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85화
친구들을 훈련을 도우면서 수호 역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후욱! 후욱!!”
“원 모어! 원 모어!!”
수호는 훈련의 중점을 내구력에 두었다.
작년 시즌 수호는 완벽한 시즌을 보냈다.
약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수호는 스스로 문제점을 찾으려 했다.
남들이 듣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수호에게 약점이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녀석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야.
-약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완전무결이란 말은 수호를 위해 탄생한 거나 마찬가지야.
사람들은 수호를 찬양했다.
21세기 야구의 신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수호 본인은 아직 멀었다고 판단했다.
‘선배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결국 긴 시즌 정상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그의 눈높이는 레전드들에게 맞춰져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역대 최고의 선수란 의미는 2027시즌을 두고 말하는 것이었다.
커리어 전체를 놓고 보면 수호는 이제 막 싹이 돋아난 씨앗에 불과했다.
물론 그 싹이란 게 남들보다 더 거대하고 튼튼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어쨌든 수호의 시선에는 수많은 거목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상태였다.
‘날 여기까지 이끌어준 선배님들을 넘기 위해서는 내가 더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는 체력과 부상당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몸을 만들어야 해.’
레전드들은 수호에게 있어 은인이자 목표였다.
두 번의 인생을 살게 해준 레전드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고 본인 역시 그들의 기록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달리고 있었다.
“오케이! 라스트!!”
“끄으으윽!!”
그렇기에 힘든 훈련도 이를 악물며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런 수호를 보며 라이언 박사는 감탄했다.
‘최고의 위치에 오른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집중력이 아니다. 이 녀석은 정말 특별해.’
라이언 박사는 과거 수많은 선수를 봐왔다.
그중에서는 자신의 종목에서 톱클래스로 분류되는 선수들도 있었다.
축구, 수영, 테니스, 농구, 미식축구, 육상 등.
정말 다양한 선수들을 봐왔고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훈련을 하는지도 분석했다.
그리고 많은 선수가 최고의 위치에 서면 마인드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최고라는 사실이 선수를 나태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이 자신을 따라잡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이 정도 성적이면 자신은 성공했단 생각에 사로잡혀 방심하게 된다.’
그렇게 방심한 선수는 발전을 게을리한다.
물론 아닌 선수들도 있다.
각 분야의 GOAT라 불리는 선수들이 그런 선수들이었다.
NBA의 르브론 제임스나 축구의 리오넬 메시와 같은 선수들은 끊임없이 노력해 언제나 최고의 위치에 군림했다.
‘수호 역시 그들과 같은 분류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저런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과연 무엇이 수호를 움직이게 하는 걸까?’
그걸 알 방법은 없었다.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의 데이터를 계속 수집해야 한다. 앞으로의 내 연구에 큰 보탬이 될 게 분명해.’
자신이 팀 가디언에 합류한 이유는 명백했다.
수호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자신의 연구 결과에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호 역시 동의했다.
라이언 박사는 수호의 운동능력을 체크하면서 자신의 연구에 쓰일 자료수집에 열을 올렸다.
* * *
수호의 전지훈련 팀원들 중 투수는 광호 혼자였다.
나머지 세 명은 모두 타자였기에 수호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얻었다.
“수호야, 어떻게 하면 파워를 늘릴 수 있냐?”
“가장 중요한 건 웨이트지.”
“웨이트? 하지만 그건 다들 하잖아.”
“맞아.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해야 해. 물론 근육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베이스가 잡혀 있지 않은 채 기술만 익힌다고 해서 꼭 홈런을 잘 치는 건 아니야.”
“그렇군.”
“테일러한테 부탁해서 중량을 조금씩 늘려봐. 그렇게 몸에 변화가 생기면 내가 타격 포인트를 조금씩 조절해줄게.”
“오케이!”
용태는 원래 타고난 파워가 좋은 선수였다.
고교 시절에도 장타력을 한 번씩 드러냈었다.
그런 용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줄 필요가 있었다.
“수호야! 나도 중량을 늘릴까?”
“태수, 너의 장점은 빠른 발이야. 홈런보다는 지금의 날렵한 체형을 유지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응? 그건 그렇지만, 나도 홈런 좀 제대로 때려보고 싶은데.”
“홈런이 야구의 꽃이라고는 하지만, 자기 몸에 안 맞는 옷을 굳이 입을 필요가 있을까? 나는 그렇게 하는 것보단 정확히 자신의 장점을 알고 그걸 극대화시키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으음…… 그럴까?”
“응. 지금의 너의 타격 자세부터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봐.”
“타격 자세를?”
“응. 지금은 장타를 의식해서인지 자세가 다소 열리면서 스윙이 나가는 경향이 있거든? 그것보다는 어깨를 닫고 너의 좋은 눈을 정확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봐.”
“이렇게?”
“그렇지. 그 상태에서 스윙을 일부러 크게 가져가지 말고 간결하게 가는 거야.”
부웅!
수호가 먼저 시범을 보이자 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으로?”
부웅!
“오! 좋아. 딱 그 느낌으로 휘두르면 돼.”
“그래?”
수호의 칭찬에 신이 난 듯 태수는 연달아 배트를 휘둘렀다.
‘확실히 이 녀석의 야구 센스는 여기 있는 애들 중에 가장 위에 있다.’
[그러네.]
[보여준 걸 바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지.]
[타고난 힘은 약한 거 같지만, 야구센스만큼은 좋네.]
[거기에 여전히 몸이 성장하는 느낌이고.]
레전드들의 말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태는 아마 이 시기에 성장이 끝날 겁니다. 그러니 웨이트를 집중적으로 연마해서 파워를 늘려도 되지만, 태수는 아직 키가 크고 있는 상태에요. 웨이트를 통해 근육까지 늘어나면 타격 포인트가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정확한 조언이네.]
[회귀 전에는 얼마나 컸는데?]
‘186㎝까지 컸습니다. 고교 졸업 이후에 급작스럽게 커졌죠.’
[지금은 한 180 정도 되나?]
[흔한 케이스는 아니네.]
‘예. 그래서 본인도 많이 아쉬워했어요. 키가 이렇게 클 줄 알았다면 대학을 가서라도 야구를 했을 거라고요.’
키가 크다는 건 프로선수에게 큰 강점이었다.
키가 크면서 팔다리가 길어지고 몸에 붙는 근육도 늘어난다.
몸무게 역시 증가하면서 기본적인 파워가 증가한다.
피지컬은 훈련으로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타고나야 했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수호와 태수는 타고난 게 상당히 많았다.
문제는 발화하는 시기가 각자 달라서 시기를 놓쳐 버렸단 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수호였기에 태수가 같은 길을 걷게 할 생각은 없었다.
[무리하게 웨이트를 시키면 클 수 있는 신장의 한계가 더 낮아질 수도 있겠지.]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불안요소는 일단 지우는 게 좋으니까요. 무엇보다 태수의 야구 센스를 생각했을 때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경험을 시켜주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임.]
[동의]
[이견 없음.]
[확실히 야구 센스가 좋은 녀석들은 여러 포지션을 두루 익혀보는 게 좋지.]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저 녀석이 최강 아니냐?]
타이콥의 말에 수호의 고개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로건 테일러와 함께 스프린트 훈련을 하고 있는 우일이 있었다.
“대시!”
“흡!!”
타다닥-!!
우일이의 대시는 예상을 벗어났다.
50m를 5.2초에 주파할 정도로 빠른 발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테일러의 갑작스러운 신호에도 빠르게 반응할 정도로 반응속도가 좋았다.
대시 능력만이 아니었다.
“자자, 빨리 움직여. 공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다.”
광호가 던져주는 공을 빠르게 받아내는 포구 능력 역시 수준급이었다.
빠른 발과 정확한 동체시력, 거기에 확실하게 공을 잡아낼 수 있는 운동능력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그의 몸은 가볍게 광호가 던지는 테니스공을 빠르게 잡아냈다.
[거의 너 수준으로 공을 잡아내네.]
‘순간적인 스피드는 저를 앞서고 있습니다.’
물론 그 외의 부분은 모두 수호가 앞서고 있었다.
저 테니스공을 잡는 훈련만 하더라도 수호는 우일이가 잡는 것의 족히 두 배는 잡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저 나이에 수호의 능력을 하나라도 넘어선다는 거 자체가 대단했다.
‘저대로 성장해 준다면 빅리그 진출도 무리는 아닐 거 같은데요.’
[확실히 재능은 넘사네.]
[한국 레벨은 아닌 듯.]
[녀석이 메이저리그에 온다면 통하긴 하겠다.]
우일이의 운동능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위에 꼽힐 정도였다.
과연 저 운동능력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했다.
‘광호 녀석도 매튜슨 선배님이 알려주신 방법대로 구속을 높이고 있는 상태니 한결 마음이 편하네요.’
전지훈련에 참가한 모든 선수가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마음이 뿌듯했다.
‘자식들.’
친구들의 성장은 그를 기쁘게 했다.
무엇보다 이번 전지훈련을 함께 하면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는 게 행복했다.
회귀 전에도 친구들끼리 모여 여행을 가거나 했었다.
물론 어른이 된 뒤에는 그러지 못했다.
각자의 생활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 하는 훈련은 수호 본인에게도 큰 원동력이 되었다.
‘녀석들도 발전하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그는 다시 훈련에 나서며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지부장님! 피칭머신 세팅 좀 부탁드립니다!”
“예~알겠습니다. 어휴, 반쯤은 놀려고 왔는데. 이거 놀 수 있는 환경이 아니네.”
“지부장님, 반쯤 놀러 오셨다고요?”
“하…… 하하. 지연 씨 거기 있었어? 크흠! 잘못 들은 거야. 놀긴 누가 놀아? 수호 씨! 지금 갑니다!!”
지연에게 꽉 잡혀 사는 김명훈을 보며 수호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배트를 쥐고 타석에 섰다.
“언제든지 시작해도 됩니다!”
“옙!!”
김명훈이 기계의 버튼을 누르자 곧 공이 딸려 올라가더니 강하게 발사됐다.
푸슉-!!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수호가 발을 내디디며 있는 힘껏 몸을 회전시켰다.
부앙!!
그가 만들어낸 회전은 작은 돌풍이 되어 흙바람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몸쪽을 파고드는 공을 낚아챘다.
딱!!
“오오-!”
“넘어갔다.”
“이야…….”
“이건 뭐 공이 쪼개질 거 같네.”
수호가 때려낸 타구는 단숨에 외외야를 넘어 그물망 뒤로 사라졌다.
‘수호 녀석의 파워는 정말 남다르네. 저걸 따라갈 수 있을까?’
‘발끝부터 시작된 회전이 몸 전체로 이어지고 있어. 수호의 스윙은 단순히 파워가 아니라 전신을 사용해서 나오는 거야.’
‘메이저리그의 정점에 있는 타자란 저런 건가? 과연 내가 수호를 상대로 한 번이라도 아웃카운트를 잡아낼 수 있을까?’
‘역시 수호형!! 스윙이 마치 물 흐르듯 막힘이 없어! 저런 스윙이 있으니까 70개가 넘는 홈런을 때릴 수 있었던 거야!!’
서로에게 자극을 받는 건 수호만이 아니었다.
네 사람 역시 수호의 스윙에 엄청난 자극을 받으며 다시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큰 원동력을 주면서 전지훈련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