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171화 (170/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71화

스코어 7 대 7.

동점이 만들어지자 필라델피아 전체가 들썩였다.

“으아아아!! 터졌다!!”

“수호야!! 믿었다!!”

“드디어 동점이다!!”

“4연타석 홈런이라고!!”

“으하하!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마셔!!”

도시 곳곳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폭죽이 터지고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환호를 지르며 동점 소식을 알렸다.

경기장 역시 난리가 났다.

“한! 한! 한! 한!!”

만원관중이 한목소리로 베이스를 도는 수호를 향한 응원을 쏟아냈다.

‘휘유…… 엄청나군.’

애런 저지마저 놀랄 정도의 응원이었다.

그만큼 한수호란 존재는 필리스 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되었다.

‘너도 4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이거지?’

사실 자신이 4연타석을 기록했을 때, 이번 승부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마운드에는 코스타가 있었기에 수호가 기록하지 못할 거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해냈고 경기는 리셋이 되었다.

‘결국 이전에 끝내지 못했던 승부를 끝내야 한다는 소리지.’

페넌트레이스에서 있었던 4연타석 홈런의 승부.

메이저리그 신기록인 그 기록에 도달했던 두 선수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거기에서 멈췄다.

그리고 첫 승부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저지 역시 욕심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기는 것에 말이다.

그리고 5연타석 홈런이란 메이저리그에서 누구도 밟지 못한 기록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아니, 반드시 이룬다.’

그의 시선이 홈플레이트를 밟는 수호에게 향했다.

‘너를 넘어 내가 최고가 되겠어.’

그가 의욕을 불태웠다.

* * *

6차전의 향방은 이제 알 수 없게 되었다.

“내일 선발로 나갈 잭을 제외하고는 모두 몸을 풀게 하도록 해.”

“모두요?”

“그래. 오늘 경기를 반드시 잡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추가 실점을 막아야 해.”

“알겠습니다.”

원래 뒤가 없던 필리스는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그건 양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운드를 교체한다. 이제부터 단 1실점이라도 주면 안 돼.”

“알겠습니다.”

앤더슨 감독의 시선이 벤치에서 넋을 놓고 있는 코스타에게 향했다.

‘충격이 상당한 거 같다. 녀석이 저렇게 힘없는 모습으로 있는 건 처음 보는 거 같아.’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던 코스타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커다란 벽을 만났어. 하지만 이런 벽을 넘어야지 성장할 수 있는 거다.’

메이저리거라는 명함을 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선수라는 칭호를 얻는다.

코스타는 그 정점에 있던 선수다.

그렇기에 절망이란 걸 몰랐다.

하지만 이번에 벽을 만나면서 절망하고 있었다.

이걸 넘는다면 그는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

그걸 믿으며 앤더슨 감독은 경기에 집중했다.

-7회 동점을 만들자마자 두 팀의 더그아웃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이제 여기부터는 누가 달아나는 점수를 얻어내느냐의 승부입니다!

경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슷한 예상을 하고 있었다.

-이거 결국 9회쯤 승부 나지 않을까?

-저지나 수호 둘이 나오는 9회에 게임 승부가 날 듯.

-오늘 두 팀의 집중력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지.

-오늘 5연타석 나오냐?

5연타석 홈런.

메이저리그 역사상 누구도 밟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기록이었다.

두 선수가 4연타석 홈런을 펼치며 화끈한 홈런쇼를 보여주었던 페넌트레이스 당시에도 그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달성하지 못하면서 이대로 누구도 오르지 못하는 기록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월드시리즈에서 다시 4연타석을 때렸으니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3루수 브룩스가 몸을 날리며 잡아냅니다! 그리고 곧장 2루로!

퍽!

“아웃!!”

-공은 다시 1루로!!

퍽!

“세이프!”

-살았습니다! 두 팀 모두 환상적인 수비와 포기하지 않는 주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두 팀은 박빙의 경기를 펼치며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모든 사람이 머릿속에 생각했다.

‘결국 9회다.’

‘저지나 수호가 나와야 해.’

‘오늘 경기는 두 사람이 결정짓는다.’

* * *

9회.

스코어는 7 대 7.

양키스의 공격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 시작됩니다.

마운드도 교체되었다.

필리스는 클로저인 루이스를 등판시켰다.

올 시즌 33개의 세이브를 올려준 귀중한 자원이었다.

-필리스가 루이스 선수를 동점 상황에 등판시키네요.

-이번 이닝에서 저지를 확실히 막아내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입니다.

이기고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루이스를 등판시켰다는 건 더그아웃의 의도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2루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쐐애액-!

퍽!!

“아웃!!”

-아웃입니다!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깔끔하게 잡아내는 루이스 선수!

루이스의 투구는 안정적이었다.

구속과 구위가 모두 좋은 데다가 제구력 역시 일품이었다.

내구력이 조금 더 있었으면 선발로 썼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자로 애런 저지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4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7타점을 혼자 기록한 애런 저지, 그가 과연 양키스가 구해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애런 저지의 등장에 모든 이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중에는 수호의 시선도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네 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생각해.’

포수는 단순히 공을 받는 포지션이 아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타자의 상태를 볼 수 있는 포지션이니만큼 누구보다 먼저 알아챌 수 있었다.

[어떻게 공략할 셈이냐?]

[이번 이닝이 승부처임.]

[얘를 잡아내지 못하면 월시 우승은 물 건너간다.]

레전드들의 조언을 들으며 수호가 손을 뻗어 땅을 훑었다.

이는 원래 가지고 있던 버릇이 아니었다.

요기 베라와 동기화가 되면서 그의 버릇을 자연스레 따라 하게 되었다.

‘녀석도 여기에서 욕심이 날 거다. 5연타석 홈런이란 기록은 물론이거니와 팀을 승리로 이끄는 주인공이 되고 싶을 거야.’

사람은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다.

특히 저지처럼 이미 스타의 위치에 있는 선수일수록 더더욱 그러할 거다.

‘몸쪽은 위험하다. 일단 바깥쪽으로 승부를 하자.’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인 루이스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사인을 교환한 루이스 선수가 와인드업!

-과연 저지를 상대로 어떤 공을 던질까요?!

“흡!!”

쐐애애액-!

-1구 던졌습니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제구된 포심 패스트볼.

날카롭게 보더라인을 정확히 찌르고 들어왔다.

타자에게는 꽤 멀리 보이는 코스였지만, 저지는 배트를 돌렸다.

부앙!!

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마치 100㎞로 달리는 중형차가 바로 옆을 지나가는 것 같은 충격이 전해졌다.

딱!!

배트가 공을 때렸다.

-때렸습니다!! 이번 타구는 큽니다!!

루이스의 고개가 휙 뒤로 돌아갔다.

하지만 수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구심에게 손을 뻗었다.

저지 역시 1루 베이스로 뛰지 않고 아쉽다는 듯 타석에서 물러났다.

동시에 타구가 폴대 밖으로 휘어져 나가며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입니다! 마지막 순간 슬라이스가 걸리면서 폴대 밖으로 떨어집니다!

-바깥쪽에 제구가 잘 된 공도 이렇게 날려 버리네요.

-저지의 타격감이 정말 훌륭합니다.

구심에게서 공을 받은 수호가 루이스에게 던져주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체력이 조금 떨어졌나? 1회 때는 이 정도 공을 그냥 때려서 넘겼는데.’

폴대 밖으로 타구가 휘어져 나갔다는 건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의미였다.

물론 공 하나로 모든 걸 판단할 수 없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이번에는 몸쪽으로.’

‘오케이.’

그래서 더 많은 정보를 모으기 위해 투수를 리드했다.

퍽!!

“볼.”

-2구, 바깥쪽 떨어지는 커브에 애런 저지의 배트가 멈춥니다!

‘선구안은 여전히 좋고.’

수호는 공 하나하나에 저지의 반응을 체크해 나갔다.

이미 데이터가 쌓여있지만, 경기가 어느 정도 지난 시점이다.

그 데이터에 수정이 필요했다.

이런 부분을 체크하는 건 결국 현장에서 직접 공을 받는 포수가 해야 할 일이었다.

딱!!

“파울!”

-3구 몸쪽 슬라이더를 때렸지만, 파울이 됩니다.

-슬라이더의 각도가 상당히 날카로웠습니다.

‘반응이 좀 느린데?’

몸쪽에서 인사이드로 들어오는 슬라이더에 대한 반응이 늦었다.

‘볼카운트는 원볼 투스트라이크.’

[한 번 더 테스트해 봐도 좋을 듯?]

요기 베라의 채팅이 올라갔다.

수호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한 번 더 몸쪽으로.’

이번에는 구종을 바꾸었다.

‘스플리터.’

루이스는 평균 구속 96마일을 던지는 투수다.

최근 마무리투수의 구속이 높아진 걸 감안하면 빠른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리그 정상급의 클로저가 될 수 있었던 건 스플리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루이스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뒤이어 킥킹에 이어 강하게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저지의 몸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저지 역시 발을 내디디고 몸을 회전시켰다.

그의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려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에 변화가 생기며 밑으로 뚝 떨어졌다.

그 순간, 배트가 멈추며 더 이상 돌지 않았다.

퍽!

“볼.”

-4구 볼이 됩니다. 투볼 투스트라이크!

-루이스의 주 무기인 스플리터가 제대로 들어갔지만, 저지는 속지 않네요.

저지가 공을 잘 골라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수호는 그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떨어지는 공을 이상하게 경계하는데?’

[쟤도 루이스가 던지는 스플리터가 위력적이란 걸 아니까, 애초에 다 걸러내는 거 아니냐?]

[그럴 수도 있겠는데?]

[루이스가 원래 스플리터를 유인구로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해 내는 유형이었잖아.]

[거기에 얘도 5연타석 홈런을 의식하고 있으니까, 애초에 떨어지는 공은 그냥 흘려보내는 걸 수도.]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 머리가 번쩍이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 이용한다면…….’

먹힐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도해 보는 건 나쁘지 않았다.

‘아웃코스, 스플리터.’

수호의 사인에 루이스가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스플리터?’

‘응.’

수호가 확인해 주자 루이스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 연속 스플리터를 던지라고 해서 당황했겠지.’

[그치.]

[직전 공에서 저지가 속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무슨 생각으로 두 번 연속 스플리터를 요구한 거냐?]

‘보시면 압니다.’

[또 재밌는 걸 꾸미는구나.]

[오케이, 어떻게 저지를 요리할지 지켜보마.]

루이스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저지 역시 루이스의 리듬에 맞춰 배트를 가볍게 쥐었다.

콰직!

킥킹에 이어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루이스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정확히 날아들었다.

저지 역시 거기에 박자를 맞춰 배트를 돌렸다.

그때 공에 변화가 일어났다.

휘릭!!

공의 궤적이 변하며 밑으로 뚝 떨어졌다.

이번에도 역시 저지는 뛰어난 선구안으로 그것을 간파하고 배트를 멈췄다.

‘그럴 거라 생각했어.’

그 순간, 수호가 상체를 들었다.

자연스레 구심의 시야가 가려졌고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났다.

‘볼집이 아닌, 미트의 웹으로.’

그리고 손목을 틀어 손가락이 바닥을 향하게끔 만들었다.

자연스레 웹이 아래로 향했고 공은 그곳을 향해 들어갔다.

그 순간, 상체를 내리며 다시 구심의 시야를 열어주는 동시에 손목을 비틀어 미트를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집어넣었다.

촤르르릇-!

웹으로 공을 잡은 덕에 평소와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트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한 구심이 몸을 옆으로 틀면서 주먹을 내질렀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애런 저지가 삼진으로 정규이닝 마지막 타석에서 물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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