다 더 빛을 내는 거 같습니다!

    -이제 풀카운트 승부에서 양키스의 에이스 안드레아 코스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군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 역시 양키스의 에이스 역할을 맡게 된 코스타가 사인을 교환하고는 투구 자세를 잡았다.

    ‘망할! 어서 빨리 수호 녀석을 상대해야 하는데. 이런 녀석에게 시간 낭비를 할 시간은 없어!’

    코스타의 머릿속에는 오직 수호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큰 굴욕을 안겨주었던 그에게 복수해서 어떻게든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게 그의 가장 큰 목표였다.

    그렇기에 한시라도 빨리 눈앞에 있는 장애물을 치우고 그와 상대하고 싶었다.

    ‘빨리…….’

    코스타가 와인드업과 함께 결정구를 뿌리기 위해 힘을 집중시켰다.

    ‘꺼져 버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로버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들어온다.’

    로버트는 공이 존을 파고드는 걸 확인하고는 간결하게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삼유간을 가릅니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내는 조니 로버트!!

    -코스타 선수의 100마일 강속구를 잘 밀어치면서 아주 좋은 스타트를 끊네요!

    로버트의 출루에 코스타는 마운드에서 혀를 찼다.

    ‘젠장! 수호 앞에서 주자를 내보내다니. 내가 이런 실수를……!’

    안타를 때린 건 로버트였지만, 코스타의 머릿속에는 오직 수호밖에 없었다.

    그는 한수호 앓이에 빠져 있었다.

    그만큼 작년 시리즈에서 그에게 당한 굴욕이 큰 탓이었다.

    -첫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한 코스타 선수를 상대하기 위해 브라이스 하퍼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리얼무토의 은퇴로 인해 올 시즌부터 야수 조에서 최고참이 된 브라이스 하퍼가 여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타석에 들어선 하퍼의 시선이 힐끔 대기 타석에 있는 수호에게 향했다.

    ‘아무래도 저 녀석은 너에게 푹 빠져 있나 보다.’

    베테랑인 만큼 그는 코스타의 현재 상태를 읽어낼 수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눈앞에 있는데. 무시한다면 자존심이 상하지.’

    코스타의 그런 상태는 브라이스 하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베테랑이 됐지만, 자존심까지 죽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차분하게 전의를 불태울 수 있는 차분함이 생겼다.

    덕분에 코스타는 하퍼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코스타에게 하퍼가 초반부터 한 방을 먹였다.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이번 타구 잘 맞았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1루 주자 로버트는 3루까지! 타자 주자, 하퍼는 2루까지 내달립니다!

    -초구부터 아주 좋은 타격을 선보인 하퍼 선수가 멋진 장타를 터뜨리면서 코스타 선수를 초반부터 궁지에 내몹니다!

    무사 2, 3루의 찬스가 찾아왔다.

    뒤이어 타석에 들어오는 수호를 보고 만원 관중이 찬 경기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수호다!!”

    “수호야! 너 보려고 LA에서 왔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 한 방 날려버려!!”

    “한수호 홈런!!”

    팬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팬들이 뽑은 가장 기대되는 스타로 수호가 뽑힌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작년 시즌 그가 보여준 성적은 충격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팬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한수호 선수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작년 시즌 8관왕과 함께 리그 MVP, 월드시리즈 MVP, 신인상 등. 온갖 상을 수상한 선수답게 팬들의 지지가 정말 대단합니다.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이지만, 벌써부터 그의 유니폼이 매진이 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 한수호 선수에게 이번 이닝이 상당히 중요할 거 같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그는 작년 시즌 메이저리그 홈런 신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그를 경계대상 1호로 올리는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공략하려 시도하겠죠.

    -그렇습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가장 경계하는 선수 1위로 뽑힌 한수호 선수입니다.

    -그렇기에 다른 구단들이 그의 분석을 끝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공략법을 찾아냈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소포모어 증후군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니까요.

    소포모어 증후군이란 데뷔시즌에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2년 차에 부진한 것을 말한다.

    이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 대두되는 것이 바로 상대 팀의 전력 분석에 있었다.

    1년 차에는 아무래도 데이터가 부족하니 전력분석에 어려움을 겪지만, 2년 차에는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상대에게 분석 당해 1년 차만큼의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게 하나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소포모어 증후군에서 벗어나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이번 타석에서 알 수 있겠군요.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수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쟤네들도 너에 대해 분석을 오지게 했을 거다.]

    [너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모두 파악하려고 했을걸.]

    [그런 분석력까지 넘어서는 능력을 이번 타석에서 보여줘야 한다.]

    [너도 이제는 알지?]

    ‘첫발이 중요하다.’

    두 번째 시즌이 첫 번째 시즌보다 중요하다.

    비시즌 기간에 레전드들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말이다.

    그 말을 떠올리면서 수호는 첫 타석부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레전드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질주를 계속해야 했다.

    여기에서 주춤하고 있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의 시선에 닿는 모든 것이 어둠에 잠겼다.

    뒤이어 코스타가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슬로우모션처럼 날아들었고 수호는 그것을 향해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후웅-!!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어둠으로 물들었던 풍경이 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지면 무너져 내렸다.

    그 사이로 날아가는 타구를 보며 수호가 배트를 던졌다.

    -한수호 선수가 초구부터 배트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날아간 타구는 단숨에 펜스를 넘어갑니다!!

    2028시즌을 알리는 한수호 선수의 축포가 터집니다!!

    수호의 2년 차 시즌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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