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83화
보통 훈련이란 건 날이 갈수록 익숙해짐에 따라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네 사람 역시 전지훈련이 처음에는 힘들어도 곧 익숙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터치!”
“오케이! 바로 뛰어!!”
“방금 들어왔는데?!”
“인터벌 훈련은 최대한 심폐에 과부하를 주어 강화하는 훈련법이야. 쉬면 이 훈련을 하는 이유가 없어! 빨리 뛰어!!”
“젠장!!”
“아직 F 발음이 강한 거 보니 힘이 남는 거 같군. 왕복 3회 추가!”
“제에에에엔장!!”
용태의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해변을 울리며 그의 뜀박질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건 다른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헉! 헉! 헉!!”
태수는 숨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거 같았고.
“후욱! 후욱!”
광호의 전신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흐엑! 흐엑!!”
막내인 우일이는 해변에 대자로 뻗어 곧 숨이 넘어갈 거 같은 개구리처럼 배가 오르락내리락했다.
벌써 전지훈련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하지만 좀처럼 훈련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매일이 힘들어지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우는 소리를 할 수 없는 건 바로 한 명 때문이었다.
‘우린 이렇게 죽어가는데…….’
‘도대체 저 괴물은 뭐야?’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거지?’
‘형은 지치질 않는 에너자이저인가?’
네 사람의 시선이 해변가를 끝없이 달리고 있는 수호에게 향했다.
수호의 훈련량은 자신들에 비해 3배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는 모습을 보이질 않았다.
땀을 흘리고 호흡이 거칠어지긴 했지만, 그의 다리는 멈추질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과 이렇게 많은 차이가 벌어졌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 고등학생 때까지는 비슷했던 거 같은데.’
‘고작 몇 년 사이에 이 정도로 벌어질 수 있는 건가?’
‘예전에는 내가 더 위에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알겠어.’
‘와…… 형은 진짜 같이 훈련할 때도 괴물 같았는데. 지금은 더 괴물이 됐네.’
그런 수호를 보며 감탄하는 세 사람에게 라이언 베켓이 다가와 외쳤다.
“다들 쉬러 왔어?! 빨리들 뛰어!!”
“예.”
“갑니다!”
“으윽……!”
신음을 토하는 네 사람을 보며 라이언 베켓이 고개를 저었다.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긴 하지만, 수호의 훈련을 보고 있으면 이들이 너무 부족해 보이는군.’
라이언 베켓은 선수의 육체를 발달시키는데 특화된 스케줄을 진행하고 있었다.
육체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바로 부하를 주고 육체가 그걸 이겨내는 과정을 반복하면 됐다.
간단하지만, 이 이론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높은 정신력이 필요하다.
지금 수호와 나머지 선수들의 차이는 바로 정신력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멘탈적인 부분은 코치가 케어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결국 선수 본인이 동기를 가지고 고된 훈련을 이겨내야 해. 하지만 네 명의 선수는 그걸 할 수 없을 거 같군.’
이제 고작 훈련 시작 일주일이 흘렀다.
이 레벨의 훈련 강도는 그렇게 강한 게 아니었다.
기초 체력을 상승시키고 멘탈적인 부분을 체크하는 것이 첫 열흘의 목표였다.
그런데 수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으럇!!”
아니, 단 한 사람은 제외였다.
그는 이 멤버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정우일이었다.
스스로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훈련하는 내내 기합을 지르며 자신을 독려했다.
‘지쳐서 쓰러지더라도 수호를 보고는 동기부여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야.’
정우일만큼은 이 훈련캠프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컸다.
‘캠프에는 언제나 낙오자가 생기는 법이지.’
낙오자가 챙겨서 함께 달릴 정도로 라이언 베켓은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수호가 달리는 모습을 보며 스케줄의 강도를 조절했다.
* * *
일주일째의 훈련이 끝났다.
숙소로 돌아온 네 사람은 모두 침대에 누운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 죽겠다…….”
적막을 깬 것은 용태였다.
그의 말에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누워 있던 태수가 말했다.
“너는 말이라도 나오는구나…….”
“네가 지금 한 대답도 말이거든? 그것보다 아직 안 죽었냐? 미동도 없어서 죽은 줄 알았는데.”
“너 먼저 죽기 전에는 죽을 일 없다.”
“헹! 훈련에서도 날 앞지른 적이 없는 녀석이 할 말은 아닌데?”
“내 뒤에서 오바이트 하던 용태 찾습니다.”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광호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너희는 죽을 거 같다면서도 입 배틀은 멈추지 않냐?”
“입 움직이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는 적으니까.”
“아, 저 새끼가 먼저 시비잖아.”
“얼씨구. 말로 안 되니까 욕부터 박는 거냐?”
“망할 새끼.”
두 사람의 투닥거림을 보면서 광호가 피식 웃었다.
그나마 함께 힘들어하는 녀석들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다.
그때 다시 조용해졌던 용태가 말했다.
“그런데 우리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냐?”
“뭐가?”
“아니, 훈련이란 게 원래 좀 익숙해져야 하잖아. 그런데 이건 뭐 매일 죽을 거 같고. 제대로 훈련이 되는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그건 맞는 말이야. 처음 프로구단에 들어갔을 때도 훈련이 고되었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거든?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는 게 느껴졌는데. 이건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아.”
태수도 용태의 말을 받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광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건 오버워크 느낌이 강해.”
“오버워치?”
“그건 게임이고. 오버워크. 과도한 훈련으로 인해 몸이 회복되지 못하고 지치는 걸 말하는 거야.”
“아……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다.”
“너튜버에서 봤는데. 그거 안 좋은 거 아니냐?”
“맞아. 오버워크는 육체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결국 지친 상태로 훈련을 반복하는 걸 말하는 거니까. 훈련이 제대로 스며들지 못하지.”
“음……. 지금 우리가 그런 상태라는 거야?”
“그럴 수도 있다는 거야. 사실 우리가 훈련을 매일 하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태수와 용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지훈련의 스케줄은 대부분 기초훈련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네 사람은 모두 그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매일을 보냈다.
하지만 좀처럼 훈련에 적응할 수 없었다.
이는 훈련 스케줄이 과도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글쎄.”
“일단 여기 환경이 너무 좋긴 한데…….”
훈련에 문제가 있다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문제는 이곳이 해외라는 점과 훈련환경이 너무 좋다는 점이다.
만약 불만을 이야기했다가 불이익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아직 어리기에 할 수 있는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그런 형들의 고민이 답답해서일까?
“그런데 형님들, 사실 저희가 하는 훈련보다 수호 형이 하는 게 더 힘들지 않나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일이 말했다.
그의 말에 세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
“녀석은 특별하잖아.”
“맞아. 메이저리그에서도 70개가 넘는 홈런을 때린 녀석인데.”
“당연히 우리보다 빡세게 하겠지.”
“하지만 결국 저희랑 비슷한 나이잖아요. 아무리 특별하다 해도 힘든 건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일이가 정곡을 찔렀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정곡이 찔리면 반발부터 하게 마련이다.
용태가 가장 일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마! 재능이란 게 있잖아. 녀석은 재능의 범위가 달라!”
“아냐, 재능이라고 치부하긴 좀 이상해.”
“응? 광호 너는 또 무슨 소리야?”
“사실 수호가 우리 중에 두각을 드러낸 건 3학년 때부터잖아.”
“그렇긴 하지.”
“그전에는 광호 네가 야구부에서 먼저 인정받았잖아.”
“그리고 녀석이 받는 훈련도 비슷했었고.”
“음, 그렇지.”
“그러니까, 더 재능이란 소리지.”
용태의 말에 광호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팀 코치님이 그러셨어. 기술이나 타고난 파워, 구속 같은 건 재능의 영역일 수 있다고. 하지만 기초 체력은 재능이 아닌 노력의 영역이라고 말이야.”
“그럼 광호 너는 수호가 지금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는 게 재능이 아니란 거네?”
“맞아. 녀석의 훈련은 우리의 훈련강도보다 족히 두 배는 더 강할 거야. 그런데도 녀석은 한 번도 우는소리를 한 적이 없잖아.”
“제 말이 그 말이에요! 형님들도 보고 계시니 아실 거 아니에요? 그 형의 훈련량은 정말 미쳤다니까요.”
용태가 다시 발끈하려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수호의 훈련량이 얼마나 괴물같은지 말이다.
방 안에는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그 적막을 깬 것은 태수였다.
“결국 우리는 힘들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우는 소리를 하면서 이런 좋은 환경을 마련해 준 수호 탓을 하고 있었네.”
“수호 탓을 했다기보다는……!”
“인정하자, 용태야. 우리는 방금전까지 수호를 원망하듯이 말했잖아.”
“멍청한 짓이었지.”
친구들이 인정하자 용태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가 좋은 기회를 줬는데도 힘들다고 벌써부터 의심하는 건 미친 짓이었던 거 같아.”
“맞아. 힘들면 이를 악물고 참아야 하는 건데.”
스스로 반성하는 형들을 보며 우일이도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호 형 훈련이 원래 빡센데. 막상 같이해 보면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그러고보니 우일이 너는 학교에서도 같이 훈련했었지?”
“네! 그때 훈련 덕분에 3학년부터 주장이 됩니다!”
“올~ 우일이 많이 컸네.”
“그러고 보니 우리 구단 스카우트도 널 유심히 보는 거 같더라.”
“어? 우리 쪽 감독님도 우일이 이야기 한 번씩 물어보던데.”
“헐~ 우일이 인기 좋네?”
정우일은 최근 고교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했고 빠른 발과 좋은 수비력 역시 보유하고 있었다.
수호 이후로 오랜만에 등장한 5툴 플레이어였기에 구단들이 군침을 흘렸다.
하지만 우일이는 고개를 저었다.
“전 국내 구단에는 별로 관심없어요.”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저도 메이저리그 갈 겁니다!”
우일이의 충격 발언에 세 사람의 눈이 커졌다.
“메이저리그에 갈려고?”
“바로?”
“네! 하루라도 빨리 빅리그에 올라가서 수호 형과 함께 뛸 거예요! 그게 제 목표입니다!”
후배가 메이저리그를 노린다는 소리에 세 사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라…….”
“우리도 갈 수 있을까?”
“글쎄…….”
세 사람은 조금 더 현실에 물들어 있었다.
꿈을 꾸기에는 이미 지금의 상황에 익숙해졌다.
아직 프로 계약도 아닌 육성선수 계약을 맺은 두 사람, 그리고 1군은커녕 2군에서도 신통찮은 성적을 내고 있는 한 사람.
그런 세 사람이 메이저리그를 꿈꾸기에는 너무 현실이란 장벽이 너무 높았다.
하지만 우일의 생각은 달랐다.
“에이! 노력하면 갈 수 있죠! 수호 형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형님들과 함께 훈련하는 거 아니겠어요?”
“수호가?”
“진짜?”
“제가 수호 형 생각을 알 순 없지만, 애초에 가능성이 없었다면 이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수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다.
그런 수호가 가능성을 봤다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일단 수호 형의 훈련 스케줄을 잘 따라가야겠죠?”
“맞아!”
“수호는 친구이기 이전에 메이저리거지.”
“메이저리거와 같이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세 사람의 열의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물음표가 다시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세 사람의 이야기를 문 밖에서 듣고 있는 이가 있었다.
‘힘들 거 같아서 위로나 해주러 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네.]
[녀석들 스스로 답을 찾아버리네 ㅋㅋ]
[이건 좀 예상 못 했다.]
[정신상태 하나는 나쁘지 않네.]
레전드들의 말에 수호는 친구들이 자랑스러웠다.
‘제 친구들이니까요.’
숙소에서 멀어지는 수호의 발걸음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