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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75화 (174/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75화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이었지만, 수호는 호텔에서 머물러야 했다.

“목포에 괜찮은 아파트를 사뒀는데도 가질 못하네.”

[어쩌겠냐. 에이전시에서 위험하니까 여기 있으라는데 ㅋㅋ]

[그런데 너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고 벌써 기자들이 몰리냐?]

[기자들뿐이냐? 사생팬들도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잖아.]

레전드들의 말에 수호는 새삼 자신이 슈퍼스타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스타가 돼서 관심받는 건 좋지만, 밖으로 다니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그래서 스타들이 사생활이 없다고 하잖아.]

[거기다 너는 한국에서 영웅 아니겠냐?]

영웅이란 말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자신의 활약으로 한국에서 야구부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소식을 매니저를 통해 전해 들었다.

거기에 아마추어 야구도 다시 부흥하면서 각 지자체에서 야구장 건립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선수 한 명으로 많은 게 바뀌네요.’

[원래 선구자 한 명이 등장하면 바뀌기 시작하는 거지.]

[그나저나 슬슬 너네 매니저 올 때 되지 않았냐?]

그때였다.

똑똑!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솔직히 말해봐요. 선배님들 한국인이죠? 어떻게 그런 속담도 알아요?’

[ㅋㅋ 너도 우리 나이만큼 살아봐.]

[그리고 저승에는 동양인도 많이 온다. 너네 나라 애들도 많고.]

[특히 조선에서 죽은 분들도 많아서 속담이라면 너보다 많이 안다.]

[속담배틀 붙으실?]

“들어오세요.”

간단히 무시하고 노크의 주인을 불러들였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어떻게, 잘 주무셨습니까? 시차 적응이 쉽지는 않으실 텐데.”

“괜찮습니다. 침대가 편해서 잘 잤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며 방 안에 있는 소파에 자리했다.

스위트룸이었기에 방은 두 개나 되었고 안에는 간단히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있었다.

덕분에 이야기를 나누는 데 불편한 건 없었다.

“일단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본사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한수호 선수의 컨디션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서 스케줄을 결정하라 하더군요.”

“그건 감사하네요. 그렇지 않아도 월드시리즈까지 치르느라 조금은 지쳤거든요.”

“당연한 겁니다. 루키시즌에 거의 풀타임에 가까운 시즌을 치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거기다 그런 엄청난 기록들까지 남기지 않으셨습니까?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눈앞의 남자, 보라스 코퍼레이션 코리아의 지부장인 김명훈은 말을 무척이나 잘했다.

자신도 높은 위치에 있음에도 수호의 비위를 건들 만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거지.]

[ㅇㅈ. 그 정도 사회성도 없으면 어케 저 위치에 있겠냐.]

맞는 말이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 한국지부장이란 명함은 괜히 얻은 게 아니라는 듯 김명훈의 보고는 깔끔하게 이루어졌다.

“저번에 메일로 주고받았던 광고 계약에 관해서 말입니다만, 대기업 위주와 은행권, 그리고 공익과 관련된 광고로 진행하면 되겠죠?”

“예. 그렇게 해주시면 됩니다. 공익 쪽은 그걸 진행하는 주체가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이미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의 광고를 컨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청와대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청와대요?”

“예. 한수호 선수가 국격을 높였기에 그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 대통령상을 수여하고 싶단 의사를 전달해 왔습니다.”

청와대의 연락이란 말에 수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전례가 없는 건 아니었다.

“과거 90년대에도 한차례 있었고 운동권 전체로 보면 청와대 초청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케이스는 한수호 선수를 단독으로 초청한 것이기에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할 수 있죠.”

“음…….”

수호가 고민하다 김명훈이 그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말했다.

“일단 비공식적으로 의사를 전달해 온 것이기에 꼭 오케이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반드시 받아야 하는 입장이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왔을 테니까요.”

“그런가요?”

“예. 공식적으로 초청해왔으면 아무래도 청와대의 입장도 있고 하니 참석하는 게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서 거절하셔도 좋습니다.”

수호가 망설이는 이유는 하나였다.

‘괜히 정치권과 엮여서 좋은 꼴을 보는 경우는 없지.’

정치란 결국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영역이었다.

굳이 자신이 그곳에 뛰어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거절하신다면 저희 쪽에서 잘 이야기를 해둘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 그리고 이건 다음 안건입니다만, KBO 측에서 미팅을 요청해 왔습니다.”

“KBO에서요?”

“예. 정확히는 시상식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인데. 거기에서 따로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질 수 없냐는 요청이었습니다.”

“저번에 말씀하셨던 야구공로상이군요.”

야구인들 중 KBO에서 뛰진 않지만, 사회에 지대한 선한 영향력을 끼친 이들에게 시상하는 것이 바로 공로상이었다.

일종의 명예와 같았는데, 수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야구를 빛냈기에 상을 수상하게 됐다.

“맞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오케이를 했기에 그렇게 답장을 보냈는데. 이번에 다시 연락이 와서 혹시 미팅이 괜찮은지 물어보더군요.”

“음, 미팅의 내용은 뭔지 알 수 있습니까?”

“내년에 있을 국가대표와 관련된 논의라고 전달받았습니다.”

“내년이라면 올림픽 말이군요.”

“맞습니다. WBC는 이미 명단이 나온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를 넣는 게 특혜로 보일 수 있었기에 불발됐지만, 올림픽에선 꼭 명단에 넣고 싶을 겁니다.”

WBC는 현재 예선이 진행 중이었다.

문제는 한국대표팀의 전력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아마 이번 대회도 우승은커녕 예선 통과도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이 주된 여론입니다.”

한국야구에 대한 관심은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가장 큰 이유는 리그의 수준 저하에 있었다.

그리고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한 것도 뒤를 따르고 있었다.

“과거에는 리그의 흥행이 저조해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렸습니다만…….”

“최근에는 그게 쉽지 않죠.”

“맞습니다. 특히 2023시즌에 있었던 WBC 참사는 한국야구의 진실을 대중에게 알린 대회가 됐었죠.”

한국야구는 그동안 일본야구와 라이벌로 불리며 국제대회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쳐왔다.

하지만 점점 그 격차가 벌어지더니 2023시즌에는 대패하면서 치욕을 맛봤다.

특히 2023시즌 WBC에서 한국대표팀은 일본대표팀과의 수준 차이를 세상에 알리게 됐다.

당시 일본 네티즌들은 라이벌 한국의 수준이 떨어진 것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비칠 정도였다.

“이번 WBC에서 나름 신경을 쓰긴 했습니다만…… 일본의 전력이 너무 강력하고 무엇보다 메이저리거들이 다수 출전하면서 대회의 수준 자체가 올라갔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대표팀의 수준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요.”

“맞습니다. 그래서 한수호 선수를 어떻게든 엔트리에 넣으려고 했던 겁니다.”

“올림픽이 아마 미국에서 열리죠?”

“맞습니다. 하계 올림픽으로는 30년 만에 개최하는 것이기에 IOC와 협의해서 야구를 종목에 포함시키기도 했죠.”

현재 야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다.

마지막 대회는 2020도쿄올림픽에 지정 종목으로 합류했었다.

일본에서 야구는 국기로 분류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미국 역시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IOC 측에서 지정 종목으로 채택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측에서도 이번 올림픽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베이스볼이란 스포츠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베이스볼의 세계화를 위해 공격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IOC와 협력을 맺은 것도 그런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올스타전 이후로 페넌트레이스 브레이크를 이어가는 건 역사상 최초의 일이라 하더군요.”

“맞습니다. 정규시즌이 중단되는 건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부의 문제 혹은 전쟁과 같은 위급한 상황이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인 결정이었죠.”

“그럼 제가 올림픽에 차출되는 것에 있어서 구단이 반대할 이유도 없을 테고요.”

“예. 사무국 측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니 구단도 따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제가 결정만 하면 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번 올림픽에는 병역 혜택 역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그렇게까지 강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병역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수호의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올림픽에 나가는 건 아니었다.

“일단 KBO 측에는 만나겠다고 전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약속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김명훈과의 회의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메일로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둔 상태였지만, 워낙 부르는 곳이 많은 수호다 보니 확인만 하는데 시간이 제법 소요됐다.

“이상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게 더 있으신가요? 아니면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럼 사람 좀 구해주십시오.”

“사람이요?”

“예. 제 팀을 따로 꾸려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팀이라면 훈련을 도울 전담 멤버들이 필요하신 거군요?”

“맞습니다. 트레이닝, 스포츠 사이언스 그리고 메디컬 쪽과 마사지 등.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혹시 한국인이 편하신가요?”

“아뇨. 국적 불문 연령 무관입니다. 실력이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 최고의 실력자들로 섭외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명훈의 일 처리는 빠릿빠릿했다.

그리고 단순히 받아적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팀을 꾸리실 거면 러닝메이트도 필요하실 텐데. 생각해 두신 선수가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훈련을 혼자 하다 보면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대부분 팀을 꾸리는 선수들은 친한 동료나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경쟁심을 더하고 친분을 돈독하게 유지해 나갔다.

“예,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제가 따로 연락해서 동의를 구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혹시 인원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을까요?”

“저 포함해서 최소 5명은 될 겁니다.”

“제법 인원이 많군요. 그럼 이렇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명훈이 방을 나가고 홀로 남은 수호에게 레전드들이 물었다.

[러닝메이트는 예전에 그 친구들을 생각하는 거냐?]

“예. 회귀 전에 저와 마지막까지 함께해 줬던 녀석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줘야죠.”

[걔들 지금 다 KBO에서 뛰고 있던가?]

“기사를 확인했을 때 2군에 있는 걸로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이전과 좀 바뀌었네.]

자신이 회귀하면서 태수와 형석이의 인생이 바뀌었다.

두 사람은 대학이 아닌 프로행을 택했다.

드래프트가 아닌 육성선수지만, 확실한 건 이전과 다른 삶을 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쨌든 저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으니. 책임질 건 책임져야죠.”

[ㅋㅋ 단지 그 이유임?]

“넵! 그 이유뿐입니다.”

친구들이 성장하는 걸 보고 싶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좀 고통스럽긴 할 테지만 말이다.

[다른 한 명은 그 임광호란 친구일 거고. 다른 한 명은 또 누구냐?]

“우일이요. 녀석도 내년에는 3학년이니 준비를 같이하면 좋을 거 같아서요.”

[나쁘지 않네.]

[그런데 너 친구들한테 기술적으로 알려줄 수 있냐?]

“네?”

[네 친구들 중에는 투수도 있잖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타자로서 수호는 레전드들에게 훈련을 받아 기술적으로 알려줄 게 많았다.

하지만 투수는 다른 영역이었다.

“혹시 선배님들이…….”

[우리는 타자야.]

[투수에 대해 알 리가 없지.]

[아, 잠깐. 지금 우리 집에 다른 애 한 명 와 있는데. 방에 초대할까?]

“예? 누구신데요?”

[있어봐.]

채팅이 잠깐 끊기고 곧 누군가의 입장을 알리는 알림창이 떴다.

[크리스티 매튜슨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오~ 정말 방송하네?]

최초의 5인 중 한 명이자 전설적인 우완투수인 매튜슨이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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