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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86화 (185/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86화

    네 사람의 발전 속도는 수호의 생각보다 빨랐다.

    회귀 전에는 알지 못했던 재능이 그들에게도 있었다.

    단지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포기했었을 뿐이다.

    거기에 현실이라는 장벽은 그들에게 꿈을 허용하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미지의 세계에 도전한다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네가 저들의 두려움이란 벽을 깨부숴 준 거지.]

    [그래서 네 생각보다 더 빠르게 발전한 거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네 사람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수호에게 있었다.

    수호가 그들을 독려하고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거기에 그들이 성장할 수 있게끔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네 사람의 성장을 도왔다.

    그 결과는 눈부셨다.

    딱!!

    “나이스!”

    “오오-! 넘어갔다!”

    “으하하! 이게 바로 새로 태어난 이 몸의 파워다!!”

    용태의 파워는 눈에 띄게 발전했다.

    파워가 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신체에 있었다.

    훈련전과 비교하면 전신의 근육이 크게 발달해서 이전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용태는 근육만 키운 것도 아니었다.

    ‘멘탈적인 부분도 단련해서 확실히 이전보다 자신의 스윙을 더 완벽하게 가져갈 수 있게 됐어요.’

    [ㅇㅇ]

    [아마 KBO에서는 사고 한 번 치지 않을까 싶다.]

    [저 정도로 몸에 근육이 잘 붙는 녀석도 흔한 건 아니지.]

    레전드들도 용태의 발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변한 건 그만이 아니었다.

    딱!!

    “달려! 달려!!”

    태수의 스윙은 이전보다 더 간결해졌다.

    이전보다 빠르게 1루에 도착하는 그의 스피드를 봤을 때 확실히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인 걸 알 수 있었다.

    ‘녀석이 가진 야구 아이큐는 단순히 타격에서만 나타는 게 아니에요. 본인은 모르겠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놀랄 겁니다.’

    [그렇지.]

    [녀석의 장점은 경기에서 드러나는 법이니까.]

    [내년 전지훈련에서는 간이 경기라도 할 수 있게끔 인원을 준비해야겠다.]

    친구들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전지훈련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체크하는 수호였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가장 발전한 건 저 녀석 아니냐?]

    ‘그렇죠.’

    수호의 시선이 우일이게로 향했다.

    딱!!

    태수가 쳐준 볼을 달려가 가볍게 잡아낸 우일은 역동작으로 단번에 1루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뻑-!!

    가볍게 던졌음에도 공은 정확히 날아가 1루에 있는 용태의 글러브에 꽂혔다.

    “나이스 송구!!”

    “이야-! 무슨 송구가 빨랫줄이네. 역동작에서 그런 송구를 어떻게 던지는 거냐?”

    “점프했을 때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추잖아요. 그때 타이밍을 잡아서 던지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게 어려운 거잖아.”

    “어? 그냥 하면 되는데.”

    녀석의 말은 사실이었다.

    우일이는 저런 어려운 동작을 의식해서 하는 게 아니었다.

    ‘저거 본능대로 하는 거죠?’

    [그렇지.]

    [원래 저런 천재 유형은 뭔가를 생각하고 하는 게 아니야.]

    [그냥 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하는 거지.]

    [그래서 천재들이 지도자가 되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야.]

    전설적인 플레이어들은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그들 중 성공하는 전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의 괴리 때문이었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인데, 그걸 알려달라고 하니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괴리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후배들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은…….’

    뻐어억-!

    때마침 굉장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운드에 서 있는 광호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공을 던지고 있었다.

    “방금 공은 구속이 154㎞가 찍혔습니다.”

    “이제는 150이 넘는 공을 손쉽게 던지네요.”

    김명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호의 옆에 섰다.

    “네 사람 모두 수준급 이상의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올해 한국으로 돌아가면 소속팀에서 상당한 활약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성공하면 좋겠네요.”

    “그럴 겁니다. 한수호 선수와 함께 훈련을 하면서 선수들 모두 마인드가 바뀌었어요.”

    처음 전지훈련이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김명훈은 네 사람을 왜 데리고 왔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변화를 보면서 수호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특히 정우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정도의 수준이야. 이건 본사에 보고를 해야겠어.’

    정우일이 뛰어난 선수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지훈련에서 보여준 모습은 자신들이 내렸던 평가보다 몇 단계는 더 위에 있었다.

    “오늘을 끝으로 훈련도 마무리군요.”

    길었던 훈련도 이제는 끝나가고 있었다.

    * * *

    공식적인 훈련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다섯 명은 바로 귀국하지 않고 하와이에서의 휴가를 보냈다.

    “우와! 여기가 와이키키 비치구나!”

    “크으! 끝내준다!”

    “응? 우일이 너 서핑도 탈 수 있어?”

    “어렸을 때부터 한 번씩 탔어요! 광호 형도 알려드릴까요?”

    “어? 어어.”

    우일이의 손에 이끌려 광호가 서핑을 타러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수호는 해변에 있는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런 그에게 김지연이 다가왔다.

    “음료수 드시겠어요?”

    “아, 감사합…….”

    [오우-!]

    [수영복 지리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이 여자는 무슨 비서가 아니라 모델 같냐.]

    [와…… 몸매 보소.]

    레전드들이 감탄할 정도로 김지연의 의상은 파격적이었다.

    비키니를 입은 그녀는 육감적인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당황한 수호의 눈빛을 봐서인지 김지연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물었다.

    “수영복이 어울리지 않나요?”

    “아…… 아뇨. 너무 잘 어울리십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하와이에 오는 거라 신경 좀 썼어요.”

    김지연의 말대로 신경을 썼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그때 김명훈이 뒤에서 나타났다.

    “으하하! 우리 한국 지부의 에이스인 김지연 씨의 몸매를 너무 보시면 곤란합니다!”

    “성희롱입니다.”

    “아니! 왜!!”

    “성희롱이니까요. 그리고 그 꽃무늬 남방 좀 그만 입으시면 안 돼요?”

    “하와이하면 이거지!”

    “어휴…….”

    김지연이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때 한 백인 남녀가 수호에게 다가왔다.

    “저…… 혹시 수호 선수 아니십니까?”

    “예? 아, 맞습니다.”

    “정말 한수호 선수네요! 팬입니다!! 이렇게 만나서 영광입니다!”

    백인 남자가 깍듯이 수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호는 그런 남자의 손을 잡아주며 인사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 휴가 중에 실례지만, 혹시 사인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남자가 미리 준비한 수첩을 꺼내 건넸다.

    하지만 펜은 미처 준비하지 못한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김명훈이 센스 있게 펜을 건넸다.

    “마침 펜이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성함이…….”

    “제이든입니다!”

    “저는 안나예요!”

    “제이든과 안나…… 여기 있습니다.”

    수호가 익숙하게 사인하고 두 사람에게 수첩을 건넸다.

    그것을 받아든 제이든이 무언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수호가 먼저 말했다.

    “사진도 한 장 찍으시겠어요?”

    “무…… 물론이죠!”

    그렇게 사진까지 함께 찍은 뒤에야 만족한 얼굴로 두 사람이 돌아갔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저희도 사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희 애랑도 사진 좀 찍어주세요!”

    “사인 좀 부탁드릴게요!”

    여기저기서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김명훈이 말했다.

    “아무래도 일을 시작해야 할 거 같…….”

    말을 하던 그는 문득 김지연이 자신의 곁에 없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런 김명훈의 시선에 이미 인파를 안내하고 있는 김지연이 들어왔다.

    “하여간 빠르다니까.”

    수영복까지 갖춰입은 걸 보고는 휴가 기분을 내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그럼 나도 업무 모드로 돌아가볼까.”

    김명훈도 몰려드는 팬들을 가로막으며 안전요원의 일을 도맡아서 했다.

    그렇게 의도치 않은 수호의 사인회가 열렸다.

    “야야, 저기 사람들 몰리는데?”

    바다에 뛰어들어 놀고 있던 태수의 말에 잠수해 있던 용태가 일어나며 물었다.

    “뭐라고?”

    “저기 사람들이 몰린다고.”

    “어? 저기 수호 있는 곳이잖아. 무슨 일이라도 있나?”

    촤아아앗-!

    그때 서핑보드를 타고 미끄러지듯 다가온 우일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수호 형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사인 받으러 온 거겠죠.”

    “그런가?”

    “야, 그런데 넌 무슨 서핑보드를 스케이드보드 타듯이 타냐?”

    “쉬워요. 균형 잡으면서 타면 되거든요. 형도 해보실래요?”

    “됐다. 내가 그거 타면 광호 녀석처럼 될 거 같거든.”

    태수의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먼바다로 향했다.

    풍덩-!!

    “아앗!! 도대체 이놈의 보드는 어떻게 타는 거야?!!”

    보드에 신경질을 부리는 광호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젓는 세 사람이었다.

    * * *

    전지훈련의 마지막 밤.

    수호와 일행들은 리조트에서 마련해 준 바베큐를 즐기며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었다.

    “으하하! 랍스터가 진짜 입에서 녹는구나!”

    “야! 용태야, 그거 아직 안 익었어!”

    “랍스터는 원래 회로도 먹는 거야!”

    “야! 고기는 진짜 조금 더 익혀라!”

    “타다키다. 타다키!”

    “어휴…….”

    용태와 태수의 투닥거림을 보면서 광호가 수호에게 말했다.

    “끝나지 않을 거 같던 훈련도 어느덧 마지막이네.”

    “그러게 말이야.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무슨 아저씨처럼 말하냐?”

    “흐흐, 그런가?”

    “가만보면 넌 도무지 우리 또래로 보이질 않는다니까. 가끔씩 우리 아빠와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

    회귀 전까지 합치면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그렇게 삭아 보이냐?”

    “그런 뜻이 아니잖아.”

    “농담, 농담. 그나저나 이번 훈련 어땠냐?”

    “정말 만족한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내 실력이 느는 게 보이니까.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더라.”

    “그렇지. 훈련은 힘들지만, 결국은 그것도 즐겨야 해. 그래야지만 더 위로 갈 수 있다.”

    “이미 프로가 됐는데. 더 위를 보라고?”

    “거기서 만족하는 순간 너의 한계가 정해지게 되니까. 이왕이면 목표는 더 위를 보는 게 좋지.”

    광호는 수호의 말을 곱씹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번 훈련에서 배웠던 걸 잊어버리지 말고 조금씩 복기해보도록 해.”

    “물론이지. 지금처럼 훈련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따라하려고 노력할게.”

    “그래, 그거면 된다.”

    수호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와이의 맑은 하늘에 보이는 별무리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수호야.”

    “응?”

    “넌 올해 있을 올림픽 국대에 나갈 거냐?”

    광호의 질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수호에게 집중됐다.

    그리고 용태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이번에 WBC도 예선에서 떨어지고 국내에서는 또 국대 선배님들을 욕하는데. 네가 좀 나가주면 안 되냐?”

    “솔직히 이번 WBC는 조금 기대했는데. 너무 세계와 격차가 심해서 답답하더라.”

    “저도 수호 형이 한 번 나가서 싹 쓸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이건 세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한국의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이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최근 한국 국가대표는 국제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고 암흑기를 걷고 있었다.

    당연히 팬들의 답답함은 커졌다.

    그리고 그건 팬들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많이 고민을 했는데.”

    수호 역시 한국인이었다.

    그렇기에 국제전에서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는 대표팀을 보면서 답답했다.

    “올림픽에는 나갈 생각이다.”

    그는 이 답답함을 풀기 위해 직접 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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