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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53화 (152/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53화

수호의 홈런으로 필리스가 1차전을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잡은 필리스 선수단은 미세하게 흔들리는 빈센트를 공략했다.

딱!!

-때렸습니다!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필리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홈런 이후 두 타자 연속 출루를 허용하는 빈센트!

필리스는 집중력 높은 모습을 보여주며 공격 분위기를 가져갔다.

하지만 다저스 역시 만만치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키를 넘어 계속 날아갑니다!

우익수 키를 넘기는 타구.

빠진다면 장타가 될 가능성이 컸다.

서서히 힘을 잃고 타구가 떨어졌지만, 전력으로 달리는 우익수가 잡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그 순간 우익수가 몸을 날렸다.

슈퍼맨처럼 다이빙을 시도한 그는 등 뒤에서 떨어지는 타구를 향해 감각적으로 글러브를 내밀었다.

퍽!

-자…… 잡았습니다!! 다저스의 우익수 라마 잭슨이 엄청난 슈퍼캐치로 2루타성 타구를 지워버립니다!

라마 잭슨은 곧장 일어나 송구하며 후속 플레이를 잊지 않았다.

주자들은 당연히 빠질 거라 생각하고 리드폭을 넓게 가져갔기에 진루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데 그쳤다.

-추가 득점의 찬스를 슈퍼플레이 하나로 지워버리는 라마 잭슨!

-올 시즌 골드글러브가 유력한 선수답게 엄청난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이게 바로 다저스에서 붙박이 우익수를 차지할 수 있는 선수의 실력입니다!

LA다저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2010년대 이후 매년 엄청난 투자와 팜 운영으로 막강한 전력을 10년이 넘도록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주전을 맡는다는 건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위권 안에 드는 실력의 소유자란 소리였다.

분위기를 바꾸는 플레이를 하는 건 놀랍지 않았다.

‘다만 아쉬울 따름이지.’

[그러게.]

[확실히 이번 거 빠졌으면 1차전 자체를 가져올 수도 있었을 텐데.]

[크으…… 방금 플레이는 진짜 멋졌다.]

[수호 네 적이지만, 진짜 개쩐듯.]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런 플레이 하나가 투수의 기세를 올려준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쉽게 풀리진 않겠네요.’

오늘 경기도 상당히 어려워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 * *

수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퍽!

“아웃!!”

잭이 호투로 세 명의 타자를 돌려세우면.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빈센트는 삼진으로 세 명의 타자를 돌려세웠다.

-두 투수가 6회까지 실점하지 않고 타자들을 돌려세우고 있습니다.

-빈센트 투수는 1회 한수호 선수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면서 타자들을 돌려세우고 있습니다.

-잭 휠러 선수 역시 4개의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모두 단발성으로 끝나면서 6회까지 무실점으로 다저스 타선을 막아내고 있어요!

훌륭한 투수전이었다.

본래 포스트시즌에서 투수전은 자주 나오지 않는 양상이었다.

에이스 투수라 하더라도 포스트시즌의 중압감에 짓눌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선발과 3선발이 이런 호투를 보여줄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사람들은 깨달았다.

‘투수가 교체되면 그때 흔들릴 거다.’

‘투수가 교체될 때가 타이밍이야.’

1차전의 승부처는 투수 교체가 되는 바로 그 순간이라고 말이다.

일반 관중들조차 눈치챌 수 있는 분위기였다.

양 측 더그아웃이 모를 리 없었다.

‘잭의 투구 수는 어느덧 90개가 넘었다. 다음 이닝이 시작되면 투수를 교체해야 해. 누구를 올려야 하지?’

97개의 투구 수.

베테랑인 잭의 투구에 힘이 떨어지기엔 충분한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잭의 호투는 더그아웃의 예상을 충분히 웃돌고 있었다.

그를 1선발로 내보내자고 한 마크 레이어 단장의 선택이 옳았다.

물론 전략분석팀에서 나온 작전이지만, 작전을 지시한 건 마크였으니 매디슨은 그가 작전을 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앤서니를 내보내는 건 무리가 있다. 녀석은 멘탈이 약해. 이런 순간에 등판시키면 심장마비로 쓰러질지도 몰라.’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긴장을 자주 하는 녀석이라면 이런 박빙의 상황에선 쓰러질지도 몰랐다.

다른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등판시키면 긴장감에 제대로 된 투구를 못 할 가능성이 컸다.

‘수호와의 호흡도 나쁘지 않으면서 이런 상황에 긴장하지 않을 선수는…….’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는 여러 선수들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한 명의 얼굴만이 그의 뇌리에 남았다.

결정을 내린 그가 투수코치에게 말했다.

“페드로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베테랑의 뒤를 이어 또 다른 베테랑이 경기에 나갈 시간이었다.

* * *

-7회 초, 다저스의 공격에서 필리스의 마운드가 바뀝니다.

-베테랑 잭 휠러에 이어 또 다른 베테랑인 페드로 텔레스가 마운드에 오르네요.

-아무래도 중압감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멘탈적인 부분에서 강한 페드로를 등판시키는 거겠죠?

-맞습니다. 필리스는 마운드 풀이 얇은 팀입니다. 특히 불펜에서는 빼어난 투수를 찾아보기 어렵죠.

필리스는 압도적인 타격으로 지구 1위를 차지한 팀이었다.

최근 트렌드가 된 밸런스형과 달리 타격에 특화되어 있었다.

사실상 수호라는 선수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쪽이 두드러지면 다른 한쪽은 아무래도 빈약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필리스의 불펜은 딱히 약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불펜으로 인해 경기가 패배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불펜이 가동되어서 뻘짓해도 워낙 점수차가 압도적이었지.

-그래서 불펜에서 불을 지를 수가 없었음.

-이미 수호가 그랜드슬램이랑 홈런으로 다득점을 올려둔 상태였으니 뭐 ㅋㅋ

-불펜이 거기에 아무리 불을 질러봐야 수호가 다 꺼버렸지.

-올 시즌 필리스 불펜의 평자가 3.46임. 메이저리그 전체 22위.

-한마디로 남대문이란 거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다는 소리임.

세부지표를 들여다보면 필리스의 불펜은 더욱 심각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왜 여기에서 페드로를 올리지?”

“너무 나이 든 거 아니야?”

“이번 이닝에 잘못하면 오타니까지 돌아올 텐데.”

“막을 수 있을까?”

팬들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첫 타자부터 안타를 허용하더니.

딱!!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입니다!

연속으로 주자를 내보냈다.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맞이한 다저스의 타석으로 오타니 쇼헤이가 들어섰다.

-오늘 경기 아직 안타가 없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 앞선 타석에서는 잭 휠러의 훌륭한 피칭에 모두 범타로 물러났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제 슬슬 안타를 때려낼 때가 됐다는 겁니다.

3할 타율이란 세 번 중 한 번은 때린다는 소리다.

물론 한 경기 전체를 때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 같은 스타 플레이어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리고 그건 수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여기에서 녀석을 거를 수도 있겠지만…….’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해서 이긴다고 의미가 있을 리 없다.’

승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페드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오늘 경기 페드로가 던진 공 중 가장 빠른 93마일의 구속이 찍혔습니다!

페드로는 젊은 시절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클로저로서 한때는 97마일의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뿌리던 파이어볼러였다.

하지만 부상과 노쇠화로 인해 이제는 90마일을 겨우 넘기는 투수가 되었다.

과거에 붙잡혀 강속구에 목을 메다가 그렇게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페드로에겐 가족이 있었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를 지탱했다.

강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컨트롤을 장착했다.

노련함으로 타자들을 요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메이저리그에 남을 수 있었다.

딱!!

“파울!”

-2구 몸쪽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에 빗맞히는 오타니 쇼헤이! 투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몰립니다!

-아주 좋은 완급조절이었습니다. 베테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주는 페드로 텔레스입니다!

메이저리그에 남은 그는 보직을 마다하지 않았다.

때로는 필승조로 때로는 패배를 위해서도 던졌다.

그렇게 던지다보니 어느덧 자식들은 모두 컸고 이제 자신을 의지하지 않아도 각자의 삶을 걸어가고 있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을 때,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가 말했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그 한마디에 그동안 고생했던 모든 게 치유되었다.

‘마지막까지 내 모든 걸 바친다.’

올 시즌을 끝으로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

그리웠던 마운드를 떠난다.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에 잊었다고 생각한 욕망이 피어올랐다.

우승반지에 대한 욕심이 말이다.

‘내 이름을 역사에 남기고 싶다.’

그것은 자존심까지 포기했던 한 가장의 마지막 남은 욕심이었다.

가족도 팀도, 그리고 동반자도 아닌 오직 자신만을 위한 그런 욕심.

나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페드로는 그걸 꼭 얻고 싶었다.

그럼 아무런 미련 없이 경기장을 떠날 수 있을 거 같았다.

“후우…….”

숨을 골라 긴장을 떨쳐낸 그가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커브.’

투수가 던지는 공 중 바로 눈치를 챌 수 있는 구종이 바로 커브였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때리는 건 어려웠다.

궤적이 크기에 존으로 들어올지 아니면 벗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인구인가? 아닌가?’

뛰어난 타자인 오타니조차 헷갈릴 정도로 페드로의 커브는 완성도가 높았다.

‘일단 걷어내자!’

판단을 내리지 못한 오타니가 공을 걷어내기 위해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휘릭!!

공의 궤적에 더욱 큰 변화가 일어나며 밑으로 더 떨어졌다.

그것을 본 오타니가 한쪽 무릎을 굽히면서 어떻게든 공에 배트를 맞히려고 했다.

하지만 공은 그런 오타니를 약 올리듯 배트의 밑으로 지나가며 그대로 통과했다.

후웅!!

퍽!

“스윙, 아웃!!”

-삼구삼진!! 페드로의 커브에 헛스윙을 하고 마는 오타니 쇼헤이입니다!! 베테랑이 슈퍼스타를 잡아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오타니는 수호의 미트에 들어 있는 공을 바라보다 물었다.

“원래 저런 공을 던지는 아저씨였나?”

“당연히 개쩌는 공을 던지는 아저씨지. 우리 팀 불펜의 기둥인데.”

“하…….”

수호의 대답에 오타니가 한숨을 내쉬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수호의 눈에 레전드들의 채팅이 보였다.

[평소보다 변화가 더 컸다.]

[ㅇㅇ]

[이게 바로 베테랑의 집념이지.]

[진짜 공 하나에 모든 감정이 다 느껴지더라.]

[아직 오타니가 느끼기엔 무리임.]

[넌 알겠냐?]

조시 깁슨의 질문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알죠.’

수호도 한때는 가장이었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나이 차가 많은 동생을 책임졌다.

그런 그였기에 페드로의 공에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늘 경기는 아무래도 우리가 이기려나 봅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네.]

[최고의 기회를 놓친 다저스니까.]

레전드들의 채팅에 수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필리스와 다저스.

두 팀의 대결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이날 대결은 필리스의 3 대 0 완승으로 끝났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로 한수호의 1회 홈런 장면을 뽑았다.

그리고 또 하나, 베테랑 페드로 텔레스가 오타니 쇼헤이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는 7회 초의 장면을 꼽으며 MVP로 선정했다.

페드로 텔레스의 야구 인생 첫 번째 포스트시즌 MV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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