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54화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 한수호 선수는 3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하는 좋은 활약으로 필리스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디비전 시리즈에 이어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홈런을 가동한 한수호 선수는 포스트시즌에서 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여전한 장타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한편 LA다저스는 2차전 승리를 위해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의 등판을 예고했습니다. 오타니 쇼헤이는 1차전에서 4타석 무안타 경기를 펼치며 포스트시즌 처음으로 출루에 실패하는 불명에를 안게 되었습니다.]
다저스는 예고대로 오타니 쇼헤이를 2차전에 등판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1차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기에 네티즌들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랐다.
-오타니 완전히 선풍기더만.
-60홈런 어케 때렸냐?
-투 웨이해서 체력이 떨어진 듯.
-원래 오타니가 후반기에 약하긴 했지.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너무 달리더라.
-오타니의 뻘짓으로 필리스 승리 예상함.
-그냥 하나만 하는 게 좋을 듯.
투 웨이 플레이라는 신기원을 연 오타니 쇼헤이.
매 시즌 투타 양쪽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남기면서 이제는 의문을 많이 지운 오타니였다.
하지만 일부 올드팬들은 그에게 의문을 나타내고 있었다.
특히 그가 부진한 날에는 악플을 남기기도 하는 등, 다소 거친 행동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오타니의 부진은 이들이 날뛰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오타니는 이러한 여론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주류 여론은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결국 오타니임.
-사이영상까지 타냈던 선수를 의심하는 게 ㅂㅅ이지.
-한 경기에서 잠깐 부진할 수 있어도 절대 길어지지 않음.
-2차전에서 선발로 나온다는 건 1승을 올리는 것이나 다를 바 없지.
-한수호가 아무리 뛰어나도 오타니에게 이길 수 없어.
-오타니 쇼헤이는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꾼 선수임.
-오타니 보고 미국에서 투 웨이 플레이어가 늘어난 건 팩트지.
-오타니 쇼헤이는 일본의 국보다!
특히 일본인들이 여론을 주도하며 그를 응원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다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만큼 미국의 팬들 역시 압도적으로 많았다.
올 시즌 수호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면 오타니는 매년 최정상급의 활약을 펼치며 코어 팬이 두터웠다.
이런 두 사람의 진검승부에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 * *
-메이저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 내셔널리그의 챔피언은 누가 될 것인지! 디펜딩 챔피언 LA다저스는 2차전 선발로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를 마운드에 올립니다!
-이에 맞서는 필리스 역시 팀의 에이스 앤드류 페인터를 등판시키죠.
-객관적으로 봤을 때 두 팀의 전력, 어떻게 보십니까?
-일단 마운드에서는 LA다저스의 승리입니다. 이건 누구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나올 거예요.
-특히 에이스대결에선 오타니 쇼헤이의 압승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앤드류 페인터가 분명 좋은 투수인건 맞지만, 아직 오타니의 레벨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어떤 팀이라도 에이스는 특별하다.
한 팀의 마운드를 이끄는 단 한 명의 선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어떤 팀을 가더라도 에이스를 할 수 있는 선수였다.
이런 선수들을 일으켜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의 한 언론은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일컬어 에이스 오브 에이스라 평가하더군요.
-맞습니다. 어떤 팀에 가더라도 에이스를 할 수 있는 선수를 일컫는 말이죠.
-그의 등판은 필리스에게는 먹구름을 드리우게 하는 거지만, 필리스에는 이 선수가 있습니다.
카메라가 캐처박스에 앉는 수호를 잡았다.
-레코드 브레이커 한수호 선수입니다.
-올 시즌 말 그대로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통째로 바꾼 그가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냐에 따라 2차전의 향방이 결정될 겁니다.
경기의 대결구도는 자연스레 한수호 VS 오타니로 잡혔다.
앤드류 페인터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지만, 사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건 최대한 다저스 타선을 막는 거다. 그렇게 있으면 수호가 승리투수로 만들어줄 거야.’
오늘 경기에서 키플레이어가 수호라는 걸 말이다.
수호는 어느덧 팀의 기둥이 되어 있었다.
레전드들의 말대로 말로 이끄는 리더가 아닌 실력으로 보여주는 리더가 되고 있었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 * *
1회.
페인터는 오타니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실점을 내주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1회 초,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다저스가 수비에 나섭니다.
-전날 오타니 쇼헤이가 무출루로 경기를 마감했지만, 자신이 선발하는 날에는 첫 타석부터 장타로 출루에 성공합니다.
-확실히 좋은 타자입니다. 후속타가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네요.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의 연습 투구는 매서웠다.
뻐어억-!!
뻐어억-!!
그가 공을 던질 때마다 묵직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오우…… 장난 아니네.”
“점수 올리지 못했다고 화풀이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거 같은데?”
“오늘 컨디션이 장난 아닌 거 같으니. 조심해야겠어.”
필리스 선수단은 그런 오타니를 바라보며 그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있었다.
확실한 건 오늘 오타니의 상태가 좋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바로 증명됐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타자 조니 로버트가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로버트의 상체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위력적인 슬라이더였습니다!
-타자 입장에서는 몸에 맞는 공이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만큼 변화가 큰 슬라이더였습니다.
칼날같이 휘어지는 슬라이더에 조니 로버트가 삼진으로 돌아서고.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하퍼가 신경질적으로 배트를 던지고 1루로 달립니다!
퍽!
“아웃!!”
-중견수가 안정적으로 잡아내며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오랜만에 던진 스플리터로 하퍼가 빗맞히게 만들었습니다.
-100마일의 포심을 보여주고 곧장 80마일대의 스플리터를 보여주니 타자는 정확한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을 겁니다.
슈퍼스타 하퍼까지 범타로 돌려세웠다.
-시작부터 압도적인 피칭으로 필리스의 타자들을 돌려세우는 오타니 쇼헤이입니다!
-그가 왜 5억 달러를 받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카메라가 타석으로 들어오는 수호를 잡았다.
-레코드 브레이커! 그리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수호의 등장은 필리스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를 뒤흔들게 만들었다.
“한! 한! 한! 한!!”
팬들의 엄청난 응원에 마운드가 흔들린다는 착각이 들었다.
‘어제도 느꼈지만, 한수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네.’
오타니조차 감탄하게 만드는 응원 열기였다.
과거 그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 에인절스 팬들이 그에게 보내던 응원을 넘어섰다.
신드롬을 일으켰다 할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그였지만, 지금의 응원은 그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지 않습니까?
-어떤 공통점이죠?
-불멸의 기록이라 불리던 과거의 기록들을 깬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타니는 베이브 루스가 기록했던 10승 10홈런을 104년 만에 깨는 선수였고 한수호 선수는 테드 윌리엄스의 4할을 86년 만에 깼습니다.
-확실히 두 선수 모두 전설들의 기록을 깬 전적이 있네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호의 업적이 더 위대하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한수호는 4할만 때린 게 아니지.
-77홈런에 OPS 등 거의 모든 기록 갈아치우지 않았냐?
-약쟁이 기록 갈아치운 게 가장 컸지.
-거기에 50-50클럽 가입.
└전 세계 최초 업적!
-비교 불가지.
-오타니보다 한수호다!
-한수호 가즈아-!!
수호의 세부지표를 보면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루키시즌에 이런 성적을 올렸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수호에게 쏟아지는 팬들의 반응이 오타니를 넘어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타니 쇼헤이가 사인을 교환하고 자세를 잡습니다.
하지만 오타니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널 넘어야 한다면…….’
그는 수호를 라이벌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동안 만나왔던 메이저리그의 라이벌들을 차례로 넘어온 그였다.
새로운 라이벌의 등장은 이제 익숙해졌고 그로 인해 절망이나 좌절보다는 승부욕을 불태우며 동기부여를 얻었다.
‘넘어서겠어!’
와인드업을 이어간 오타니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다 칼날처럼 휘어 바깥쪽으로 도망쳤다.
휘릭!!
오타니의 전매특허가 된 고속 슬라이더였다.
일반적인 투수의 패스트볼 구속인 90마일 이상이 찍히며 크게 변화하는 슬라이더에 타자들은 매번 배트를 헛돌리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아니었다.
타닥!
마치 존으로 들어올 거라고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조니 로버트가 상체를 젖혀 피하려고 했던 것과 달리 클로즈드 스탠스를 내디디며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공을 쫓아 배트를 돌렸다.
‘간파당했다!’
스윙을 이어가는 수호의 모습에서 오타니는 아차 싶었다.
자신이 초구에 고속 슬라이더를 던질 거라는 걸 예측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의 공이 위력적이라 하더라도 수호 정도의 타자가 예상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후웅!!
수호의 배트가 바람을 가르고 묵직하게 돌아가더니.
딱!!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그 모습을 지켜본 오타니는 그대로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오타니는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카메라가 주저앉은 오타니, 배트를 던지는 한수호, 그리고 우측 펜스를 향해 날아가는 타구를 동시에 잡아냈다.
삼 분할로 세 개의 화면을 동시에 보여주며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시청자들에게 동시에 전달해 주었다.
-쫓아가던 우익수가 그 자리에 멈춰 타구를 포기합니다! 그리고 펜스를 넘어가는 타구! 한수호 선수가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선제 솔로홈런을 작렬합니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도 한수호 선수를 막을 수 없습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오타니는 수호를 상대했었다.
당시에도 홈런을 맞았었기에 오늘만큼은 반드시 그를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수호의 집중력은 오타니의 승부욕을 넘어서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오늘 경기만이 아니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벌써 3홈런 경기를 펼치고 있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그는 필리스의 공격을 이끌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선수를 누가 루키라고 생각하겠습니까? 풀타임에 가까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고 난 이후 포스트시즌에서도 여전한 파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비전 시리즈에 이어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그는 페넌트레이스를 뛰어넘는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베이스를 돌아 홈을 밟은 그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음료수로 목을 축이던 그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일단 1점.’
그가 이렇게 높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레전드들이 항상 하는 말 때문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해내야 한다.’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회.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