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80화
수호의 제안에 광호가 되물었다.
“함께 가자는 건 훈련을 같이하자는 의미지?”
“맞아. 훈련을 혼자 한다는 건 사실 고된 일이잖아? 옆에서 같이 자극을 줄 동료가 있으면 서로 자극이 돼서 훈련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거야.”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 하지만 우리는 아직 훈련갈 정도의 돈이 없어. 너도 알잖아?”
광호가 현실적인 부분을 이야기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정우일, 육성선수인 태수와 용태.
그리고 1군과 2군을 오가는 자신까지.
전지훈련을 가게 된다면 한 명당 최소 몇천만 원에서 1억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 자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알고 있어. 그래서 그 비용은 내 쪽에서 모두 지원할 생각이야.”
“그…… 그게 진짜야?”
“정말?”
“응. 어디까지나 전지훈련 스케줄에 넣는 건 내 의사니까. 너희들이 오케이를 해주면 관련 비용은 모두 내 쪽에서 부담하는 걸로 할게.”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전지훈련에 들어가는 저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고 하니 친구들의 눈이 빛났다.
“그럼 우리는 거절할 이유가 없지.”
광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태수와 용태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오히려 우리가 부탁해야 할 거 같은데?”
“형! 저도 꼭 껴주세요!!”
네 사람이 모두 동의하자 수호가 미소를 지었다.
“단, 훈련이 좀 많이 빡세. 그러니까 그거는 각오해야 한다.”
“에헤이! 원래 훈련은 빡세야 할 맛이 나는 거지.”
“맞지, 맞아.”
“훈련이니까, 당연히 힘든 거 아니겠어?”
“저는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들은 호기롭게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듣는 수호의 시선이 자신에게만 보이는 채팅창으로 향했다.
[야야, 쟤네들이 훈련 빡세야 한다는데?]
[그럼 스케줄 좀 수정해 볼까?]
[어디 보자…… 일단 스타트를 6시가 아닌 4시부터 하도록 할까?]
[코스를 몇 개 더 넣어도 되겠다.]
[체력 훈련의 강도를 높여도 되겠는데?]
[역시 어린 애들이 좋아.]
[맞아, 맞아. 패기가 있다니까.]
레전드들은 벌써 신나있었다.
마치 고인물들의 게임에 찾아온 뉴비들을 발견한 썩은 물들의 반응을 보는 거 같았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수호는 속으로 그들에게 사과하며 직원을 불렀다.
“오늘 풀코스로 쏠 테니까. 맘껏 먹자!”
“오케이!”
“오늘 수호가 쏜다!!”
“그럼 허리띠 좀 풀어볼까.”
“잘 먹겠습니다!!”
회귀 전, 친구들과 함께했던 식사는 삼겹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우를 함께 구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으…… 한우 슬슬 물리는데. 여기 삼겹살 안 파냐?”
물론 후반에는 삼겹살도 추가하면서 회귀 전의 회포를 이어나갔다.
물론 수호 본인만 아는 회포였지만 말이다.
* * *
바쁜 일정이었다.
비시즌 기간 동안 수호는 그동안 밀렸던 촬영부터 여러 일들을 해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휴식 역시 계획적으로 취하면서 충분히 몸을 쉬게 만들었다.
“검진 결과 신체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몸의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들었다.
한국에 있는 병원들 중 가장 명성 있는 세경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MRI부터 CT와 엑스레이까지.
정밀진단을 통해 혹시나 있을 부상을 찾았다.
“근육에 피로가 조금 쌓였지만, 엘리트 운동선수라는 걸 감안하면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앞으로 마사지와 충분한 휴식을 한다면 충분히 괜찮아질 수치입니다.”
“가장 좋은 소식이네요.”
“아주 좋은 소식이죠. 내년에도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한수호 선수를 진료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내년 시즌에도 좋은 활약 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병원을 나오는 수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부상의 위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우리의 훈련을 받았으니 당연한 거지.]
[우리 훈련이 꽤 체계적이거든.]
[그래도 진료는 꾸준히 받는 게 좋다.]
[ㅇㅇ 사전에 예방하는 게 최고임.]
‘알겠습니다.’
사실 수호는 아픈 곳이 없어서 진료를 따로 받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레전드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진료를 받으러 온 것이었다.
받기 전에는 이걸 받아야 하나? 괜히 좋지 않게 나오면 어떻게 하지? 라는 등등의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괜찮다는 결과를 받아들자 후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도 슬슬 끝나가네요.’
[ㅋㅋㅋ 휴가 맞냐?]
[야야, 이건 휴가가 아니라 일의 연장이야.]
[이제 찐으로 휴가 가야지.]
‘찐으로요?’
[그래. 너는 어째 쉬는 법을 제대로 모르냐?]
[회귀 전에 일만 하고 살았다 해서 이번 삶에서도 그러려고?]
[쉴 때는 푹 쉬어라.]
레전드들의 말에 수호는 문득 한국에 들어와서 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들의 말대로 진정한 휴식이 아니었다.
광고 촬영이니 각종 행사니 이것저것을 하면서 바쁘게 보냈다.
이런 건 휴가가 아니라 일의 연장이라 보는 게 맞는 말이었다.
“그럼 찐으로 쉬어보겠습니다.”
이제 정말 휴식이 필요한 때였다.
* * *
수호가 조용히 한국을 떠났다.
국제선 비행기의 퍼스트클래스에 몸을 싣고 외국으로 나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두바이였다.
세계적인 관광명소 중 한 곳이자 휴양지인 두바이에는 많은 셀럽과 스타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그리고 정말 유명한 호텔들이 많이 있었다.
수호가 고른 호텔은 패션업계에서 더욱 유명한 불가리가 세운 불가리 리조트 두바이였다.
5성급으로 분류되는 이곳은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이 일품이었다.
내부 시설은 불가리로 도배가 되어 있다시피 했다.
가구는 물론이거니와 인테리어 거기에 볼펜까지 불가리의 물건을 사용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호출하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방으로 안내해준 벨보이에게 팁을 주고 수호는 침대에 몸을 뉘었다.
“흐아…… 편하다.”
[크으~ 이게 바로 돈 쓰는 맛이지.]
[이야…… 우리 수호 돈 쓰라니까, 일박에 수천 달러를 그냥 쓰는구나?]
[그래도 그 값은 하네.]
[수호 정도 벌이면 그 정도 돈 쓰는 게 어렵겠냐?]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지만, 오늘은 답변 대신 멍하니 누워있는 걸 택했다.
“이게 바로 휴식이죠.”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안 할 거임?]
“예. 정말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심지어 스마트폰도 껐잖아요.”
수호는 정말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스마트폰도 꺼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이틀 동안 아무 근심 걱정을 하지 않은 채 쉬는 것.
이게 수호가 생각하는 휴식이었다.
“이전의 삶도 그렇고 이번 삶도 그렇고 선배님들 말대로 정말 일만 했던 거 같습니다.”
[그렇지.]
“이게 맞는 휴식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하나씩 해봐야죠. 이렇게도 쉬어보고 저렇게도 쉬어보고. 그렇게 방법을 찾아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ㅇㅈ]
[쉬는 것도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슬픈데?]
[그래도 그게 현대사회인이 살아가는 방법이지.]
[푹 쉬어라.]
“예.”
수호는 이틀 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면 가볍게 운동하고 아침을 먹었다.
그 뒤에는 리조트에 있는 수영장에서 가볍게 수영을 즐기고 때로는 마사지를 받으며 힐링을 즐겼다.
그리고 밤이 되면 리조트 내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오늘 메인은 양갈비로 만든 스테이크입니다. 굽기는 요청하신 대로 미디움레어로 준비했습니다.”
셰프가 직접 나와 요리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걸 들은 뒤 나이프로 양고기를 썰어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다.”
정말 육성으로 맛있다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일품요리였다.
이런 요리를 먹기 위해서라면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수호?”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어눌한 어투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예상치 못했던 여성이 서 있었다.
“케이트?”
“꺄악! 정말 수호죠?!”
그녀는 다름 아닌 케이트 로페즈였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었다.
미국에서 이렇게 만나도 놀라웠을 텐데, 두바이라니?
그것도 여러 호텔들 중에 두바이의 불가리 리조트에서 만난다는 게 더욱 놀라웠다.
“여기에는 어떻게……?”
“저 불가리 앰배서더예요. 그래서 두바이에 오면 항상 여기에서 머물고 있어요.”
“아……! 그런데 언제부터 여기 머무르신 겁니까?”
“한 일주일 됐어요. 수호는요?”
“저는 어제 왔습니다. 휴양차 쉬러 왔죠.”
“어머, 그럼 제가 방해하는 걸까요?”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케이트의 표정에 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혹시 식전이라면…….”
“같이 먹어도 돼요?”
그러면서 벌써 의자를 당겨 앉는 그녀의 행동력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직원이 다가와 주문을 받고 돌아갔다.
익숙하게 주문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확실히 셀럽은 셀럽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케이트는 두바이에 웬일이세요?”
“이틀 전에 두바이에서 불가리 행사가 있었어요. 앰배서더로서 거기에 참가하기 위해서 왔었죠. 사실 그 행사 끝나고 바로 돌아갈까도 했는데. 오랜만에 찾은 두바이라서 며칠 더 쉬기로 결정했거든요. 그런데 수호를 여기서 만나다니!”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이거 운명 아닐까요?”
갑자기 운명론이라니.
당황스러웠다.
“하하…… 그 뒤로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화제를 돌리는 게 너무 티 나는 거 아니에요?”
“하하…….”
설마 저렇게 대놓고 물어볼 줄이야.
당황한 수호가 어색하게 웃자 그녀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저는 계속 일하면서 지냈죠! 밤마다 한수호 선수의 경기를 보는 게 제 유일한 낙이었어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경기는 꼭 라이브로 챙겨봤다니까요?”
“라이브로요?”
“네! 시차 때문에 조금 힘들긴 했지만, 60홈런을 때린 이후에도 70홈런을 기록한 거나 월드시리즈에서 활약하는 모습도 모두 지켜봤어요!”
[이 정도면 찐사랑 아니냐?]
[그냥 결혼해라.]
[갑자기 결혼 ㅇㅈㄹ ㅋㅋ]
[진짜 대단하긴 하네.]
[그러게. 시차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 뒤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가 하는 일, 수호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들으면서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
“으으…… 한수호 선수가 여기에 있는 줄 알았으면 더 머물렀을 텐데!”
그녀는 아쉽다는 듯 울상을 지었다.
“하아…… 미룰 수 없는 스케줄이라서 하루밖에 같이 못 있는 게 너무 아쉬워요.”
누가 들으면 같이 밤을 보내는지 알겠다.
혹시나 주변에서 듣지 않았을까 두리번거리는 수호를 보며 그녀가 물었다.
“혹시 수호, 지금 만나는 여자 있어요?”
“예? 아뇨. 딱히 없습니다만…….”
“그래요? 그건 참 마음에 드네요!”
“예?”
“참! 이번에는 번호 교환해요! 저번에는 팬으로서 만난 거지만! 이번에는 아니니까, 번호 줄 수 있죠?”
“어…… 네.”
얼떨결에 번호를 따인 수호를 두고 케이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에 일정이 있어서 이만 일어나볼게요! 연락할 테니까, 시간 될 때 답장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오늘 즐거웠어요!”
쪽!
그녀가 수호에게 다가와 볼에 입맞춤을 하고 멀어졌다.
예상치 못한 스킨십에 수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야야, 그냥 인사야.]
[뭐, 그래도 쟤는 그냥 인사 차원이 아닌 거 같지만.]
[그냥 결혼하라니까.]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지만, 수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두근거림을 느끼며 휴가의 밤이 깊어져 갔다.
* * *
수호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
미국에서는 하나의 소식이 들려왔다.
[메이저리그의 팀을 늘리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사무국!]
[앞으로 메이저리그는 32개 구단 체제로 가는가?]
[새로운 2개 구단 창단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새로운 팀이 창단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