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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67화 (166/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67화

    전문가들은 월드시리즈가 5차전에서 끝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필리스가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면서 원정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가져갑니다!!

    -단순히 1승을 가져간 게 아니라 8 대 3이라는 완벽한 승리를 챙겼습니다!

    8 대 3.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필리스가 가장 많은 점수 차로 뉴욕 양키스를 눌렀다.

    특히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게 수호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의미 있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5차전을 8 대 3으로 승리하다!]

    [시리즈 스코어 2승 3패로 만들어낸 필라델피아 필리스! 이제 홈구장으로 떠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캡틴 브라이스 하퍼, 5타점 경기를 펼치며 필리스를 승리로 이끌다!]

    [한수호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9번째 홈런을 작렬! 메이저리그 신기록까지 단 1개의 홈런만 남았다!]

    5차전을 승리로 이끈 건 브라이스 하퍼였다.

    그는 5차전에서만 1개의 홈런을 포함 3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5타점 경기를 펼쳤다.

    이런 그의 활약에 필라델피아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팬들은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우리의 슈퍼스타가 돌아왔구나!

    -한 건 해줄 줄 알았다니까!

    -하퍼가 필리스를 살렸다!

    -역시 필리스는 하퍼가 살아나야 해!!

    정신적 지주이자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나 다를 바 없는 하퍼의 활약은 팀의 분위기도 살려주었다.

    이는 수호의 활약과는 다른 개념이었다.

    수호는 분명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지만, 아직 루키였다.

    팀을 이끄는 또 다른 리더였지만, 팀에 합류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반면 하퍼는 팀의 주축으로 활동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런 하퍼의 활약에 선수들이 더욱 뜨겁게 반응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 섭섭해하지 마라.]

    [ㅇㅇ 시간만큼 더 끈끈하게 만드는 건 없음.]

    ‘제가 왜 섭섭해합니까? 오히려 하퍼가 활약해서 전 기쁩니다. 무엇보다 월드시리즈를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잖아요.’

    수호는 아이가 아니었다.

    비록 표면적으로 알려진 나이는 이제 20살이었지만, 그의 안에는 마흔이 넘은 아저씨가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이의 활약에 질투할 정도로 어리지 않았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는 발판은 다 마련됐습니다.’

    [그렇지.]

    [양키스는 너와 승부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는 상태니까.]

    [거기에 6, 7차전이 열리는 무대는 홈그라운드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고.]

    [이건 뭐, 피날레 할 완벽한 무대가 차려졌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이번 월드시리즈를 끝내기에는 이보다 더 완벽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 * *

    양키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뉴욕에서 시리즈를 끝내고 싶었다.

    ‘5차전에서 끝냈어야 하는데……!’

    앤더슨 감독은 아쉬움이 남는 5차전을 복기했다.

    ‘결국 하퍼가 살아난 게 문제다. 거기에 다른 선수들 역시 살아나면서 처음부터 승기가 기울었어.’

    필리스 선수단이 살아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도 절망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아직 우리가 이기고 있는 건 변함이 없다.’

    3승 2패.

    시리즈에서 앞서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6차전에서 경기를 끝낸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7차전까지 간다면 흐름 자체가 필리스에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

    단기전에서 흐름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했다.

    그걸 잘 아는 앤더슨 감독은 어떻게든 6차전을 승리로 가져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4차전에서 코스타를 빠르게 내린 게 정답이었어.’

    4차전 선발 등판했던 코스타는 당시 4이닝만을 던졌다.

    투구 수도 50개를 채우지 않았다.

    그를 이 정도로 아꼈던 것은 5차전에서 승부처가 온다면 그를 등판시킬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기회는 오지 않았고 코스타는 체력이 남은 상태로 불펜에서 대기했다.

    그런 코스타였기에 6차전에서 중간에 투입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여차하면 오프너 전략으로 가도 되고 선발투수를 두 명 사용하는 방법으로 가도 된다.’

    6차전의 선발투수는 양키스의 3선발인 마이클 워커였다.

    3차전에서 수호에게 예고 홈런을 내주면서 패전투수가 되었지만, 당시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그가 다시 마운드에 오르면서 수호와의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비록 예고 홈런을 내주긴 했지만, 이후 타석에서는 수호를 나름 잘 상대했다.’

    더 이상 홈런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투구였다.

    수호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차하면 워커와 코스타를 연달아 쓰면서 필리스 타선을 아예 틀어막아버리면 돼.’

    코스타까지 내보낸다면 배수의 진을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6차전에서 게임을 끝내지 못한다면 양키스가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6차전이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웨이 경기에다가 2연승을 거둔 필리스의 기세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알 수 없다.’

    만약 6차전을 내주게 된다면 필리스는 2연승을 하게 된다.

    기세가 오른 필리스를 상대할 바에는 이전에 경기를 끝내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상황을 봐야겠지만…….’

    물론 작전이 확정은 아니었다.

    경기의 흐름에 따라 유도리 있게 조정을 할 생각이었다.

    ‘기회가 온다면 6차전에서 끝낸다.’

    각오를 다지며 필라델피아로 향했다.

    * * *

    필라델피아는 축제를 맞이할 준비에 한참이었다.

    “거기 조심하라고!!”

    “의자 언제 도착하는 거야?!”

    “3번 조명 테스트 하겠습니다.”

    “이쪽에 푸드트럭을 조금 더 배치하도록 해!”

    월드시리즈라는 축제를 현장에서 보기 위해서는 티켓을 손에 쥐어야 했다.

    하지만 그 값이 너무 높고 경쟁도 심해서 현장에서 응원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필라델피아시는 이런 이들을 위해 구장 인근의 공터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

    단체응원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다수의 푸드트럭이 동원되고 여러 공연들도 할 예정이었기에 일종의 축제가 된 셈이었다.

    시에서 준비한 것을 제외하고도 식당이나 펍에서는 자체적으로 응원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한마디로 필라델피아 시 전체가 월드시리즈를 맞이할 준비가 끝나가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건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 모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우리는 뒤가 없다.”

    클럽하우스 리더이자 5차전 승리의 주역인 브라이스 하퍼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는 이전보다 더 묵직한 무게감이 실렸다.

    “한 번이라도 진다면 월드시리즈 우승은 물 건너간다. 하지만.”

    그가 말을 멈추고 선수들을 바라봤다.

    “이제부터 경기는 우리 홈에서 펼쳐진다. 우리가 진다면 폭도로 변할 우리 팬들을 생각해 봐.”

    “으으…….”

    “벌써부터 소름이 돋네.”

    “그렇지? 지는 순간 우리는 집에 걸어가지 못한다.”

    물론 어느 정도 농담이 섞인 말이었다.

    그걸 선수들도 알기에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렸다.

    “6차전을 우리가 이긴다면 시리즈의 흐름은 우리에게 넘어오게 된다. 그러니 죽었다 생각하고 6차전에 임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수호는 하퍼의 연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알고 있네요.’

    [녀석도 베테랑이니까.]

    [저 정도 경력이라면 사실상 6차전이 우승을 위한 마지막 단추라는 걸 알 수 있지.]

    [너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예.’

    뒤는 없다.

    6차전을 승리로 가지고 와야 한다.

    그래야 흐름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수호만 하는 게 아니었다.

    시티즌스 뱅크 파크의 어웨이 클럽하우스에 홀로 앉아 있는 애런 저지가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6차전이 승부처다. 그리고 6차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거 나다.’

    양키스에서는 애런 저지가.

    ‘6차전을 승리로 이끄는 건 결국 나야.’

    필리스에서는 수호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두 슈퍼플레이어의 생각이 일치하면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월드시리즈 6차전.

    가장 중요한 그 경기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결국 두 팀이 다시 필라델피아로 돌아왔습니다!

    2027시즌 메이저리그의 진정한 주인을 가리는 월드시리즈도 어느덧 6차전!! 오늘 경기에서 양키스가 승리한다면 트로피의 주인이 정해집니다!

    하지만 필리스가 승리한다면 최종전인 7차전까지 경기가 이어지게 됩니다!

    -두 팀 모두 훌륭한 경기들을 선보이면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양키스는 3선발 투수인 워커를 등판시킴과 동시에 불펜에는 1선발투수인 코스타 선수 역시 대기를 시키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불펜에 있는 코스타를 비추었다.

    -오늘 경기내용에 따라 코스타 선수가 등판할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양키스가 앞서고는 있으나 이제부터는 어웨이 경기만 치러야 하고 거기에 6차전을 내준다면 내리 2연패를 하는 것이기에 분위기를 넘겨줄 가능성이 큽니다.

    -월드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는 흐름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5차전에서 어떻게든 승리를 하고 싶었겠죠.

    양키스의 전략은 모두가 예상이 가능했다.

    딱히 비밀도 아니었기에 양키스 역시 그걸 숨길 생각은 없었다.

    앤더슨 감독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타석으로 들어서는 자신의 선수를 확인했다.

    ‘1회가 중요하다. 선취점을 내서 어떻게든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와야 해.’

    5차전에서 필리스가 승리했지만, 이동을 하면서 하루를 휴식했다.

    그렇기에 그 승리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필리스가 선취점을 올린다면 그 기억이 살아나면서 초반 분위기를 가져갈 가능성이 컸다.

    그럴 경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야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1회에 선취점을 낼 필요가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깔끔한 안타!

    그런 앤더슨의 마음을 알고 있는 걸까?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필리스 역시 초반의 분위기를 뺏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잭 휠러의 슬라이더를 지켜보면서 삼진을 당합니다!

    원아웃에 주자 1루.

    그리고 타석으로는 양키스의 기둥 애런 저지가 들어섰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7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애런 저지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8개로 1위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애런 저지가 뒤쫓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홈런대결이 페넌트레이스에 이어 월드시리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저지와 수호.

    두 선수의 대결이 월드시리즈까지 연장될 거라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월드시리즈란 무대는 페넌트레이스와는 다른 개념의 경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 선수는 그런 예상을 깰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과연 애런 저지가 양키스에게 선취점을 안겨줄 수 있을지! 한수호 선수의 사인을 받은 잭 휠러가 1구를 던집니다!

    세트포지션에서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잭이 공을 뿌렸다.

    아웃코스로 날아오는 공이 마지막 순간 미세하게 꺾이며 보더라인 밖으로 휘어져 나갔다.

    상대가 애런 저지이기에 초구부터 정면승부가 아닌 유인구를 택한 것이다.

    타닥!

    공이 홈플레이트 위로 지나려는 순간.

    애런 저지의 스윙이 시작했다.

    하반신부터 시작된 회전이 허리를 지나 상체로 이어지더니 순식간에 배트가 돌았다.

    그리고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려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타구에 수호가 마스크를 벗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젠장…….’

    [넘어갔네.]

    베이브 루스의 채팅대로였다.

    좌측 담장으로 향하던 타구는 이내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홈런입니다!! 애런 저지가 1회부터 선제 투런포로 포문을 엽니다!!

    이는 역사에 남게 될 월드시리즈의 서막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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