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60화
월드시리즈 1차전.
필리스는 에이스 앤드류 페인터를 그대로 출격시켰다.
-앤드류 페인터는 올 시즌 훌륭한 성적과 더불어 포스트시즌에서도 4승 0패 평균자책점 2.14의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이면서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죠.
-특히 매 경기 평균 5이닝 이상을 던져주면서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를 하는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다.
단기전이기에 실점 위기가 찾아오면 벤치에서는 교체 타이밍을 빨리 잡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던졌다는 건 그만큼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는 소리다.
-일각에서는 페인터 선수의 이런 호투는 한수호 선수와 호흡을 맞춰서 나올 수 있었다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수호 선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모두 포수로서 선발출전 했는데, 투수들의 안정감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프레이밍 역시 훌륭했고 또 중요한 타이밍마다 주자들을 견제로 잡아내면서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필리스 마운드가 안정화 된 이유로 수호를 꼽았다.
그들은 수호가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의 흐름을 끊어내는 수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근거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덕분에 그들의 주장에는 힘이 실리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한수호 선수의 역할이 중요할 걸로 보입니다.
카메라가 캐처박스에 앉는 수호를 잡았다.
뒤이어 카메라의 앵글로 배터박스로 들어서는 타자가 잡혔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플레이볼!!”
구심의 선언과 함께 월드시리즈가 시작됐다.
* * *
[초반이 중요하다.]
요기 베라의 말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인을 보냈다.
‘아웃코스 편하게 던지도록 해.’
코스를 지정하지 않았다.
앤드류 페인터의 경우 제구보다는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타입이었다.
물론 제구 역시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제구를 너무 신경쓰다 보면 구위가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코스를 디테일하게 잡아줘선 안 됐다.
[만약 코스를 디테일하게 잡아주면 투수는 제구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지.]
‘맞습니다. 그러니 디테일한 코스보다는 두루뭉술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죠.’
[이열~이제 알아서 잘하네.]
수호는 발전했다.
레전드들의 조언을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을 적용했다.
그 결과 시즌 막판이 되어서는 스스로 판단하는 일이 많았다.
그건 월드시리즈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바깥쪽으로 던지라고 하면…….’
그리고 수호의 의도대로 앤드류 페인터는 부담감을 가볍게 떨쳐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나야 편하지!’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다소 높게 들어왔다.
보더라인에서 공 반 개가 빠지는 코스였다.
양키스의 선두타자 호아킨 페레즈는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
그 순간 수호의 상체가 들리면서 구심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공을 잡는 순간 무게중심을 낮추면서 미트를 보더라인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그걸 확인한 구심의 입에서 스트라이크 콜이 터져 나왔다.
“이게 어떻게……!”
페레즈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구심은 무심한 눈으로 페레즈를 바라볼 뿐이었다.
처음부터 항의하다가는 경기 내내 좋지 않은 볼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페레즈는 한숨을 내쉬며 타석에서 물러나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 페레즈를 보며 구심은 속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어후…… 분명 볼이었는데. 내가 왜 스트라이크를 선언한 거지?’
명백한 실수였다.
하지만 이미 선언했는데 그걸 다시 담을 순 없었다.
‘이 녀석이 포수로 들어오면 매번 헷갈린다니까.’
수호가 포수로 들어올 때 구심을 맡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공을 놓치는 경우가 생겼다.
볼이냐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때는 공이 가상의 존을 통과하는 모습, 홈플레이트를 지날 때의 위치 그리고 마지막에는 포수 미트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런데 수호가 포수로 들어올 때마다 앞에 두 개를 놓치는 일이 허다했다.
덕분에 수호의 프레이밍을 놓치는 일이 잦았다.
‘다른 녀석들도 수호의 프레이밍을 놓칠 때가 많다고 했었지.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겠어.’
구심들끼리는 정보를 교환한다.
그렇기에 그들 사이에서 수호의 프레이밍이 화제인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페넌트레이스라면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월드시리즈다.
공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쓰고 판정으 내려야겠다 다짐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 * *
퍽!
“아웃!”
-중견수가 앞으로 달려 나오며 뜬공을 가볍게 처리합니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며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앤드류 페인터!
-애런 저지가 스윙을 강하게 가져갔지만,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타이밍을 뺏었습니다.
-아주 좋은 볼배합이었죠?
-맞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리드가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그 리드에 정확히 공을 던진 앤드류 페인터 선수의 피칭 역시 아주 좋았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애런 저지의 첫 타석은 페인터에 의해 막혔다.
사실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앤드류 페인터는 한 팀을 대표하는 투수다.
거기에 시즌 18승을 올릴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무엇보다 포수가 수호라는 점이 그의 실력을 십분 끌어내 주는 효과가 있었다.
“나이스 볼이었어.”
“땡큐. 오늘 어떤 거 같아?”
“저지가 저렇게 힘없이 들어가는데. 너의 공에 대해 묻는 거야?”
“하하! 그런가?”
직접적인 대답보다 수호의 예시는 페인터의 자신감을 더욱 끌어올려 주었다.
애런 저지가 누구인가?
메이저리그 역사에 새로운 기록들을 세웠던 선수다.
그리고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를 잡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컨디션에 대한 대답은 충분했다.
“이대로만 가자고.”
“오케이! 역시 네가 마스크를 쓰면 편하다니까. 뭔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
페인터의 말에 수호가 미소를 지었다.
시즌 초반에는 불편한 사이였던 두 사람이다.
하지만 어느덧 둘도 없는 파트너가 되었다.
“그럼 이제 네 차례라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의 주인공을 무너트리고 와.”
사이영상 수상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에는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 괴물이 있었다.
그때 그 괴물이 고개를 돌려 수호를 바라보면서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오우…… 아주 죽일 기세인데?]
[ㅋㅋ 그러게.]
[눈빛으로 죽일 수 있으면 이미 사망했을 듯.]
[우리 수호도 피하지 않는데?]
[피하면 그게 남잔가!]
두 사람의 그런 분위기에 레전드들이 신나서 외쳤다.
“다녀오겠습니다.”
페인터의 질문에 대한 답이자 레전드들에게 말하는 대답을 한 번에 한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양키스의 에이스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개릿 콜에 이어 양키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던 안드레스 코스타. 작년 시즌 그 기량이 폭발해 데뷔 이후 첫 20승을 달성하더니, 올 시즌에는 24승 1패라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했습니다.
-거기에 탈삼진 322개를 기록하면서 올 시즌 5관왕에 올랐습니다.
안드레스 코스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그의 가치가 4천만 달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올 시즌 성적은 MVP급 활약으로 아메리칸리그에서 수상할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상대가 같은 팀의 애런 저지였기에 불발될 가능성이 컸지만 말이다.
-안드레스 코스타는 한수호 선수와도 인연이 있죠?
-맞습니다. 올 시즌 4연타석 홈런을 때려냈었던 양키스와의 첫 만남에서 한수호 선수는 세 번째 경기에서 코스타 선수를 상대로 1개의 홈런을 때려냈었습니다.
-당시 경기는 결국 양키스가 패배하면서 코스타 선수의 유일한 1패가 되었습니다.
-사실상 그 경기가 아니었다면 올 시즌 무패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기에 한수호 선수를 상대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습니다.
올 시즌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수호와 저지의 4연타석 홈런 대결.
그 대결이 끝난 뒤에 코스타는 수호를 상대했었다.
그리고 결과는 패배.
시즌이 끝나고 나니 그날의 경기결과가 유일한 패배가 되었다.
자연스레 코스타는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리그가 다르니 좀처럼 만날 수 없었지. 하지만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이상 그날의 설욕을 해주마.’
코스타는 자존심이 강했다.
성적 역시 그 자존심을 뒷받침해 줄 정도로 뛰어났다.
당연히 수호에게 당한 1패를 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무대가 월드시리즈가 되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였다.
‘그 전에 먼저 이 녀석들을 처리해야겠지.’
피처플레이트를 밟은 코스타의 눈이 번쩍였다.
타석으로 들어선 조니 로버트는 자신을 노려보는 코스타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끼고는 흠칫했다.
‘1회부터 왜 이렇게 살기등등한 거야?’
안 그래도 상대하기 껄끄러운 투수가 의욕도 넘쳐 흐르니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라는 무대 특성상 그 역시 주눅 들지 않았다.
‘1차전에서 확실히 기세를 잡아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수호에게 찬스를 연결해 줘야 한다.’
조니 로버트의 목적은 단 하나.
‘난 출루만 하면 된다 이 말이야.’
출루였다.
“플레이볼!!”
각자의 생각을 가진 채, 구심이 게임 시작을 알렸다.
‘인코스로 가자.’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코스타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코스타의 키는 197㎝에 달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장신에 속하는 키에서 뿜어내는 최고구속 102마일의 강속구는 위력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안드레스 코스타! 1구 던집니다!!
코스타는 그 강속구를 처음부터 선보였다.
쐐애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구속 99마일의 강속구가 몸쪽으로 강하게 꽂힙니다!
-코스타의 전매특허죠! 아주 강력한 강속구로 로버트 선수가 꿈쩍도 하지 못했습니다!
로버트는 당황했다.
‘젠장…… 이런 공을 어떻게 때리라는 거야?’
황당함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끼게 될 정도의 공의 위력에 로버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로버트는 코스타가 데뷔한 이래 상대 전적 7타수 1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극도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건 월드시리즈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딱!!
“파울!”
-투스트라이크!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배트를 돌렸지만, 타구는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코스타를 상대로 로버트가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역시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인 안드레아 코스타입니다. 첫 타자부터 확실히 자신이 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스타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뻐어억-!
후웅!
“스윙! 아웃!!”
-다시 한번 삼구삼진! 슈퍼스타 브라이스 하퍼도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두 타자 연속 삼구삼진을 잡아내는 안드레아 코스타! 오늘도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입니다!
두 타자를 모두 돌려세운 코스타의 눈에 타석으로 걸어 들어오는 수호가 보였다.
‘드디어……!’
복수의 시간이 도래했다.
-오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코스타 선수! 하지만 그의 앞에 아주 높은 벽이 들어섭니다! 한 시즌 최다홈런의 주인공! 그리고 그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겨주었던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최고의 투수와 최고의 타자가 월드시리즈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