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72화
아수라장이 됐다.
“이게 어떻게 스트라이크라는 겁니까?! 이건 명백한 오심이에요!!”
저지의 이의제기는 격렬했다.
-저지가 격렬하게 판정에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분명 공이 존에 들어오지는 않았기에 저지의 이런 항의도 이해가 됩니다.
방송을 통해서는 공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분명 공이 존을 통과하지 않았습니다만, 구심은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했네요.
-한수호 선수의 프레이밍이 빛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미트가 존으로 들어가는 게 보이시죠? 저 동작 때문에 구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습니다.
이번 판정으로 수호의 프레이밍이 더욱 빛났다.
현지에서도 같은 생각인 듯 마운드에 올라가 있는 수호를 비추고 있었다.
-아-! 결국 앤더슨 감독이 나와 저지를 진정시키고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구심과 이야기를 나누네요.
-항의가 더 길어지면 퇴장까지 당할 수 있으니까요. 아직 경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저지가 퇴장을 당하면 양키스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앤더슨 감독이 구심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마운드에 오른 수호에게 루이스가 물었다.
“너 이렇게 하려고 일부러 스플리터를 연속으로 던진 게 한 거야?”
“응. 홈런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너의 스플리터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저지가 떨어지는 공에 조금 소극적으로 대응하더라고.”
“아, 분명 그랬지. 그럼 처음부터 프레이밍을 할 생각이었던 거네?”
“맞아. 녀석의 선구안이라면 공을 그냥 보낼 거고 거기에 맞춰서 내가 프레이밍을 제대로 하면 구심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라 판단했지.”
“허허…….”
루이스는 황당하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그걸 노린다고 할 수 있는 거야?”
“뭐, 안 됐으면 풀카운트 승부를 하는 거지. 결과적으로 잘됐으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도대체 네 안에는 뭐가 있길래 이런 순간에 그런 배짱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거냐?”
루이스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수호가 말했다.
“내 안에는 야구에 미친 괴물들이 들어있거든.”
[뭐?]
[얀마! 우리가 야구에 미친 괴물들이란 거냐?]
[미치긴 했지.]
[죽어서도 야구만 보고 있으니 ㅋㅋ]
[맞는 말 아니냐?]
레전드들의 채팅에 웃으며 캐처박스로 향하며 루이스에게 말했다.
“아웃 카운트 하나만 처리해.”
“아웃 카운트 하나가 아니지. 다음 이닝도 내가 올라와야 할 거 같은데.”
“다음에 마운드에 오를 일은 없을 거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마지막 공격에서 내가 타석에 들어서잖아. 네가 다시 마운드에 오를 일은 없을 거야.”
수호의 말의 뜻에 담긴 의미는 간단했다.
자신이 경기를 끝내겠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루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월드시리즈에서 그것도 이런 상황에서 저런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거지? 정말 저 안에는 괴물들이 살고 있는 거 아닐까?’
우스갯소리였지만, 정말 그런 게 아닌가 싶은 루이스였다.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규이닝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처리하는 루이스! 훌륭하게 세 개의 아웃 카운트를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이번 이닝에서 저지의 연타석 홈런 기록이 4연타석으로 멈추게 되었네요.
-그래도 올 시즌 저지는 2번의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에 다시 한번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지의 기록이 중단됐다.
이제 사람들은 9회 말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9회 말, 조니 로버트를 시작으로 필리스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 시작됩니다!
-어찌 됐든 이번 이닝에 한수호 선수까지 타석에 들어서게 되네요.
수호가 타석에 들어선다는 거 자체가 많은 기대를 모았다.
- 수호가 타석에 들어서면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 저지가 4연타석에서 실패했으니 이제 믿을 건 수호밖에 없다!
- 수호가 여기에서 홈런 딱 치고! 5연타석 달성에 끝내기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ㄴ 이게 만화냐?
ㄴㄴ 그런 드라마틱한 상황이 나오겠냐?ㅋㅋ
- 수호라면 가능할 수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5연타석 홈런은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런 기록이 포스트시즌, 그것도 월드시리즈에서 나올 거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록에 도전하는 것이 수호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기대심을 높였다.
- 그런데 양키스가 승부할까?
- 그건 또 그렇네.
- 이런 상황에서 고의사구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 아…… 이렇게 기록 무산되나요?
7 대 7.
월드시리즈 6차전이란 점은 양키스가 고의사구로 수호를 내보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수호는 이번 6차전에서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었다.
엄청난 타격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그였기에 양키스가 승부를 피할 가능성은 높았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투수 정면! 투수가 안전하게 잡아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대기 타석으로 들어서는 수호의 시선이 마운드에 있는 투수에게로 향했다.
‘오늘 공이 좋네.’
[공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랑 승부한다는 건 아닐 거임.]
[ㅇㅇ 상대쪽에서 승부 피할 가능성도 높다.]
[이전과는 좀 상황이 다르니까.]
레전드들 역시 양키스가 승부하지 않을 거란 예상을 내놓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양키스는 다른 구단하고 다릅니다. 그들의 프라이드를 긁는다면 절 고의사구로 내보내진 못할 거에요.’
[응? 뭐 하려고?]
[설마 또 하려고?]
레전드들의 채팅이 올라갈 때였다.
딱!!
브라이스 하퍼가 때린 타구가 높게 떠올랐다.
그걸 본 하퍼가 배트를 내동댕이치고 1루를 향해 뛰었다.
하지만 타구는 2루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며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투아웃! 그리고 타석으로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이제 알 수 있겠네요. 과연 양키스가 한수호 선수와 승부를 할 건지 말이죠.
타석에 들어서는 수호에게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됐다.
‘절 상대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스윽-!
그리고 천천히 배트를 들어 올렸다.
‘상대하게끔 해줘야죠.’
그의 배트의 헤드가 향한 곳은 외야였다.
-아아-! 이건 예고 홈런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다시 한번 홈런을 예고합니다!!
* * *
앤더슨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번에도 또 도발을 한다 이거지?’
물론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다.
지난번에도 예고 홈런에 넘어가서 홈런을 헌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달받은 뒤였다.
‘녀석의 의도를 알고 있지만, 양키스의 명예를 포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앤더슨 감독은 아무런 작전을 지시하지 않았다.
‘제대로 붙어봐.’
단지 승부를 보라는 신호를 보낼 뿐이었다.
* * *
-일단 고의사구는 아닌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고의사구라면 이미 걸어 나갔을 텐데. 여전히 타석에 서 있네요.
-거기에 양키스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양키스가 고의사구를 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해설진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승부를 한다는 건 수호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으니 말이다.
-사인을 교환한 양키스의 클로저 안드레아스가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올 시즌 44세이브를 올린 안드레아스가 마운드에서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와 그대로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후웅!!
수호는 그 공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수호는 뛰지 않았다.
‘빗맞았어.’
마지막 순간 공의 테일링에 의해 배트의 중심에 맞추지 못했다.
그 감각이 맞았는지 공이 폴대 밖으로 떨어졌다.
“파울!!”
-아~ 파울이 됩니다. 아쉽네요.
-타이밍은 맞았습니다만, 공의 변화에 정확히 배트를 맞히지 못한 듯합니다.
테일링에 정확히 반응하지 못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어떻게 승부할지 몰랐는데. 정면승부는 택한 거 같군.’
[이열…… 양키스 배짱 있네.]
[역시 우리 양키스다.]
[그래. 아무리 이 녀석이 괴물이라 해도 양키스 정도 되는 팀이 무조건 피하는 건 아니지.]
레전드들 중에는 양키스 출신이 많았다.
그렇기에 양키스의 이런 선택이 마음에 드는 듯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결국 승부를 한다는 거니. 나도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있겠어.’
상대가 승부를 해준다면 자신은 더 바랄 게 없었다.
승부를 피한다면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상대가 피하지 않는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의 영역이었다.
“후우…….”
크게 숨을 뱉은 수호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어디든 던져라.’
그의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이 어둠에 물들었다.
원하는 건 단 하나.
자신이 넘길 수 있는 공이었다.
-안드레아스 2구 던집니다!
퍽!
“볼.”
-2구는 떨어지는 커브였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배트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언제나 선구안이 훌륭한 선수였습니다. 웬만한 변화구에는 배트를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안드레아스 3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퍽!
“볼, 투.”
두 개의 변화구가 연달아 들어왔다.
하지만 수호의 배트는 나오지 않았다.
-연속으로 던진 변화구들은 모두 훌륭했습니다만, 한수호 선수의 배트를 이끌어내기에 무리가 있었습니다.
-양키스가 한수호 선수를 잡을 생각이라면 여기에서 승부를 해야 합니다.
안드레아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수호 역시 읽어내고 있었다.
‘승부를 걸어올 거다.’
승부를 걸어온다면 던질 수 있는 공은 하나밖에 없었다.
‘포심 패스트볼.’
초구에 자신이 그것을 빗맞혔기에 던질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었다.
그때 사인을 교환한 안드레아스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사인을 교환한 안드레아스 4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굉장한 속도와 위력을 가진 공이었다.
하지만 수호의 눈에는 날아오는 공이 느리게 보였다.
마치 슬로우모션이 걸린 듯 천천히 날아오는 공이 날아올 궤적도 허공에 그려졌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파고드는 공에 수호가 클로즈드 스탠스를 취했다.
뒤이어 몸을 회전하며 스윙을 크게 가져갔다.
그러자 홈플레이트 안쪽에서 가상의 스윙궤적이 나타나 공의 궤적을 향해 그려졌다.
그때 공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스윙의 궤적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수호는 손목을 이용해 스윙의 궤적을 수정해 공의 변화에 정확히 맞혔다.
그리고 두 개의 궤적이 하나로 일치하는 순간.
딱!!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검은 배경이 유리가 깨지듯 쪼개지며 땅으로 추락했다.
그 사이를 향해 날아간 야구공은 순식간에 외야를 지나 관중석에 떨어졌다.
-넘어갔습니다!! 다이렉트로 관중석에 꽂히는 타구!! 한수호 선수가 5연타석 홈런을 작렬합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5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그것도 월드시리즈에서!! 그것도 9회 말에!! 끝내기 홈런을 5연타석 홈런으로 장식했어요!!
베이스를 도는 수호를 향해 관중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필리스 선수단이 홈에서 물통과 음료수를 들고 수호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카메라는 3루 베이스를 도는 수호를 클로즈업하며 홈베이스로 들어가는 걸 찍었다.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낸 한수호 선수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홈베이스를 밟습니다!!
홈베이스를 밟는 것과 동시에 동료들의 음료수 세례가 쏟아졌다.
최종 스코어 8 대 7.
수호는 5연타석 홈런과 함께 8타점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