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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78화 (177/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78화

KBO 관계자들과의 미팅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자네의 힘이 꼭 필요하다네.”

KBO 총재는 위압적이거나 고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한껏 자세를 낮추고 수호에게 국대 합류를 요청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상당히 의외였다.

‘한국에선 연장자가 고자세를 취하는 건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는데.’

[우리도 그렇게 알았는데.]

[이 사람은 그런 자세를 취하지 않네.]

[한국 문화 많이 바뀐 듯?]

정말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고 있으면 저들이 한국인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총재 김중호의 부탁이 이어졌다.

“지금 한국야구는 위기에 봉착해 있네. 프로야구의 저조한 흥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지. 문제는 현재 국가대표의 실력이 세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네.”

사실이었다.

한국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나 다를 바 없었다.

“우리는 국제대회에서 거두었던 성적과 국내에서 흥행하는 리그를 보면서 자만에 젖어 있었지. 그때 인프라에 투자하고 신인을 더욱 양성했었어야 했어.”

한국야구의 실패에 대해 김중호는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수호가 거기에 동조했다.

그의 말에 주위에 있던 KBO의 다른 중진들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수호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한국야구를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제가 건방진 소리를 하는 걸 수도 있지만, 사실 저는 고교 시절에 빛을 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고교야구에서는 여전히 선수의 부모들이 감독에게 뒷돈을 주면서 자신의 자식을 주전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일이 없어졌어!”

협회의 중진 중 한 명이자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인 강대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수호는 그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뭐라고?”

“과거처럼 대놓고 주는 건 사라졌을지 몰라도 각종 변형된 방식으로 주고 있습니다. 제 모교도 감독에게 기부금이나 후원금 형식으로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의 금품을 주고 있죠.”

“자네는 그 말을 책임질 수 있나? 증거가 있냐고 묻는 거네!!”

“없습니다.”

“지금 증거도 없이 현장에서 열심히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자네의 선배들을 욕보이는 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한국야구는 계속 이런 꼴일 겁니다.”

수호는 작정한 듯 독설을 뱉었다.

회귀 전에는 모르고 당했지만, 회귀 후에는 그것을 알게 되면서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 비리는 계속 이어졌고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협회의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저런 소리나 해대고 있으니 짜증이 솟구쳤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했다고 아주 건방이 하늘을 찌르……!”

“강 위원!”

그때 김중호의 일갈에 강대성이 입을 다물었다.

“미안하네. 강 위원을 대신해서 내가 사과하지.”

“죄송하지만, 이번 문제는 총재님이 사과하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강 위원님의 사과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진심이 담긴 사과가 아닐 테니까요.”

수호는 사전에 그의 입에 발린 사과를 차단했다.

그런 수호의 태도에 강대성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총재의 앞이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ㅋㅋ 잘 익은 사과 같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날을 세우는 거냐?]

‘짜증 나서요. 이유가 뻔히 보이는 일을 가지고 아직도 다른 데서 이유를 찾고 있잖아요.’

[그건 그렇네.]

[인프라니 뭐니 하지만 결국 시스템의 문제인 거지.]

[시스템을 모두 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야구가 바뀌는 건 쉽지 않지.]

수호는 한국야구의 시스템에서 벗어난 선수였다.

레전드들에게 훈련받고 성장한 그는 한국야구의 시스템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눈앞의 협회 고위 인사가 이상한 소리나 해대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자네의 고견을 들려주었으면 좋겠네.”

그나마 다행인 건 협회의 리더인 김중호는 마인드가 열려 있는 사람이란 점이었다.

아직 20살에 불과한 수호에게도 고견이라 말하며 의견을 구하는 모습부터가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그의 부탁에 수호가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현장에서 뛰는 지도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도자들의? 자네의 말대로라면 그들이 비리를 저지른다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바로 지금 자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죠.”

아마추어 야구의 지도자들은 계약직이었다.

언제 잘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당장 올해 성적이 나지 않아 다음 해에 재계약에 실패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현장에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돈을 뽑아내려 하는 것이었다.

“그들 역시 결국 한 가정의 가장이자 인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이 살기 위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거죠.”

“으음…….”

“무엇보다 지도자가 자주 바뀌는 것도 어린 선수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가?”

“예. 지도자가 바뀐다는 건 결국 시스템이 바뀐다는 거니까요. 어제 배웠던 걸 버리고 새로운 걸 배우게 된다면 어린 선수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수호의 말에 김중호는 물론 뒤에 있던 몇몇 위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수호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많은 전문가가 현장의 안정화를 먼저 꾸려야 아마추어 야구가 발전한다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협회에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걸 알기에 수호는 여기에서 말을 멈췄다.

“일단 이거부터 해결이 되어야 결국 한국야구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확실히 아마추어야구가 발전해야 그들이 성장해서 프로야구가 발전할 수 있는 거지.”

“맞습니다. 수준이 높아지면 국제대회에서 다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고 팬들도 경기장을 찾을 겁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현장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야! 자네의 말대로 한다고 해서 당장 아마추어 야구가 바뀔까?! 그 시스템이 정착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생각하고 말을 하는 거야?!”

강대성이 다시 딴지를 걸고 넘어졌다.

그의 말에 수호가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래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로 한국야구가 발전했습니까?”

“뭐…… 뭐라고? 이익……!”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전승 금메달이란 결과와 함께 한국야구의 부흥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강대성은 그런 베이징 올림픽을 이끌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렇기에 수호의 도발적인 말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수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당장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미루고 당장의 구멍만 막는 데 집중하면 결국 한국야구는 계속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겁니다.”

“감히……!”

“그만하게. 자네의 고견 잘 들었네.”

김중호의 중재에 두 사람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불만스러운 강대성의 표정이었지만, 김중호의 중재를 무시할 정도로 흥분하진 않았다.

“원래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만든 자리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려울 거 같군.”

“이해합니다.”

“자네와의 첫 만남은 무척 즐거웠다네. 무엇보다 한국야구를 위하는 자네의 마음을 잘 알겠어. 그러니 부디 국가대표 합류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네.”

“고민을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라네. 충분히 생각해 보고 연락을 주게나. 우리 쪽에 연락하는 방법은 김명훈 지부장이 알고 있을 게야.”

“예.”

수호는 대답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방을 나가자 김중호가 이성훈의 아버지인 이두성에게 물었다.

“저 친구 정말 20살이 맞는 건가?”

“예? 아, 예. 맞습니다. 말하는 게 상당히 어른스러워서 20살처럼 보이지는 않지만요.”

“허허, 상당히 어른스러운 게 아니라. 웬만한 어른들보다 생각이 깊군. 인상적이야.”

이두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총재님이 다행이 수호를 좋게 봤군. 그나저나 평소와 달리 저렇게 독설을 날리다니. 한국야구에 어지간히 반감이 있었나 보군.’

최근 한국야구에 반감을 가진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총재의 앞에서 야구인이 그것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배짱이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저런 배짱이 있으니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김중호가 말했다.

“방금 전에 한수호 선수가 이야기했던 부분들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게.”

“예? 하지만 총재님! 그 방법은 장애물이 많습니다! 당장 얼마나 많은 관련 기관들이 엮여 있는지 총재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일을 해결하라고 우리가 여기 있는 거네! 못 한다는 소리를 하기 전에 움직이도록 하게!”

김중호의 질책에 강대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김중호는 수호와의 대화를 곱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뜻깊은 만남이었어.”

그는 이번 면담에 만족하며 방을 나섰다.

* * *

만남을 끝낸 수호는 이성훈, 그리고 정승우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시상 차례를 기다렸다.

“다음 상은 KBO에서 마련한 특별상입니다. 수상자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MVP와 신인상을 동시에 석권한 한수호 선수입니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올라갔다.

그는 상패를 들고 서 있는 총재, 김중호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자네의 고견을 꼭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네. 그리고 수상 축하하네. 자네가 만들어낸 결과에 조금이나마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어.”

“감사합니다.”

상을 받아 든 수호가 마이크 앞에 섰다.

“일단 이 상을 주신 협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항상 저를 응원해 주는 한국의 많은 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 시즌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 여러분들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멋지다!!”

“올해보다 잘하려면 얼마나 더 잘해야 하는 거야?”

“이제 네 기록 깨러 가자!!”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한국에서의 첫 시상식이 마무리됐다.

* * *

이후에도 수호는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본격적인 광고 촬영이 시작됐고 각종 언론들과의 인터뷰로 눈코 뜰 새 없었다.

그렇게 바쁜 나날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WBC가 개최되었다.

수호는 새롭게 이사한 집에 수빈과 고모 내외를 불러 같이 WBC를 시청했다.

“수빈아! 경기 시작한다. 이제 밖은 그만보고 와서 경기 봐!”

“와……! 오빠 여기 진짜 좋다!”

수호의 부름에도 수빈이는 여전히 밖의 경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모습도 이해되네.]

[수호 너도 틈만 나면 리클라이너 소파에 앉아서 풍경 보느라 정신 빼놓고 있잖아.]

“크흠…….”

“응? 수호야 목 불편해? 물이라도 가져다줄까?”

“아…… 아니에요. 아, 경기 시작하네요.”

경기가 시작되자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켠 고모부가 입을 열었다.

“예전이었으면 대만 정도는 가볍게 이길 거라는 생각이 들 텐데. 요즘은 대만도 어려워 보이는 건 왜일까?”

“그만큼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보여준 게 없으니까요.”

“후우…… 요즘은 정말 믿고 볼만한 선수가 없어. 그나저나 수호야.”

“예, 고모부.”

“주위에서 자꾸 물어봐서 그러는데. 넌 내년에 있을 올림픽 국대에는 참가할 거니?”

“글쎄요.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 이왕이면 참가를…….”

“어휴! 애 오랜만에 쉬는 건데. 무슨 잔소리를 그렇게 많이 해요?”

“크흠! 내가 무슨 잔소리를 했다고…….”

고모의 한마디에 바로 주눅이 드는 고모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경기를 관람했지만,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딱!!

-아~ 이번 타구 큽니다……! 좌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한국 대표팀이 1회부터 실점합니다……!

선취점을 뺏기는 것을 시작으로.

-뻐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득점권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한국 대표팀……! 찬스를 놓칩니다.

공격에선 배트가 헛돌기를 반복했다.

이성훈과 몇몇 선수들이 활약했지만, 집중력 있는 공격을 퍼붓지 못하면서 대참사가 일어났다.

-퍽!

-아웃!

-아…… 이렇게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한국이 대만에 패배하면서 WBC 첫 경기를 패배로 시작하게 됩니다…….

스코어는 8 대 3.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대만에 완벽하게 패배하며 WBC가 시작됐다.

“에휴…….”

경기를 보던 고모부는 답답한 듯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TV 속에서 대만 대표팀 감독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오늘 한국 대표팀과의 경기는 어떠셨나요?

-일단 한국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한국은 위협적이지 않은 팀이 된 거 같네요.

-그 말씀은 다시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하하! 열 번 붙으면 열 번 모두 이길 수 있을 겁니다.

-다음 경기는 일본과 하게 되는데. 일본 대표팀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본이야말로 아시아의 패자입니다. 그들은 공수가 모두 위력적이기에 잘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 대표팀과의 경기로 우리 선수들의 워밍업이 끝났으니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는 도발적이었다.

하지만 또한 저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열 받네.’

열이 받는 건 사실이었다.

아무리 미운 형제라도 밖에서 맞고 들어오면 화가 나는 게 형제였다.

그건 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욕하는 건 되지만 남이 욕하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

덕분에 별로 생각이 없던 국가대표에 대한 의지가 조금은 불타기 시작한 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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