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62화
집중력이 높아졌다.
그게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페인터 선수의 강력한 패스트볼이 보더라인에 걸칩니다!!
-오늘 구속도 좋으면서 제구력 역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페인터 투수입니다!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양 팀의 선발투수들의 제구력과 구위가 상승했다.
하지만 집중력이 높아진 건 투수만이 아니었다.
딱!!
-때렸습니다!! 페인터 선수의 체인지업을 받아친 타일러 브라운!
타자의 집중력 역시 높아졌다.
평소라면 헛스윙이 되었을 공을 받아쳤다.
코스는 삼유간, 이 역시 안타 코스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퍽!!
-몸을 날린 유격수 메이튼! 공을 낚아챕니다!
공을 잡은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후속 동작은 더욱 민첩했다.
글러브로 땅을 짚고 상체를 회전시키더니 온전히 일어나지 않은 채, 곧장 공을 빼내 1루로 뿌렸다.
쐐애애액-!
불안정한 자세로 던진 공이 1루 베이스보다 더 위쪽으로 날아갔다.
빠져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1루수 도널드가 다리를 찢어 원바운드된 공을 걷어 올렸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환상적인 수비와 환상적인 캐치가 연달아 나옵니다!!
-이걸 잡고 던지더니 또 도널드는 유연한 동작으로 이걸 캐치해 냅니다!
-1회에 이어 2회 역시 엄청난 장면이 연달아 나옵니다!
-이게 바로 월드시리즈입니다!
월드시리즈.
그리고 1회에 보여주었던 코스타와 애런 저지, 그리고 수호의 환상적인 플레이가 선수들 전체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평소 수비가 불안하다고 평가받던 도널드마저 각성하게 만들었다.
-도널드 선수의 저런 다리 찢기는 처음 보는 거 같습니다.
-본래 몸이 유연하기는 했지만, 정확히 타이밍을 잡는 걸 못 했는데. 오늘은 집중력이 아주 좋습니다!
-유격수 메인트 선수는 거의 누워있는 상태로 1루로 공을 뿌리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발이 빠른 타일러 브라운을 잡으려면 온전히 일어나서 던지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거 같습니다.
-타일러 브라운 역시 저 체인지업을 받아칠 줄은 몰랐습니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플레이가 집중력이 높고 환상적입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았다.
그건 수호 역시 잘 느끼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 정도 공에 헛스윙을 하는 타일러였는데. 오늘은 아니로군.’
[너 때문임 ㅋㅋ]
[그러게.]
[아니, 어떻게 너는 같은 팀의 집중력을 올리는 걸 넘어서 상대까지 같이 일으켜 세우냐?]
[그게 어디 얘 탓이겠냐?]
[너무 잘하면 이게 문제네 ㅋㅋ]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수호에게서 시작됐다.
수호가 있기에 코스타가 봉인했던 스플리터를 꺼냈기에 모든 게 시작됐다.
덕분에 경기 초반부터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플레이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거 저 역시도 더 집중해야겠는데요.’
[이런 경기는 한순간에 결정된다.]
[분위기 넘어가면 찾아오는 건 쉽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 결과가 월드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오늘처럼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은 경기는 단순히 1승의 의미가 아니다.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컸다.
레전드들의 조언을 들은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의 집중력 역시 평소보다 더욱 높아졌다.
* * *
집중력 있는 플레이로 두 팀은 3회까지 무실점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생각했다.
“오늘 경기 분위기 장난 아니네.”
“그러게 말이야. 이 정도로 슈퍼플레이가 자주 나오는 경기는 처음 보는 거 같아.”
“투수도 실투가 없고 타자도 그런 공들을 또 잘 받아치고 있어. 거기에 수비는 평소라면 놓쳤을 공들도 모두 잡아내고 말이야.”
“이렇게 수준 높은 경기는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
현장을 찾은 관중들은 오늘 경기의 흐름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만큼 경기의 수준이 높았다.
그렇기에 관중들도 눈치채고 있었다.
“이거 4회가 승부처가 되지 않겠어?”
“저지와 수호의 두 번째 타석이지?”
“녀석들이 무언가 해줄 거 같단 말이지.”
“하긴, 이런 분위기라면 결국 한 방 싸움이 될 텐데. 녀석들이 나오는 4회가 승부처가 되겠어.”
관중들의 시선이 어느덧 4회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관중들만이 아니었다.
‘결국 저지가 쳐야 한다.’
‘수호가 한 방을 날려야 해.’
양 팀의 감독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박빙의 대결에서 필요한 건 결국 한 방이었다.
그리고 그걸 해줄 선수는 의심의 여지 없이 양 팀에 한 명씩 있었다.
-4회 초! 양키스의 공격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양키스가 먼저 그 기회를 얻었다.
‘저지의 앞에 주자를 쌓으면 안 된다.’
저지는 언제라도 한 방을 날릴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 그렇게 되었을 때 실점을 줄여야 했다.
즉, 주자를 쌓아두면 안 됐다.
그리고 페인터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앤드류 페인터!!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선두타자 페레즈를 돌려세웠다.
그리고 타석에 양키스의 2번 타자, 애덤 화이트가 들어왔다.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화이트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애덤 화이트는 장타력과 정확도를 가진 타자였다.
첫 타석에서 날려 보낸 공도 중견수 정면으로 가지 않았다면 장타가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녀석을 조심해야 해.’
수호는 조심스럽게 페인터를 리드했다.
퍽!
“볼.”
-초구 볼입니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지만, 화이트의 배트가 나오진 않았습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애덤 화이트입니다.
이후에도 유인구와 패스트볼을 섞어가며 그를 압박해 나갔다.
딱!!
“파울!”
-2구는 몸쪽에 붙는 포심 패스트볼! 배트를 돌렸지만, 공은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퍽!
“볼.”
-인코스에서 다시 한번 인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 하지만 애덤 화이트의 배트를 끌어내진 못합니다!
볼카운트는 투볼 원스트라이크.
3구는 승부구였지만, 애덤 화이트의 선구안이 더 좋았다.
덕분에 볼카운트가 몰렸다.
‘여기에서 승부를 해야 한다.’
[쓰리볼이 된다면 문제가 되겠지.]
[하지만 애덤 역시 그걸 알고 있을 테고.]
상대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구간이 있다.
그리고 오늘 페인터의 집중력과 구위라면 그걸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아웃코스.’
코스를 정하고.
‘포심, 전력으로 던져.’
구종을 결정했다.
앤드류 페인터 역시 지금이 승부처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호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후우…….”
여기에서 애덤 화이트를 내보낸다면 골치 아파진다.
오히려 저지와의 승부보다 더 중요한 순간일 수 있었다.
자연스레 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반드시 잡는다.’
문제는 본인이 그걸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변화라는 점이었다.
-앤드류 페인터 와인드업!!
그리고 그 변화는 페인터의 공에 큰 영향을 끼쳤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수호가 원했던 코스가 아니었다.
‘빠졌다.’
공이 날아오는 걸 본 순간 깨달았다.
공이 빠졌다는 것을.
자신의 프레이밍으로도 어떻게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결국 공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그대로 수호의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볼.”
-볼입니다! 구속 98마일의 강속구! 하지만 공이 빠졌다는 판정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볼이 되다니. 다소 아쉬운 장면입니다.
-볼카운트는 쓰리볼 원스트라이크! 애덤 화이트에게 유리한 볼카운트가 되었습니다!
원하는 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은 페인터에게 영향을 끼쳤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결국 볼넷으로 출루하는 애덤 화이트!! 그리고 다음 타자는……!
1루로 걸어 나가는 화이트를 비추던 카메라가 바뀌면서 대기 타석에 있는 애런 저지를 비추었다.
-올 시즌 75개의 홈런을 때려낸 애런 저지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 * *
포수가 경기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컨트롤할 순 없다.
그건 아무리 뛰어난 포수인 수호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딱!!
-때렸습니다!! 애런 저지의 강력한 스윙이 공을 낚아챕니다!!
그렇기에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날아간 타구는 순식간에 우측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홈런입니다!! 엄청난 경기내용을 보여주면서 0 대 0의 스코어를 유지하던 두 팀의 균형을 깨트리는 애런 저지의 선제 투런포가 작렬합니다!!
애런 저지의 투런포에 앤드류 페인터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오늘 경기 환상적인 피칭을 보여주던 페인터! 하지만 애런 저지의 두 번째 벽을 넘진 못했습니다!
-애덤 화이트를 볼넷으로 내보낸 것부터 실수였던 거 같습니다.
-스코어 2 대 0으로 기울었습니다!
박빙의 승부였기에 더욱 큰 점수로 보였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일렀다.
-아직 4회입니다! 필리스 역시 역전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필리스에는 저지보다 더 뛰어난 수호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수호가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이 잡혔다.
-한수호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과연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마운드에 오른 수호는 절망하고 있는 페인터에게 공을 내밀며 말했다.
“아직 경기 안 끝났습니다.”
“아…… 물론이지.”
[이 녀석 상태 안 좋은데?]
[위험하겠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페인터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앞서 완벽한 투구를 한 게 오히려 문제가 되었다.
여기에서 확실히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 했다.
“이번 이닝만 잘 넘기면 다음 이닝에서 제가 한 방 날려주겠습니다.”
“뭐?”
“홈런을 때리겠다고요. 그러니 정신 차리고 남은 두 개의 아웃 카운트, 잡아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수호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예고 홈런이라고……?’
분명 홈런을 예고했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함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루키가 저런 말을 하는데 주눅 들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정신 차려! 넌 에이스야!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반드시 막아야 해.’
이를 악문 그가 로진을 손에 묻히며 다음 타자를 상대할 준비에 들어갔다.
* * *
수호의 충격요법은 제대로 먹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투런포를 허용했던 페인터가 연속 두 타자를 돌려세웁니다!
-위험할 수 있었지만, 추가 실점은 하지 않으면서 2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한 앤드류 페인터입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페인터가 수호를 향해 말했다.
“이제 네가 약속을 지킬 차례다.”
“물론이죠.”
툭!
두 사람이 글러브와 미트를 부딪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4회 말.
필리스는 선두타자 조니 로버트부터 타석이 시작됐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로버트 선수 오늘 경기 두 타석 연속 삼진으로 굴욕을 당하고 있습니다!
-코스타 선수의 피칭이 매섭습니다. 마치 불도저처럼 타자들을 돌려세우고 있어요!
코스타의 공은 여전히 강력했다.
아니, 오히려 경기 초반보다 더 강해진 거 같았다.
“젠장! 저 자식 공이 더 빨라졌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로버트의 말대로였다.
구속이 1마일 정도 상승했다.
[몸이 제대로 풀렸다는 소리지.]
[웜업이 끝났다는 거다.]
[너하고 붙을 때도 확실히 이전보다 공이 위력적일 거임.]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하지만 수호는 대답이 없었다.
[얘 또 시작이네.]
[벌써 들어갔냐?]
[어휴…… 월시에서도 이러냐?]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듯 레전드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에 이러는 건 처음 아님?]
[하긴, 시즌 후반에는 좀 드문드문하긴 했지.]
[체력이 떨어져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긴 힘들었으니까.]
[지금이 딱 필요한 순간이기도 하고.]
[가즈아-!!]
집중력은 체력이 비례한다.
시즌 후반 체력이 떨어지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순간순간 발현되었다.
대기 타석에서부터 발현하는 건 포스트시즌에는 처음이었다.
그때.
딱!!
하퍼가 때린 타구를 유격수가 점프하면서 낚아챘다.
퍽!
“아웃!”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그리고 타석으로 수호가 걸어 들어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그의 등장에 시티즌스 뱅크 파크가 들썩였다.
관중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응원은 수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오직 혼자만의 공간에서 타격을 준비했다.
“후우…….”
배트를 치켜들고 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코스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번에는 반드시 내 힘으로 돌려보내 주마.’
몸이 제대로 풀렸다.
타자들을 돌려세우면서 자신감 역시 높아졌다.
지금 상태라면 수호라도 자신 있었다.
그 자신감이 한 가지 선택을 내리게 했다.
‘정면으로 붙겠어.’
에이스의 주장에 포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
코스타가 천천히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반드시…….’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다리를 차올렸다.
‘잡는다!’
모든 힘을 모아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높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공이 중간지점을 지났을 때.
『102mph』
구속이 화면에 찍혔다.
오늘 던진 공들 중 최고 구속이었다.
그 순간 수호의 몸이 회전했다.
후웅!!
하체부터 시작된 회전이 상체를 지나 팔, 그리고 배트로 이어졌다.
딱!!
모든 힘을 담은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그리고.
휘릭!!
배트를 던지며 양팔을 치켜들었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가 팔을 치켜듭니다!!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사라집니다!!
수호가 자신의 말을 지켜냈다.
그것도 장외홈런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