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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84화 (18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84화

전지훈련을 시작한 지도 2주가 넘었다.

그동안 기초 훈련 위주로 진행하면서 멤버들이 힘들어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사실 훈련의 강도는 매일 똑같지 않았어.”

저녁 식사를 앞두고 수호가 한 말에 네 사람의 눈이 커졌다.

“매일 강도를 조금씩 높였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라이언 박사와 상의해서 그렇게 스케줄을 만들었어.”

“매일 강도를 높여? 왜?”

“그래야지만, 이번 전지훈련에서 너희들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

“헐…….”

“그래서 우리가 훈련에 적응하지 못했던 거야?”

“맞다. 그리고 이 방법은 사실 선수가 이탈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방법이지.”

라이언 베켓 박사가 수호의 설명을 넘겨받았다.

“나는 그동안 많은 선수를 훈련시키면서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리고 선수가 훈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성취감이란 걸 알게 됐다.”

훈련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발전한다는 성취감은 선수에게 큰 동기부여를 하게 해준다.

하지만 라이언 박사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고작 그 정도 훈련에 성취감을 얻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이번 전지훈련 기간이 짧기에 충분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강도를 주기적으로 높이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럼 우리의 몸은 이전보다 더 발전했다는 건가요?”

“그래.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높아진 훈련 강도를 따라오지 못했겠지. 아직 어려서 그런지 많은 훈련량도 제대로 따라오더군. 계산대로라면 전지훈련을 시작하기 이전보다 평균 22퍼센트 상승했을 거라고 본다.”

22퍼센트라는 수치가 어떤 건지 와닿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체 능력의 상승을 퍼센트로 계산하긴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걸 눈치챘는지 라이언 박사가 말을 이었다.

“내일부터는 훈련스케줄에 기초 훈련을 줄이고 본격적인 기술 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럼 너희들도 알게 되겠지.”

네 사람의 시선이 라이언 박사에게 향했다.

“너희들의 신체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말이야.”

벌써부터 기대됐다.

그리고 그건 수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배님들이 절 가르칠 때 이런 기분이었겠군요.’

[ㅋㅋㅋ 뉴비가 성장하는 걸 보는 것만큼 재밌는 건 없지.]

[그나저나 저 녀석들 얼마나 늘었을까?]

그걸 알 시간은 곧 다가올 것이다.

* * *

다음 날.

새벽에 기초 훈련을 진행했다.

어제 라이언 박사의 말 때문인지 훈련이 한결 수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은 뒤에는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리조트 인근에 있는 야구장이었다.

“오오! 야구장이다!”

“이야…… 엄청 넓네!”

“펜스는 따로 없지만, 이 정도 설비면 한국의 프로구장이랑 큰 차이가 없는데?”

“역시 종주국! 잔디도 깔려 있네요?”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구장이 아님에도 야구장의 설비는 매우 잘 되어 있었다.

이런 걸 보면 한국과의 인프라 차이를 새삼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야구의 인기가 높은데 일반인이 야구를 할 방법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사회인야구를 하더라도 야구장의 숫자가 적어 제대로 즐기는 건 무리가 있었다.

“장비는 미리 준비해 뒀으니까. 자기한테 맞는 걸로 쓰면 되고 일단 스트레칭부터 제대로 하자.”

수호의 말에 네 사람이 그를 따라 스트레칭에 들어갔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끝낸 다섯 명은 곧 장비를 착용하고 본격적인 훈련 준비에 들어갔다.

“광호는 일단 나랑 불펜에서 투구 연습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로건이랑 함께 타격 연습에 들어가도록 해.”

“베이비들! 이 몸만 잘 따라오면 너희들도 나와 같은 몸이 될 수 있어.”

근육질의 몸매를 뽐내는 로건을 보며 세 사람이 고개를 휙휙 저었다.

수호는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광호와 함께 마운드로 이동했다.

“몸은 좀 어때?”

“아직 찌뿌둥한 게 남아 있긴 하지만, 공을 던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거야.”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뭐뭐였지?”

“변화구는 슬라이더랑 커브 위주로 던지고 있어.”

“체인지업은?”

“그립은 배웠는데. 손에 잘 익지 않더라고.”

“그럼 오늘은 패스트볼과 다른 두 개의 공을 위주로 던지자.”

광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로진을 손에 묻힌 그의 시선이 미트를 착용하는 수호를 보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내가 메이저리거와 호흡을 맞추다니.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인의 꿈의 무대다.

그곳에서 뛰고 있는 선수와 호흡을 맞춘다는 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메이저리거들 중에서도 탑에 있는 선수와 호흡을 맞춘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내 공을 어떻게 볼까?’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 수호가 잡아준다는 것이 긴장됐다.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지자. 후회를 남기지 말자!’

광호는 마치 중요한 숙제를 앞둔 수험생처럼 의지를 다졌다.

“준비됐으면 던져!!”

“오케이!”

광호가 홈플레이트를 밟고 섰다.

“후우!”

심호흡을 뱉고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뻐억!!

“나이스! 아주 좋아!”

전력으로 던진 공을 수호가 가볍게 받아냈다.

그리고 다시 공을 던져주려는 찰나.

광호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왜 그래?”

“어? 어어…… 구속이 좀 빨라진 거 같아서.”

“그래?”

수호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김지연이 다가왔다.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스피드건 준비된 거 있죠?”

“네. 구속 측정을 해드릴까요?”

“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김지연이 스피드건을 들고 와서 수호의 뒤에 섰다.

“그물망 뒤에 서는 게 좋습니다.”

“아, 네.”

고개를 끄덕인 김지연이 그물망 뒤에 서서 스피드건을 앞으로 내밀었다.

“광호야! 다시 던져봐.”

“어!”

수호가 던져준 공을 받아 든 광호는 로진을 다시 손에 묻혀 준비를 끝냈다.

‘몸의 감각이 평소와 달라. 분명 근육통이 있어서 뻐근한 감각은 있는데. 공을 뿌리는 건 오히려 평소보다 더 가볍다는 느낌이야.’

구속 역시 빨라진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더 집중해서……!’

광호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뻐어억!!

우타자 기준 몸쪽 코스를 정확히 찌르는 공이었다.

소리 역시 상당했다.

분명 처음보다 더 좋은 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나왔어?!”

“얼마 나왔어요?”

수호의 질문에 김지연이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를 말해주었다.

“150이 나왔네요.”

“오, 150㎞ 나왔다는데?”

“지…… 진짜? 내가 150을 찍었다고?!”

“응. 진짜네. 이야~ 광호 너 구속 엄청 늘었는데? 야구부 시절에는 140 중반 정도 찍었잖아? 역시 프로에 가니까 달라지는구나.”

“아니야.”

“응?”

“프로에 가서도 딱히 달라진 게 없었어. 최고 구속은 계속 140 중반이었어. 피지컬은 분명 예전보다 늘었지만, 구속은 늘지 않았거든.”

“오, 그래? 그럼 여기에서 훈련해서 구속이 늘어난 건가?”

수호의 질문에 광호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고작 며칠 사이에 이 정도로 구속이 늘어날 수 있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어쨌든 구속이 늘었으면 좋은 거지. 몇 개 더 던져보자.”

“어? 어!! 그래!”

광호는 공을 던지는 게 즐겁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광호만이 아니었다.

딱!!

“오오! 잘 때렸다!”

“이건 넘어갔는데요?”

“넘어갔다아!! 태수야, 봤냐?! 내가 펜스를 넘겼어!!”

“이야! 우리 용태가 홈런이라니!”

다른 선수들 역시 몸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변화된 자신들의 능력을 알게 되자 그들은 신나서 훈련에 임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숙소로 돌아온 그들의 앞으로 라이언 박사가 다시 섰다.

“다들 오늘 훈련은 어땠지?”

“즐거웠습니다.”

“변한 게 바로 느껴졌어요!”

“고작 며칠 훈련했다고 이럴 수 있는 건가요?”

“고작 며칠이 아니야. 너희들은 체계화된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잘 먹고 훈련하고 잘 쉬었지. 그 결과 너희들의 육체는 이전보다 더욱 발전했어.”

라이언 박사의 말대로였다.

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영양의 섭취와 휴식이었다.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아무리 고된 훈련을 하더라도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네들의 신체는 그동안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다. 베이스볼이란 스포츠는 같은 동작의 반복이다. 그러다 보면 같은 부위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 이런 부위에도 충분한 휴식을 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프로는 그걸 잘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번 훈련에서는 투구와 스윙에 주로 사용하는 부위를 최대한 쉬게 해주었다.

“기초 체력을 우선적으로 기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그리고 하체를 주로 단련시킨 이유도 기둥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였다.”

네 사람은 자신들이 받았던 훈련을 떠올렸다.

확실히 심폐 지구력 훈련을 비롯해 하체 훈련이 대부분을 이루었다.

상체의 훈련 역시 진행했지만, 그리 높은 강도는 아니었다.

“심폐 지구력은 몸의 회복을 돕는다. 무엇보다 내구력을 증가시키고 뇌에 산소를 끊임없이 공급해서 정확한 상황 판단과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게 해주지.”

라이언 박사의 훈련은 모든 게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효과를 직접 경험한 네 사람은 라이언 박사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앞으로 날 잘 따라온다면 자네들의 수준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아질 거야.”

“따라가겠습니다!”

“꼭 따라가게 해주세요!”

“저도요!”

세 사람이 라이언 박사를 우러러보고 있을 때, 광호의 시선이 수호에게 향했다.

“수호야, 미안하다.”

“어? 갑자기?”

“나는 한때나마 널 의심했다. 사과를 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내가…….”

“아, 괜찮아. 뭐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지. 기술 훈련은 전혀 없고 기초적인 훈련만 했으니까 말이야. 이야~ 그래도 사과를 해주니까 내가 마음이 좀 편하다. 고맙다.”

“수호야, 나도 미안하다.”

“나도 미안해.”

“저는 형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순간 우일이의 말에 수호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하하!”

“인마! 너는 이 타이밍에 꼭 그런 말을 해야 하냐?”

“어? 사실이잖아요.”

“그건 맞지만! 그래도 분위기란 게 있잖아!”

“이 자식! 이제 보니 완전 여유였잖아?!”

“야야, 너희들 때문에 분위기 다 깨졌다.”

네 사람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수호가 눈물날 정도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렇게 웃어보는 게 얼마 만이냐?”

[너 웃는 거 보니 좋네.]

[친구들이랑 같이 온 게 정답이었다.]

[훈련은 원래 즐겁게 하는 것이 최고다.]

[ㅇㅈ]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친구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지 몰랐다.

그래서 친구들이 더욱 고마웠다.

“다들 저녁 준비됐습니다!”

그때 데이비스 박사의 말에 다섯 명이 일제히 대답했다.

“예!”

더 이상의 의심은 없었다.

네 사람은 자신들을 안내하는 박사들을 믿었고 여기로 안내해 준 수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수호는 그들이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슴에 담은 채, 전지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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