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82화
다음 날.
수호는 리조트에서 사람들을 맞이했다.
“이쪽은 닥터 라이언 베켓. 스포츠 사이언티스트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세요.”
“하하! 최고의 권위자라니. 미녀의 입에서 그런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군요. 라이언입니다.”
“한수호입니다.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합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 학자 입장에서는 꼭 해보고 싶었던 일입니다. 한수호 선수는 우리에게 미스터리한 선수거든요.”
“미스터리요?”
“예. 도대체 어떤 훈련을 하고 어떤 신체를 가지고 있기에 19살에 저런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리고 저런 기록들을 남길 수 있는지 궁금했으니까요.”
대답과 함께 라이언 베켓의 눈이 반짝였다.
뭔가 장난감을 눈앞에 둔 아이와 같은 눈빛에 오싹함마저 들었다.
[얘 혹시 그런 거 아니냐? 매드 사이언티스트?]
[ㅋㅋㅋ 잘못 걸렸네.]
레전드들의 농담에 과거 영화에서 봤었던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모습이 떠오르며 오한이 드는 느낌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느꼈는지 김지연이 다음 사람을 소개했다.
“다음으로 웨이트를 도와줄 로건 테일러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야……! 한수호 선수의 근육은 정말 아름답군요! 혹시 피지크 대회에는 관심이 없으십니까?”
가슴근육을 왜 튕기는데……?
“이쪽은 영양학 박사이신 윌리엄 데이비스.”
“음, 정밀진단을 해봐야겠지만. 피부, 눈동자의 상태, 그리고 근육의 상태를 보았을 때 조금 더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할 거 같군요.”
보는 걸로 진단을 하면 안 되지!
“이쪽은 마사지를 담당해 줄 미겔 산토스.”
“당신의 근육을 하나부터 열까지 풀어드리겠습니다. 아프면 말하지 말고 오른손을 들면 됩니다.”
치과인가……?
뭔가 사람들이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었다.
[최고의 위치에 올라가려면 아무래도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되는 건 아니지.]
[그래도 특이하긴 특이하네.]
[이들이 팀 수호의 멤버들인가?]
‘팀 수호요?’
[ㅇㅇ 우리 신우가 이런 비슷한 멤버들을 모아서 팀 신우라고 불렀거든.]
팀 수호라.
나쁘지 않았다.
이들은 앞으로 비시즌 동안 자신을 서포트하는 데 모든 힘을 쓸 것이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해주실 일은 제가 완벽한 몸 상태로 페넌트레이스를 뛸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완벽한 몸 상태라……. 알겠습니다.”
“쩌는 근육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긴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몸 안의 젖산을…….”
“근육을 잘근잘근 풀어드리겠습니다!”
대답 역시 각자의 개성에 맞게 대답하는 그들을 보며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호는 그렇게 메이저리그 경력 동안 함께하게 될 팀 가디언과 만나게 되었다.
* * *
다음 날.
리조트로 친구들이 들어왔다.
“와…….”
“개쩔어…….”
“미친……!”
“너 정말 성공했구나?”
마치 약속이라도 한 거 같은 친구들의 반응에 웃음이 나올 거 같았다.
[네 친구들이 아직 어리긴 하구나.]
[순진한 반응 너무 재밌고요.]
[어떻게 예상을 1도 벗어나질 않냐?ㅋㅋ]
[이런 게 또 이 나이대의 반응이지.]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만약 자신도 회귀한 게 아니었으면 이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을 정도로 리조트 시설은 예술적이었다.
두바이에서 머물렀던 불가리의 호텔보다 시설 면에서 더 뛰어났다.
특히 규모는 어디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오느라 고생했지?”
“응? 아냐. 이코노미도 아니고 비즈니스였는데! 아주 개쩔었다.”
“난 기내식이 그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니까?”
“무슨 밥이 계속 나와!”
친구들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층은 총 3층으로 되어 있고 1층은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으니 2층과 3층의 비어 있는 방을 편하게 고르면 돼.”
“개인실이야?”
“응. 방이 제법 여유 있어서 1인실로 써도 될 거 같아.”
“오오! 쩔어!!”
“크으……! 난 용태 녀석이랑 같이 자야 되는 줄 알고 저 녀석 코 막아버릴 코마개도 가지고 왔는데!”
“야! 내가 무슨 코를 곤다고……!”
“너 골아.”
“양심이 있어라.”
“선배님 코 고는 소리 개 쩔어요.”
용태의 발끈하는 한마디에 세 사람이 일제히 반격기를 날렸다.
우일이 녀석까지 반격기를 준비했을 줄이야.
‘성격이 많이 변한 거 같네.’
[쟤 작년에 너네 학교 주전으로 뛰었다면서?]
‘예. 전국대회에서도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서 구단들 사이에서는 1차 지명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전생에도 그랬음?]
‘글쎄요. 사실 우일이랑 같은 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친하진 않았습니다. 전생에는 이렇다 할 접점이 없었으니까요.’
[그럼 너와 만나면서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소리네.]
‘그렇죠.’
회귀를 하면서 많은 게 바뀌었다.
특히 주변인들의 인생이 바뀌고 또한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그들 역시 수호의 영향을 받아 과거와 다른 삶을 살게 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깊게 생각하면 무섭기도 했기에 애써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우일이 녀석이 얼마나 성장했을지 궁금하네요.’
[그러게.]
[얘가 그래도 나름 재능이 있었는데 말이지.]
[일단 피지컬은 잘 성장했네.]
우일이의 키는 어느덧 187㎝에 달했다.
이제 막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걸 생각하면 190을 넘길 가능성이 컸다.
체격은 근육을 조금 더 붙여야 했지만, 신장 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그럼 모두 짐 풀고 오늘은 푹 쉬도록 해. 내일부터는 진짜 빡세게 훈련할 테니까. 각오 단단히들 알고.”
“오케이!”
“그걸 바랐다고!”
“빡센 훈련을 기대했어.”
“선배님만 따르겠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친구들을 보며 수호가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저 의욕 하루도 안 간다에 1,000노잣돈 건다.]
[하루는 무슨 1시간 안에 질질 짠다에 10,000노잣돈.]
[그래도 나름 프로인데. 2시간은 버티지 않을까? 5,000노잣돈 건다.]
갑자기 내기를 하는 레전드들을 보며 수호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새파랗게 어린 후배들이 열심히 한다는데. 거기에 내기를 걸고 계십니까?’
[그래서 넌 안 할 거임?]
‘크흠…… 한 시간에 만 노잣돈 걸겠습니다.’
레전드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수호였다.
* * *
“우웩!!”
상쾌한 새벽.
하와이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진행된 새벽 훈련은 예상대로 구토와 함께 마무리됐다.
“그러게 아침에 뭐 먹지 말고 나오라니까.”
“먹……은 거라고 해봤자 바누놔아우웨에엑!!”
“바나나밖에 먹은 게 없대.”
“넌 용태의 저런 말을 용케 알아듣는다?”
“초딩 때부터 같이 지냈는데. 저런 모습 하루 이틀 보겠냐?”
멀쩡하게 대답하는 태수였지만, 그 역시 멀쩡하지 못했다.
“그…… 대답해 주는 건 좋지만, 누워서 고개만 치켜든 채 말하는 건 아니야.”
“미안, 다리가 후들거려서 일어날 수가 없네.”
실제 대자로 뻗은 태수의 다리는 경련이 온 듯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수호가 고개를 돌려 팀 가디언의 멤버들을 바라봤다.
“산토스! 여기 마사지 좀 해줘요!”
“오케이! 내가 나설 차례군!”
근육질의 미겔 산토스가 다가와 누워 있는 태수의 종아리를 잡았다.
그리고 손가락의 마디로 종아리를 그대로 눌렀다.
“끄아아아악! 아파! 아파!! 아파!!!”
“근육에 이렇게 경련이 오는 건 충분한 스트레칭을 해주지 않아서 그런 거야. 긴장된 상태로 훈련하면 이런 식으로 경련이 와.”
“아파! 아프다고!!”
“당연히 아프지! 긴장한 근육을 풀어주는 건데!”
“그러니……끄아아악!!”
저러다 애 잡겠다.
고요했던 하와이의 새벽을 깨는 용태의 구토와 태수의 비명 소리로 하루가 시작됐다.
“아침 식사는 충분한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각종 비타민이 포함된 식단으로 준비했습니다. 모두 드시면 됩니다.”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을 하와이에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10명은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놓여있는 메인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음식이 준비되었다.
스테이크부터 시작되는 육류요리와 회와 스시로 된 생선요리.
그리고 각종 빵과 밥 종류, 그리고 소스들이 즐비했다.
샐러드 역시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다양했다.
문제는 그 양을 본 용태가 다시 헛구역질을 한다는 점이었다.
“에헤이! 밥 앞에서 그러는 거 아니야!”
“미…… 미안…… 속이 안 좋아서…… 난 좀 쉴…….”
“안 됩니다.”
“예?”
“훈련이 끝난 뒤 가장 중요한 건 영양 섭취입니다. 입맛이 없다면 제가 준비한 이 특제 음료수라도 드십시오.”
“그…… 색깔이 보라색인 건…….”
“비트가 들어가서 그렇습니다.”
“왜 끈적이죠……? 마치 슬라임 같은데요?”
“마가 들어가서 그렇습니다.”
아니, 비트와 마를 섞어도 되는 건가?
용태가 불신의 눈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데이비스는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용태가 음료를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오……! 맛있는데요?”
“당연합니다. 음식의 섭취도 프로선수에게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일반인보다 많은 에너지를 섭취해줘야 하기에 맛이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지 더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으니까요.”
데이비스의 말에 수호가 물었다.
“그럼 이렇게 많은 양의 식사를 준비하신 것도……?”
“개개인의 입맛을 고려한 식단입니다. 첫날은 종류가 많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점점 양을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역시 다 생각이 있었구나 싶었다.
수호는 그의 말을 듣고는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본격적인 식사에 들어갔다.
“오! 진짜 맛있네. 특히 이 스테이크 육즙이 아주 가득해!”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스테이크입니다. 영양성분 파괴를 최소화하고 맛은 더욱 업그레이드시켰죠.”
“특히 소스가 예술인데요?”
“고기를 굽고 나온 육즙과 포도주를 섞어 달콤한 꿀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요리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했다.
고기도 고기였지만, 샐러드 하나까지 정말 맛이 좋았다.
칼질을 이어가던 수호는 문득 다른 친구들이 깨작깨작 음식을 먹는 걸 보고는 물었다.
“왜들 그래? 정말 맛있어. 한번 먹어봐.”
“아…… 응.”
“입맛이 별로 없네.”
“머…… 먹겠습니다!”
가장 어린 우일이까지 기운이 빠진 모습에 수호는 걱정하면서도 이내 자신의 식사에 전념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팀 가디언의 총괄을 맡은 라이언 베켓 박사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수호는 역시 엘리트 선수답게 먹성도 좋군. 첫날 훈련의 강도를 생각했을 때 제대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으면 저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을 텐데.’
라이언 베켓의 시선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네 사람에게 향했다.
‘의뢰인의 부탁이라 저들을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아.’
라이언 베켓은 최고의 소재를 가지고 연구를 해왔다.
그를 거쳐 간 선수들 중에는 EPL이나 NBA, NFL에서 뛰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아마추어인 네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상관없지. 내 가장 큰 목적은 한수호를 연구하는 거니까.’
최근 10년 이내 등장한 선수들 중 가장 궁금했던 수호를 연구할 기회에 라이언 베켓의 눈이 빛났다.
‘철저하게 분석해 주겠어.’
그렇게 본격적인 전지훈련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