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66화
딱!!
-때렸습니다! 브라이스 하퍼의 이번 타구!! 우중간을 향해 날아갑니다!!
“마이!!”
후웅!!
양키스의 중견수 미구엘 카스티요가 몸을 날렸다.
마치 슈퍼맨처럼 날아오른 카스티요가 글러브를 뻗어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퍽!
촤아아앗-!!
마치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지듯 앞으로 이동한 카스티요가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아웃!!”
-잡았습니다!! 빠졌으면 2루타가 확실했을 공을 슈퍼맨캐치로 잡아내는 미구엘 카스티요!!
-마치 2차전에서 보여주었던 애런 저지의 슈퍼맨 캐치를 연상케 하는 엄청난 수비를 보여줍니다!!
양키스 역시 호수비로 필리스의 안타를 지워버렸다.
1년에 몇 번 나오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호수비들이 연달아 나오자 팬들의 집중력도 높아졌다.
-이게 바로 월드시리즈지!
-크으! 지렸다.
-메이저리거다운 플레이가 나오네.
-이야…… 저런 타구를 그냥 잡아버리냐?
-다음 타석 수호 아니냐?
-과연 양키스가 수호랑 승부를 할까?
그리고 타석으로 수호가 들어섰다.
그의 등장에 경기장이 고요해졌다.
-1사 주자 1루의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1루에는 발이 빠른 조니 로버트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한수호 선수는 언제든지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선수죠.
-여기에서 양키스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전날 예고 홈런을 선언했던 수호와 승부해서 결국 패배한 양키스가 4차전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까?
-승부 피하지 않겠음?
-솔직히 수호는 너무 치트키임.
-2경기 중에 한 번은 홈런인데. 상대할 수가 없지.
-이번에도 피하겠지.
피하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양키스는 그런 생각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의외의 선택을 내렸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한수호 선수의 몸쪽을 강하게 찌르는 98마일의 빠른 공!! 양키스의 선발투수, 코스타!
마운드에 오른 이는 양키스의 에이스 코스타였다.
1차전에서 수호와 승부를 치렀던 그는 4차전에서도 선발로 등판했다.
평소보다 짧은 등판 주기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내가 너보다 더 위라는 걸 세상에 알려주겠어.’
그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확실하게 휴식을 취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코스타 선수가 한수호 선수에게 초구부터 몸쪽을 강하게 던지네요.
-아무래도 양키스가 승부를 하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양키스는 주자 있는 상황에선 수호와의 승부를 피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어오면서 수호와 승부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코스타 녀석, 날 어떻게든 잡으려는 게 눈에 보이는군.’
물론 이건 코스타이기에 가능한 스토리일 수도 있었다.
코스타는 1차전부터 자신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무엇보다 그는 양키스의 현재이자 미래였다.
비록 연봉이 높은 건 아니었지만, FA 혹은 장기 계약을 맺게 된다면 역대급 계약을 맺을 게 분명했다.
그런 투수가 자신의 고집을 내세웠을 수도 있다.
‘어쨌든 녀석은 나와 승부할 거다. 그걸 놓칠 순 없어.’
코스타가 자신과 승부하겠다고 판단한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코스타 역시 그런 수호를 향해 전력을 다했다.
뻐어억-!!
“볼.”
-2구 91마일의 슬라이더가 꽂힙니다!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슬라이더의 구속이 90마일이 넘는다니. 정말 코스타 선수도 괴물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유인구에도 전력을 다하면서 수호의 머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건 수호의 첫 번째 타석에 계속 이어졌다.
딱!!
“파울!”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걷어내는 한수호 선수!
-완벽하게 한수호 선수의 타이밍을 뺏었습니다.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걷어내는 정도였네요.
-원볼 투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몰리는 한수호 선수!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낸 코스타가 승부를 걸기 위해 모든 힘을 끌어모아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다시 한번 수호의 몸쪽을 찔러왔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몸쪽을 공략해 오는 코스타를 보며 수호가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때린다!’
후웅!!
수호의 배트가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
휘릭!!
공이 미세하게 변하며 배트의 끝으로 이동했다.
빠각!!
-때렸습니다! 하지만 배트 부러지면서 타구가 높게 떠오릅니다!
-2루수 안토니오 로사리오가 뒤로 이동하며 점프!!
퍽!
“아웃!!”
-아웃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첫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나며 필리스의 공격이 무산됩니다!
-한수호 선수가 점수를 올리지 못한 것도 놀랍지만, 양키스의 에이스 코스타 선수가 한수호 선수와 정면승부를 펼친 것이 더욱 놀랍습니다!!
코스타의 4구는 월드시리즈를 보는 모든 이를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날.
코스타는 단 한 번도 수호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건 양키스의 불펜 역시 수호와 승부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스코어 7 대 6이라는 단 1점 차 승부로 양키스가 승리를 가져갔다.
* * *
경기 후.
취재진이 양키스 클럽하우스에 몰려들었다.
그들의 목표는 당연히 감독인 앤더슨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며 시리즈 스코어를 다시 3 대 1로 가져갔습니다. 이 결과를 예상하셨습니까?”
“선수들을 믿었습니다. 우리 양키스 선수단은 그 어느 때보다 사기가 높습니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결국 우리 양키스가 승리할 겁니다.”
“오늘 경기에서 한수호 선수와 정면승부를 펼쳤습니다. 그 결과 경기 후반에는 역전당하기도 했었는데.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한수호 선수는 분명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입니다. 하지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습니다. 그가 아무리 괴물이라 하더라도 양키스 전체를 상대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한수호 선수의 뒤에는 필리스 선수단이 있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앤더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한수호 선수가 없었다면 필리스가 과연 월드시리즈에 있을 수 있었을까요?”
“필리스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들리는데요?”
“그들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필리스에서 가장 무서운 건 한수호 선수지, 다른 선수들이 두렵진 않습니다.”
앤더슨의 인터뷰는 곧장 기사가 되어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양키스의 앤더슨 감독, 한수호와 정면승부를 택하다!]
[과감한 선택을 한 양키스! 월드시리즈 4차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드러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문제점들!]
[앤더슨 감독, 필리스는 한수호를 제외하고는 두려운 선수가 없다.]
[시리즈 스코어 1승 3패가 된 필리스, 과연 그들은 양키스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앤더슨 감독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 필리스가 이런 대우를 받는다고?
└하지만 팩트 아님?
└└사실상 이번 월시에서 수호 빼고는 뛰어난 애가 없지.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필리스가 낸 점수 모두 합쳐야 11점인데, 그중에서 한수호가 7타점을 기록함.
└이건 뭐 한수호 없으면 이미 시리즈 끝났네.
-필리스 ㅅㄱ
분노한 건 필리스 팬들만이 아니었다.
“이 새끼들이……!”
클럽하우스 리더 브라이스 하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 유해지기는 했지만, 그는 한때 메이저리그의 사고뭉치라 불릴 정도로 사고를 많이 쳤다.
워낙 외향적인 성격에 개성이 강하고 다혈질적인 부분도 있었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하더라도 이런 부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무리가 있었다.
당연히 그는 앤더슨 감독의 발언에 분노했다.
그리고 그는 5차전을 앞두고 클럽하우스에서 이 분노를 토해냈다.
“다들 어제 앤더슨 감독의 인터뷰 봤겠지?”
하퍼의 말에 필리스 선수단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이 망할 노친네가 노망이 들었는지, 우리 팀에서 수호를 제외하고는 무섭지 않다고 하더군.”
선수들의 시선이 수호에게 향했다.
자칫 잘못하면 수호에 대한 반감이 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퍼는 그걸 미연에 차단했다.
“맞는 말이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수호 말고 우리가 한 게 뭐가 있어?”
“음…….”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물론 수호가 잘하긴 했지만, 우리도 최선을…….”
“최선?”
하퍼의 눈이 사납게 변했다.
“우리는 성적으로 모든 걸 증명해야 하는 프로다. 그런 우리의 이번 월드시리즈 성적이 어떻지? 말해봐. 로버트, 너는 리드오프로서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생각해?”
로버트는 타율 0.244 출루율 0.314를 기록 중이었다.
리드오프로서 10번 중 3번밖에 출루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퍼는 선수들의 성적을 하나하나 짚어내면서 그들을 나무랐다.
이야기를 듣던 브룩스가 입을 반발심에 입을 열었다.
“그러는 캡틴의 성적도 바닥이지 않습니까?”
선수들의 시선이 브룩스에게 향했다.
브라이스 하퍼는 팀 내에서 최고참이다.
거기에 캡틴으로서 클럽하우스를 이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런 발언을 하는 건 하극상이나 다를 바 없었다.
메이저리그에 서열이 없다고 아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스포츠보다 더 철저한 서열이 정해져 있었다.
특히 하퍼는 리그를 대표했던 선수다.
그런 그에게 반기를 드는 건 브룩스의 실수였다.
하지만 하퍼의 입에서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맞아. 내 성적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는 쓰레기였어.”
스스로를 질책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5차전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거다. 이대로 포기하고 트로피를 양키스 새끼들한테 주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너희는 나랑 생각이 다르냐?”
하퍼의 말에 필리스 선수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의 연설을 듣고 있던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올…… 하퍼 저놈 잘하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면서 다른 선수들도 스스로의 문제를 인정하게 만들었네.]
[거기에 동기부여도 확실하게 만들어줬어.]
[양키스 감독이 실수했네.]
[그러게 말이야.]
[필리스 선수들을 너무 얕봤어.]
레전드들의 채팅대로였다.
“물론 아닙니다!!”
“자존심 회복은 하고 가야지!!”
“우승 트로피를 벌써 내줄 순 없어!!”
“앤더슨 그놈의 얼굴이 똥 씹게 만들어주겠어!”
선수들이 의지를 다잡았다.
수호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했다.
월드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 * *
월드시리즈 5차전.
양키스는 어떻게든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끝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대로 경기는 흘러가지 않았다.
딱!!
“파울!”
-파울입니다! 조니 로버트가 끈질기게 투수를 물고 늘어집니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로버트 선수네요.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지만, 이 정도로 끈기 있는 모습은 월드시리즈에서 처음 보여주는 거 같습니다.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단 하루 만에 바뀌었다.
그리고 이런 끈질김은 결국 답을 만들어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출루에 성공하는 조니 로버트! 1회부터 주자가 쌓입니다!
-조니 로버트의 집중력 있는 모습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타석으로 들어오는 브라이스 하퍼를 보며 양키스 더그아웃에서 사인이 나왔다.
‘수호에게까지 기회가 가면 골치 아프니까, 하퍼랑 제대로 승부를 보도록 해.’
벤치의 사인에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그런 양키스의 의도는 하퍼 역시 읽고 있었다.
‘나 정도는 가볍게 돌려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
슬라이드 스텝을 밟는 투수의 타이밍에 맞춰 하퍼가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흡!!”
쐐애애애액-!!
빠르게 몸쪽을 파고드는 공을 확인한 하퍼가 특유의 풀스윙을 가져갔다.
‘하지만 나는……!’
후웅!!
‘슈퍼스타 브라이스 하퍼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타구는……! 우측 펜스를 넘기는 큼지막한 홈런이 나옵니다!! 필리스의 캡틴 브라이스 하퍼가 양키스에게 한 방을 날립니다!!
브라이스 하퍼가 부활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모습에 가만히 있을 수호가 아니었다.
딱!!
-한수호 선수 초구를 공략!! 잘 맞은 타구가 중앙펜스를 넘어갑니다!! 백투백을 기록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1회부터 필리스의 공격력이 폭발합니다!!
필리스가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